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는 거대기업인 얀챈, 그 중심에 선 김순붕의 자식이다.

그리고, 자주 물리적 위험에 처한다.

형제자매들의 견제는 천천히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얀붕이의 대응하는 능력도 줄어들었다.

대응하면, 이전보다도 더욱 위험해질 테니까.

그렇기에 김순붕은 얀붕이에게 보디가드를 붙였다.

가장 붙이기 쉬운 관계 중 하나.

연인.

연인으로 위장시켜 붙인 보디가드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애초에, 일종의 표시로서 기능하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렇게 3년, 보디가드 얀순이는 얀붕이를 사랑한다.

얀붕이는 그런 그녀와 동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_____

"안녕...하세요..."

"어제도 못 잤어? 요즘 자주 피곤해 보이는데."

"으응, 괜찮습니다."

거짓말이다.

피곤해서 이대로 눕고 싶다.

그렇지만 이대로 눕지 않고 졸린 표정으로 세면대 앞에 서면, 얀붕이가 나를 씻겨준다.

샤워까지 함께하는 관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아직은 큰 욕심이다.

그러니까, 내 턱을 붙잡고 양치시켜주고 내 얼굴틀 씻겨주는 정도로 만족하자.

얀붕이의 ○○가 내 ○○를 ○하는 걸 이루는 것도 머지 않았는데, 그 정도도 못 기다리는 건 이상하잖아?

"이리 와, 닦아 줄게."

아.

이를 닦아주면서 내게 들리지 않을법한 정도로 미안하다는 등의 말을 속삭이고 있다.

상처가 몇 개 보인 거겠지.

근데 여긴 화장실이야 얀붕아...

정말, 할 일을 하는 나한테 미안해하다니.

실례라고?

"얀붕님, 스케줄에 변하는 것이 있나요?"

"기다려 봐, 아직 얼굴 덜 씻었잖아."

얀붕이의 손이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도중이지만, 일을 까먹을 수는 없다.

그래도 기다리라고 말했으니까, 조금만 즐기는 건 괜찮겠지.

"평소랑 달라지는 건 크게 없는데... 없긴 한데... 얀순아, 저녁은 너 혼자 먹어야 될 거 같아."

"네...?"

"하... 그게, 순챈 쪽의 장녀인 얀진이랑 분이랑... 결혼이 결정됐어, 그 이야기를 하러 가야 해."

네?

결혼?

상대는 그렇다 치고.

나를 버려?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날 데리고 가지 않는다니.

말도 안되잖아.

내가 항상 너를 지켜왔다고.

밤마다 너의 곁에서 잠들지 못하고 주변을 살폈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기가 힘들 걸 알면서도 너의 주변을 경계했는데.

네가, 날 버릴 수 있을 것 같아?

_____

"조금만 숙여주세요."

"응."

얀순이의 말에 얀붕이는 의문따위 없이 따랐다.

그렇게 해서 생명을 지켰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얀순이는 반쯤 감겼던 눈으로 얀붕이를 노려보며 그의 넥타이로 그의 목을 졸랐다.

"켁, 케흑... 왜 그래...?"

"원래 보디가드는 1년마다 바뀌어요.

솔직히 얀붕님의 경우가 다른 것도 있지만 제가 여기 있는 이유는, 제가 버티고 있어서에요.

보디가드들은 1년이 지나면 '스스로' 나가길 원해요.

근데 저는 얀붕님이 너무 좋아서 나가기가 싫어서 버텼어요.

몇 번이고 앞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보디가드인 주제에 얀붕님께 기대는데...

제 마음은 무시하고 그런 년에게 간다는 걸, 제가 참을 수 있을 거 같아요?"

"...?"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얀붕이를 얀순이는 침대까지 끌고갔다.

"제가, 평생을 지켜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