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강의 듣기 위해서 강의실을 갔는데 강의실 뒷문에 그 애가 서 있었다.


나는 술먹은 다음날 인사했을 때 불쾌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인것을 기억 하고 있다.


아마 공과사를 구분해달라는 무언의 표시였겠지 사람들 많은곳에선 아는 척 하지 말아 달라는 그런..


놀아줬더니 친구인줄 아냐는 그런..


저들에게 우리는 골목길에서 만난 더러운 고양이 같은 존재겠지 골목에서 만났을때나 잠깐 귀여워 해줬겠지만 


집까지 따라들어가려하면 내쫓으려 하는 그런 관계


그래서 난 이번에도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강의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걔가 나의 종아리를 툭 찼다.


"왜 사람 봤는데 인사를 안해?"


"...누구 기다리는것 같길래"


그때 한번 인사하고 그 뒤로는 단 한번도 인사한적이 없는데 왜 이제와서 오늘에서야 지랄일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 니가 인사 먼저하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왜 자꾸 사람을 발로 툭툭 건드냐 싶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끓어올랐지만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그냥 슥 쳐다보고 이미 착석해있는 우리 아싸 무리들 옆으로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걔도 따라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한칸 띄어 앉는것이 아니라 그냥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내 친구들 시선이 일제히 나한테 쏠렸지만 나는 나도 모른다는 눈빛을 보낼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다시 자기들 하던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냥 자리가 맘에 들어 거기 앉았거니 하는 모양이었다.


"제발 제발.."


내 친구중 한명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놓고 양손을 모아놓고 기도하고 있었다


뭐하나 싶어 들여다 봤는데 가챠겜 가챠 돌리는것 같았다.


"풀천장 각인데?"


"안돼 씨발아 벌써 20태웠다고"


좀 전 부터 뽑고있었는지 자기들끼리는 이미 텐션이 올라가있는듯 했다.


나는 방금 말한 20이 부디 게임 재화이길 바라면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휴대폰 속은 뭐가 번쩍번쩍 하더니 상자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색은 파란것도 있고 황금색도 있었지만 내 친구들은


기쁨과 분노를 담아 탄식했다.


"오타쿠 같아"


우리들의 텐션이 한창 올라가고 있는 중에 옆에서 비웃음 반 혐오 반을 담아 내 옆의 여자아이가 말했다.


일제히 우리 네명 시선이 일제히 걔한테 꽂혔지만 걔는 아랑곳 하지도 않고 우리를 마주 노려보았다.


아쉽지만 고개를 먼저 돌리는것은 우리쪽 이었다. 가챠가 안터져서 그럴까 아니면 오타쿠 소리에 기분이 상해서일까


친구들은 똥씹은 표정으로 화장실가자라고 말하더니 우르르 다 일어났다.


나도 대충 분위기 따라 일어서려는데 옆에서 내 발을 꽉 밟았다.


"야 너까지 가면 나 혼자 있어야 하잖아 그냥 앉아있어 무슨 여자애들도 아니고 왜 화장실을 우르르가"


? 뭐임? 대체 뭐임?


혼란에 걸린 나의 상태이상을 고려하지도 않은채 내가 자리에 앉자 그녀는 자기의 휴대폰을 내 얼굴에 들이밀며 말했다


"야 여기 가봤냐? 여기 크로플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휴대폰은 아마 그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에 빵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


뭐라 답할지도 뭐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서 머리가 복잡한 와중에 휴대폰 넘어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원래 그녀의 무리들이 보였다


세명다 우리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때 그녀를 노려보고있는게 맞을것 같지만 묘하게 세명의 눈동자는


나한테 꽂혀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그녀는 우리를 계속 따라다녔다.


아니지 틀린 말이지 그녀는 나를 따라다녔다.


아니지 이것도 틀린 말이지 그녀는 자신을 따라다니게 시켰다.


보통 우리는 점심을 학식 아니면 돈까스 이런것을 주식으로 삼는데


"아 무슨 학식이야"


라고 하며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하였다.


내 친구들은 눈빛으로 뭐라뭐라 나에게 항의 하는듯 했지만 난 조취를 취할 수 없었다.


물론 내 친구들도 따로 그 아이에게 뭐라 하지는 못하고 언짢은 기분으로 그녀를 따랐다.


떡볶이집 매운걸 잘 먹지도 못하는 내 친구 한명은 티슈로 연신 땀을 닦아가며 떡볶이를 먹었다.


그러다 자꾸 밥먹는데 왜 땀을 닦냐고 한소리 들은 뒤로는 말없이 오뎅 국물만 퍼 먹었다.


나는 가시방석위에 앉은 기분이었다. 얘 눈치도 봐야하고 친구들 눈치도 만만치 않게 봐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뭣같은 식사시간이 끝나고


다시 수업까지 우리는 두시간 가량의 공강시간이었다. 원래는 근처에 자취하는 친구 자취방에서 뒹굴며 시간을 죽였겠지만


얘를 대리고 자취방에 들어갈 수 있을리 없었다. 그렇다면 피시방이 가장 적절할텐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밥먹었으면 커피 마셔야지 스벅가자"


라고 그 아이가 말 했다 참 눈치가 없는건지 눈치 볼 생각조차 없는건지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난 땀이 삐질삐질 날것 같았다. 내 친구들은 물론 여자가 우리 파티에 끼는것은 무척이나 즐거워 해줄걸 알지만


이렇게 남 배려없이 툭툭 싸가지없게 말하는 여자를 파티에 받아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친구 한명은 자존심이 무척이나 세서 우리도 어지간하면 우리도 그 아이 기분이 상할만한 말은 하지 말자는


암묵의 룰이 있었지만 얘는 지켜줄리 없었다.


"내 친구들은 뭐 하기로 한거 있어서 커피는 둘이 마시자"


"그래? 뭐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여자애는 의외로 순순히 동의 해 주었다 그리고 내 친구들의 표정을 살피니 잘 해주었다는 표정인것 같았다.


난 한숨을 덜어내고 다음 강의때 보자며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카페에 도착하고 음료를 주문한뒤 착석하자 마자 그녀는 내 친구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폭언도 나름 면전이라서 참아준건지 뒷담의 수위는 듣는 내가 상처받을 수준이었다.


여자들은 원래 이런걸까? 아마 얘가 지랄맞을 확률이 높겠지


난 그 뒷담을 생각없이 들어주며 생각했다.


얘는 딱 보기에도 자존심이 엄청 세보인다 왜 자기 따라다니냐고 하면 게거품을 물고 나한테 지랄할것 같았다.


아마 커피를 나한테 뿌리는것도 모자라 저 유리컵으로 내 뚝배기를 후려칠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얘가


우리와 같이 다닐 생각을 하자니 그것도 엄청 골치가 아팠다 분명 내 친구들은 얘를 반겨주지 않을것이 분명 하기에


애초에 나도 얘랑 같이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얘는 분명 얼굴은 이쁘지만 그것 뿐 성격이 글러먹어도 너무 글러먹었다.


어떻게 하면 저 아이의 자존심을 안 상하게 우리한테서 떨어트려 놓을까 카페에 앉아있는 내내 생각했지만


묘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강의 시간이 다가오자 난 등뒤가 촉촉히 땀으로 젖어옴을 느꼈다.


결국 별 다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였고 다음 강의시간에도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강의가 끝나고 그녀는 알바가 있다며 나보고 태워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날은 술을 먹기로 했어서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었다.


그러자 그녀는 월화수목은 차를 타고 오라며 나에게 성질은 냈다


미친년이신가


아무튼 그녀는 알바하러 갔고 나는 내 친구들의 분노에 시달렸다.


어디서 저런 못되빠진년을 데려왔냐며 나에게 쿠사리를 주었다.


나도 피해자임을 말하였고 공감과 감정에 호소하였다


결국 우리들의 술 자리는 마녀를 어떻게 하냐는걸로 주제로 정해졌다.


한참을 신나게 죽이네 마네 하며 나같으면 차를 태워준게 아니라 들이 받았다 이런 얘기들을 주고받다가


그녀가 며칠전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음에 잠시나마 안타까워 했다. 하지마 이내 다시 점심으로 떡 나부랭이를 먹었음을 분노하며


그럴만 했다! 술 자리에서부터 맘에 안들었다! 다시 그녀를 죽이자며 칼로 찌르는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근데 결국엔 며칠 우리랑 같이 다니다가 다시 친구 사귀고 그 뒤로는 우리 아는척 안할듯"


내 친구의 팩트체크에 우리는 쳐웃다가 잠시 숙연해졌다.


얼굴이 이쁜애들은 어떻게든 무리를 만들어낸다


결국 우리는 며칠동안 그녀와 함께 하기로 했다. 사실 다 별로인척 했지만 어쩌면


이쁜여자아이와 며칠 더 같이 다니고 싶은거였을수도 있겠네라고 생각이 들었다.


뭐 아무튼 며칠 있으면 그녀가 알아서 떨어져 나갈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녀는 우리와 오래 붙어있었고 그렇게 일주일 하고도 반정도가 지났다.


처음에는 냉대하고 가시 돋힌 비난만 쏟아내던 그녀도 그래도 우리에게 어느정도 녹아들어 한결 더 싸가지 없는 모습을 보였다.


씨발년


그렇게 일은 강의가 모두 끝나고 술을 마시는 날 발생했다.


내 친구중 한명은 조금 뚱뚱한데 거기에 무척이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그런 기분이 상할만한 


종류의 드립을 금기시 하였다. 굳이 친구 컴플렉스를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다 그녀의 팔과 내 친구 팔이 안주를 집어 먹다 맞닿였을대 내 친구의 땀에 묻은 그녀는 기겁하며 소리질렀다.


"아 씹! 돼지 육수 묻었어! 씨발!"


그녀는 테이블위의 티슈를 한두장도 아니고 다섯장 내리 북북 뽑아내어 팔을 박박 닦아내었다.


내 친구는 단번에 표정이 굳었고 우리도 일순간 말을 멈추고 분위기를 살폈다.


"진짜 말 좆같이 하네"


결국 터져버렸다. 내 친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앉아있던 의자가 뒤집어지며 술집 손님의 시선이 우리에게 몰렸다.


주변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내 친구는 발을 거칠게 구르며 술집을 빠져나갔다.


옆에 있던 친구는 야야! 하고 나가는 친구를 부르더니 이내 잠시 우리 눈치를 보더니 그 친구를 따라나갔다.


순식간에 두명이 빠지고 우리는 셋만 남았다.


"계산하고 와라 나중에 돈 줄게 나도 가야겠다"


기어코 내 친구도 인상을 찡그리며 자릴 떴다. 이미 모두 그녀 언행과 행동에 지쳐있었다.


굳이 그 친구 아니더라도 언젠간 터질 일이었겠지


"아니.. 장난 친걸로 존나 정색빠네.."


그녀의 표정은 드물게 놀란듯 눈이 동그래져 있었지만 그게 미안한 표정은 아닌것 같았다.


"우리도 그냥 가자"


"뭐?"


나도 지치긴 마찬가지였다 난 그녀가 뒤에서 뭐라뭐라 하는데도 그냥 일어나 카운터로가서 계산을 했다.


마침 새로시킨 안주와 술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고 심지어 맥주 한병은 아직 따지도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안땄으니 제외하고 계산해달라고 했겠지만


그냥 다 귀찮았다. 알바생한테 소란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하자 남자알바생은 측은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해줬다.


그렇게 가게를 나가자 그녀가 쫄래쫄래 쫓아오듯 따라왔다


"야 야 화났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게 자기 편을 들어줬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또 다시 내 친구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 새끼 돼지 아니랄까봐 속도 좁아서.."


그녀가 미안한 감정도 없이 실실 웃으며 말하자 나도 이제 더이상 듣기 싫었다.


"그만 말해"


"아니 왜 니가 화났냐고"


"내 친구 그런식으로 말하는데 듣고 싶겠냐 그냥 조용히 집 가서 잠이나 자 다음부터 우리 아는 척은 하지말고"


그녀가 평소처럼 종아리를 찼다. 평소처럼 툭 치는게 아니라 걷어 차듯이 찼다.


술 기운도 울컥 올라오는데 분노도 그만큼 같이 딸려 올라왔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만 아니었으면 


소리 지르며 그녀를 밀어 넘어뜨리고 싶었다


"아는척 하지 말란게 무슨 소리인데?"


"한국말 못알아 듣냐?"


"아니 친구끼리 장난 좀 친거가지고 아는척 말고 생까자는 말이 나오는게 정상이냐고"


나는 이마를 짚었다.


대화가 되질 않는다 술기운에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웅웅 하고 울리는것 같은데 혈압까지 오르니 미칠것만 같았다.


내 앞의 그녀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쳐 이빨을 세개이상 빼내지 않는 한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것만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난 분노 조절을 잘 하는 편이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분노의 최상격 표현인 아무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 가기를 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 앞을 뛰어와 나를 막아섰다


"미안.."


그녀 입에서 미안하단 말이 나올줄은 몰랐으나 그녀의 표정으로 읽히는 감정은 미안함이 아니라 두려움 같아 보였다.


"나한테 미안할건 없는데 나한테 잘못했냐? 걔한테 잘못했다 해야지"


"걔한테 직접 미안하다고 할게 제발.. 아는척 하지 말란 말은 하지마 제발.."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에 또다시 왜이러나 싶어 나는 입을 닫았다 내 앞에 선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


연신 미안.. 제발 제발 제발을 내뱉고 있었다.







쓰다보니 왜케 늘어지지,,, 3편으로 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