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비몽사몽으로 쓰고 좆같아서 바로 5번써왔음.


 그저 자신만만하게 신청한 12월의 G1레이스, 호프풀 스테이크스. 중거리에 잔디인 이 레이스에서 테이오가 진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제왕의 패도의 한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4번 토카이 테이오, 뚫지 못한다!]


 선행으로 달리는 우마무스메가 많아서, 앞이 꽉 막힌 레이스. 그녀의 스퍼트를 보여주기에는 좁은 거리. 결국 마지막 코너까지 위치 선정을 하지 못하고...


[지금 4번 토카이 테이오 5착으로 골인. 반마신 차이입니다.]


 어이없게도 그녀의 무패 신화의 시작인 호프풀 스테이크스가 그녀의 무패 신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끝내버릴 줄이야.


"트레...이너..."


 고개는 숙였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지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잘못이다.


"테이오, 미안... 미안해... 내가 좀 더 제대로..." 


"트레이너... 트레이너의 잘못이 아니야." 


 테이오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췄다. 하지만 더욱 마음만 아파왔다. 뭐가 문제였던걸까. 4번 게이트로 안쪽에서 출발한 것? 선행에 달리는 사람이 많았던 것? 아니면... 아.


 테이오는 마치 저번처럼 나를 안았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테이오를 안은 것이었고, 이번에는 상당히 힘을 준 껴안기였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정도로 안은 테이오의 팔의 떨림에서 분함이 느껴졌다.


---------------------


"저기, 테이오."


"응?"


 다음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테이오는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무거운 소리. 


"저번 레이스는 정말 내 잘못이야. 테이오에게 더 잘맞는 훈련을 계획했어야 했는데."


"으응. 아니야. 트레이너는 나를 믿어줬는데, 내가 부족했을 뿐..."


"하지만 그래서 특히 너가 부족한 부분을 깨달았어. 절차탁마할 동료. 라이벌이 필요해." 


"응?"


"다른 우마무스메, 너의 거리적성에 맞는 우마무스메가 필요해. 같이 달리면서 경험을 쌓아야 저번같은 레이스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알 수 있을거야."


"그 말은... 트레이너가 새로운 아이를 담당한다는 뜻?"


"두명을 담당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해서 테이오를 소홀하게 할 생각은..."


"안돼."


 내 말을 끊는 테이오.


"하지만 테이오, 너에게 부족한 건 레이스 경험과 그런 상황의 대처야. 동료와 함께하면서 늘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트레이너가 하는 말은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 다른 아이를 육성하면서 나도 제대로 봐줄 수 있는거야?"


"약속할게. 테이오, 너의 무패는 깨졌을지도 모르지만 삼관은..."


"다른 아이를 담당하려고 그러는건 아니고?"


"테이오?"


 테이오가 내 팔을 강하게 잡고 나를 올려다본다. 흔들리는 동공.


"트레이너, 만약 저번의 패배에, 내 꿈의 한자락을 부순거에 조그마한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나만 봐줘. 제발..."


 테이오가 잡은 팔보다도, 그 말이 더욱 가슴을 도려내는 기분이다.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알았어, 미안해 테이오."


"응... 고마워 트레이너."


-------------------------


"다른 우마무스메, 너의 거리적성에 맞는 우마무스메가 필요해. 같이 달리면서 경험을 쌓아야 저번같은 레이스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알 수 있을거야."


 어...? 그 말은...


"그 말은... 트레이너가 새로운 아이를 담당한다는 뜻?"


"두명을 담당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해서 테이오를 소홀하게 할 생각은..."


"안돼."


 최대한 담담히 말한다. 내 목소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트레이너의 말은 이제는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분명 나를 생각하는건 맞겠지만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나를 버리려는 게 분명하다.


"트레이너가 하는 말은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 다른 아이를 육성하면서 나도 제대로 봐줄 수 있는거야?"


"------"


 들리지 않는다.


"다른 아이를 담당하려고 그러는건 아니고?"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나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에게 이런 말이 자꾸 나와버린다. 나 말고 다른 아이를 보지말아줘. 트레이너의 얼굴을 보고싶지않다. 하지만 봐야한다. 트레이너의 팔을 잡는다. 힘의 가감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트레이너, 만약 저번의 패배에, 내 꿈의 한자락을 부순거에 조그마한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나만 봐줘. 제발..."


 이런 지리멸렬한 말을 하는게 내가 맞나? 트레이너의 얼굴이 급격히 침울해진다. 미안해 트레이너.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알았어, 미안해 테이오."


"응... 고마워 트레이너."


 지금 해야할 말은 고마워가 아니라 미안해지만... 트레이너는 이걸로 한동안 나를 봐주겠지.


----------------------------


 그 뒤로 테이오는 이상하리만큼 레이스를 주저했다. G1을 나가지않는 것은 이해한다. 준비가 충분히되고 달리고 싶다면 이해하지만 그 아래의 G2와 G3의 출전권유도 모두 뿌리쳤다. 분명히 저번 패배가 테이오에게 트라우마같은 경험이 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항상 보면 평상시와 같은 테이오. 레이스에 나가자고 하면


"에 트레이너, 조금만 더 준비하는게 좋지 않을까?"


 라며 훈련을 더 하고싶다고 항상 말하며 피한다. 그녀에게 부족한 레이스 경험을 채우려면 레이스에 나가던지 아니면 모의전을 동료와 해야하지만 2월이라는 기간에 다른 학생을 레이스에 권유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다들 각자의 일정이 있으니 말이다.


 신입인 나에게는 벅찬 일이라 누군가에게 상담하고 싶어서 선배 트레이너에게 연락을 한 날. 수영장에서 테이오는 배영을 하고있었다.


"... 그런 일이 있어서요. 선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어떤가요?"


"흠... 꿈이 꺾이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지. 트라우마는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상처로 남을거야. 빠르게 회복하려면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겠지?"


"음... 감사합니다. 항상."


"하하. 귀여운 후배의 부탁인데."


 전화를 끊고나니 이상한 감각이 등 뒤에서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면 테이오가 무시무시한 기백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저기, 트레이너 방금 여자목소리였지?"


"응? 아. 널 소개시켜주신 선배 트레이너셔."


"아. 그래?"


 테이오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수영장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서 물을 뿌려댔다. 휴대전화는 젖었고 놀라서 전화를 떨구며 액정이 깨졌다.


"아아! 뭐하는거야!"


 휴대전화를 붙잡고 켜보려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쓰던 휴대폰이라 내구성이 안좋긴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테이오..."


"하하 트레이너가 잘못한거라구?"


 뭐가 좋다고 웃고있는지. 


---------------------------


 하지만 언제까지고 실적을 내지 않을수는 없다. 훈련은 실전을 위한 것일뿐. 그녀의 목표를 다시금 달성하려면 트라우마는 극복해야한다.


"그래서 테이오. 너가 지금 대회에 나가고 싶지 않다는건 알지만 훈련은 이제 충분해. 한번만 다시 시도해보자."


4월, 사츠키상. 그녀의 무패는 깨졌지만 삼관은 아직 남아있다. 사츠키상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트레이너..."


"테이오, 무서운건 알겠지만 힘내. 언제까지고 주저하면 안돼. 너의 목표인 심볼리 루돌프는 이정도로 주저할 그릇이 아니잖아."


 테이오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고개를 들고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봤다. 


"4월 사츠키상. 잔디, 2000M 중거리는 너의 특기야. 충분히 해낼수 있다고 생각해."


"트레이너가 그렇게 말한다면..."


-----------------------------


 언제까지고 주저하면 안돼.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했다. 목표인 심볼리 루돌프를 생각하라고. 회장을 생각하면 그럴것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고나면 트레이너는 새로운 우마무스메를 담당하는게 아닐까? 더이상 승리라던지 목표라던지 아무 상관없이 트레이너와 이런 일상을 보내는게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버린 나는 레이스에서 패배하는 게 두려워진 것 같다.


 트레이너는 나에게 저번같은 상황을 충분히 학습시켜줬다. 앞이 막히면 주변을 둘러보고, 빠져나갈 틈새를 찾아라. 간단한 말이지만 영상도 보여주고 상황설명도 충분히해줬다. 


[5번 게이트, 토카이 테이오. 지난 패배이후 긴 기간동안 어느 레이스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칼을 갈고 돌아온 것인가. 3번 인기입니다.]


 이번에 트레이너를 실망시키면 안될거야. 이번에 패배하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나는... 트레이너는... 다른곳으로...


[게이트가 열립니다. 앗 토카이 테이오 출발이 늦습니다!]


 아


-----------------------------


 테이오의 스타트가 늦었다. 좋지않다. 시작 위치는 11착. 테이오의 각질인 선행으로는 많이 늦은 스타트. 위치도 좋지않다. 안쪽에서 스타트해서 후반 스퍼트를 위해서는 앞이 뚫려있어야 하는데...


 중반 직선에 테이오는 슬슬 7착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앞쪽은 꽉막힌 선행주자들과 도주 주자들. 느낌이 좋지 않다. 어?


[토카이 테이오! 여기서 외각으로 나갑니다!]


 곧있으면 마지막 곡선이 나오는데 여기서 바깥쪽으로 달려나가는 테이오.


[아 위험합니다!]


 곡선을 달리던 테이오가 바깥쪽으로 달려나가면서 옆을 달리던 주자가 무리하게 테이오를 피하려다가 넘어지고, 이에 맞춰서 테이오도 발을 접지르며 넘어진다. 


"테이오!"


 당황한 나는 레이스 담장을 넘어 뛰어갔다. 테이오... 제발...


[여기서 트레이너가 테이오에게 달려갑니다. 위험한 상황인데요?]


 그 뒤의 일은 간단했다. 실려가는 테이오를 보면서, 테이오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충격이 심했는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뒤이어 온 충격은 더 컸다. 출장정지 1년. 위험한 달리기를 한 대가는 컸고 트레이너인 나에게도 테이오의 관리부족과 그런 달리기를 사주하지 않았냐는 문제가 제기됬고 근신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나마 테이오의 반대가 거셌기에 그랬다.


--------------------------------------


"저기... 트레이너..."


"... 왜..."


"나 이제 트레이너밖에 없어."


"왜 그런 레이스를 한거야?"


"트레이너에게... 버려질것같아서..."


"너..."


"트레이너... 책임져줄꺼야?"


"..."


"나의 목표, 꿈. 모두... 트레이너가 마지막까지 책임져줄래?"


"무슨 말이야?"


"다 버리고 다른데로 가고싶어."


"더이상 달리지 않겠다는거야?"


"이제 다 싫어. 무슨말이 나올지 알잖아. 1년이라는 기간 뒤에 다시 출전한다고 해도, 그런 일을 저지르고 태연하게."


"하지만 테이오"


"트레이너는 3개월이지만 나는 1년이잖아. 트레이너는 나를 버려두고 새로운 담당을 찾으러 갈거잖아."


"테이오..."


"나는 그런거 볼 수 없어. 트레이너가 다른 아이하고 시시덕대면서 나와 했던 훈련이나, 외출이나.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내가 본다고 생각하면 죽고싶어."


"..."


"만약 따라와주지 않는다면 나는 자살할거야."


"테이오!"


"그러니까. 부탁이야. 마지막까지 책임져줘. 제발..."


 그런 지리멸렬한 부탁. 누구의 잘못을 누가 책임진다는 건가.


---------------------------


 그 뒤, 테이오와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테이오는 예전의 그 모습이 어디갔냐는 듯이 기운차졌지만 아직도 TV에서 경주의 영상이나 광고는 보려하지않았고 볼 수도 없었다.


"트레이너... 트레이너..."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울기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달래기위해서 안아주었고 한시간은 안아주어야 다시 일상생활이 가능했기때문이다. 그래서 산속 시골 농장에서 그저 숲과 산을 보며, 동물과 함께하는 나날을 테이오와 보내게 되었다.


"트레이너 이것봐! 새가!"


"와! 식물이 엄청 크게 자랐어!"


"이게! 다! 트레이너! 때문에..."


 일상 속에는 그녀의 억울함과 분노가 있었다. 훈련은 더이상 하지않는다지만 힘은 성인 남성의 그것. 하지만 그 뒤에 테이오는 나에게 사과하고 울며 매달렸다.


"트레이너... 미안해... 날 놔줘도 괜찮아..."


 그런 말을 듣는 날에는 더욱 테이오를 지켜보아야했다. 더이상 그녀의 손목이나 발목에 상처가 느는 것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내 몸에 든 멍과 상처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테이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이미 늦은 지금에 나는 그녀의 목숨을 책임질 수 밖에 없다. 그녀의 꿈을 부순 트레이너는 일평생 속죄하며 살아가야할 수밖에 없다.


"트레이너 사랑해..."


 이제는 트레이너도 뭣도 아니지만. 그녀와 이런 삐뚤어진 관계는 이미 돌이킬수 없을만큼 꼬여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녀를 전력으로 받쳐주는 것 뿐. 트레이너를 할 때나 아닐때나. 나는 그녀의 인생을 받아버렸기에.



-------------------


 비몽사몽으로 글을 쓰지 말자. 그리고 다음은 언제가 될지모르지만 말딸이나 샤니마스나 써오지 않을까? 또 꼴리면 쓰러 돌아올게. 항상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