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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는 그날 이후로 얀순이가 조금 괜찮아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녀의 집착과 소유욕은 점점 심해져만 갈 뿐이었다.

 

”안녕, 얀붕아?“

 

”응, 안녕?“

 

”나 안아줘.“

”...응? 여기 교실인데...“

 

”그게 왜? 혹시 나랑 있는 게 싫어? 그런 거야?“

 

”아...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안아줘. 아니면 저번처럼 키스해줄까? 난 네가 나한테 해주는 것도 좋아.“

 

”....그냥 안아줄게.“

 

”그래. 헤헤, 진짜 좋다. 너도 나 좋아하지? 그치?“

 

”나도 좋아해.“

 

”얼마만큼 좋아하는데?“

 

”많이.“

 

”에이, 그게 뭐야. 나는... 너 엄청나게 사랑해. 죽을 만큼.“

 

”나도 사랑해. 근데 죽지는 말구.“

 

”죽기는 왜 죽어, 너랑 평생 살 거야.“

 

이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킨쉽과 애정표현을 갈구해 오기도 하고,

 

”얀붕아 안녕?“

 

”저기, 얀붕이한테 말 걸지 말아줄래? 옆에 여자친구 있는데 그러면 좀 곤란하지, 안 그래?“

 

”으... 으응.“

 

”얀순아?“

 

”응, 얀붕아 왜?“

 

”그냥 인사한 건데 말 걸지 말라는 건 좀 심하지 않아?“

 

”혹시, 너 쟤 편드는 거야? 내가 싫어졌어?“

 

”난 너 싫어한 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근데 그냥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우음... 하지만 난 네가 다른 여자랑 함께 있는 거 못 보겠어. 네가 다른 여자를 보고 웃을 때마다 누가 내 가슴을 칼로 찌르는 것 같고, 네가 다른 여자랑 이야기할 때마다 내 가슴을 불로 지지는 것만 같아. 그러니까, 나랑만 함께 있어 줘. 부탁할게.“

 

”....노력은 해볼게. 근데 어쩔 수 없는 건 이해를 좀 해줬으면 좋겠어.“

 

”......“

 

다른 아이와 있는 모습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얀붕이에게서 떼어 놓으려 했다. 물론 그도 과도한 집착에 부담을 느껴 조금씩 거리를 둬 보려 했지만, 항상 그에게 달라붙는 통에 그것도 녹록지 않았고,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보여 주던 얀순이가 조금 과한 것 같다는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밝던 눈에서 광채가 빠져나가고, 그를 잡는 손아귀에는 점점 힘이 들어가며,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이 말했기에 얀붕이는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는 것을 거의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친구들도 처음에는 얀붕이와 대화하려 했으나, 얀순이가 가만히 그것을 두고 볼 리가 없었고, 계속해서 그를 자신의 곁에만 두어 다른 아이와 대화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얀순이의 기세에 눌려 그냥 그를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얀붕이가 점점 다른 아이들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금요일이 되었다.

 

”얀붕아, 나 오늘 너희 집 놀러 가도 돼?“

 

”응? 갑자기 우리 집은 왜?“

 

”아니이~ 여태까지 한 번도 못 가봤구, 내일 주말이니까, 좀 늦게까지 놀아도 괜찮지 않아? 응? 허락해 줄 거지?“

 

”음.... 알겠어. 오늘 같이 가자.“

 

”정말? 그럼 빨리 가자!“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학교에서는 계속 붙어있다가, 하교 시간이 되자 얀순이는 오늘만을 기다렸다는 듯 얀붕이에게 그의 집에 같이 갈 것을 제안하였다. 그는 거절하려 했지만, 거절하면 그에게 쏟아질 얀순이의 집착이 두려웠고, 또 차라리 같이 있으면서 이야기라도 하는 게 그녀를 통제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얀순아 왜 이렇게 신났어, 천천히 가자. 누가 안 쫓아와.“

 

”그치만, 너희 집 처음 가보는데 진정할 수가 있어야지. 빨리 가고 싶어.“

 

”빨리 가다 너 다치면 어떡해.“

 

”나 걱정해 주는 거야? 그래도 얼른 가고 싶어~“

 

”알겠어. 그래, 빨리 가자.“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재촉하자 평소 가던 시간의 반도 되지 않아 얀붕이의 집에 도착했다.

 

”어머, 얀붕이 왔니 오늘은 일찍 왔네? 여자친구도 데리고 왔구나?“

 

”안녕하세요 어머니, 김얀순이라고 합니다.“

 

”어서 들어오렴.“

 

”네.“

 

얀순이는 얀붕이의 어머니와 인사를 하고, 마치 자신의 집인 듯 자연스럽게 들어갔고, 얀붕이는 그 뒤를 따라서 들어갔다.

 

얀붕이는 어머니가 있으니 얀순이가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안심했지만,

 

”아들~ 엄마는 네 동생이랑 밖에서 저녁 먹고 놀다가 들어올게. 둘이 잘 놀고 있으렴.“

 

”네~“

”......“

 

얀붕이의 어머니는 그 기대를 처참하게 부숴버리고 눈을 찡긋하시며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헤헤, 그럼 우리 이제 뭐 할까?“

 

”음... 일단 저녁 메뉴부터 정하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는.... 너?“

 

”난 먹을 게 아니야.“

 

얀순이는 얀붕이의 어머니가 가시자 바로 얀붕이에게 안기며 어필을 하지만, 얀붕이는 짐짓 모르는 척하며 그녀를 살짝 밀어내고는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치, 무슨 뜻인지 알면서, 그러면 치킨 먹자.“

 

”그래, 좋아하는 치킨 있어?“

 

”네가 좋아하는 거면 나도 좋아.“

 

”알겠어.“

 

하지만 그 정도로 얀붕이에게서 떨어질 얀순이가 아니었기에 다시 그의 등 뒤에 안기며 매달렸고, 얀붕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그녀를 달고 방에 들어가며 음식을 주문했다.

 

”배달 오기 전까지 보드게임이라도 하면서 놀자.“

 

”난 너랑 하면 뭐든지 좋아.“

 

”한 30분 정도 걸릴 것 같으니 부루마블 하자.“

 

”그래.“

 

함께 게임을 하면서 얀붕이는 당초 목적대로 그녀의 집착을 조금 줄여 보려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얀순아 있잖아.“

 

”응? 왜?“

 

”요즈음 너 집착이 심해진 거 같아. 조금 줄여줬으면 좋겠어.“

 

”집착? 얀붕아, 이건 집착이 아니라 사랑이야. 내가 널 덜 사랑했으면 좋겠어? 아니면 내가 다른 남자랑 웃으면서 막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아니...지.“

 

”그렇지? 난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 안 해도 돼. 너만 있으면 좋으니까. 너도 그렇지? 나 사랑하지? 나만 바라봐 줄 거지?“

 

”으...응 그렇지. 사랑하지.“

 

”나도 사랑해 얀붕아, 아주 많이. 우리 꼭 결혼해서 같이 살자.“

 

”...그래 꼭 그러자.“

 

오히려 얀순이의 집착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내내 얀순이가 얀붕이의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즐겁게 게임을 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다가 결국엔 호텔을 세 개나 지은 얀붕이의 뉴욕에 얀순이가 도착하면서 끝이 났고, 그 순간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딩동~“

 

”내가 가져올게. 지금 나가요~“

 

”총 32,000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얀붕이가 치킨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자 얀순이는 왜인지 모르게 토라진 표정으로 얀붕이를 보며 앉아있었다.

 

”얀순아 왜 그래?“

 

”여자야?“

 

”배달해주신 분? 여성분이셨지.“

 

”근데 왜 웃으면서 이야기했어? 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 웃어주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그냥 감사 인사만 한 건데 또 왜 그래. 난 너밖에 없어. 그러니까 제발 그러지 좀 마.“

 

”정말이야? 정말 나밖에 없어?“

 

”그렇다니까, 나를 좀 믿어 줘.“

 

”....알겠어.“

 

얀순이의 집착에 점점 지쳐감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얀붕이지만, 자신이 안아주면 금세 풀려서 헤실거리고, 또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기에 계속 그녀를 달래면서 함께 지내려고 노력했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서, 얀순이는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얀붕이에게 게임을 제안해 왔다.

 

”저기.. 우리 이번엔 젠가 하자.“

 

”젠가? 그래.“

 

”근데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소원권 걸고 하자. 어때?“

 

”음.... 너무 터무니없거나 들어주기 힘든 소원은 안 돼.“

 

”에이, 뭘 그렇게 걱정해. 그냥 하면 되지.“

 

”안 그럴 거지?“

 

”안 그런다니까. 빨리 시작이나 하자.“

 

얀붕이는 뜬금없이 소원권 내기를 제안하는 얀순이가 어떤 소원을 빌지 알 것만 같았기에, 최대한 단서를 달아 두려 했지만 생글거리며 게임을 강행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소용없음을 깨닫고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이기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얀붕이가 긴장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오직 소원권을 향한 일념으로 초집중한 얀순이의 능력 때문이었을까? 얀순이는 내리 두 판을 이겼다.

 

얀붕이는 더 게임을 해도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얀순이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저기... 얀순이? 시간도 늦었고 이제 너희 집으로 가는 게 어때?“

 

”우으... 가기 싫은데, 좀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이제 곧 엄마랑 동생도 올 거고 너희 집에서도 걱정할 거야.“

 

얀순이는 처음에는 얼굴을 찌푸리며 더 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네가 데려다주면 갈게.“

 

”당연히 데려다 줘야지요. 아이 착하다. 우리 공주님.“

 

”헤, 왜 갑자기 공주님이야? 기분은 좋지만.“

 

”말 잘 들어줘서 고마워서 그래.“

 

얀붕이는 그래도 얀순이가 자신의 말은 잘 들어 주기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그녀는 기분 좋은 듯이 웃으며 그를 안았다.

 

두 사람은 얀붕이의 집에서 나와 얀순이의 집까지 함께 걸어갔다.

 

”얀붕아, 나 소원권 하나 지금 쓸래.“

 

”지금?“

 

”그래 지금.“

 

꿀꺽-

 

얀붕이는 얀순이가 지금 당장 자기 집으로 들어오라는 소원을 빌 것으로 생각해 마른침을 삼켰지만 의외로 그녀의 소원은 평범한 것이었다.

 

”우리 내일 데이트하자.“

 

”데이트?“

 

”왜? 설마 싫어?“

 

”아니, 소원치고는 소박하다 싶어서.“

”대신 네가 계획 다 세워줘.“

 

”좋아. 내일 아침에 연락할게.“

 

소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자 안도한 얀붕이는 그러겠노라고 말하며 얀순이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나 갈게, 내일 보자.“

 

”잠깐만 기다려.“

 

”응?“

 

얀순이는 얀붕이의 어깨를 잡고는 뒤돌아오는 얀붕이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얀붕이는 살짝 당황했지만, 몇 번 경험했기에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혀를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아 체온과 심장박동을 느끼며 계속해서 상대방을 갈구했다.

 

그녀는 그를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이 깊게 빨아들이고, 얀붕이는 그에 이끌려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렇게 몇 번이 오갔을까. 그녀는 천천히 입을 떼고 그의 눈을 지긋이 보며 말했다.

 

”이건 준비 열심히 해오라고 주는 선물. 나 먼저 들어갈게.“

 

”......“

 

얀붕이는 붉어진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다가 뒤돌아 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짧게 손을 흔들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밤을 지새워 겨우 데이트 코스를 짠 뒤 잠자리에 든 얀붕이가 일어날 무렵, 그의 전화기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어젯밤 늦게 잠든 그였기에 굉장히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없으니 게슴츠레 뜬 눈으로 힘들게 전화기를 찾아 전화를 받았다.

 

”으으.... 여보세요?“

 

”네, 여보입니다~ 얀붕아 오늘 계획은 어때? 잘 짰어?“

 

”당연히 완벽하게 짰지. 오늘 기대해도 좋아.“

 

”그럼 엄청 기대하고 있을게. 언제쯤 만날 거야? 난 지금 당장 보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려줘, 오늘은 준비할 것도 있고, 1시에 내가 너희 집 앞으로 데리러 갈게, 점심 먹지 말고 기다려.“

 

”응. 그때 보자. 사랑해“

 

”나도 사랑해.“

 

얀붕이는 얀순이와의 통화를 마치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고 쌓여 있는 그녀의 문자와 부재중전화에 섬찟했지만, 조금은 익숙해져 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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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번화 마지막으로 하려했는데 분량조절에 실패해서 좀 더 늘어났음.

이거 다 쓰면 제대로 해서 한번 길게 써보고 싶음.

오타, 이상한 부분 지적 환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