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빅삐비빅삐비빅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겨우 깨어난 나는 아침마다 울리는 이 신경질이 나는 놈을 어떻게든 끄기 위해 팔을 휘적거리며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대신 애먼 지아가 맞았는지 살짝 딱딱하면서도 아이와 같은 보드라운 느낌이 들었다.

 

아얏으아아아앙조금만 더 잘래...”

 

지아는 나에게 맞은 것으로 살짝 깨긴 했지만 아직은 잠이 덜 깼는지 밤새 안겨든 내 팔에 더 깊게 들어오고는 쩝쩝거리며 다시 꿈나라로 빠지려고 시도하고 있었다오늘은 나 때문에 늦게 잤으니 마음 같아선 더 재우고 싶지만오늘은 안타깝게도 평일이다등교를 해야 하므로 오빠로서 동생이 지각 같은 비행을 저지르지 않는바른길로 선도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눈물을 머금고 지아를 깨워야만 했다.

 

어서 일어나지아야얼른 준비하고 학교에 가야지.”

 

으으응싫어어제 오빠 때문에 늦게 잤잖아오빠도 피곤할 테니까 오늘은 학교 같은 건 잊고 나랑 같이 하루종일 자자...”

 

도대체 누구 동생이길래 잠투정하는 것마저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지이렇게 귀여운 동생의 말에 거역할 수 있는 오빠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동생을 비행 청소년으로 만들 수가 없다돌아가신 아버지를 봐서라도 지아를 성실한 아이로 키울 의무가 있는 것이다어떻게 깨울까 잠시 고민하다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계속 그렇게 투정 부리면 이제 같이 안 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아는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보고는 오늘 새벽 때처럼 울먹이기 시작했다.

 

오빠도 이제 나를 버리는 거야...?”

 

갑작스러운 눈물 공격에 당황한 나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기에 바빴다.

 

... 무슨 소리야내가 널 왜 버려?! 방금 건 농담이니까 눈물 뚝하자?”

 

그러면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 줘...”

 

사랑해그러니까 울지마내가 잘못했으니까

 

헤헤헤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나 씻고 올게.”

 

방금 울었던 것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기쁜 듯 바보처럼 웃고는 기분이 좋은지 한 마리의 나비가 나폴나폴 날아가듯 샤워실로 뛰어갔다아마 나는 동생의 거짓 눈물 공격에 당한 것 같다... 하지만 늦게 잤음에도 제대로 일어난 것이 다행이었기에 지아가 씻는 동안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재빨리 아침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계란 몇 개와 김치며칠 전에 끓여 놓은 된장찌개가 전부였다우선 달걀과 된장찌개를 꺼내 찌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놓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계란 프라이를 할 준비를 마쳤다시계를 보니 등교까지는 아직 1시간은 남아있었기에 오늘은 특별히 스팸도 굽기로 하였다그렇게 아침을 준비를 마칠 때쯤 지아는 샤워를 끝냈는지 드라이기의 바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서둘러 반찬과 밥을 접이식 탁자에 놓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 씻고 올 테니까 먼저 밥 먹고 있어.”

 

알았어.”

 

세면대 앞 거울을 보면 자기 전 잘근잘근 씹어 피가 났던 나의 입술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멀쩡했다지금은 익숙해졌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예전에는 내가 혹시 초능력을 가진 건가어린아이들이 할 법한 망상을 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이런 건 칼에게 살짝 베인다던가 껍질이 벗겨지는 등 아주 자잘한 상처만 그래왔고 그것보다 크게 다친 경우엔 조금 더 아무는 속도가 빠를 뿐 다른 사람들과 크게 차이가 없어 실망했던 기억도 있었다.

 

잠을 자서 그런지 다은이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지만 만약 오늘 학교에서 만난다면 어제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겠지... 그러나 그것은 내가 버티면 그만인 일이니 큰 문제는 없었다

 

큰 문제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을 신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협박하든 말든 내가 감당하면 되지만 만약 신고당한다면 지금 당장 우리 남매가 생활비가 끊기는 것과 동시에 나를 써주신 사장님에게 피해간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결국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나랑 다은이가 아무런 접점이 없길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에 나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장실에 나오기 전에 지아에게 걱정 끼치지 않기 위해 냉수를 얼굴에 끼얹어 정신을 차리고 밖에 나왔다그런데 밖은 상상치도 못한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입안에 스팸을 우물우물 삼키고 있는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스팸을 먹은 것은 좋다많이 먹고 쑥쑥 크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문제는 접시의 스팸 모두가 이미 지아의 위장 속으로 빨려들어 가버렸다는 것이다.

 

... 들켰네...하하.”

 

다 먹으니까 맛있던?”

 

지아는 나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는지 앉은 상태로 조물딱 거리며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원래 지아가 많이 먹는 것을 알기도 하고 저녁에는 내가 없으니 저녁 먹을 때 같이 먹으라고 넉넉하게 큰 거 2캔을 구웠는데... 뒤로 물러서던 지아는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는지 벽에 몸을 착 붙어 있었다나는 천천히 지아에게 다가가 살며시 관자놀이 손을 대었다나를 공포에 물든 눈으로 바라보는 지아를 보자 약간 마음이 아팠으나 어쩔 수 없다이는 사랑의 매동생이 잘되라고 하는 훈육이다그래... 결코 내가 스팸을 못 먹어서 그런 건 아니야아무렴그런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럴 수는 전혀 없지

 

그렇게 지아는 10분동안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아우성치고 나서야 훈육은 끝이 났다스팸을 못 먹은 건 아주 조금... 조금 아쉽지만 나도 아침식사를 마치고 재빨리 교복으로 갈아입어 등교 준비를 마쳤다이미 현관에는 지아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관자놀이가 아직 아픈지 찡그린 표정으로 연신 관자놀이 부근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대고 있었다.

 

오빠너무해겨우 스팸 먹은 거 가지고...”

 

아직 마사지가 더 필요하다고?”

 

정말 죄송합니다제가 잘못했습니다다시는 욕심부리지 않겠습니다.”

 

... 다음부터 조심하도록늦겠다이제 출발하자.”

 

건물 밖을 나오니 하늘이 맑고 푸른 가을이라는 계절이 무색하게 곧 비가 올 것처럼 우중충한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기상예보에서는 비가 올 확률이 0%에 가까웠지만 워낙 신뢰가 없는 기상청이니 그러려니 싶었다.

 

오늘 비 올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우산은 챙겼지?”

 

오빠는 아직도 나를 애로 아는구나접이식 우산은 항상 가방에 들고 다닌다고.”

 

어떠냐!’라는 듯이 자신만만한 얼굴에 가슴을 당당히 편 동생은 내 눈에는 아직도 애같아 너무 귀여웠다물론 체형도 성격도 실제로 애 같지만... 물론 솔직히 말하면 삐질 것이 분명하기에 입에 절대 담지는 않았다원룸촌 근처에는 학생들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골목을 다니는 사람은 나랑 지아 말고는 한 명도 없었다이따금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지나갈 뿐 여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아침하지만 불행은 항상 이렇게 평화로운 나날 중 예고 없이 나를 찾아왔다.

 

재현이다~~!”

 

우리 뒤에 가장 듣기 싫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몸은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만약 무시한다면 그 뒤의 후폭풍이 너무나 두려웠기에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저 멀리서 정다은이 해맑게 웃으며 총총 달려오고 있었다아마 옆에서 본다면 나와 그녀의 표정의 극과 극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최대한 그녀의 심기에 거스르지 않으려 딱딱한 입꼬리를 애써 올려 손을 살짝 흔들었다.

 

역시 재현이구나멀리서 보니까 키 큰 우리 학교 남자애가 걷길래 너일까 싶어서 불러봤는데 정답이었네?”

 

갑작스러운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놀랐는지 지아는 들고양이처럼 재빠르게 내 등 뒤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밀고는 다은이를 유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빠저 여자 누구야여자친구?”

 

지아가 다은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물었다하지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은이는 나와 지아를 향해 다가왔다.

 

어머재현이 동생이야엄청 귀엽다아혹시 초등학생?”

 

저 중학교 3학년이거든요!!”

 

내 동생의 가장 큰 콤플렉스를 건드리자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그렇다고 내 앞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고 여전히 내 등 뒤에서 그저 다은이를 노려볼 뿐 지금 눈빛을 보면 아마 그녀를 향한 경계심이 한 단계 더 올라간 것 같았다.

 

그래재현이는 이렇게나 커다란데 동생은 이렇게나 작고 귀엽다니후훗

 

오빠저 여자 마음에 안 들어그냥 무시하고 빨리 가면 안 돼?”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냥 무시하고 그냥 가고 싶다하지만 그 뒷일이 두려워 그렇게 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

 

이제 슬슬 늦을 거 같은데 그만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같은 방향인데 같이 가자마침 이 근처 길을 몰라서 헤맬 거 같았는데 잘됐다.”

 

어떻게든 떨어지려고 하지만 악착같이 달라붙으려고 하는 그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동생이 제발 거절하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고 보고 있지만 나는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했기에 고개를 살며시 저어야 했다살면서 제일 불편한 등굣길이 시작되었다.

 

동생 이름은 뭐야?”

 

지아

 

얼굴도 귀여운데 이름도 귀엽구나나도 저런 동생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너 혹시 언니 동생 안 할래?”

 

싫거든요제 가족은 오빠 한 명이니까 낄 생각 하시지 마시죠.”

 

방금까지 등 뒤에 있던 지아는 걷는 것이 불편했는지 다시 내 오른팔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걸어가면서 이따금 나와 지아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우리 둘 모두 단답식으로 대답하며 최대한 대화의 흐름을 끊으려고 했지만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질문세례를 퍼부어갔다싫은 사람과 하는 등굣길은 평소보다 몇 배는 몸이 무거워졌고 학교는 왜 이렇게 먼지 천릿길을 걷는 느낌이었다지아의 중학교는 고등학교 가는 길 중간에 있었기에 교문에 도착하자마자 쏜살같이 교내로 들어 가버렸다도중에 나를 향해 한 번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는데 아마 오늘 집에 들어가면 여러모로 달래느라 고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낯선 사람 무서워서 네 곁에 꼭 달라붙는 모습이 부끄럼 많은 고양이 같아서 정말 귀엽다.”

 

속으로는 네가 싫어서 그런 거라고 멍청아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입 밖에 내지 않고 그저 머릿속에서만 소리치며 방방 날뛸 뿐이었다.

 

동생은 낯선 사람 무서워하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안 다가갔으면 좋겠어.”

 

그래그걸 듣는다면 더욱더 친해지고 싶은걸나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건 자신 있거든.”

 

우리 남매가 묘하게 그녀에게 처음부터 경계심을 가져서 그렇지 확실히 그녀가 말한 대로 그녀는 사람과 친해지기 쉬워 보이는 성격이었다서글서글 웃는 모습이라던가 거리감을 좁힐 때 큰 거리낌이 없다던가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는 약간 갈릴지 몰라도 전형적인 인싸의 모습이었다우리 남매와는 정반대의 인간그래서 불편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이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채였다그렇게 화수분처럼 끝없이 나오는 그녀의 질문세례 정신적으로 지쳐버린 나는 드디어 나타난 고등학교 건물을 보며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살면서 이렇게 학교에 감사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주변의 이목이 모두 아와 다은이에게 집중된 것이다평소에 나에게 눈길을 주는 이는 거의 없었기에 그중 태반은 다은이를 향한 시선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그중 몇몇은 벌써 소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는지 서로 입을 가리며 소곤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그런데도 다은이는 신경 쓰지 않는지 나와 그녀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모두 무시한 채 계속 나와 걸을 뿐이었다그렇게 수많은 눈을 지나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 다은이가 말했다.

 

나는 아직 남은 서류 때문에 교무실에 가야 해서 여기서 헤어져야겠네우리 같은 반 됐으면 좋겠다그치?”

 

... 그래...”

 

정말나랑 같은 생각이라니 기뻐그럼 교실에서 꼭 보자.”

 

등교하는 학생들로 넘쳐나는 복도에서 그녀는 그렇게 모습을 감추어갔다나 남았음에도 주위는 나를 의심질투호기심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나에게 직접 다가와 묻는 학생은 없고 그저 본인들끼리 무성하게 뜬 소문들을 재잘댈 뿐이었다.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방금까지 떠들썩한 분위기였던 교실은 나를 본 순간 얼음이 되었다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그런 것에 무감각해진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 앉아 짐을 풀기 시작했다그러나 오늘 아침 다른 것이 있다면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재현.”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웬 남자애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입은 친근하게 보이려는 척 웃고 있었지만 눈 속에서는 깔보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왜 부르는데?”

 

솔직히 내 앞의 남자애는 이름도 모른다그저 우리 반의 여러 그룹 중에 위쪽에 위치하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리고 가끔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 들러 담배나 술을 사는 것도.

 

너 방금 여자애랑 등교했던데 무슨 사이냐아는 사이야?”

 

그냥 어쩌다 우연히 알게 된 거야.”

 

그러지 말고 좀 알려주라멀리서 봐도 꽤 친해 보이던데.”

 

귀찮다안 그래도 오늘 등굣길도 기분 나빴는데 이런 질문까지 받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거릴 지경이었다그러다 보니 말투는 날이 설 수밖에 없었다.

 

진짜 우연히 만난 사이라고나중에 다른 애한테 물어봐.”

 

말투가 띠껍다같은 반 친구가 이렇게 물어보는데 그게 맞는 거냐?”

 

오늘은 아침부터 왜 이렇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이상한 여자애가 달라붙질 않나그것 때문에 동생은 삐지고 옆에는 무슨 양아치 같은 놈이 시비를 걸고그래도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그가 뭐라 하든 무시하고 있었지만그것이 그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거 같았다.

 

씨발새끼야내 말 무시하냐!”

 

그가 소리 지르는 순간 교실 전체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옆에서 화를 내던가 말던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순간 내 앞의 남자애가 움찔했다그 모습이 우스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그것이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나를 향해 대놓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웃어웃기냐이게 웃기냐고찐따새끼야!”

 

좀 비켜줄래?”

 

아나이 또라이 새끼가진짜 돌았나.”

 

분위기는 이미 대화로 해결이 되지 않을 정도로 험악해져 버렸다속으로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했는지 후회하고 있었지만한편으로는 안 그래도 스트레스받았는데 그냥 이참에 풀어 버리자는 충동적인 생각이 동시에 존재했다그렇게 서로 마주 보며 아무 의미 없는 기 싸움만 주고받을 때 교실의 앞문이 드르륵 열리며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선생님은 아직 서 있는 우리 둘을 보더니 바로 호통치셨다.

 

너희 둘 지금 뭐 하는 거야얼른 자리에 안 앉아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서 있는 거야!”

 

조례시간 끝나고 바로 옥상으로 올라와라할 얘기 많으니까.”

 

김호준자리에 빨리 안 가!”

 

방금 나한테 시비를 건 놈의 이름이 김호준이었나 보다담임선생님의 등장으로 잠깐의 유예시간은 주어진 것 같았다그래 봤자 겨우 30분 정도의 차이이지만선생님은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조례를 시작했다.

 

내가 항상 말하는데 시간은 제때 지킨다그게 사회 나가면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언제까지 마냥 내가 뭐라 해야지 말을 들을 거냐그러니까 우리 반이...”

 

그 뒤로는 주저리주저리 우리에 대한 불평충고로 포장된 꼰대 말등등 영양가 없는 이야기 10분 동안 줄곧 이어졌다그러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그 듣기 싫은 말들은 모두 제쳐두고는 진짜로 전달사항을 알려주려고 하였다.

 

아이고내가 깜빡할 뻔했네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모두 들어오면 큰 박수로 맞이하도록들어와라!”

설마 했다신은 날 극도로 미워하고 있다는 건 이미 과거의 일들로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지만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앞문에 들어온 것은 어제부터 달라붙어 오던 소녀 정다은이었다.

 



스팸 맛있습니다. 아주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