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와 나는 부동산 중개업자 양쪽에서 이중거래 사고가 난 것이 인연이 되어 알게 되었다.


그녀와 나의 첫만남은 이랬다.

사고난 계약금은 돌려준다고 해도 어느 한 쪽이 또 집구하러 나가는 것도 할 짓 아니었다.


 나는 마침 방세도 아낄겸 그래도 생긴 것도 귀여운 애가 룸메이트면 좋겠다 싶어 얀순이에게 제안해. 둘이서 합의해서 살게되었다.


애가 좀 소심해서 친해지기 어려워 보였지만 같이 한솥 밥 먹으며 부대끼다 보니 마음을 열고는 나를 대하는게 요즘은 마치 주인따르는 강아지 같아서 조금 귀여운 것 같다.


"아... 뭐지? 이상하네... 요즘 진짜 미치겠네..."


최근들어 얀순이와 같이 밥 먹거나 같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하면 같이 붙어있게 되기 마련.


요즘 그녀의 체향만 맡으면 하반신의 주니어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요즘따라 저녁 먹고는 알바 때문에 피곤했던 것인지 혼곤히 잠들어서는 새벽에 깨어나는 경우가 많은데도 묘하게 피곤하기도 하고...


어느 날.


자고있던 나는 새벽에 일어났다.


그랬더니 볼 수 있던 놀라운 광경


허리께가 무겁고 어째 무척이나 뜨끈하고 기분좋은 감각이 들어 눈을 뜨자 얀순이와 눈이 마주쳤다.


"......얀붕아, 봐버렸네...? 면역이 생긴건가?"


이 상황 딱 봐도 정상이 아니다. 그리고 얘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봤을 때 미묘하게 상식에 어긋나는 발상의 소유자였다.


혹시 그냥 못본 체 해주지는 않으려나?


"어... 얀순아... 나 아무것도 못봤다고 치고.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다시 자도 되냐?"

"얀붕아 혹시 내가 뭐라고 할 것 같아?"


"......안돼?"

"응 안돼♡ 어림도 없지..."


머리를 굴려야했다. 이전에 본 둘만의 공용 노트북 검색기록에 스턴건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혹시...


찌걱찌걱 소리와 함께 날 야밤중에 덮친 것을 보면 일단 나에게 해를 가할 리는 없어보였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어... 너 혹시 나 좋아하냐?"

"...응, 근데 너 학교에서 인기 많더라... 학교 대나무 숲에서 너 거론하는거 몇번 쯤 봤는데... 역시 나같은 애는 눈에 안차겠지?... 그렇다면... 내가 가질 수 없느니... 차라리..."


영 좋지못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 땅을 파고 들어가는 그녀의 자존감에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하며 다급하게 그녀와의 연애를 제안했다.


"와이씨... 잠깐만... 나도 너 싫은거 아닌데..., 음습하게 숨어서 좀 하지말고... 그냥 이렇게 된거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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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커플이 되었지만. 역시나 그녀가 집착이 심했지만서도 오래토록 같이 지내며 그녀에게 신뢰를 주다보니 이제는 나를 믿고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하지만 기반하는 그 성격은 어디 가는게 아니라서...


만원 지하철에 콩나물 시루마냥 흔들거리며 타고 다니다가.  휘청한 여자분이 내 와이셔츠에다 도장 찍듯 립스틱 자국 생겼을 때에는 진땀을 뺐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의 마음에 안들던 점 마저도 사랑과 정으로 커버가능했고.


"얀순아, 우리 사귄지 1000일 됐지?"

"응 3일 남았는데... 설마... 진짜 설마... 까먹은거 아니지?"


처신 잘하라는 뜻이 잔뜩 담긴 눈으로 매섭게 노려보는 꼴이 퍽이나 무섭기도 했고. 진짜 잊어버렸으면 다른건 몰라도 이건 사달났을거다.


"아잇...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봐"


나는 얀순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머니에 넣어둔 링케이스를 꺼내들었다.


"우리 우여곡절도 참 많고, 연애도 참 삐걱삐걱 하기도 했고. 난리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긴 했는데 어떻게든 여기까지 오게됐네."


얀순이는 제 입을 가리곤 목소리를 떨었다.


"얀붕아... 설마..."

"커플도 지겨운데, 이제 결혼도 해봐야지 않겠어?"


열어젖힌 반지케이스에는 그간 모으고 모아서 산 TIFFANY & Co의 다이아 반지가 들어있었다.


"어휴... 이 돈이면 너 중고차나 사지... 싼거 사줘도 되는데..."

"산통 깨는 소리하지 말고 껴보기나 해, 결혼반지는 평생남는건데 그걸 어떻게 싸구려로 쓰냐?"


그래도 기쁜 건 사실인지 왼손을 내밀며 봄꽃처럼 해사한 미소를 짓는 그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