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외출 할 때 항상 짐이 많았다.


핸드폰, 디카, 보조배터리

틴트, 핸드크림, 물티슈

호신용 스프레이

지갑, 무선이어폰

치실과 휴대용 치약/칫솔까지

거기다 남자친구의 물건도 챙기려다 보면

가방은 항상 크고 무거웟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이 들고 다니는 작은 핸드백이 너무나 예뻐보였다.

하지만. 다 하나같이 필요한 물건들이였다.

식사 후엔 양치가 하고 싶었고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싶었고

그녀의 손과 입술은 자주 건조했으며

뉴스를 보다보면 요즘 세상은 흉흉했다.


그러던 어느날, 차에서 내리던 한 커리어우먼이 들고있던 클러치백을 보았을땐.... 자신의 크고 우람한 쇼퍼백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리곤 결심했다. 저 멋진 여성처럼 차를 사리라!


그렇게 인터넷에서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세단보단 트렁크가 넒은 SUV가 좋아보였다.


평범한 투싼이나 모하비도 그녀에겐  너무나 부담되는 가격이였다.

인터넷에서 차를 추천받으면 그것보다 더 비싼 대형 그랜드 카니발이나 스타리아(...)를 추천받았다. 불가능했다.

소형 SUV인 셀토스나 티볼리는 좌석만 넒었지 트렁크는 상대적으로 비좁았다.


이대로 가다간 '다마스'라도 사야하나 싶었으나, 이미 예저녁에 단종되었다고 한다.

막무가내로 자동차 영업점에 가보았다. 시승이라도 해보면 무언가 답이 나올까..하는데


기아자동차 영업사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는

"레이가 밴 모델이 있어요"

경차를 추천해주었다.


"밴...모델이요?"


"뒷자석을 없에버리고 트렁크로 넓힌 모델이에요. 

 요즘엔 차량에 1~2명밖에 안타잖아요, 경차는 특히 뒷자석을 잘 안쓰니까요

 이렇게 옆문도 슬라이드 도어로 나와있어서 편해요, 적재량도 커서 캠핑용으로도, 영업용으로도 안성맞춤이죠"


역시 인터넷 ㅈ문가들보다 진짜 전문가는 달랐다.

인터넷 댓글들은 '미니쿠페'네 'X5'네 별 영양가 없는 돈자랑만 늘어놓고 있을때

영업사원은 현실적인 대안을 가져와 주었다.


"계약할게요"


"옵션은 어떤걸로 하시겠어요?,, 여기 표를 보시면...."


"풀옵션으로!"

초보운전인 그녀에게 열선시트와 네비게이션과 각종 주행보조 시스템은 꼭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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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 그녀는 꿈에 그리던 차를 수령했다.

새 차를 끌고 쇼핑도 하러 갔다. 친구들과 외식도 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릴땐 언제나 작은 클러치백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날. 

시외로 멀리 나가보기로 한 그녀는, 고속도로 휴계소에 잠시 차를 세우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차문을 열고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이야기 한다

" 차 좋지? 그치그치?"


"완전 맘에 들더라니까? 트렁크도 넒고, 연비도 좋고"


"캠핑카처럼 뒷자석에 시트도 넣을 수 있고"


뒷유리에 큼지막히 붙은 '초보운전'과 대비되지만

그녀는 연신 새로 뽑은 차를 자랑하기 바빳다.


이내 여자는 자신의 클러치백을 조수석 시트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출발한다~"

그녀는 뒷자석이 없는 트렁크를 향해 소리쳤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남자친구'가 손발이 묶이고, 재갈이 물린채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