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나는 이상할 정도로 국밥을 좋아했다.

   

돼지국밥, 순대국밥, 섞어국밥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좋아했으나, 어른이 되고나니 입맛이 바뀌면서 안먹기 시작한 국밥이 있다.

   

콩나물국밥.

   

어릴때엔 팔팔끓는 콩나물국밥에 날달걀을 넣어서 먹는 것 만큼 맛있는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들어서는 그런게 조금씩 꺼려진다.

   

또한, 가성비가 좋아서 돈이 없을 때 큰 도움을 주기도 했으나, 이제 슬슬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굳이 가성비를 찾을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콩나물국밥과의 마지막을 위해 단골이었던 콩나물국밥집에서 포장을 했고.

   

이제, 내일 아침에 그걸 먹어버리고 완전히 기억에서 잊어버리기로 결심했다.

   

콩나물국밥은, 아직도 5천원도 하지 않았다.

   

   

-디리릭.

   

그렇게 바로 집으로 돌아온 나는 포장한 콩나물국밥을 한손으로 들고 다른 한손으론 도어락을 연 다음, 국밥을 대충 아무런 곳에나 놓아놓곤 잠을 자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름철도 아니라 상하진 않을거다.

   

   

그렇게 다음날이 밝았고.

   

“일어나셨어요? 주인님?”

   

혼자 사는 내 집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다.

   

너 누구야.

   

* * *

   

“주인님, 저를 모르신다고요? 어제도 함께였는데?”

   

메이드복에 새하얀 머릿결, 금안, 새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경국지색이란 말에 손색이 없었으나. 지금의 나로서는 그저 무단칩입자일 뿐이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봅니다!”

   

“아이, 참~. 어제 저를 사가셨잖아요. 주인님?”

   

“무슨 개소립니까? 어떻게 사람을 산다는겁니까?”

   

애초에 나는 어제 국밥 밖에 사지않았… 국밥?

   

“혹시, 이름이?”

   

“아, 저의 이름은 얀순이에요. 어제 주인님이 산 콩나물국밥 말이에요!”

   

이루어 질리 없는 대답을 듣고 말았다. 씨발, 어떻게 콩나물국밥이 사람이 된다는거야. 그런 농담은 재미없는데.

   

“농담도 적당히 하시고, 그냥 나가세요. 경찰 부르기전에.”

   

“너무해요, 주인님! 아침식사도 생각해놨는데! 맛있는 콩나물국밥이란 말이에요!”

   

“왜 마음대로 남의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겁니까?”

   

아침에 콩나물국밥을 먹을 생각이긴 했는데… 잠깐, 방금전에 자기 입으로 콩나물국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전에, 얀순? 당신이 자기입으로 콩나물국밥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국밥이 또 있다는 거죠?”

   

“…후후, 그건 당연히…”

   

그렇게 말하면서, 옷을 벗기시작하며, 그녀, 아니. 얀순은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과, 제가 같이 만들거니깐요?”

   

“그게, 무슨…?”

   

“그리고. 바람 핀 댓가도 치러야 하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초점없는 공허한 눈으로 쳐다보는 얀순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나는 오늘… 어젯밤에 사서 오늘 아침에 본게 전부인데, 바람이라니?

   

“그게 무슨소립니까? 바람이라니?”

   

“주인님, 몸에서 돼지국밥, 그 암캐의 향이 나고 있으니깐요.”

   

“네?”

   

그러고보니, 어제 콩나물국밥집에 들리기 전에 저녁으로 돼지국밥을 먹긴 했다. 그런데, 왜 암캐라는 표현이 붙는거지? 눈 앞의 얀순은 예외라지만, 돼지국밥은 여자가 아닌데?

   

“그러니, 직접 주인님과 저의 몸으로 만들 수 밖에 없어요. 저와 주인님의 궁합은 매우 좋으니깐.”

   

“주인님, 저를 보세요. 저의 새하얀 머릿결이, 마치 싱싱한 콩나물 줄기같지 않나요?

   

“그러고보니…”

   

얀순의 머릿결이, 마치 콩나물 줄기같이 새하얗고 아름다운…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래, 국밥이 인간이 된다는건 역시 말이 안된단 말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새하얀 콩나물줄기… 아니, 새하얀 머릿결을 가진 얀순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미친년이 맞다. 그것도 자신이 콩나물국밥이라고 주장하는 미친년.

   

‘스토컨가?’

   

그래, 스토커라고 하면 이해가 간다. 스토커라면 분명 내가 가는 국밥집정도는 알고 있을테니깐. 그래. 이게 맞는 것 같다. 역시 난 머리가 좋아.

   

“그냥 빨리 나가세요. 아침식사는 그냥 밖에서 돼지국밥이나 먹으러가면 되니깐.”

   

-쾅.

  

"그건 안돼요. 바람이잖아요?"

 

“제가 직접 차려드릴 아침식사를 거르고 바람을 피실려는 주인님이라도 사랑하지만, 교육이 필요하겠어요. 그러니, 직접 제가 떠먹여드릴게요, 주인님. 그러니 바람은 안돼요.”

   

그렇게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얀순은 말을 이어갔다.

   

“콩나물 줄기같이 새하얀 머리와, 계란 노른자같이 아름다운 금안, 콩나물와 각종 재료들을 넣은 듯이 뽀얀 피부. 그래요. 저는 콩나물 국밥이 맞답니다. 조금, 가슴에 살이찌긴 했지만. 주인님 같은 남성분이라면 분명 좋아하실거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얀순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힘으로 나를 제압하고 입에 혀를 섞었다.

   

-츄릅, 츄릅.

   

이상하게도, 그녀의 타액에는 콩나물국밥 맛이났다.

   

…씨발. 첫 키스맛이 콩나물국밥 맛이라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자… 저는 후끈후끈해졌으니. 식기전에 드셔야죠?”

   

그렇게 메이드복을 한꺼풀 한꺼풀 벗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저절로 침이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콩나물국밥이라 주장하지 않았다면, 이미 정조를 바쳤을거다.

   

“누가 좀 살려줘…”

   

“자, 주인님… 국밥을 먹기위해서 필요한 밥을 만들어 주셔야겠어요…♡ 국밥 순애…♡”

   

“씨발, 국밥 순애는 무슨 개소리야!”

   

그렇게 정조가 위협받던 도중.

   

-콰아앙! 

   

정문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 직후, 초록 머리의 사내가 얀순과 나를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부추씨! 어째서 저희의 사랑을 방해하는건가요!?”

   

“미안하군, 약속은 지켜야해서.”

   

“아무리 부추씨라고 해도, 이건 용납할 수 없어요!”

   

그렇게 방해를 받았다는 듯이 화를 내면서 부추씨. 라고 불리는 초록머리의 사내는, 뭐하고 있나는 듯이 검지 손가락으로 부숴진 정문을 가리켰다.

   

“얼른 도망가게, 돼지국밥… 아니. 얀진양이 그대를 얀순양에게서 도망치게 도와줄걸세.”

   

“얀진…? 주인님! 가지마세요! 그 암캐에게 가면 안돼요!!!”

   

-꽈아악.

   

“얼른 가! 정문을 나가면, 검은색 봉고차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뭐,뭔지 몰라도. 감사합니다!”

   

살았다. 그래, 저 미친년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거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주인님! 이라는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저 멀리 검은색 봉고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깐만. 아까전에 얀진이라 말하기전에 돼지국밥이라고 하지 않았나?’

   

설마, 부추씨라는 말도 잘못 들은 거겠지.

   

그렇게 나는 봉고차쪽에 가까워 지기 시작했다.






* * * 


...도망간 곳에는 낙원은 없더라. 봉고차에 들어가보니 자기가 돼지국밥, 얀진이라 하는 미친년은 뭔데 씨발...

  

"사랑해요, 주인님."


살려줘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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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콩나물국밥 먹었다고 왜 이런글이 써지는거지. 더위 먹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