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게이트에 공략대 신분으로 들어가 달라는 거죠?"

"네, 공략은 모레니까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뭐, 좋아요. 느껴지는 기척이면... 목숨이 위험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네요."

붉은 용병.

그렇게 불리는 헌터인 얀순이는 프리랜서다.

물론 평범한 헌터는 프리랜서가 될 수도 없고, 비웃음을 살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S급이라는 판타지스러운 칭호를 단 몇 없는 헌터기에, 그럴 수 있었다.

_____

"모레 게이트 간댔지?"

"뭐, 저번 주도 그랬고 이번 주도 별 일 없을거니까 걱정 마 얀붕아."

"그래? 네가 하는 말이면, 신경 안 쓸게. 그보다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하고싶은 말?

역시, 술을 마시던 도중이니까 고백이려나?

내가 먼저 고백하려고 했지만, 나쁘지 않네.

"나, 헌터 됐어."

"...뭐?"

그럴 수가 없는데.

재능이야 A급의 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협회에 돈을 먹여 놓은 지 얼마나 됐다고 배신을 때려?

"그리고, 나 일본으로 가기로 했어. 일본에서 스카우트 해줘서 등급도 받은 거고."

아.

그런 거구나.

어떤 머저리가 내게서 얀붕이를 데려가는 거구나.

하하, 하...

"이, 일본? 너 일본 갈거야? 너 매국... 아니지, 아예 그리로 넘어가서 살 거야? 거, 거기서 걀혼하고 거기서 애도 가질 거냐고!"

"얀순아 진정해... 매국은 무슨 매국이야. 그리고, 나 이미 얀진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

"얀진이...? 아, 그 혼혈이라고 학교에서 남자들한테 대주고 다니던 년이구나?

그딴 창녀한테 홀려서 날 버린다니.

그렇게 안 놔둬.

"얀진이를 그렇게 말하지 마,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애야."

얼굴을 붉히는 건 귀엽지만...

왜 내가 아니라 그런 년 때문에?

너를 평생 지켜주지도 못할 년한테 가는 이유가 뭐야?

"왜... 왜 그런 년이 좋은 건데, 내가 너한테 다가가면 철벽치던 주제에 왜 갑자기 반하고 지랄인데?"

"...?"

"말해보라고!!"

못 보내.

이 집에서 나가면, 다시 잡을 수 없어.

"너, 오늘 여기서 못 나가."

그러고 보니, 일본은 등급을 A,B가 아니라 여러 이름으로 구분한다고 했는데.

A급의 이름은, '별'이라고 했지?

"얀순아, 놔 줘."

"닥치고 그 일본년한테 전해, 니네 별 하나 진다고."

"뭐?"

당황하는 모습도 정말 맘에 들어.

나를 떠나려 한 죄도 있으니, 아예 내가 가져도 되겠지?

"각오해, 내일 일어나지도 못하게 해줄 테니까."

"제발... 흐윽, 안돼..."

"왜 울고 그래, 꼴리게. 가만히 있으면 내가 다 해줄게, 어차피 네가 움직이게 되겠지만."

_____

"나 왔어, 어제는 조금 힘들었지?"

"으... 으아..."

내 말을 무시하는 걸까.

뭐, 상관없다.

앞으로 이틀은 말로 대답할 수 없을테니.

"이건, 너를 늑대인간 몬스터로 만들어줄 비약이야. 내일, 던전에서 보자?"

얀붕이에게 약을 먹이고, 이어서 그의 몸이 변하기 전에 수면제를 먹였다.

"늑대로 변해버렸지만, 괜찮아. 지금도 너는 귀여우니까."

얀붕이를 공간 마법이 걸린 캐리어에 집어넣고, 무기를 손질하기로 했다.

캐리어는 어느새 내 주머니에 들어올 크기가 되었다.

"무기도 다 해결했고... 후드도 있네."

_____

게이트 앞, 토벌대 사이에 눈에 띄는 후드를 입은 누군가가 서 있다.

"이만 출발하시죠!"

고등급의 게이트에 들어가는 중에도 긴장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모두가 엘리트라는 증명리 되어준다.

그리고...

"저건... 뭐죠?"

게이트 안에는 늑대가 있었다.

몬스터에게 공격당한 듯 심한 상처를 입은 채였다.

"어째서 이렇게 심한 상처를..."

여자 힐러가 늑대를 건드리려 하자 발톱이 그녀의 손을 햘퀴기도 전에 검이 그 손을 가로막았다.

"건드리지 마세요,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니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물론 검의 주인인 얀순이는 다른 여자의 손이 얀붕이에게 닿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역시 협회에 보고해야 할까요..."

"마수와 싸우다가 입은 상처인가 보네요, 치료해 주세요. 손을 대지 않고, 할 수 있죠?"

"ㄴ,네."

얀순이는 힐러의 손이 얀붕이에게 닿는지 안 닿는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얀붕이의 치료가 끝나고, 안쪽으로 진입한 헌터들은 빠르게 보스를 처치했다.

그리고 얀순이가 얀붕이를 업어들고는 말했다.

"제가 이 늑대를 데려가도 될까요? 보시다시피 아주 나쁜 늑대잖아요, 이렇게 입가가 시뻘개져서는."

얀순이의 말은 조금 이상했지만, 모두가 동의했다.

논리와 이성은 광기로 대체했다.

_____

"붉은 용병과 나쁜 늑대는, 그렇게 서로를 도우며 행복하게 지냈답니다. 이야기 끝!"

얀순이는 자신의 침대에 묶인 얀붕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책을 덮었다.

[작가 김얀순]이라는 부분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얀순아, 난 도망갈 수 없어."

"어머, 나쁜 늑대가 자기를 구해준 은혜를 잊어버렸네. 다시 한번 '치료'를 해볼까?"

"제발..."

얀붕이는 자신을 덮치려 하는 얀순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쓸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마치 얀붕이를 햝듯이 얼굴 곳곳에 버드키스를 하던 얀순이가 얀붕이의 입술을 훔치고는 그를 껴안았다.

"네 탓에, 나는 괴물 취급을 당하게 되었어. 나를 고용하기로 한 곳도 연락을 끊었고, 얀진이는... 네가 죽였잖아."

"너를 위한 거였어, 나를 두고 떠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잖아?"

얀순이는 본인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을 무시했다.

얀붕이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첫째는 친구가 심각하개 무너졌음을 볼 수 없어서.

둘째는 이미 망가진 몸으로나마 다시 자신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을 잡기 위해서였다.

얀순이가 완전히 무너진다면 얀붕이는 무슨 말로도 나갈 수 없기에, 두 이유는 하나이기도 했다.

"나를 위한 일... 네가 날 걸을 수 없게 하고 앞은 흐릿하게 보이도록, 손은 섹스할 때만 풀어주는 게 날 위한 거구나..."

"얀붕아, 내가 너와 함께하는 게 널 위한 일이야. 그런 것들은 그냥 '어쩔 수 없는', '사소한' 일이잖아. 응?"

"사소해? 네가 내 인생을 망치고 나를 가둬놓은 채 네 멋대로 가지고 놀면서 억지를 부리고, 심지어는 네 감정쓰레기통으로 쓰는 게 사소한 일이"

퍽!

얀순이의 주먹에, 얀붕이의 말이 멈춰버렸다.

얀순이는 자신을 원망하는 얀붕이의 진심을 듣고 울다가, 이내 다시 미소지었다.

"미친년,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웃고 있는지."

"아, 정말. 나도 개가 짖는 소리를 얀붕이가 말하는 건 줄 알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어쩌자는 건지... 얀붕이는 이렇게 날 사랑한다고만 말해주는데."

"뭐?"

"그냥, 아직 나쁜 늑대인거잖아. 그치? 내 얀붕이로 돌아와줄거지?"

얀붕이가 코웃음치며 무어라 말하기로 던에 얀순이가 그의 팔을 잡아 비틀었다.

"나쁜 늑대를 치료하면 얀붕이로 돌아와 줄 거지?"

"아악...!"

"치료는 조금 아플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얀붕이가 돌아와준다 믿어!"

얀붕이의 팔이 완전히 돌아가 망가져버렸다.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한 그를 무표정하게 쳐다보던 얀순이는 개를 키울 때 필요한 물품들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화내는 부분이나 미쳐버려서 지 할말만 하는 부분이 내 맘에 안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