"웰로드 MK-II 도착했습니다. 환영식은 괜찮습니다. 어둠에 몸을 맡긴 제게 환영식의 꽃 같은 건 필요없으니까요..." 


그녀와 처음 대면한 그날, 그녀는 자책하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했다. 


"웰로드 MK-II 과거 암살용으로 애용받았던 화기던가. " 


"..." 


"좋지않은가?"


 "읏! ...암살용으로 쓰인 무기를 좋아한다니, 보기와는 다르게 치졸하군요. " 


그녀의 눈에 들어온 자신은 그 때 어떻게 보였던가. 


크고 단단한 신체는 군인의 자랑이고, 이 굳은 머리는 자긍심이다. 


하지만 지금은 군인이 아닌, 기업의 용병에 불과하다. 


"치졸하다? 그게 어때서 그런가? 암살이란 극히 효율적인 전술이네. 증거에 대해서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적의 지휘관을 암살한다면 그건 큰 전과지. 심지어 암살자를 하나 잃어도 조직에는 큰 영향이 없어. " 


"그 생각은 잘못됐습니다! 그런 짓을 하면 신뢰받지 못해! 긍지를 가질 수 없어요! 그런 걸.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건 그들은 죽어서도 자신의 긍지를 가지지 못해!" 


그녀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반론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이지만 동시에 그녀의 고고한 이상을 내게 제시해준 말이기도 했다. 


"긍지라... 웰로드 MK-II 긍지란 뭔가?" 


그녀는 무언가를 얘기하기 위해 입을 열고자 했지만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이 긍지인가? 그렇지 않으면 죽은 자들의 가족 앞에서 그들은 훌륭한 군인이었다며 위로하는 것이 긍지인가?" 


"...!" 


"긍지는 누군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야. 스스로가 자신에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그게 긍지다!" 


그녀가 아무말도 못하고 입을 다문다. 


이건 그저 화풀이였다. 


스스로 긍지를 가지지 못한 자가 긍지를 말하다니, 웃기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에겐 말해두고 싶었다. 


그녀의 몸은 금방이라도 약함에 짓눌릴 것 같이 떨렸지만, 그 눈은 아직 더 나은 앞을 향하고 싶어하는 것 같이 굳세었기에. 


"허나, 귀관은 암살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성품이 아닌 듯 하니 귀관에겐 암살 이외의 임무를 맡겨야겠군. " 


"그게, 뭔가요?" 


그녀의 한층 가느다랗게 변한 목소리는 스스로 혐오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런 것을 느낄 만한 염치도 이미 없는 몸이라 되뇌이며 입을 열었다. 


"지휘다. 현대에 권총의 용도라고 하면 지휘관이 호신용, 권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런 나도 가지고 있는 건 권총이지. " 


"지휘..? 하지만 저는 지금껏..." 


"보고 배우면 된다. 나는 나가서 싸울 수 없지만 귀관은 나가서 싸울 수 있다. 지휘는 현장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지. 그리고 그건 모두를 보조하고 상황을 읽을 수 있는 권총인 자네가 적임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자네의 긍지는 이런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가벼운 것이었나?"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알겠습니다! 해보도록하죠!" 


"잘됐군. 그럼 잘부탁하지, 웰로드 MK-II. " 


그 다음날 그녀는 바로 부관에 임명되었다. 


다른 소대의 전투를 지휘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우며, 그녀가 처리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당에게 직접 출격을 명하여 경험을 쌓아갔다. 


"지휘관, 방금 전의 지휘에 대해서 질문이 있습니다. " 


"지휘관, 조금 전의 지휘는 훌륭했습니다. 그런 경험은 전부 어디서 쌓아오신거죠?" 


그녀는 나의 전술을 사막의 모래가 쏟은 물을 삼키듯 익혀나갔고, 그 노력에 힘입어 숙련도도 부대 내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지휘관, 홍차 한 잔 더 끓여오겠습니다. " 


"알겠네. " 


두 명의 대화는 대부분 전술강의와 보고, 식사와 간단한 다과에 대한 것이 전부였지만 어느 새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비극은 항상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찾아오는 법이다. 


"철혈의 대규모 진격입니다! 저희 기지를 경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카리나의 보고와 함께 그 진격은 모습을 드러냈다. 


각 방면에서 공격해오는 철혈의 군세는 다른 지휘관들이 조력해왔음에도 밀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고, 오랜 경험도 뛰어난 숙련도도 물량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지휘관 출격 나갔던 4소대와 5소대가 당분간 전투에 임하지 못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 


"그런가. 미안하지만 전원이 최대한 빠르게 수복하고 부족한 인원을 다소 미숙한 인원들로 보충하여 내가 지시한 장소로 출격해주게. " 


당연히 모든 전장을 커버하는 것도 무리였으며 인간인 지휘관은 피로가 쌓여 퀭한 얼굴로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와 함께 가져온 홍차를 마시며 지휘관은 계속해서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지휘관, 피로로 인한 사고력의 저하는 심각한 오류를 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걱정은 고맙네만 지금 내가 지휘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걸세. 조금, 조금만 더 하면 완전히 적의 지휘관을 끌어낼 수 있을텐데..." 


지휘관의 전술은 굉장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전력을 교묘히 분산해 적보다 많은 수를 유지한 전투를 구사해왔고, 적의 중심을 보호하는 방어병력을 얇아지도록 도려냈다. 


그러나 그것에 사용한 자원은 결코 적지 않았고, 적들은 아직 기력이 충만하지만 이쪽은 기진맥진하여 다음 전투의 승리도 장담하지 못할 판국이었다. 


"지휘관 제안이 있습니다. " 


"안돼. " 


그녀가 주저하다가 말을 꺼냈으나 지휘관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의 의견을 곧장 기각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지금이라면 귀관이 이끄는 1소대가 적의 지휘관을 토벌할 수도 있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그건 도박이 너무 심해. 적의 방비는 얇아졌지만 그럼에도 소수로 돌파하기엔 가능성이 너무 낮아. 만약 실패하면 적의 지휘관은 철저히 몸을 숨기겠지. 그럼 이쪽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 


"하지만 이대로라면 저희가 먼저 무너집니다!" 


그녀의 발언에 지휘관은 퀭해져 다소 공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자네가 하자고 하는 것은 암살이나 다름없네. 자네는 그런 행위를..." 


"상관없습니다. " 


지휘관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처음 만난 날, 암살이라는 불명예에 짓눌려 몸을 떨던 소녀는 어느새 올곧은 눈으로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이 말했었죠? 긍지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저는 암살을 통해서 모두를, 동료를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을 긍지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안돼. 여전히 실현가능성은 적네. 그런 걸 허락할 수는...!?" 


그 순간 시야가 어지럽게 회전하고 몸이 널부러진다. 


그러면서 손에 채인 것은 홍차가 담긴 찻잔. 


"웰로드...M..." 


"지휘관. 저는 드디어 저의 어둠을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휘관 덕분입니다. " 


어두워지는 시야로 그녀가 다가오고, 그 비취색의 눈동자가 나의 눈과 마주친다. 


"사랑합니다, 지휘관. " 


그리고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의식이 암전되었다. 



***



 "...관! 지휘관!"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지휘관이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의무실의 하얀 천장이었다. 


"UMP 45? 큭, 전투는 어떻게 됐지? 나는 얼마나 쓰러져있었나?" 


지휘관은 곧장 일어나려고 했으나 바닥에 널부라지듯 쓰러졌다. 


자세히 보니 오른팔엔 링거가 꽂혀있었고, 아직도 시야가 흐릿했다. 


"적의 지휘관을 토벌했어. 진격은 막아냈고, 웰로드의 작전은 성공했어. " 


"성공, 한건가. " 


제대로 된 지휘도 못했던 그녀가 직접 다른 부대를 지휘하고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지휘관은 무심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참고 힘겹게 일어섰다. 


"신상필벌이라고 했지. 웰로드 MK-II는 어디있나? 아니, 무리한 작전이었으니 그녀도 치료중인건가?" 


"지휘관, 놀라지 말고 들어...웰로드는..." 


45의 말을 들은 지휘관은 평소엔 생각할 수도 없는 사색이 된 얼굴로 병실을 박차고 나갔다. 



*** 



"웰로드! 웰로드가 여기있나!?" 


"지휘관..." 


지휘관이 도착한 장소는 부족한 병실을 채우기 위한 임시 진료소. 


그곳엔 부상당한 많은 인형들 외에도 그녀들을 간호하는 인형들이 침울한 분위기로 지휘관을 맞이했다. 


"시끄럽네요, 지휘관...병실에선, 조용히...해야죠..." 


그리고 그녀들의 사이엔 머리가 반쪽이 날아간 웰로드가 들것에 실려있었다. 


"웰로드 MK-II! 그 상처는!" 


"마지막에, 지키...가..." 


그녀는 천천히 남은 한 쪽눈의 빛을 잃어가며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의료팀에 의하면 마인드맵이 심하게 파손된 상태로 언어능력과 일부 기억을 제외한 데이터를 삭제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 마저도 수 분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저...만날...어서, 다행...각해, 요. " 


"...그래, 다행..이다! 나도..." 


그녀와 만났을 때의 그는 긍지를 가지기 위해 그리폰이라는 기업에 들어갔다. 


군으로는 지켜내야할 것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러나 그것은 타인이 보기엔 배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지휘관 자리를 꿰찼으니 욕심때문에 군에서 기업으로 전향했다는 오명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긍심을 가지고자 했지만 계속되는 편견과 경멸은 그가 자신의 선택에 자긍심을 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렇게 보여주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하던 과거를, 긍지로 여길 수 있음을. 


"웰로드 MK-II! 귀관을 만나서 나도 다행이다! " 


지휘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례를 웰로드에게 보냈다. 


이에 그녀는 한 쪽 뿐인 비취의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는, 


"안...녕히. " 


그대로 마지막 말과 함께 멈춰버렸다. 


지휘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지금껏 버티던 힘을 잃어버린 듯이 그 자리에 쓰러졌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오열을 쏟아냈다. 



*** 


그 후 지휘관은 평소와 같이 돌아온 듯 했지만 항상 어딘가 멍하고 그녀가 남긴 코어를 바라보는 일이 잦았다. 


그런 무료하던 나날이 이어지던 중, 


"지휘관. 신입이 들어왔어요. " 


"그런가. 가보도록하지. " 


공방으로 향한 지휘관은 보리밭같은 황금빛 머리칼과 녹음을 담은 듯한 비취빛 눈을 가진 그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웰로드 MK-II 도착했습니다. 환영식은 괜찮습니다. 어둠에 몸을 맡긴 제게 환영식의 꽃 같은 건 필요없으니까요..." 


처음만났을 때의 그녀와 같이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를 보고, 


"웰로드 MK-II 과거 암살용으로 애용받았던 화기던가. " 


"..." 


"잘부탁하지. 웰로드 MK-II. " 


"...저에 대해서 알고 계시면서 그렇게 살갑게 손을 내밀 수 있군요. " 


"그런가? 아무래도 상관없네. 난 자네를 만나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니까. " 


지금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여기까지 썼는데 텐션떨어졌다...


이후로는 남아있던 웰로드의 코어로 더미를 만들었는데 코어에 소중한 감정이나 기억이 섞인 원 웰로드로서의 자아가 깨어나고 그것이 신 웰로드에게 영향을 줘서 어느새 지휘관의 취향에 맞는 홍차나 지휘관이 가르쳐준 전술 등을 점점 빠르게 익혀나가는거지. 그러던 중 신 웰로드는 지휘관을 사랑하게 되고 지휘관도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못전하는 것이 진절머리나서 신 웰로드와 서약하고 하룻밤을 지냄. 그런데 원 웰로드는 그로인해서 자신의 본체가 지휘관과 사귀는 것을 보면서 흑화하고 그곳은 원래 자기의 자리였다며 뺏으려함. 이렇게 신 웰로드와 원 웰로드로 인해 더미 전부가 얀데레화되고, 이윽고 지휘관을 여섯명의 웰로드가 납치. 웰로드한테 착정당하면서 지휘관은 그녀의 고고했던 눈이 자신을 향한 음탕한 애욕만 존재하는 눈이 된 걸 보고 절망하지만 이것 역시 웰로드가 바라던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며 상호 의존 얀데레 되는 글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