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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누나 왔어!"


 행복감이 만발하는 그 목소리가 돌아오는 대답 없이 집안을 울렸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 안.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정윤경이 걸어나와 옆방의 문을 끼익 열어본다.


"아가 잘 있었어?"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해가 이미 다 넘어갔음에도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 한구석에 아이는 삭막한 눈과 혼이 다 빠져나간 표정으로 몸을 아무렇게나 널부러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정윤경에게 상관없는 듯하다.


"벌써 7시 반이네.. 미안, 누나가 일이 좀 있어서. 배고프지? 얼른 밥 해줄게!"


 마치 도자기 인형처럼, 몸에 힘도 다 빠진 아이를 정윤경이 살포시 안아주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정희은을 밀치고 달려오던 정유진을 그녀가 안겨든 뒤부터 지금까지 아이는 저 멍한 표정을 풀지도 않고 죽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철석같이 믿고 구원의 동앗줄로 여기던 정희은이 그런 더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잔악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상실감이 어떨지는 정윤경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정윤경은 애써 아이를 방에서 끌고 나오려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묻지 않을게. 많이 힘든 것 같으니까… 충분히 추스리고, 누나랑 얘기할 준비가 되면 그때 얘기하자."


 아이와 집에 돌아온 그날 정윤경은 그 말로 아이를 위로했고 하루종일 밥숟가락을 들지도 않고 학교에 나가지도 않는 아이를 성심껏 돌보았다.


 그러나 그건 위로가 아닌 자기만족에 가까웠다.


 아이가 들지 않는 밥을 아침마다 식탁에 올려두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의 방부터 들어가보는 그녀의 그 눈빛은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로하는 눈빛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지금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듯한, 만족감이 분명히 섞여 있는 눈빛이었다.

 정윤경 스스로도 그런 기분이 들고 그런 표정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보호 아래에 놓인 이 무기력한 모습이 그녀는 더 마음에 든 것일지도….



 그리고 그날 밤.

 늦게 잠에 들기 직전 닫힌 방문을 넘어오는 이상한 소리에 정윤경이 눈을 떴다. 정유진의 목소리였다.


 이불에서 튕겨일어난 그녀가 조심히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는 정유진이 악몽에 시달리는 강아지처럼 몸을 자꾸 움찔거리고 뒤척이며 잠꼬대같은 말을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꿈결에서도 공포에 시달리는지 아이의 감긴 눈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렀고 꽉 붙들 무언가가 필요한 듯 허공에 손발을 뻗쳐댔다.


 정윤경이 아이의 옆자리에 몸을 뉘었다. 그러자 허공을 휘젓던 정유진의 손 하나가 그녀에게 닿았고 따뜻한 무언가가 손에 느껴지자 아이는 다른 팔까지 내밀어 힘껏 붙잡고는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후우우… 으음…"


 우는 것 같던 신음소리가 어느새 평안해지더니 이내 곤히 잠든 새근대는 소리로 바뀌었다.


 시선이 자연스레 자신을 껴안은 아이에게 향하기 시작한다. 정유진이 정희은에게서 뛰쳐나온 뒤로 잠든 모습으로나마 아이의 얼굴을 가까이서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고 오늘만 흘린 것 같지 않은 아이의 눈물자국과 야윈 살결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


 정윤경이 조금은 안쓰러운 표정을 했다.


 미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아이의 그 슬픔을 공감하고 동정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모두 어쩔 수 없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정유진도 알아야 할 일이었다. 자신이 그렇게나 아이에게 말했던 '가족'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지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이렇게 고통받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곧 상처가 아물 것이라 짐작하며 그녀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다.


 정윤경이 겨우 잠든 아이의 붙든 손을 천천히 풀고는 이불을 찾아 아이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기 직전,


 위이이잉 하며 열린 방문 건너 그녀의 방에서 진동음이 들려왔다.


 전화가 오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밝게 켜진 화면에 정윤경이 잠깐 눈을 찡그리더니 전화를 받았다.


"뭐야, 늦은 시간에."


[아직 11시밖에 안 됐잖아.]


"무슨 일인데?"


[작업. 사흘 뒤 시작한다. 준비하고 있어.]


".....몇 시?"


[15시. 다만 너랑 코리는 작업 시작 전에 책임자 먼저 잡아야 하니까 점심시간 전에 일찍 모여서 시작해줘.]


 전화는 그대로 끊겼다.


"........."




==========




 그 사흘 뒤.


 자신의 마지막 청부를 위해 정윤경은 필요한 장비를 차에 싣고 코리의 사무실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준비해 왔던 그 20억짜리 '마지막 한탕'. 이것만 제대로 끝내면 이제 그녀는 사랑하는 남동생을 품에 안고 편안한 삶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앞으로 아이와 무엇을 하고 살지 상상하며 정윤경은 사무실 문을 힘껏 열었고 그 희망에 가득 부푼 얼굴이 눈에 띄는지 코리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그쳤다.


"목표 위치는 잡혔어?"


"다 찾아서 실시간으로 추적 중이야. 바로 들어가게?"


"미룰 거 없잖아."


 하며 정윤경이 코리가 준비한 통신 장비를 집었다. 시간은 의뢰인이 제시한 시각보다 훨씬 앞서 있었으나 그녀는 그만큼 자신감과 의욕에 차 있었다.


 집을 나서며 아이에게는 중요한 일이 있으니 늦게 오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고 이야기해두었다. 물론 대답도 무엇도 없이 아직도 그 멍한 표정 그대로였지만 그녀는 혹여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 인사를 나누며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고 집을 나섰었다.


 이제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건 그녀에게 달려 있다. 보안 책임자를 추적해 잡아내는 것으로 작업은 시작된다. 그것은 그녀가 차를 끌고 목표 지점으로 출발한 바로 그 시각이었다.


--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모든 동선을 파악해두었던 덕에 목표를 추적해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집된 정보로 코리가 동선을 추적해 기록하면 정윤경은 매복이 가능한 지점들을 찾아 덧붙여두었었고 바로 오늘 그 지점들 중 한 길목에 들어서는 목표물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2개로 나누어진 해결사 작업팀 중 1팀의 도움을 받아 정윤경은 사람이 오가지 않는 길목을 걸어가는 보안 책임자를 순식간에 붙잡아 차에 실었고 미리 지정해 놓은 작업실에 데리고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리를 덮은 두건이 벗겨지고 자기 눈앞에 선 해결사들의 등 뒤에 널린 온갖 도구들이 눈에 들어오자 무슨 상황인지 감이 확 잡힌 듯 놈은 정윤경이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바쁘게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무, 무슨 용건인지는 다 알 것 같은데.. 저기, 저, 혹시 정보 거래 같은 것도 하십니까? 제가 그런 쪽으로도 좀 빠삭해서-- 끄으으이이익!!!"


 물론 시간이 촉박한 정윤경에게 이런 놈에게까지 하나하나 거래를 맞춰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 손에 들린 가축용 전기 충격기가 먼저 남자의 몸에 닿았다.


"죄송하지만 정식으로 거래까지 해줄 시간은 없네요."


 정윤경이 고문할 때 으레 쓰는 날카로우면서도 예의를 차린 말투가 차갑게 이어졌다.


"당신은 우리 질문에 대답만 잘 해주면 그걸로 거래는 끝입니다."


"그, 그, 그럼 무엇이 알고 싶으신지요..?"


 거액의 현금을 책임지는 보안 책임자 치고는 너무도 손쉽게 무너지고 있었다. 사전에 코리와 그녀가 분석했던 정보로는 분명 이론에는 빠삭한 타입의 사람이었지만 실제로 칼 든 사람이 직접 찾아오고 보니 이론이고 뭐고 공포에 질린 모양이었다.


"그쪽 조직이 쓰는 현금 저장고. 보안이 어떻게 됩니까?"


 심문 전에 묻는 질문도 모두 생략하고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심문이 모두 끝나고 시체를 처리한 정윤경이 작업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의뢰인이 고지한 작업 개시 시간인 15시까지 겨우 30분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미리 매복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작업 1팀 해결사들은 정해진 매복 지점으로, 정윤경은 저장고 주변 관측 지점으로 급히 떠나야 했다.


 작업 시작 직전에 관측 지점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코리가 이미 먼저 장비를 풀어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정윤경도 필요한 장비들을 꺼내들었다. 피가 살짝 묻은 보안 책임자의 휴대폰을 꺼내들었을 때, 탕 하는 화약 소리가 옅은 숲 속을 울렸다. 작업 2팀의 예정된 가짜 공격이었다.


 조직원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들짝 놀라 우왕좌왕했으나 우리 쪽 해결사들도 꽤 연습을 많이 했는지 무질서한 아마추어들이 돈을 털러 온 모습을 그럴듯하게 흉내내고 있었고 조직원들이 어떻게든 창고에 달려가 무기들을 꺼내오기 시작하자 적당히 싸우는 척 하다 물러나 주었다.


"2팀 애들도 나름 열심히 준비했나 보네."


 망원경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코리가 작게 말을 꺼냈다. 현장에서 뛰는 부류는 아니지만 보고 들은 것은 꽤 많은지 그도 나름 눈썰미가 있었다.


"놈들이 속았을까?"


"이제 곧 알겠지."


 하고 정윤경이 피묻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가짜 명령에 속느냐 안 속느냐에 따라 계획은 달라질 수 있었다.


--


 다행히 혼란에 빠진 조직원들은 문자로 날아온 가짜 명령을 덥석 받아들이고 있었다.

 보안이고 뭐고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초짜들인 덕에 현금을 옮겨 도망치라는 지시가 그들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인 모양이었다.


 조직원 중 하나가 먼 곳에 떨어진 트럭을 끌고오려 산길 너머로 달려갔고 나머지는 허겁지겁 키를 꺼내 저장고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감시 팀. 상황 보고해.]


 통신기 너머로 의뢰인이 정윤경과 코리를 호출했다.


"얘네들 많이 쫄보들인가 봐. 예상했던 그대로 문 따고 들어가서 현금 꺼내고 있어. 한놈은 트럭 가져오러 떠났고."


 통신 장비를 쥐고 있던 코리가 대답했다.


[언제 떠났는데?]


"바로 몇십 초 전. 왜?"


[계획 변경이다. 놈들 트럭을 좀 빌려서 써야겠어.]


"무슨 말이야?"


[놈들이 매복 지점에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여기서 치자고.]


"너무 위험한 일 아니야? 일부러 여기서 공격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어?"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럴 이유가 없더라고. 어차피 지금 정보로는 저장고 쪽에 따로 함정이 있거나 하지는 않잖아. 코리 네가 확인해봤으니 잘 알 거 아냐?]


 그러자 듣고 있던 정윤경이 대답했다.


"그건 작업 전에 살펴본 정보고, 직접 정보수집하는 거랑 장비로 정보수집하는 거랑 다르지. 만약 그럴 거면 지금 직접 탐지해봐야--"


[그럴 시간 없어. 지금 작업 1팀도 거기로 보냈거든? 3분이면 와. 걔네들이랑 같이 현금 싣는 데 시간 다 써야 돼.]


"........"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정윤경과 코리가 벙쪄있을 새도 없이 차 소리가 들리며 트럭을 끌고 온 조직원이 저장고 앞에 차를 댔고 그 소리가 통신기를 타고 의뢰인에게까지 들렸는지 그가 다시 재촉했다.


[2팀한테 다시 공격하라고 지시 내려놨으니까, 조직원들 다 무력화되면 너희들이 도와줘. 이상.]


 통신이 일방적으로 끊겼다.


"이상은 지랄…."


 하고 코리가 뇌었으나 계획을 총괄하는 의뢰인의 결정인 이상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발등에 불이 붙은 듯 돈을 옮겨나르던 조직원들이 작업 2팀의 진짜 공격에 속절없이 픽픽 쓰러졌다. 가짜 무기만 준비한 것은 아닌 듯했다.

 2팀 해결사들이 감시 팀과 작업 1팀에게 내려오라는 손짓을 했고 6명의 해결사들이 모여 현금을 트럭에 싣자 저장고는 순식간에 비워졌다.


"적재 완료. 이제 어디로 갈까?"


[매복 지점으로 와. 거기서 분배하고 바로 해산하자.]


"그래도 일찍 끝나는 건 다행이네."


 통신을 끝내고 차에 오른 정윤경은 정유진이 잠들기 전에 집에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


 석양이 하늘을 조금씩 물들이는 오후 4시쯤이 되어 원래 매복 지점으로 계획되었던 낡은 차고 앞에 트럭이 닿자 의뢰인과 해결사들이 모두 모였고 트럭에 실린 이 막대한 양의 현금을 나눠가질 생각에 하나같이 들뜨기 시작했다.


"겨우 1톤짜리 트럭에 돈은 엄청 많이 실리네."


"근데, 이 돈은 다 어떻게 세고 나눠줄 거야? 그건 말 안해줬는데."


"아, 그거."


 의뢰인이 자신의 발밑에 놓인 비닐봉지를 들어 해결사들 앞에 던졌다.

 안에는 붉은색으로 코팅된 작업 장갑들이 고무줄에 묶여있었다.


"사람들을 더 고용할 수는 없어서, 미안하지만 너희들이 다 세줘야 돼."


"뭐? 이 많은 돈을 다?"


"많아보이긴 해도 어차피 5만원 돈다발로 다 묶음포장이 다 돼 있잖아. 그 수만 세면 생각보다 빠르게 끝날걸?"


 해결사들 몇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으나 그래도 20억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는 듯 봉지에서 작업 장갑을 꺼내 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윽--"


 하는 단말마와 동시에 장갑을 끼던 해결사 하나가 고꾸라지며 그대로 시멘트 바닥에 엎어졌다.


 등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매복이다!"


 누군가 외친 소리에 해결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쉬익 하는 소리가 다시 공기를 찢었고 두번째 화살이 떡대 좋은 해결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정윤경은 자신이 타고 온 SUV에 급하게 올라 시동을 걸었다. 차창 밖으로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다 숨이 끊어지는 해결사의 곰같은 몸뚱이가 그대로 보였다.

 그 와중에도 의뢰인은 홀로 현금 트럭으로 달려가 운전석에 올라타고 있었다.


 쉬익 소리가 다시 들렸다.


"!!!"


 정윤경이 순간 몸을 숙였다. 차 안에 탄 그녀에게 쉬익 소리가 들려왔다는 건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화살이 운전석 쪽 사이드 미러에 맞으며 콱 하는 소리를 냈다.


 정윤경이 액셀을 밟아 급하게 빠져나갔다. 운전석 쪽 차창으로 급하게 후진하는 현금 트럭과 쓰러진 해결사 두 명이 스쳐 지나갔고 사이드 미러 안쪽 조각나버린 거울에는 차 뒷모습 대신 정가운데에 꽂힌 화살이 보였다. 카본 화살이다.

 이 정도 속도와 소리를 내는 걸 보아 컴파운드 보우로 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조직원들 중에 그런 걸 가진 놈이 있었던가…?'


 적어도 그녀가 분석했던 정보들 중에 그런 조직원을 본 기억은 없었다.


'설마?'


 안좋은 예감이 잠깐 스쳤다.


 만약 조직원의 반격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배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안심하고 있는 해결사들을 습격해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사이 자신이 트럭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라면 그건 정확히 의뢰인이 계획했던 가짜 공격 전술이 아닌가.


 계획이 틀어지고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겨나는 것 정도는 수도 없이 겪어 본 정윤경이다. 그 경험들 중에서 청부를 의뢰한 의뢰인이 해결사까지도 처리하려 시도한 사례는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다들.. 헥, 다들 어디야? 위치 보고해!]


 아직 켜져 있는 통신기 너머로 의뢰인이 모든 해결사를 호출했다.


 순간 정윤경은 고민했다. 어쩌면 살아있는 해결사들을 불러내 확인 사살을 하려는 건 아닌지.

 혹시 모르니 그녀는 일단 통신을 그냥 듣고 있기로 했다.


[여긴 2팀, 우리 둘은 무사해.]


[감시 팀은 1명 확인이 안 돼. 걸어서 도망쳤나 봐.]


[1팀은?]


[글쎄, 근데 1팀에 1명은 맨 처음 맞았고, 다른 하나도 지금 연락 없는 걸 보면 아마….]


[씨발.. 그럼 3명 손실인가.]


 의뢰인이 마이크에 대고 한 듯 한숨을 푹 쉬었다.


[도대체 누가 때린 거야?]


[소음총이야 화살이야? 그것부터 좀 알면….]


[화살이야. 한놈 등 뒤에 화살 꽂힌 거 못 봤어?]


 해결사들과 의뢰인이 자기들끼리 누가 어떻게 공격했는지 추론하기 시작했으나 정윤경은 거기서도 입을 다물었다. 다음 의뢰인의 지시가 무엇일지가 더욱 중요했다.


[화살이면 누군지 알겠네.]


 그때 코리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작업 전에 분석한 정보에 있었어. 조직원 제일 윗대가리놈이 취미로 컴파운드 보우 쏘고 다닌다고.]


[뭐야, 씨발 그럼 지 혼자 여기로 달려든 거야?]


[화살 쏜 놈은 한명뿐이었으니까 아마도.]


 정윤경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그녀의 오해는 풀린 셈이었다.

 그러나 잠시 동안이었다.


[잠깐, 근데 저놈들은 우리가 여깄는 거 어떻게 알아낸 거야?]


[글쎄, 여기로 추적해왔든가 아니면….]


[..아니면?]


[뭐 그거 아니면 이미 우리 계획을 다 알고 있었든가 둘 중 하나겠지.]


 그 말에 정윤경의 안심하던 마음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그럼 우리 좆된 거 아냐? 이미 우리 정보 다 알고 있다는 거면 씨발--]


[약점 잡아서 협박하려는 거 아니냐? 제기랄, 마누라 지금 집에 있을 텐데...]


 코리의 추측 한마디에 경험이 부족한 해결사 몇 명이 공포에 사로잡힌 망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련한 정윤경도 그 망상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유진이…!'


 유진이가 또다시 해결사에게 납치당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몸에 쫙 소름이 돋고 있었다.


[다들 조용해 봐! 혼자 달려든 거 보면 계획을 다 알고 있을 리가 있겠냐?]


 하고 의뢰인이 진정시키고서야 해결사들은 조용해졌지만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 다들 알아서 은신처 찾아서 대기하고 있어. 저놈들부터 처리하고 난 뒤에 현금 분배할 테니까. 혹시 모르니 일단 내가 다시 통신 걸 때까지 이 채널은 쓰지 말고.]


 통신이 뚝 끊겼다.


 순간 정윤경이 갑작스럽게 차를 세웠다.


"전화..전..화…"


 자기 휴대폰을 찾는 그녀 손은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서.. 어서 알려줘야 해…"


[유진아 오늘밤 집문꼭잠그고 아무한테도 문열ㄹ어주지마]

[누나내일아침에올ㄹ테니까그때까지ㅣ문열지마알앗지??]

[아가대답해]


 그러나 그 메시지에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었고 대신 그녀의 휴대폰으로 온 것은 의뢰인이 건 전화였다.


 정윤경이 떨던 몸을 어떻게든 수습하고 전화를 받았다.


"....어."


[살아있었구나! 왜 통신에서 대답 안 했어?]


"통신기 잃어버려서. 지금 다 어디야?"


[일단 다들 알아서 숨어있으라고 말은 해 놨어. 근데 그동안 우리도 반격을 해야 할 거 아냐.]


"....쉽지 않을 텐데."


[일단 코리랑 같이 추적이라도 한번 해 보자. 문자로 보내주는 위치로 와.]


--


 사람들이 한번 사방으로 흩어진 뒤에는 다시 모이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탓에 의뢰인이 지정한 은신처로 세 명이 모였을 때는 벌써 시간이 17시를 넘기고 있었다.


 코리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장비들까지 들고 은신처에 찾아왔고 정윤경도 차에 실었던 장비 중 추적에 쓸 만한 것들을 가져와 늘어놓았다.

 다행스럽게도 중간에 파손된 장비들이 적었던 덕에 공격자를 역추적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코리의 예상대로 공격자는 조직의 우두머리로 현금 저장고에 설치되어 있던 감시 장비를 통해 탈취 장면을 뒤늦게 지켜보고 단신으로 활을 들고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설마 트럭에도 추적장치가 달려있나?"


 코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다 스캔해봤어."


"저장고도 진작에 스캔하게 기다렸어야지."


 하고 정윤경이 옆에서 의뢰인을 쏘아보았다.


"근데, 만약 이게 맞으면 어차피 계획대로 했어도 매복하다가 습격당했을 거 아냐. 그러니까 책임 묻는 건 나중에 하고,"


 의뢰인이 그 눈빛을 피하며 컴퓨터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이놈부터 일단 잡자고."


"지금 당장 어딨는지는 어떻게 알아?"


"그건 어렵지 않지."


 컴퓨터를 잠깐 두들기던 코리가 의외의 대답을 했다.

 말끝에 그의 손가락이 정윤경을 가리키고 있었다.


"보안 책임자 휴대폰이 있잖아?"


--


 혹여나 이 휴대폰의 주인이 죽은 걸 알아채지는 않았을까 걱정한 정윤경이었으나 워낙 흔적 없이 납치해온 덕에 휴대폰에 날아온 메시지는 모두 '금고가 털렸는데 금고지기인 넌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느냐' 같은 질책의 내용이었고 덕분에 우두머리를 끌어낼 미끼로 쓸 수 있었다.


 보안 책임자의 휴대폰이 적대 세력의 손에 들어갔을 거라고는 생각이 닿지 않았는지 이쪽에서 보낸 가짜 문자에 놈은 아마 자기 손으로 벌이라도 줄 요량인지 변명은 필요없고 직접 만나서 보자고 오히려 먼저 요구를 해 왔다.


 그렇다면 이쪽은 반대로 놈을 습격하면 그만이었다. 의뢰인은 조용하던 통신 채널을 다시 켜고 해결사들을 불러모았고 그동안 패닉에서 벗어나 각기 은신처에 숨어있던 해결사들이 다시 모여 접선 지점에 숨어들었다.

 정윤경은 우두머리를 제거할 저격수 역할을 자청했다. 놈들이 그녀의 집에 발을 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이미 머릿속으로는 확신한 그녀였으나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아이가 납치당한 지난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을 끝낸다면 자기 손으로 직접 끝을 맺고 싶었다.


 접선 지점으로 정해진 곳은 역시나 해결사들의 작업실이 곳곳에 숨겨진 버려진 공단 속 어느 폐건물이었다.

 저격하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인 캣워크에 정윤경이 섰고 혹시나 저격이 빗맞을 것을 대비해 의뢰인에게서 무기를 지급받은 해결사들이 건물 1층에 숨어들었다. 거기에 실전을 겪어본 적 없는 의뢰인과 코리도 불안한 듯 권총 한 자루씩을 차고 2층 계단 위에 바싹 엎드렸다.

 조직원들을 대동한 우두머리놈이 공장에 도착한 것은 바로 몇 분 지난 뒤였다.


[작업 팀. 빗맞든 말든 사격음이 들리면 그대로 튀어나와. 혹시 모르니까.]


 작업 1팀이 모두 증발해버리는 바람에 2팀이 아닌 '작업 팀'으로 불린 해결사 두 명이 통신을 듣고 무장을 점검하는 것을 정윤경이 위에서 지켜보았다.


 따로 합을 맞출 시간은 없다. 변수도 너무나 많다. 저격은 나름 자신이 있는 정윤경이었으나 지난번의 그 갈색 정장 때처럼 예측 못한 일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긴장된 호흡을 제대로 가다듬기도 전에 공장 문이 확 열리며 조직원들이 들어왔다.

 그러나 공장 안이 너무 어두워 암순응된 눈으로 간신히 실루엣만 알아볼 뿐 얼굴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사수, 어떡할 거야?]


 지금까지 명령을 내리는 쪽이던 의뢰인이 이번에는 반대로 정윤경에게 발사 타이밍을 물어왔다.

 그러나 그것에 대답할 여유조차도 그녀에게는 없었다.


 조직원 한 놈이 여유롭게 스위치가 달린 벽 쪽으로 걸어갔다. 아마 불을 켜려는 것 같았다.


 정윤경이 순간 고민했다. 불을 켜면 우리 쪽 해결사 위치가 노출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도….


 그러나 지금 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놈들이 모두 몇 명인지도 모르는 데다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로 쐈다가 놈이 도망치면 그때는 다시 추적할 방법이 없다.


 그 순간 조직원이 스위치를 올려 공장 불을 켰다.

 털컹 하는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정윤경 바로 위를 쬐었다.


 조금 그림자가 지고 있었지만 작업 팀의 위치는 드러나지 않은 듯 공장 안이 조용했다.


 잠깐 공장 안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그림자가 진 공장을 둘러보던 정윤경이 놀란 듯 움찔했다.


 그녀 바로 위에 켜진 전등 때문에 저격소총을 든 그녀의 그림자가 그대로 공장 바닥 위에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걸 깨닫자마자 정윤경이 바로 조준경으로 적을 조준했다.

 그림자에 보이는 저격소총의 실루엣을 놈들이 못 알아챌 리가 없다. 바로 그 직전에, 적이 0.1초라도 안심하고 있는 바로 지금 방아쇠를 당겨 한 놈이라도 먼저 쓰러뜨려야 했다.


 공장으로 들어온 네 명의 조직원들 중 습관적으로 정윤경이 그녀 기준으로 좌측 뒤쪽 열에 선 놈을 조준했다. 자동차 좌석이라면 가장 서열이 높은 사람이 앉는 자리였다.


 조준경의 십자선 가운데에 놈의 얼굴이 놓였다.


 그리고 같은 순간, 공장 바닥을 덮은 그림자를 알아챈 놈도 잠깐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그놈이었다.


"...위에 저새끼 뭐ㅇ--"


 팡 하는 소리가 공장을 울리며 우두머리의 목소리를 덮어버렸고 동시에 그쪽으로 날아온 탄환이 놈의 머리통을 갈랐다.


 다른 말도 없이, 단말마도 신음소리도 더 내지 못한 채 우두머리가 그대로 힘을 잃고 바닥에 나자빠졌고 그 소리를 신호로 1층에 매복하고 있던 해결사 두 명과 2층에 숨어있던 의뢰인과 코리가 불쑥 튀어나와 권총을 난사했다.


 나머지 세 명의 조직원들은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그대로 벌집이 되고 말았다.


 그 셋의 털석 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공장에는 쥐죽은 듯한 정적이 이어졌다.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하고 몸이 굳은 해결사들 사이에서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캣워크에 서 있던 정윤경이었다.


"........끝이야?"


 조직원들이 더 들어올까봐 두려운지 잘 쏘지도 못하는 권총을 꽉 쥐고 아직도 허공에 조준하고 있던 코리가 자기 옆으로 정윤경이 스쳐 지나가자 나직하게 물었다.


"뒷처리 복잡해지긴 했지만, 뭐 끝난 건 맞지."


 살아있는 놈을 골라내려 시체들을 발로 툭툭 쳐보던 정윤경이 코리에게 홀로 대답했고 작업 팀 해결사들도 어물쩍거리던 몸을 움직여 그녀를 뒤따랐다.


"시이이벌.. 뒤지는 줄 알았네."


 해결사 한 놈이 한숨 쉬듯 말을 내뱉었다.


 상황은 끝났다. 이제 추적하지 못하게 흔적만 모두 지우면 남은 일은 현금을 나눠갖고 헤어지는 것뿐이었다.


"뒷처리는 내가 인맥으로 알아서 하지. 이렇게 된 건 내 책임이기도 하니까."


 의뢰인이 시체들을 처리하려던 그녀를 손으로 불러세웠다.


"그것보다 우리 정산할 게 아직 남아있잖냐. 그것부터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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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 to My Family, The Cranberries의 곡 듣고 오셨습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는지요. 힘든 일 모두 음악과 함께 털어놓고 가족들과 함께 포근한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신청곡 들려드릴게요…."


 아무렇게나 틀어져 있는 차 라디오를 켜둔 채 정윤경은 집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주차하고 난 뒤 그녀가 등 뒤를 돌아보았다. 차 뒤에는 검정색 더플백 하나와 참외 상자 하나가 뒷좌석과 짐칸을 꽉 차지하고 있었다.


 죽은 조직원들의 뒷처리를 의뢰인이 부른 업체에 맡겨둔 채 의뢰인과 해결사들은 현금 트럭이 보관된 차고로 향했고 그 자리에서 탈취한 현금을 모두 계산했다.

 5만원짜리 돈다발이 3천 4백여 개. 대략 170억 정도 되는 엄청난 양이었다.


"인당 20억이랬나?"


"고용한 6명에게 각각 20억씩 120억,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갖기로 했지. 그런데..."


 의뢰인이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나머지 2명 몫은 너희들이 나눠 가지는 게 낫겠다."


"그..그러면..."


"인당 30억."


 순간 정윤경과 해결사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왜? 어차피 그래도 난 50억 갖는 건데. 죽은 사람 돈 뺏어가느니 너희들 컷 더 얹어주는 게 낫지."


 하며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현금을 해결사들에게 분배했고 남은 돈 50억을 실은 트럭에 다시 올랐다.


"다들 수고했다."


 목소리가 담담했다. 자신이 가질 수도 있었던 40억을 거저 줘놓고서도 아무런 미련이 없어 보였다.

 마치 돈은 애초부터 이 작업의 목표가 아니기라도 했던 것처럼….


"........."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그러나 정윤경은 더 묻지 않았었다. 계약으로 고용된 일개 해결사가 굳이 사정을 캐물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저 담담한 태도.

 저렇게 40억이라는 큰 돈을 털어버릴 수 있는 배포만큼은 정말로 부러웠다.


 돈을 차에 싣고 그녀의 집에 다다른 뒤에도 그녀는 의뢰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복잡한 기분이었다.


 차 시동이 꺼지며 나오던 라디오도 침묵했다. 정윤경이 운전석에 등을 기대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바닥 사이로 그녀의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금까지 어떻게 여기까지 달려왔던가… 마지막 계약을 마치며 새삼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구르고 모으며 버텨왔던 질긴 목숨. 10여 년을 일하며 지금까지 사지 멀쩡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 특히 그녀로서는 더욱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하던 외줄타기도 이제는 끝이다.


 촉촉해진 눈가를 손으로 비비던 정윤경이 휴대폰을 꺼내들어 사진첩을 열었다.

 아이와 함께, 혹은 아이 몰래 찍어둔 정유진의 사진들이 사진첩을 가득 메워놓고 있었다.


 이제 아이만 자신에게 돌아와준다면.

 예전처럼 자신의 옆에서 위로해 주고 서로 소망을 나누는 아이로 돌아와준다면… 그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것 하나만을 바라며 얼마나 많은 일을 거쳐 왔는지.. 그러나 그녀가 바라던 행복한 미래에 이렇게까지 가까워진 적이 있었던가.



 정윤경이 더플백을 집어들고 집으로 올라갔다. 상자와 더플백 둘 다 들기에는 30억 원어치 지폐의 무게가 상당했다.


 저녁 8시. 조금 늦은 저녁이긴 하지만 아직 아이가 잠에 들 시간은 아니다. 정윤경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를 꼭 안아줄 생각을 하며, 그리고 아이에게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을 알릴 생각을 하며 새 희망에 가득 찼다.


"유진아~"


 집안은 불빛 하나 켜져 있지 않은 채 아침에 봤던 모습 그대로다.

 아이는 아직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방에 틀어박혀있는 모양이었다.


 정윤경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곧바로 정유진의 방문을 열었다.


"아가. 혹시 자니? 벌써 ㅈ--"


 방의 불이 켜졌고 방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정윤경의 말이 끊기며 그녀가 들고 있던 더플백을 떨어뜨렸다.



 두문불출하던 아이가 틀어박혀있던 곳이라기에는 너무도 깔끔한 방. 모든 가구와 물건들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고 가지런히 개인 침구 위에는 자그마한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미안해요, 윤경 씨와는 더 이상 같이 살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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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쥐어짜 글을 차곡차곡 쌓음 -> 존나 오래걸림

한번 머리가 쌩쌩 돌아가며 글을 주루륵 써내려감 -> 구멍 숭숭


둘다 빡세다

구멍 숭숭 뚫린거 다시 엎기가 아까워서 어떻게든 손보고 깎아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