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모른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전쟁이 있다.

마왕으로부터 시작된 인간과 마족의 전쟁.

그리고 그런 마왕에게 대적하기 위한 존재, 용사.

아무도 모르게 어느 샌가 나타나며, 여신에게 선택받은 신체로 마족에게 대항하는 자.

용사의 의무는 마왕을 타도하는 것이라고, 용사 스스로가 말한다.

그러나, 마왕은 정말로 강했다.

그렇기에 용사는 뜻이 맞는 이를 모아 마왕에게 도전했다.

마왕과의 전투는 격렬했고, 수많았던 동료들은 모두 쓰러져 사제와 용사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기나긴 전투도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마왕의 마지막 공격은 용사의 눈을 찔렀고, 용사의 마지막 공격은 마왕의 심장을 뚫었다.

그리고 지금, 그 용사는 쓰러졌다.


"이것으로, 만족하십니까..."

사제 얀순은 물었다, 정말 이러한 결과에 만족하냐고.

"용사의 의무를 완수하고 죽는 것에, 후회는 한 점 없으나..."

용사 얀붕은 말했다, 자신의 죽음에 후회는 없다고.

"나의 미숙함에 희생된 동료와, 나의 죽음을 보게 해버린 그대에게 미안함을 차마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얀붕은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얀순은 조용히 품에 숨겨왔던 단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이런 결말이 되었군요."


얀붕의 시체에서 남은 한쪽의 안구가 파내진다.

얀붕의 얼굴 가죽이, 단검에 찢겨 분리된다.

얀붕이 단련해온 신체는,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얀순은 길을 떠났다.

그 누구도 용사의 어린 시절을 모를 땅으로.

마왕은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것이 이 땅의 섭리기에.

용사는 다시 생겨날 것이다. 그것이 여신의 뜻이기에.

다만, 인간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이번에는 과연, 당신은 마왕에게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요?"

섭리라 믿어온 마왕의 출현이, 누구에 의해 정해진 것인지.


"얀붕, 나는 영원히 지켜볼게요."

여신의 뜻으로 등장하는 용사가, 사실은 매번 같은 존재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그럼, 이번의 그대에게 축복을."

무너졌던 얀붕의 육체는 점점 흙으로 스며든다.

흙은 곧 육체가 되어 사람의 형상을 취한다.

그러고는 곧, 생명이 되어 조용히 잠든 채로 또다른 용사가 완성된다.

다만 한 가지, 한쪽 안구만은 없는 채로.

"기대할게요, 얀붕. 이번에도 잘 이겨내주세요."

얀순은 용사에게, 자신이 가져온 얀붕의 눈을 끼운다.

이것으로 용사는 완성되었다. 얀붕이라는 이름으로.

얀순은 떠난다, 칼에 찔렸던 얀붕의 눈을 가지고.




사람들은 모른다.

갑자기 나타난 어느 앳되보이는 사제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함에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동료들은 모른다.

용사의 의무를 다하려는 얀붕에게 제일 먼저 찾아와 기꺼이 돕겠다는 이 사제를, 기꺼이 맞아들인다.


얀붕은 모른다.

얀순이 소중히 여기는게 무엇이냐고 물어도, 비밀이라는 얀순의 대답에 더는 묻지 않는다.


얀순은 모른다.

자신의 방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안구들이 보존되어있지만, 이 행위를 얼마나 더 하게 될지는 그녀 자신조차 모른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ㅡㅡㅡㅡ

글 첨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