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이는 아리에를 뒤로 하고, 나는 용사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부디, 저의 길에 동참해주십시오."
"아직은 한없이 작고 적으나, 용사님께서 동참해주신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입니다."
"....내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용사는 혼란스럽다는 듯, 자신의 붉은 머리를 헝클였다.
나는 아리에에게 도와달라는 듯 눈빛을 보냈고, 아리에는 울먹거리는 것을 겨우 멈추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데인님께... 그리고, 제게.... 도움이 되어주세요."
"우리는 용사님이 필요해요...."
"....저는 당신이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좋아, 좋은데...
마지막 말은 내가 잘못 들은거겠지?
용사도 마지막 말은 못 들은 듯 천천히 나를 바라보며 다가왔다.
어느새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서로의 코가 맞닿을 거리.
"....재밌는 녀석이군. 겨우 이제 2명이면서... 제국을 향해 발악을 하겠다?"
"네가 의식을 하고 있으련지는 모르겠다만, 방금 네 녀석은 반란선언을 한 것이다. 알고 있느냐?"
"예, 알고 있습니다."
"썩어빠진 제국을 저희의 힘으로 고쳐낼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3명일거구요. 용사님까지."
목표는 크고 숭고할 수록 좋지.
뭐, 여기는 제국군은 커녕 시민 하나 없는 아리에의 숲인걸.
"....당돌한 놈이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전보다 훨씬 더 누그러진 기색을 보이는 용사의 모습에 나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할 뻔 했다.
"....저희 계획에 동참해주시는겁니까?"
"........."
"제국에 대한 분노는 죽을때까지, 남아있겠지만.... 굳이 네 녀석들을 도울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군."
호오, 이렇게 나오시겠다?
사실 흔들렸으면서 팅기는 용사가 괘씸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더 마음을 녹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겠군.
"...용사님."
나는 용사의 손을 잡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순간 화들짝 놀라 내 손을 부숴버릴 정도로 꽉 잡은 용사의 악력에 오만상이 되고 비명을 온네방네 지를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뭐,뭐지? 이.... 더러운 손을... 감히.."
내 손을 으깨버릴뻔 한 주제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츤츤거리는 용사의 모습을 차마 귀엽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부디, 저희에게 힘이 되어주십시오."
"....저는 데인입니다. 용사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어우 씨발.
이 말투는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하는거야.
형씨, 아가씨, 아지매 이런 말투가 편했던 내게는 이런 정중한 말투를 쓰는 것 자체가 고역이였다.
"....카린."
"...으읏, 내가 왜 네놈에게 내 이름을 알려줘야 하는게야!"
아니, 지가 알려줘놓고 지랄이야.
용사, 아니 카린은 여전히 내 손을 꽉 잡은 채 놓지 않았다.
"..예쁜 이름이군요."
"....으읏... 그런 칭찬 따위 필요없다!"
"..도와준 대가로, 알려줬을 뿐이니..!"
에이, 그 몸을 1시간 가까이 업고 달려온 대가로 이름만 알려주기엔 너무 짜잖아.
어쨌든, 처음 만났을때의 그 악귀같던 서슬퍼럼은 어디가고 칭찬 하나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보니 내 말빨과 미남계가 확실히 먹힌 모양이여서 꽤나 흐뭇했다.
한편, 내 뒤통수에는 무슨 서늘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음산하게 들리는 목소리까지 말이다.
"내 이름은.. 예쁘다고 안해주셨는데.."
"카린....카린.....카린, 카린..... 카린보다는 아리에가..더 여성적이고 예쁜데..."
유치하게 그런 것 가지고 삐지지 말라고!
삐졌다고 하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서늘하고 음산하게 보이는 아리에의 모습이였지만, 그것은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용사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또 용사님같은, 저같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됩니다."
"부디.... 저희 계획에 동참해주십시오."
".............."
"..............."
"...개명해버릴까... 아리에...카린..아린..? 카리에...?"
"...아리에?"
"..네? 네,네! 데인님!"
"...조용히 좀 해줄 수 있겠니..?"
"아....우으.. 네에.."
"이봐, 재수없는 놈."
돌연, 카린이 나를 부르며..
잠깐, 내가 왜 재수없는 놈이야.
어쨌든 카린이 나를 똑바로보며 입을 열었다.
"데인,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카린."
"으으.. 내 이름을 누가 함부로 불러도 된다고 했지?"
"...어쨌든..."
어쨌든?
"네 놈 계획이라는게 뭐지?"
"들어나 보겠다."
예쓰, 오케이.
순탄한것 까지는 몰라도, 카린에게까지 내 계획이 먹힌 것을 보고 나는 천천히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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