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칙 게임으로 고백해버렸다 

 

 

 

 

 

1.

 

그러니까 흔해빠진 이야기다.

 

만우절, 친구들끼리 장난삼아 거짓 고백을 하자는 이야기 말이다.

 

나도 심심했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했으니까.

 

……결국엔 내가 지는 바람에 이런 일이 됐지만.

 

어쨌거나 내기는 내기, 할 일은 해야 한다.

 

방과 후의 학교, 슬슬 땅거미가 지는 시간.

 

그 녀석은 항상 모두가 하교한 뒤에 하교했다.

 

그걸 내가 왜 아냐면, 가끔 수업 끝난 줄도 모르고 자다가 하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뭐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그뿐이니까.

 

지금 중요한 건 내 앞에 서 있는 소녀에 대한 것이니 말이다.

 

“저기, 얀순아.”


그녀의 이름은 얀순이가 아니다.

 

다만 여기서 그렇게 부른 것은,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서다.

 

“왜……얀붕아?”


물론 내 이름도 얀붕이는 아니다.

 

“너,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 있어?”


질문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녀석의, 얀순이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야 이 녀석은 어릴 적부터 앞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얼굴, 정확히는 자기 눈매가 드러나는 걸 싫어했다.

 

“없는……거지?”


가벼운 긍정.

 

그냥 만우절 장난인데 왜 이리 긴장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나랑 사귀어주지 않을래?”


어?


잠깐, 뭔가 잘못됐다. 

 

방금 그 대사는 이 녀석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대사였는데.

 

“아……아하! 만우절 장난인가, 설마 눈치 채고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


그야 그렇겠지, 이렇게 뜬금없이 고백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이거 한 방 먹었네. 제법이잖아, 너.”


“…….”


말이 없다.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녀석을 싫어했다.

 

어릴 적부터,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이 녀석하고 같은 학교를 다녔다.

 

그 뒤로 매번 같은 학교, 같은 반이 걸렸고- 좋든 싫든 한 번씩 마주쳤다.

 

서로 대화를 나눈 적은 많지 않았다. 애초에 이 녀석은 말수가 적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녀석.

 

그래서 다들 이 녀석을 싫어했다,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어느 쪽이건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여자애.

 

그것이 얀순이었다.

 

“……장난?”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저기-”


“나는, 장난, 아닌데.”


뚝뚝 끊어진다.

 

목소리도, 분위기도.

 

마치 억지로 뚝뚝 끊어낸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

 

“어……그게…….”


성큼.

 

한 발자국 다가온 것뿐인데, 깔아뭉개진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유달리 키가 컸다. 

 

남자인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클 정도로 말이다.

 

“넌, 장난, 이었어?”


……화내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표정이 변하질 않으니 정말 모르겠다.

 

애초에 이 녀석이 사람이 맞는지도 이젠 모르겠다.

 

“나도 그게……벌칙이라서……미안…….”


“뭐가?”


“장난-”


성큼.

 

또 한 발자국, 이젠 바로 코 앞이다.

 

이 주변엔 아무도 없다. 남아있는 사람은 아마 우리 둘뿐이다.

 

내가 여기서 도와달라고 소리쳐도 들을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야……만우절이잖아, 오늘……장난치곤 너무 심한 거 아니냐……?”

 

“…….”


덥석.

 

어깨를 잡혔다, 이게 여자의 악력인지 의심될 정도로, 강했다.

 

“받아, 들일, 거지?”


“저-”


“받아, 들일, 거지?”


위험해.

 

이건, 진짜, 위험하다.

 

살기다. 이건 살기다, 장난치는 게 아니다.

 

여기서 거절했다간-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다리가 떨리고, 숨이 가빠지고, 힘이 빠진다.

 

“그, 그게……나는…….”


“…….”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받아, 들일, 거지?”


“……네.”

 

“…….”


그제야 그녀가 나를 놓아주었다.

 

“앞으로, 잘, 부탁, 해.”


“저기 나는-”


“내일, 보자.”


얀순이는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

 

4월 1일, 나는 여자 친구가 생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여름, 아니 아직은 봄이었다.








앞으로 한 편만 쓸 거면 단편에다 올려야지

이번에 또 몸져누워서 약먹고 회복 중임, 복귀 전까진 걍 단편으로만 써야겠다...컨디션 조절이 안 된다...

그래도 힘쎄고 강한 음침녀 얀데레한테 따먹히고 싶다

오랜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