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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로록.


괜히 아리에의 눈치를 보며 차를 마시게 된다.


"...아리에, 화났니?"


내 물음에 아리에는 화들짝 놀란듯 고개를 젓는다.


“아,아니에요! 데인님. 저, 저는 그저…”

“..조금은 속상해서요..”


산에 대한 아리에의 사랑은 전생의 그 광적인 환경론자들도 질려 나갈 지경이었다.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빠져있는 사람을 보게되며 위화감을 느끼게되는데, 그게 지금 딱 내 기분이였다.


“으응. 그렇구나.”

“하지만, 신님의 뜻이니 따라줄 수 있겠지?”


“아니요..”


에?


“데인님의 뜻이니까 따를래요, 히히.”


저런 말을 예쁘게 미소 지으면서 하자, 잠깐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느껴졌다.


이 요망한 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장난을 하다니..


그러다 활짝 미소를 짓고 있던 아리에의 미소가 살짝 구겨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물으려고 입을 여려는 순간, 다시금 그 표정을 미소로 바꾼 아리에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데인님, 그 여자의 치료가 끝난 모양이에요.”


“그래? 다행이네!”


후--


이제 고난이도 가스라이팅의 시작인가.


말 하나 잘못했다가는 저 화끈한 미녀용사에게 목졸려져 죽을 수도 있다.


좋아.


몇 시간 동안 대사들은 장전해놓았으니까, 가서 천천히 운을 떼면 된다.


“여긴, 어디지?”


기분 나쁘다는듯 나를 바라보며 서 있는 용사를 바라보며 나는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었다.


저 생명나무의 능력이 어떻지간에, 맹독이 불과 몇시간 전까지 온몸에 퍼져 사경을 헤매던 사람이 자기힘으로 똑바로 서 있는 모습은, 가히 탈인간이라고 불릴 만 했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거지같다.”


주저없는 칼답.


그래.


몸상태가 좋을리가 없지.


“..네가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건가?"


“네.”


“왜지? 나는 분명히 나를 죽이라고 했을텐데.”

“살 이유가 없다는 사람을 굳이 멀리멀리 업고 와서 살리는 저의가 뭐지? 청개구리 같은 성격은 타고 난건가?”


얘는 살려줘도 지랄이야!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이랬다가는 모든게 말짱도루묵이 되고 만다.


“아니요.”

“용사님은 꼭 살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뭐?”


어느때보다 진중하게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용사는 그 큰 자주색 눈이 흔들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한채 내게 되물었다.


“용사님은, 이 세상에 꼭 필요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와 같이 위험에 빠진 이들을 위해 망설임 없이 칼을 빼들으셨지요.”


“그건..”


반론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 기세를 몰아붙여야한다.


이제는, 용사의 그 응어리 맺힌 한을 건드려야한다.


죽은 용사의 가족을 파는건 파렴치한 짓인것 같지만,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겠지.


“얼마나 괴로우셨습니까."

“본인은 나라를 위해 꽃다운 나이때부터 충성을 바쳤거늘, 나라는 되려 용사님의 가족을 앗아갔었지요.”


“닥쳐라.”

“네 놈이 뭘 안다고 우리 가족을 그 입에 올리는 것이야.”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으르렁거리는 용사의 모습에 오줌이 찔끔 나올뻔했지만, 말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번 단계는, 바로 공감대 형성이다.


“그 고통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저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아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는 절 마굿간에 버리고 도망갔습니다.”

“제게 이름을 지어주신 보육원장님은 오랑캐의 손에 목숨을 잃었고, 전쟁 속에서 제가 거쳐간 모든 보육원들은 불타 사라졌습니다.”


“……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


좋아.


지금 누그러진 분위기를 타서 말하는거다.


“저희의 편이 되어주십시오.”

“세력을 키우고, 사명을 따라 우리같은 약자들을, 그리고 용사님과 같은 영웅이자 충신을 저버린 국가에게 복수하는겁니다.”


공통된 궁극적 목표까지 제시.


빌드업은 끝났다.


이제 용사만 넘어오면 되는거다.




훌쩍…



?



“흐으으윽… 데,데인님…께서, 그런, 과거가 있으셨을 줄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제,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


얼씨구,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