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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가 지휘관 실에 박혀 있을 때

헬레나 역시 자기의 기숙사에 박혀 있었다.

조용한 기숙사에 혼자 침대 위에 앉아서

헬레나는 레이더를 이용해 얀붕이를 느낀다.


-헬레나-


헬레나는 레이더로 얀붕이를 주시하며,

얀붕이가 혹시 나가는 일이 있거나 관사로 돌아갔을 때는

기숙사 밖으로 나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헬레나는 이 시간 동안은 적어도,

얀붕이를 독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자기만이 얀붕이를 느낄 수 있으니까.


헬레나가 프린츠 오이겐이 제의한

"문을 부시고서라도 들어가자!"

라는 제의는 얀붕이에게 미움받는 것이 싫은 것도 있지만,

얀붕이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오늘도 헬레나는 훈련을 끝마치고,

조용히 침대 위에 앉아서 레이더에 정신을 집중한다.


얀붕이의 모습이 뭔가 평상시와 달랐다.

'지휘관님과 만날 수 있어!'

확신에 찬 헬레나는

얀붕이가 있는 공창쪽으로 무심코 달려갔다.


그렇게 얀붕이가 보이자, 가슴이 벅차오른다.

항상 레이더로 느끼고 있어도,

이렇게 실제로 보는 것이 더 좋아.

기쁜 마음에 헬레나는

얀붕이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지.. 지휘관님."


얀붕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다른 걸 고려하지 못하고,

행동해버린 헬레나는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내가 미움받고 있고, 그래서 지휘관님이 나를 거부한다면?'



.


.


.




얀붕이는 아카시가 상급 부대에서 온 물건을 받으러 오라는 말에,

아카시의 공창으로 향했다.


아카시의 공창에는 노란색 병아리같이

귀여운 신비한 생물인 만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만쥬들은 도대체 무슨 생물일까?

만쥬를 지켜보면서 아카시를 기다리고 있자,

아카시가 기름 냄새를 풍기면서 온다.


"지휘관! 왔냐냥!?"

"늦어서 미안하다냥!"

"지휘관에게 줄 것이 있어 불렀다냥!!!"

"잠깐만 기다려 달라냐!"


여러 서랍을 차례로 열면서,

물건을 찾는 아카시

"지휘관 덕분에 함대가 활기차져서 좋다냐."

"지휘관이 오기 전에는 모두들 자기를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냥."

"그래도 저번에 작전으로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거같다냐."

"고맙다냐!" 


얀붕이는 목덜미를 긁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다들 열심히 해서 그렇지 뭐.."


그리 대답하자, 아카시는 싱긋 웃으면서 조그마한 상자를 건넨다.

"지휘관이 오고 나서 함대가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냐!"

"그리고 이건 그런 지휘관을 위해서 주는 상급 부대의 선물이다냐!"


"이게 뭔데?"

얀붕이는 그 상자를 받아 열어본다.

그곳에는 반지가 있었다.

"바.. 반지?"


아카시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묘하게 우쭐대면서 말한다.

"그렇다냐!"

"어찌 보면 지휘관보다 소녀들에게 주는 상일 수도 있다냐."

"지휘관이 맘에 드는 소녀에게 주면 된다냐."


얀붕이가 지난 일을 생각하며 말한다.

"나한테 받고 좋아할 애들이 있으려고..."



이에 아카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대답한다.

"? 지휘관은 의외로 소심한 거 같다냐?"

"프린츠 오이겐이랑 벨파스트?"

"그 둘은 서로 받으려고 싸울 거 같다냐?"

"뭐, 어차피 받는 쪽도 강제는 아니까 싫으면 거부할 거 다냐."

"이런 건 일단 지르고 보는 게 좋다냐."


얀붕이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아니 남의 일이라고 막말은"

"뭐, 일단 지르고 장렬히 전사! 그런 건가?"


아카시는 '전사'에 살짝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휘관이 전사하면 모두가 슬퍼할 거니 그런 말은 참아달라냥."

"아무튼 반지를 받으면 그 사람은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냐."

"지휘관도 알겠지만, 우리들은 사랑받는 거에 굉장히 민감하다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다는 것"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냐."

"그러니 팍팍 주면 된다냐."


그렇게 얀붕이는 아카시와 조금 이야기한 후,

아카시의 공창을 나와 지휘관 실로 돌아간다.

걸으면서, 방금 받은 반지가 담긴 상자를 보자,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떠올랐다.


'아마 준다면, 그 두 사람 중 한 명이겠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두 명이 얀붕이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곧 닥쳐올 이별이 두려워서

밀쳐냈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 행동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찝찝하게 지휘관 실로 돌아가던 얀붕이 앞에


"아.. 안녕하세요.... 지.. 지휘관님."

주뼛주뼛 서 있는 헬레나가 보인다.


순간 얀붕이는 당황스러웠지만,

"아.. 안녕 헬레나. 오랜만이네."

라고 말하면서,

마치 습관처럼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하지만, 순간 얀붕이는 그것을 멈췄다.

자기가 밀쳐냈던 것이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뿐만 아니라,

헬레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리고 그 갈 길을 잃은 손을 다시 돌리려 하자,

헬레나가 그 손을 잡고 억지로 자기 머리 위에 올려두며,

울먹이면서 말하기 시작한다.

"지.. 지휘관님..."

"제..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제가 잘못해서 제가 싫어진 건가요?"



얀붕이는 순간

"지휘관도 알겠지만, 우리들은 사랑받는 거에 굉장히 민감하다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다는 것"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냐."

아카시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기가 한 일이,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 헬레나에게 얼마나 불안한 일이었을까?

깨닫는다.


'나도 참 쓰레기구나.'

얀붕이는 

그녀들이 진지하게 자기를 마주해준다면,

자기도 진지하게 마주해주는 것

인간으로서 도리겠지.

내가 무섭다고 피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한순간, 중위 시절의 일이 떠오른다.

작전 과장의 말

근처 전역하는 대위를 보면서, 해주었던 말


"군 간부 전역자들은 경력 인정받아서 신입보다는 높은 자리로 회사에 들어갈 때가 있잖아?"


"예. 있습니다."


"그 새끼들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냐?"


"음... 잘 모르겠습니다."


"A, B가 선택지가 있을 때, 존나게 빨리 결정해."

"근데, 그 과정은 전혀 고려안해."

"군대 안이라면 누군가는 한번은 했던 일이니까 상관없는데."

"근데 사회에서는? 아니란 말이야."

"받는 입장에선 좆같다 그 말이지."

"만약 너가 전역하면 그러지 마라."

"저 새끼는 딱 그런 과란 말이야?"


얀붕이는 지금 딱 본인이 저 말에 해당하는 구나.

생각하면서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얀붕이는 헬레나에게

"헬레나, 사복 있니?"


얀붕이가 어떠한 말을 할까 불안하던 헬레나는 전혀 다른 대답에

"네..? 사복이요?"

"있는데..."


"그럼 갈아입고 내 차로 와줄래?"

"어느 정도 걸릴 거 같아?"


"네??"

"10분! 10분이면 돼요!"





.



.



.



얀붕이는 헬레나를 데리고 부대 밖으로 나간다.


"지.. 지휘관님 어디.. 어디 가는 건가요?"


"헬레나 저녁 안 먹었지?"


"네."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네? 엣..? 네!!"


헬레나는 갑작스러운 얀붕이와 '데이트'에 당황한다.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해서 좀 더 예쁘게 하고 올 껄.

속옷도 갈아입었어야 했나?

라는 여러 가지 생각에 얼굴이 붉어진다.



얀붕이는 여자아이를 이런 곳에 데려와도 좋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데이트도 아닌데 뭐

라며, 자기가 자주 가는 분식점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헬레나와 함께 분식점으로 들어간다.

헬레나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아니라는 점에 실망한 것보다도,

함선 소녀들이 아닌 일반인들의 일상 냄새가 배어있는 곳

처음 와보는 곳에, 뭔가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도 얀붕이의 일상에 하나가 되었다는 점에

너무나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자, 여러 튀김류, 빵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뒤에 주방이 보인다.


거기서 한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얀붕이에게 말을 건다.

"군인 오빠! 또 왔네?"

"오늘도 혼자......."

"오? 오! 오!"

"혹시 오빠의 이거야?"

라면서 주먹에서 새끼손가락을 피면서 흔든다


"아닙.."

"주문은?"


헬레나는 웃고 있지만, 화가 나고 있었다.

'왜, 우리 지휘관님을 너가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

'왜, 지휘관님의 말을 멋대로 끊는 거야?'

얀붕이에게 "오빠"라고 부른 여성.

그리고 얀붕이의 말을 끊어버리는 여성에


얀붕이는 웃으면서, 헬레나에게 묻는다.

"뭔가 먹고 싶은 거 있어?"


"엇..? 잘 모르겠어요."

"다 먹어본 적이 없는 것들이라..."


"아. 그래..? 그럼 내가 적당히 고를게?"


"네!"


생각해보니, 식당은 주로 만주와 메이드대와 중앵의 몇 명이 담당이였다.

아마 이들은 한식은 먹어본 적이 없겠지.

그리고, 식당이다 보니 이런 간식류는 먹을 기회는 적겠구나.

얀붕이는 함선 소녀들이 은근히 사회 경험이 적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또다시 씁쓸하게 웃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골라서 자리에 앉는다.


"지휘관님, 저 여성분하곤 오래... 알고 지내셨나요?"

헬레나가 얀붕이를 "오빠"라고 부른 여성에 대해 묻는다.


"응? 아, 여기는 자주 오거든."

"벨파스트가 차려주기 전에는 저녁을 여기서 해결할 때가 많았어"


"아~ 네"

헬레나는 순간,

'남자를 잡으려면 위장부터'

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떠올랐다.

'나도 지휘관님을 위해서 요리를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혹시, 지휘관님은 오빠라고 불리는 게 좋으신가요?"


"어..? 엇?"

얀붕이는 헬레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아. 내가 부탁한 건 아니야?"

"그건 영업용 말이지."

"아~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남자들이 "오빠"라 불리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평소에 전혀 보이질 않을 당황하는 얀붕이를 본 헬레나는 신선함을 느끼면서

'지휘관님은 오빠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마음속으로 되새기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자, 여성이 음식을 깔고 나서 이야기한다.

"군인 오빠!"

"어떻게 이렇게 이쁜 언늬랑 이게 된 거야?"

여성이 다시금 새끼손가락을 흔들면서 이야기한다.



"아니.. 아닙니다."


"에이, 언늬쪽은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남편이 한동안 안 와서 걱정했다고~"


헬레나는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살짝 거슬렸지만,

남편이 있다는 사실과 얀붕이가 말했던 '영업용'이라는 말에 조금 안심하면서,

여성이 이거라고 말하는 새끼 손가락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좀 바빴어요."

"아마 앞으로도 조금 바쁠 거 같아요."

얀붕이는 한숨을 쉬면서 여성과 이야기한다.


"하하하! 바쁜 건 좋은 거지!"

여성은 호쾌하게 웃으면서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사이.. 좋아 보이시네요?"

헬레나는 조금 뾰로틍한 모습으로 얀붕이에게 말을 건다.


"에이.. 상대가 영업하는 분이니까 사교성이 좋은 거지."

"자, 먹자."


얀붕이가 헬레나에게 빨간 오뎅 하나를 건넨다.

헬레나는 받아 들고 한 입 베어문다.

갑작스러운 매운맛이 퍼지자, 헬레나가 놀라자,

얀붕이가 낄낄 웃으면서 물을 건낸다.


"으.. 매워요."


"매운 거 잘 못 먹어?"


"그런건 아닌데, 매울 거라 생각을 못 해서..."


"다행이네."

"나는 가끔 매운 거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좋더라."


이런저런 일상적인 회화를 하면서 헬레나와 얀붕이는 음식을 먹는다.

헬레나는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이 아니라,

자기가 얀붕이의 일상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행복을 뺏기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며 음식을 먹는다.


음식을 다 먹고, 음식점을 나갈 때,

"잘 먹었습니다~"


"아 군인 오빠!"

"이거 가져가! 남편이 주래!"

그 여성이 다시금 지휘관님에게 검은 봉투를 준다.


"아, 감사합니다."


"아니~ 항상 우리가 고맙지~"

"항상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주잖아? "

"남편이 좀 더 자주 오래~"

"나도 언늬 좀 더 자주 보고싶으니까~ 자주 오라고?"

하면서 그 여성이 다시금 새끼 손가락을 흔들면서 이야기한다.


얀붕이는 멋쩍게 웃으면서 가게를 나온다.

그리고 어미 오리를 따라가는 아기 오리처럼 얀붕이를 뒤따르는 헬레나


그리고 그 여성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본다.

'남자친구한테 오빠라고 불렀다고 저렇게 대놓고 질투하다니.'

'한창 좋을때구나~'



헬레나는 다시금 새끼손가락을 흔드는 여성,

새끼손가락의 의미가 궁금했다.

그래서 얀붕이에게 묻는다.


"지휘관님?"

"아까 그분이, 자꾸 새끼손가락 흔들던데 의미가 뭔가요?"


"아........ 응...... 신경 안써도 돼."


신경 쓰지 말라면 더 신경 쓰이는게 인간의 심리

헬레나는 괜히 더 신경쓰여서 물어본다.


"네? 나쁜 의미인가요? 그런거죠?"


"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있어."


"네? 그럼 더 신경 쓰이잖아요!"


"...."

"손가락 다섯 개 중에서 새끼손가락은 가장 짧고 약하잖아?"


"네."

헬레나가 자기 턱에 손을 대면서 대답한다.



"짧고 약하기 때문에 소중하다."

"그래서 여자친구나 애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해."

"아마, 헬레나 너를 내 여자친구라고 생각하신거 같아."


"네?"

순간 헬레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진다.


"......."


"여자 친구..."

"헤헤헤. 내가 지휘관님의.."

그리고 헬레나는 속으로 그 여성분에게 악감정을 가졌던 것에 사죄와 감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진짜」가 되어서 그 분식점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부대에 도착하고,

헬레나를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 주고선 얀붕이는 헬레나에게 부탁한다.

"헬레나, 오전... 아니 오후..."

"그래 3시에 벨파스트랑 프린츠 오이겐한테 지휘관 실로 오라고 전해줄래?"


헬레나는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얀붕이의 입에서 나온 것에 살짝 실망한다.

"네."


"고마워."

"그리고, 이 정도면 대답이 됐으려나?"


"대답이요?"


"내가 헬레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거."

"싫은 사람이랑 이렇게 같이 밥 먹으로 나가지 않아."

"말로 싫지 않다고 해도, 헬레나는 믿지 않을 거잖아?"


헬레나는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면서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네! 오늘은 굉장히 즐거웠어요! 지휘관님.... 아니 오빠!"

"그럼, 내일 봬요!"


하고 종종 기숙사로 뛰어 들어간다.


.


.


.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





얀붕이가 헬레나를 데리고 부대 밖을 나갔다.

부대 안은 상당히 좁기 때문에 

우연히 그것을 본 함선 소녀에 의해서 이 소문은 상당히 빠르게 퍼져나갔다.


경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이 의장을 내려놓으면서 그 소문을 듣는다.

이 소문을 들은 이 두 명은 처음엔

"네? 헬레나를요?"

"뭐? 헬레나랑?"

믿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은

"아닙니다. 주인님이 그럴 리가 없어요."

"아니 지휘관이 누구를 데리고 나갔을 리가 없잖아."

부정했다.



.



.



.




벨파스트는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한 순간,

기숙사에서 울었다.

단지 울었다.


주인님이 자기가 아닌 헬레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벨파스트가 가장 충격인 것은 헬레나를 선택한 것보다

'자기와 만남까지 거부하면서 헬레나를 선택했다.'

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주인님을 그리워할 만한 무엇인가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렇게 울고 있는 벨파스트에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벨파스트는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숨죽이고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조금 기다리자 다시 

"똑똑"

"벨파스트? 헬레나에요."

"지휘관님이 전해달라는 말이 있어요."


'지휘관님....?

'주인님? 주인님이 나한테?"

벨파스트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걸어가 기숙사의 문을 연다.


혹시 주인님이 자기를 완전히 거절하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주인님이 자기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뭐더라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증오에 서린 눈빛으로 헬레나를 바라본다.

"뭔.. 뭔가요?"


기가 죽을 거 같았던 헬레나도 의외로 벨파스트를 째려본다.

헬레나도 벨파스트에게 얀붕이를 뺏기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지휘관님이 내일 3시에 지휘관 실로 오래요."

"그게 다예요."

"그럼. 내일 봐요."


헬레나는 휙 돌아서, 프린츠 오이겐에게 향했다.


"어?.. 네?"

벨파스트는 마치 컴퓨터처럼 알고리즘을 진행한다


주인님이 나를 부른다.

왜?


-> 주인님이 나를 필요로 하시니까.

왜?


-> 주인님은 나의 모든 것을 원하시니까. 

메이드는 주인님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의무니까,

나 역시, 주인님에게 모든 것을 바치자.


그렇게 벨파스트는 기숙사에 돌아와 거울을 본다.


하도 울어 재껴서, 얼굴이 퉁퉁 부어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진 않다.

계속해서 피부와 머릿결은 가꾸고 있어서,

다행히 나쁘지 않았다.


'얼굴이 부은 건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옷장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야한 속옷.

흔히 '승부용 속옷'을 찾는다.


.



.



.


프린츠 오이겐은 헬레나와 지휘관이 같이 나갔다는 것이 사실이라 확인한 순간,

너무나도 화가 났다.


기숙사에 들어온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통을 발로 차버렸다.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날라 가면서 벽에 부딪혀 금이 간다.

프린츠 오이겐은 씩씩거리면서 다시 쓰레기통에 다가가 발로 차버린다.

이렇게 두 세번을 하고 있자,

이제 쓰레기통은 더는 쓰레기통이 아니라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침대에 앉아서 위를 바라본다.


'왜! 왜 내가 아닌 거야?'

'심지어 모지리 벨파스트도 아니고!!'

'하라구로 같은 헬레나라고?'

프린츠 오이겐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화를 내고 있다.


그런데 그때,

"똑똑"

누군가가 프린츠 오이겐의 방문을 두드린다.


"누구야?"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프린츠 오이겐.


"헬레나에요."


"하아?"

"뭐야? 평소처럼 동정이라도 하면서 착한 척이라도 하려는 거야?"

프린츠 오이겐은 문을 열면서,

일부로 헬레나의 신경을 건드린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쉽지만, 아니네요."

평소였으면 쫄았을 법 싶은 헬레나는 오히려 프린츠 오이겐을 쏘아보면서 대답한다.

"내일 3시, 지휘관님이 지휘관 실로 오라고 하셔요."

"전했으니까, 전 돌아갈게요."


다시금 휙 돌아서 가는 헬레나.



"뭐...?"

프린츠 오이겐은 그동안 화를 냈던 것이 마치 거짓말이었다 말하는 것처럼 머리가 맑아졌다.

생각해보니 같이 외출을 했을 뿐,

지휘관이 헬레나와 특별한 관계가 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헬레나의 반응

그러고 싶지만, 아니라는 걸 보면,

그런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

만약 지휘관이 헬레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충분히 이길 기회가 있다.


'내일 3시라고?'

프린츠 오이겐은 희미하게 웃으면서,

부서진 쓰레기통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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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저서 미안.

얀붕이의 내적 성장과 그 동안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이 피폐해지는 거 쓰려다가

이건 쓰는 나도 재미없고, 챈에도 어울리지 않을거 같아서,

얀붕이가 확확 이겨내는 걸로 수정함ㅠㅠ


신경쓰이는 오타 말해주면 수정함.

얀데레 아니니까 챈에 어울리지 않다는 의견이 많으면 자삭함.


읽어준 챈러들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