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우리와 헤어진뒤 자취방에 모여있었다.


난 거기로 그녀를 끌고가 친구들 앞에서 사과하도록 시켰다.


"미안해.. 말 심하게 해서"


그녀의 말투에는 크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행동은 정말 큰 죄를 저질렀다는냥 허리를 접어 사과했다.


내 친구들도 그런 저자세에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지마.. 나도 당황스러운건 마찬가지니까


"아냐 나도 괜히 자격지심에 과민반응 한거였으니까 그렇게 박차고 나왔으면 안되는건데"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내 친구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마찬가지로 자신의 잘못을 말 했다.


그 모습이 내 친구지만 제법 멋있어 보였다.


"... 사과 받아줘서 고마워 앞으로 더 조심할게"


그녀의 사과로 그날 밤의 술자리는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 이후 그녀는 확실히 조금 변하긴 했다.


우리가 서브컬쳐에대해 얘기할때 평소 같았으면 오타쿠같다 하며 우리 말을 끊어먹었겠지만


그냥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물론 우리 대화를 듣거나 참가 하는건 아니고 의자 등받이로 몸을 확 기댄체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폰을 만지작 거렸지만


어쨌든 이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한 주가 더 지나갔다 물론 중간중간 몇번인가 내친구 들에게 말을 또 싸가지 없게 뱉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지만


내 표정을 보곤 곧 바로 미안.. 이라고 말하며 사과를 했다. 나름 평화로운 일주일이었다.


"으으으으!! 오늘은 뭐먹지!?"


나는 강의가 끝나고 힘차게 기지게를 펴며 말했다. 옆을 보니 그녀를 제외한 내 친구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난 그들을 흔들어 깨웠다. 나의 밥먹자는 얘기에 인상을 오만상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수업은 이 강의실에서 연달아 진행되기에 굳이 가방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냥 가방에서 지갑만 꺼내어 일어났다. 


"오늘은 나 위가 좀 아파서 점심 안먹으려고 너희들 끼리 먹고와"


그녀는 자리에 앉은채 날 바라보며 말 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전혀 아파보이지 않았다.


지금 저 표정은아프기 보다는 음.. 마치.. 마치..  문학 소년인 내가 표현해보자면


「마치 도둑질 하기전의 도둑처럼 잔뜩 긴장해 있는 표정」


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나 여기 아프오 라고 어필하는것 처럼 


가슴 근처쪽 배에 손을 얹고 있었다.


"위는 거기가 아니라 거기보다 좌측아래인데 거기는 소장 대장있는곳인데.. 위가 아픈게 아니라 똥마려운거 아냐?"


내 친구가 또다시 과감하게 팩트를 체크하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예전 같았으면 한마디 쏘아 붙였을 그녀지만


인상만 살짝 쓰고 말았다.


'배가 아픈거면 생리인가?'


난 눈치 없는 친구의 등을 밀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일단 우리끼리 먹으러 갈게 아픈거면 약이라도 사다 줄까?"


"아냐 약은 있어 너희끼리 먹고와 고마워" 


나의 걱정에 그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미소를 얕게 띄었다.


얼굴만은 예쁜 그녀였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의 깊은곳에 작은 불씨가 생겨난것만같았다.


'아니지 성격이 얼마나 엿같은 애인데'


그 불씨는 생긴지 몇초도 되지 않아 곧바로 진압되었다. 일단 나는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래만에 우리끼리 먹네"


"맞네 돈까스 먹자 돈까스 시발 돈까스 뒤졌다 딱대라"


굉장히 오랫만에 남자들끼리 식사였다 내 친구들은 평소 그녀 눈치보느라 여성취향의 식당을 다녔던 터라 간만에


사나이의 음식 돈까스를 먹을생각에 들뜬것 같았다. 우리는 신나서 싸고 양많이 주는 돈까스 집으로 갔다.


그렇게 미친놈들처럼 돈까스를 썰어 재끼며 어느정도 배가 차오르자 내 친구가 문뜩 입을 열었다.


"근데 걔 너 좋아하는거 아냐?"


"맞아 나도 그 생각함"


갑자기 던져진 떡밥에 친구들의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뭔 개소리야 걔가 날 좋아한다고?"


난 그녀의 행동을 되짚어봤다 수차례 반복 된 폭언과 나에게 손이 닿기라도 싫다는듯 종아리를 걷어차며 부르는 모습 


누가봐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할 행동은 아니었다.


"그렇게 싸가지없게 굴다가 요즘은 좀 얌전하잖아 그때 니가 아는척 하지 말라고 말한 뒤로 부터 그런다며"


"그건 그런데.."


"그 더러운 성질 접어가며 사과까지 하는거 보면 너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는것 말고는 잘 설명이 안되는데"


"에이 걔가 날 좋아한다는것보다  그냥 한번 무리에서 쫓겨나봐가지고 또 쫓겨날까봐 무서워서 그런다는게 더 설득력있겠다."


나는 그렇게 반론하며 마지막 돈까스 조각을 씹었다.


"근데 흔들다리 효과라고 들어봤냐?"


내 친구는 질리지도 않고 또 새로운 의문을 던졌다


"남녀 둘이서 흔들다리에 건널 때 호감도 더 오른다는거?"


"그래 그게 사실 흔들다리가 무서워서 심장이 뛰는건데 이성때문에 착각해서 뛴다고 생각하는거잖아

그것처럼  무리에서 쫓겨나서 잘 대해주는 너에 대한 감정을 이성의 감정으로 착각한걸수도 있다는거지"


"지랄 사람 감정이란게 그렇게 쉽게 착각 될것 같냐? 그러면 인도위를 달리는 딸배들도 흔들다리 효과적용 되서 여심 훔치는 괴도가 됬겠지"


"그 일본에 카베동이라고 벽치기 있잖아 그것도 똑같이 흔들다리 효과인데 먹히잖아"


"듣고보니 아주 그럴싸한데? 니가 여자에대해 아주 좆도 모르는 모쏠이란걸 제외하면 말야"


"시발 지도 모쏠이면서"


우리들은 돈까스를 싹 비운 상태로 쳐웃었다. 이렇게 남자끼리만 있으니까 너무 재밌는데?


아쉽지만 우린 식사를 다 하고 강의실로 돌아가야했다. 점심을 기름지고 느끼한걸 먹었더니 커피가 땡겼다


"강의실 가기전에 커피하나 조질사람?"


하지만 내 물음에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았다. 

 

"자판기에서 콜라나 뽑아 마셔"


"콜라 안땡기는데.."


계속 그녀와 다니면서 식후 커피를 마시다보니 버릇이 되버린걸까? 커피가 없으니 뭔가 속이 더부룩해지는것만 같았다


"아 씨댕 혼자 갔다 옴"


"오키오키 수구바위"


정이라곤 없는 내 친구들은 그대로 나를 버리고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난 정문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나는 커피를 주문하고 쿠키도 하나 샀다. 그렇게 건물 구석인 계단 앞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순간 앞으로 자빠질뻔했다.


뒤를 돌아보니 웬 여자가 내 등에 어깨빵도 아닌 얼굴빵을 한것이었다.


아마 휴대폰을 보며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서 나의 등에 얼굴을 부딪힌듯 했다.


"괜찮으세요?"


"아 네 죄송해요"


여자는 자기가 부딪혀 놓고 자기가 더 썩은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지나갔다.


기분이 드러웠지만 이미 우리를 괴롭히는 그녀 때문에 멘탈이 수련되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어 커피가 나오고 쿠키와 함께 들고선 나도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자리로 돌아가자 그녀는 엎드린채로 얼굴을 파묻고 자고있는듯 보였고 내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난 커피를 내 자리에 두고 사온 쿠키는 그녀의 옆에 두었다. 곧 강의가 시작하기에 빨리 양치를 하기 위해 가방을 꺼냈는데


'어라? 내가 가방 지퍼를 열고 갔었나?'


가방이 열려있었다 아까 분명 지갑을 꺼내고 나서 가방을 닫았었는데 누가 열었지?


"누가 내 가방 열었어?"


"니 가방을 왜 열어 뭐 없어졌어?"


"아니.. 지갑은 들고가서 없어질건 크게 없는데 아까 분명 닫아놓고 간것 같아서"


"우리 아님~"


나는 내가 잘못 기억했나? 싶어서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지갑은 챙겼기에 잃어버리면 안될물건은 가방에 없었다.


그런데 또 뭐지...? 왜 칫솔이 없지? 휴대용 칫솔통 안에는 치약만 들어있고 칫솔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채 없었다.


'칫솔만 누가 훔쳐갔을리도 없고.. 내가 저번에 양치하고 화장실에서 안챙기고 그냥 돌아왔나?'


가방도 열어놓고 가고 칫솔도 안챙겨 오고 최근들어 기억력이 나빠져 버린것일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찝찝하긴 하지만 편의점에 가서 칫솔을 사와 다시 양치하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교수님이 들어와 강의가 시작 되었다. 그녀는 정말 몸이 안좋은지 여전히 엎드린채 수업을 들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나는 굳이 깨우진 않았다. 그리고 필기를 하기 위해 나는 필통을 열어 펜을 꺼내 들었다.


근데 펜을 잡자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내가 필기에 자주 사용하는 펜은 제브라 3색 볼펜으로 


두껍고 필기감이 좋아 볼펜 심을 바꿔가며 쓸 정도로 오래쓴 볼펜이다. 


그런데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볼펜은 새것마냥 질감이 뽀득뽀득했다.


새 플라스틱 제품 특유의 그 약간의 까끌까끌함 분명 점심 식사 전 강의 시간까지만 해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혹시 누가 내 볼펜을 가져가고 새걸로 바꿔치기 해간것일까? 난 볼펜을 열어 볼펜심을 확인했다.


하지만 볼펜심은 새것이아닌 분명 조금은 사용해 닳아있는 그런 사용감이 있는 용량이었다.


그럼 그렇지... 나는 다시 볼펜을 조립해 다시 필기하기 위해 수업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다 문뜩 내 옆자리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엎드린 채로 고개만 돌려 나와 나의 볼펜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심 식사 하기전과 같은


마치 도둑질 하기전의 도둑처럼 잔뜩 긴장해 있는 표정으로




쓰다보니,,,,재밌어서,,,,,양을,,,,조금,,,늘렸읍니다@@@@ 읽어주셔서,,,,,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