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전에 짧게 서론을 써보자면, 목마른 놈이 직접 우물을 팔 뿐인 자기만족용 소설임. 얀붕이는 우마무스메 게임만 접해봐서 애니나 자세한 설정은 잘 모름. 나무위키에 있는 설정들만 얼추 훑어본 정도라 그런 쪽은 기대하지 않아줬으면 한다. 물론 소설도 못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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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골드 쉽, 여기서 빠져나오나요. 놀라운 뒷심입니다!」


관중석에서 크게 울려퍼지는 환호. 그에 부응하듯이 회색털의 우마무스메, 골드 쉽은 계속해서 날려나갔다.


결승선까지는 400M 남은 시점에서 골드 쉽은 10등이었지만 그건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폭발적인 힘으로 빠르게 다른 우마무스메들을 제쳐나갔다. 그 광경에 해설과 관중석 모두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그 흥분된 분위기에 골드 쉽은 더욱 박차를 가했다.


「남은 거리 200M! 골드 쉽, 사츠키와 국화에서 보여주었던 그 달리기를 여기에서도 보여주나요!!」


100M도 남지 않은 최종 직선에서 3등인 골드 쉽은 1, 2등의 우마무스메들과 서로 팽팽한 경쟁을 벌이며 결승 지점을 향해갔다.


「3명이 거의 동시에 나란히 골인! 모두의 손발에 땀이 나게 만드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경쟁이었네요!」


이 경기의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열띤 목소리로 해설을 진행하던 해설자는, 이윽고 경기의 결과를 발표했다.


「3명 모두 코 차이로 들어왔지만, 1착은... 7번 골드 쉽! 골드 쉽, 사츠키와 국화에 이어서 아리마 기념에서도 훌륭히 금메달을 따냅니다!」


마치 축포와도 같은 선언. 그에 관중석에 손을 흔들던 골드 쉽은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바라보고는 놀란 표정을 얼굴에 띄우더니 곧바로 표정을 바꿔 익살스러운,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달려왔다. 그래, 달려왔다.


골드 쉽의 미소에 가려진 수많은 의미를 나는 알고 있었다. 저 녀석과 얼마나 같이 지내면서 어울려줬다고 생각하는 거냐. 나는 온몸을 긴장시키고 예상할 수 없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해 다리와 복부에 힘껏 힘을 주며 비장한 자세를 취했다.


골드 쉽이 이쪽에 도착하기까지의 2초. 그 시간 안에 준비를 마친 나는 골드 쉽을 바라봤다. 분명 30M도 되지 않은 거리였을 텐데도 그녀는 나의 근처까지 도달했다.


“자, 와라!”


“하앗, 간다아!!”


그렇게 말한 골드 쉽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로 나와 거리가 3걸음 정도 남았을 때,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그대로 편자가 박힌 신발을 신은 두 다리를 발길질을 하듯이 힘껏 뻗었다.


이른바, 드롭킥이라는 녀석이다.


하지만 인간인 내가 우마무스메가 초근거리에서 날리는 드롭킥을 인지할 수 없었고, 거기에 골드 쉽, 그녀 자신도 생각치 못한 3관의 영향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힘의 가감 없이 드롭킥을 날렸다. 아니, 분명히 가감은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응.


어쨌거나 그녀의 드롭킥을 초근거리에서 맞은 나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펜스에 전신이 충돌했고, 힘없이 주르륵 펜스에서 미끄러져내려 바닥에 쓰러진 나는 점점 시야가 하얗게 물드는 광경 속에서 골드 쉽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을 시야 가장자리에서 목격했다.


“커헉?!”


“1착했다고, 트레이너...?! 트, 트레이너? 정신차려 봐! 얌마, 정신차리라고———”


그리고 동시에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당황한 골드 쉽이 나를 흔들어도 아무 반응을 하지 못하자 울먹이기 시작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내 마지막이었다.


물론 죽지는 않았다. 전치 2주라는 피해를 입원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지만,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다가 깨어나니 무척이나 침울해지다 못해 조금 수척해진 골드 쉽이 내게 안겨왔었다. 그때의 골드 쉽은 어두운 분위기를 뿜어내며 생기 없는 어두운 눈동자와 그 주변에 말라붙은 눈물자국이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다가와, 조금 두근거렸었다.


그러나 병원생활 중에 뭔가 위험한 스위치가 들어간 것처럼 골드 쉽은 평소에 가끔씩 보이던 것보다 더욱 오싹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어디있었어, 트레이너? 나 궁금한 게 있는데, 트레이너. 나를 두고 어디로 떠나지 않을 거지...? 사라지지 않는 거지?”


“고루시... 이제 괜찮다니까,”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겠다고 말해.”


“그래, 너와 같이 있을 거니까, 조금 떨어져 줘.”


그리고, 가끔 내가 말 실수를 하거나 조금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골드 쉽은 눈동자의 어둠을 더욱 짙게 한 채로 전보다 더 달라붙어왔다. 골드 쉽을 달래고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에는 조금 힘들었다.


“어째서? 왜 내가 떨어져야 하는 거야?”


“내가 조금 불편하니까. 대신, 손 잡아줄게. 그거면 됐지?”


“정말로...? 정말이지, 트레이너?”


대부분은 손을 잡아준다는 조건이면 그녀의 상태는 괜찮아졌지만 1주가 지나 내 상태가 좋아져 다른 우마무스메가 병문안을 오기 시작한 뒤로는 좀 더 심해졌다.


병문안을 오는 우마무스메들은 대부분 그녀와 친하고 나와 친분이 있던 맥퀸이나 스칼렛이라던지, 아니면 오페라나 네이쳐였는데, 골드 쉽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아이들과 얘기하고 있으면, 어느 새인가 그녀가 뒤에서 나타나 온기가 담겨있지 않은 차가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맥퀸이 오는 경우는 더욱 심했다. 심지어 맥퀸이 골드 쉽을 도발하는 듯한 대화는 더욱 그녀의 상태을 악화시켰다.


“어라, 맥퀸. 여기에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온 거냐?”


“아, 골드 쉽인가요. 딱히, 아는 트레이너 씨가, 누군가에 의해서, 심하게, 다쳤다길래 병문안 온 것 뿐이에요.”


“...”


평소에 골드 쉽에게 쌓인 게 많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골드 쉽에게 트레이너를 뺏겨서 데뷔를 못한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를 이유로 골드 쉽에게 맹공격을 퍼붓는 맥퀸의 모습은 마치 사나운 고양이 같았다. 나는, 둘 다라고 생각하지만.


“참 불쌍하죠, 어느 이상한 우마무스메를 담당으로 맡지 말고, 차라리 원래 계약하려던 우마무스메를 담당했으면... 그렇지 않나요, 골드 쉽?”


“트레이너, 얼른 이 방해되는 우마무스메는 치워버리자.”


“트레이너 씨, 이런 괴팍한 우마무스메를 옆에 계속 둔다면 위험해질 거에요? 건강이?”


“헤에, 우리 잘난 우마무스메 양은 트레이너가 없다는 게 서러운 듯하니 빨리 학원으로 돌아가서, 혼자 트레이닝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그 흉부 아랫쪽의 신체가 불어나버릴 거라고?”


“으읏...!!”


결국 우리의 불침의 황금함은 다른 배를 격추시킨 모양이다. 점점 차가워지는 주변의 공기는 착각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이 둘을 제지하고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더욱 놔두면 위험해질 것만 같다. 주로 내 안위쪽이.


우선은 골드 쉽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맥퀸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가끔 같이 디저트를 먹던 맥퀸에게 미안해졌지만, 골드 쉽을 놔두면 안 되니까.


“미안하지만 오늘은 돌아가줘, 맥퀸.”


“하아... 어쩔 수 없네요. 담당 우마무스메의 편을 들어준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저는 담당도 아니고... 어쩔 수 없죠? 면회시간도 넘긴 것 같고요.”


“그래, 조심히 돌아가.”


“그럼, 안녕히. ……그때 골드 쉽이 갑자기 납치만 안 했어도 지금쯤 트레이너 씨와 같이 데뷔하는 거였는데...!”


맥퀸이 인사와 함께 병실문을 닫은 뒤, 잘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멀어져갔다. 혼잣말의 내용은 대충 알 것 같지만.


위기를 넘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 골드 쉽의 기분은 풀리지 않은 듯하다. 그녀는 여전히 죽은 눈동자로 맥퀸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보는 내가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후훗,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잘못이라고. 나의 황금함은 절대로 내어주지 않을 거니까, 맥퀸.”


“신경쓰지 못해줘서 미안해, 고루시.”


“아... 트레이너? 트레이너도 정말... 칠칠치 못하네. 여기저기에 암캐년들을 홀리고 다니기나 하고.”


“어, 고루시...?”


천천히 침상으로 올라와 웃음을 지은 채 다가오는 골드 쉽의 모습에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져 마른 침을 삼키니, 갑자기 조용해진 방 안에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는 것과 골드 쉽이 말 없이 미소 짓고 있는 모습에 나는 알 수 없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 와중에도 가까이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예쁘다라는 생각과 함께 감탄을 하는 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의 얼굴을 조용히 감탄만 할 때가 아니었기에 나는 어느 샌가 골드 쉽에게 양 손을 구속 당한 채로 발버둥쳤다.


하지만, 거기서 인간과 우마무스메의 차이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우마무스메의 평균보다 강한 그녀의 근력은 나같은 성인 남성의 움직임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며,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는데도 잘못한 나쁜 트레이너에게는, 벌을 줘야겠지♪”


“진정해, 고루시. 침착하읍———!”


계속해서 가까워지던 그녀의 얼굴은, 이윽고 나와의 거리가 제로가 되었다.


메마른 입술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더해졌다. 하지만 거기서 골드 쉽은 끝나지 않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놀라면서도 앙다문 나의 입술을 깨물었다.


“응, 으읍?!”


신경이 쏠려 민감해진 입술에 가해진 고통에, 나는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불가항력으로 열린 입 안으로 부드러움과 동시에 딱딱하고, 상냥하면서도 때로는 난폭한 움직임으로 나의 혀에 얽혀오고, 나의 입 안을 유린하는 그녀의 혀가 침입해왔다.


그녀와 계속되는 키스는 점점 내 의식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산소결핍으로 인한 작은 고통에 몸부림을 쳐보지만 골드 쉽에게 제압 당해 있는 내 몸은 움직일 리가 없고, 오히려 혀의 움직임만 더해져 골드 쉽은 아예 나를 끌어안으며 키스를 계속해 산소결핍으로 인한 작은 고통은 점차 작은 쾌락으로 바뀌었다.


작은 물소리와 함께 츕츕거리며 병실 안에 적나라하게 울려퍼지는 관능적인 소리는 내 의식이 멀어질 때 쯤 골드 쉽이 입술을 떼어내는 걸로 멈췄다.


“후, 하아아...”


“응후우... 후훗♪”


골드 쉽은 의식이 멍해져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있는 내게서 얼굴을 멀리 하는 바람에 늘어진 우리 둘 사이의 실을 혀로 입술을 핥으며 끊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꼬리가 나의 허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고, 고루시...”


“으음...? 난 분명히 벌이라고 했는데, 벌을 즐기다니... 이번에는 좀 더 강한 벌을 줘야겠네…….”


“이제 그, 만...”


“안 된다고, 트레이너? 자아, 벌 받을 시간이야.”


그렇게 말한 골드 쉽은 다시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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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 들려오는 조금 시끄러운 소리에 정신이 깨어난다. 하지만 이 시끄러운 소리의 원인은 귀에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트-레-이-너———!!”


“으이힉?!”


“뭐야, 그런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호오호오, 그렇군. 네놈은 설마 이 고루시 쨩의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에 매료되어 그 머릿속으로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상상을 떠올린 것이로군?”


아직 얼얼한 오른쪽 귀를 부여잡으며 어질어질하면서 빙빙도는 시야 속에서 일어나려 애쓰다가 골드 쉽의 뒷말에 괜히 아까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에 얼굴이 빨개진다.


우선은 갑자기 정신이 부상한 탓에 인지가 조금 힘들어 상황파악을 한다. 아아, 고루시의 트레이닝을 봐주다가 잠깐 잠든 건가. 그보다, 이 녀석... 살짝 골탕먹이고 싶어졌다.


“으으, 갑자기 소리지르기냐.”


“이 고루시 쨩은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힘들게 네가 시킨 트레이닝 메뉴를 하나하나 맛보고 있었다고. 근데 그런 동안에 혼자만 편하게 졸고 있던 거냐!”


“최근에 정신을 놓고 있었더니 트레트레별의 외계인들이 자꾸 전뇌납치를 시도하는 모양이야.”


“헛! 그건 참 큰일이군... 안 되겠어. 그 녀석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어딘가의 해변으로 가서 이 고루시 쨩이 전부 때려눕히고 와주지!”


“은근슬쩍 트레이닝을 빠지려고 하지마!”


내가 너와 어울려준다고 그대로 보내줄 쏘냐. 저번 레이스에서 조금 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각오하라고.


골드 쉽은 저번 타카라즈카의 레이스에서 8착이라는 조금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그날의 컨디션을 고려했을 때, 안 좋은 것 치고는 생각보다 준수한 성적이었다.


레이스 전날, 나는 골드 쉽과 오전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점심으로 그녀가 사주기로 한 라멘을 먹으러 컨디션 조절 겸으로 외출을 나갔다. 라멘을 먹고 돌아오는 길의 공원에서 골드 쉽과 얘기를 나누던 중, 일이 발생했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계단이 미끄러웠는지, 그대로 미끄러져버렸다. 나보다 좀 더 아래에 있던 골드 쉽이 나와 같이 휘말려 떨어졌으나 골드 쉽은 괜찮았다. 그러나 내가 왼쪽 정강이뼈에 금이 가버리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그녀의 걱정을 사버리게 되었다. 레이스가 바로 다음날이기도 해서 나는 최대한 그녀에게 걱정시키지 않으려 괜찮다고 하고 외출 후에 기숙사로 돌아와서 응급처치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레이스 당일, 그녀는 계속 내가 신경쓰였는지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도 계속 이쪽을 힐끔힐끔 처다보고 있었고, 어설픈 응급처치로 인해 계속해서 쌓인 통증을 참을 수 없어 레이스 도중에 쓰러져버리는 바람에 나를 의식하고 있던 골드 쉽의 주의를 내게로 돌려버렸다. 나는 힘겹게 일어나며 골드 쉽에게 경기 속행을 외쳤고, 그 결과가 8착이다.


내가 저번 레이스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으니, 골드 쉽이 다시 장난을 걸어온다.


“그래서, 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까지 얼굴이 빨개졌던 거야? 진짜로 고루시 쨩의 모습에 매료돼서 떠올려버린 이상한 상상 때문인건가?”


“조금 전의 기억이 떠올라서.”


“흠, 좋다! 몸은 작아... 지지는 않았지만, 두뇌는 그대로인 이 명탐정 고루이치 님께서 추리해보도록 하지!”


“그런 거라면 감지덕지하며 고루이치 탐정에게 수수께끼를 맡겨볼까?”


골드 쉽의 장난을 받아주고 있으니 다시 떠오른 그때의 기억에 괜히 쇄골 근처가 뜨끈해져 손으로 살짝 문질렀다. 그 행동을 골드 쉽이 목격한 건지 자신의 추리 단서에 집어넣었다.


“두 번째 단서인가. 우선 첫 번째 단서로, 조금 전의 기억이라고 한다면... 분명 아까 전 트레이너가 졸고 있었을 때의 기억이 분명하군! 트레이너, 그 이외의 단서는?”


“기억은 7달 전 즈음의 시기야.”


이 정도까지 했으면 나머지는 고루시가 알아서 맞추겠군. 크큭, 반응이 궁금해진다. 골드 쉽이 단서로 이 수수께끼(?)를 맞추고 있을 동안에 나는 여전히 쇄골 쪽을 손으로 문지르며 내일의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골드 쉽의 추리가 끝난 모양이다.


“트레이너, 나를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냐? 네가 말한 두 개의 단서, 그리고 아까 네가 말한 결정적인 단서가 될 행동! 그것들로 분석해보면...”


말이 점점 작아지던 골드 쉽의 얼굴이 만화풍의 그것처럼 목에서부터 붉은 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그, 그건...”


“걸렸구나, 골드 쉽! 이것이 나의 함정이다! 너는 이 트레이너와의 지혜 대결에서 진 것이다! 단서들을 듣고 생각나는 건 없느냐!”


“……트, 트레이너, 그건...”


고장난 듯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골드 쉽. 거기에 나는 결정타를 가했다.


“이거, 고루시가 남긴 거잖아.”


“읏...!”


그렇게 말하며 쇄골을 문지르던 손으로 티셔츠의 목소매 부분을 잡아당겨 골드 쉽에게 보여줬다. 티셔츠로 가려지던 쇄골에는 이빨 자국과 함께 물어뜯긴 모양의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골드 쉽은 답지않게 더욱 흥분하며 침몰 직전까지 몰렸다. 불침의 황금함이 여기서 침몰하는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황금함은 건재한 것 같다. 골드 쉽은 손부채질 하는 시늉을 하더니 능청스러운 말투로 말하며 시선을 피했다. 목소리는 전혀 능청스럽지 않았지만, 귀가 앞으로 세워져있었으며 꼬리는 기분 좋다는 듯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나~ 음음, 고루시 쨩은 모르겠는 걸~?”


장난은 그만하고 스테미나 훈련을 하러 가자고 골드 쉽에게 말하려는 찰나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골드 쉽과 나의 말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이 근처에 제 3자의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골드 쉽은 나보다 먼저 그 소리를 듣고 있었기에 이미 귀가 뒤로 눕혀져 있었다. 이런, 빨리 자리를 옮겨야겠어.


“고루시, 이제 슬슬 스테미나 훈련하러 가자.”


“...어쩔 수 없네. 그럼 갈,”


“잠깐, 거기 골드 쉽과 그 트레이너, 선배? 난 너희들에게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건데?”


“……까, 트레이너.”


자신의 말을 끊은 것도 모자라 부탁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장난기 서린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낮은 톤의 목소리가 골드 쉽에게서 나왔다. 말을 걸어온 트레이너도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꼴에 트레이너라고 알아챈 듯, 방금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흠흠, 우선 자기소개를 먼저 할게. 나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 트레이너야.”


최근에 신입생 환영식도 있었으니 말이지. 타이밍 좋게 들어왔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트레이너 생활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구나. 내가 취업기념 1주년이라는 시덥잖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으니 신입 트레이너는 계속 말을 이었다.


“골드 쉽의 성적은 잘 봤어. 그 동안에 떠오르는 스타 우마무스메로 내가 눈 여겨보기도 했고, 저번의 일도 있었으니. 정말 대단한 우마무스메야.”


“그렇구나, 그래서 그 볼 일이 뭐야?”


골드 쉽은 저번 경기에서의 일을 떠올린 건지, 좀 더 음의 고저가 없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걸 저 신입 트레이너가 알 리가 없었기에 그는 그저 본론을 빨리 듣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버린 건지 빠르게 그의 입이 열렸다.


“저번 경기에서의 부진도 그렇고 그 전의 경기도 그렇고 모두 아까웠어. 조금만 더 괜찮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지. 골드 쉽, 저 선배의 우마무스메가 아니라 내 담당의 우마무스메가 되어줘. 분명 선배보다는 잘 할거야. 그럼 실력도 네 잠재력보다 더욱 오르겠지!”


“그, 말을 하는 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하지만 말이야. 고루시는 매번 열심히 했어. 내가 어떤 트레이닝을 하라고 시켜도 잘 따라와줬고. 그걸 마치 제대로 한 게 아니라는 식으로 깎아내렸,”


“그건 선배의 능력이 골드 쉽의 능력에 따라가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니야? 트레이너의 능력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좀 더, 코 따위의 차이가 아니라 3마신 차로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라고! 자신의 실력 부족을 인정하지 못하는 걸 보니, 트레이닝을 안 봐도 딱 정도가 보이네! 한심하다고, 선배.”


말을 도중에 짜르는 습관은 고쳐야 될 텐데. 그게 상당히 기분 나쁜 행동인 걸 모르는 건가. 뭐, 능력 면에서는 나도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나보다는 고루시가 잘 따라와준 게 크지. 그나저나 저 녀석, 글렀다. 완전히 자기 페이스로 넘어가 버렸어.


신입 트레이너는 자기 말에 심취해서 내게 온갖 훈수와 비난이 섞인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덕에 옆에 있는 골드 쉽도 많이 화난 듯 하다. 앞굽으로 계속 땅을 긁고 있다. 점점 눈동자에 어둠이 깔리는 것도... 그나저나 저건 완전히 그거 아닌가, 얀데레.


내가 우마무스메의 얀데레적 성격이라던지 진귀하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점점 신입 녀석의 말도 정점을 찍었다. 골드 쉽의 분노를 말이지.


“그러니까, 선배는 그런 어중간해서 쓰잘데기 없는 능력으로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고요! 빨리 퇴직하고 지방의 우마무스메들의 육성이나 힘 쓰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이, 거기 잘난 것 같은 트레이너 씨.”


“으응? 드디어 나한테 올 생각이 들었어?”


“당장 그 말, 철회해.”


“아아, 아무리 하위권의 트레이너라고 해도 담당이니까, 열 받겠지? 미안, 사과할께. 이봐, 선배. 담당 우마무스메 뒤에 숨는 꼴은 그래도 아니지 않아?”


이런... 저질러버릴 것 같으니 슬슬 움직여볼까. 더 이상 열 받으면 큰일날 테니.


천천히 골드 쉽의 옆으로 다가가서 손을 잡아주었다. 골드 쉽 역시 내 손을 잡아왔지만 어지간히 열 받은 건지, 손이 보라색이 될 정도로 세게 잡았다. 그 상태로 가만히 있자, 골드 쉽의 악력이 약해졌다. 신입은, 뭐어. 내가 막아주는 행동을 취하기를 빌어야겠지만.


“뭔가요? 그 마지막 인사같은 행동은. 본인도 자신의 부족을 이제야 인정하는 겁니까. 이제와서라도 인정했다는 거에 점수를 줄까...요?”


자신의 눈앞에 주먹이 내질러지고, 그 풍압에 머리가 넘겨지고 나서야 자신의 시야에 펼쳐진 광경을 인식하는 신입. 내가 손을 뻗어서 다행이었다.


“그 쯤 하면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 이상은 위험할 거 같으니까 그만 둘래?”


“...막지 않았어도 됐는데 말이야.”


“그럼 네가 위험할 걸.”


우리 신입 트레이너는 어지간히도 자존심이 셌던 건지, 자신이 맞을 뻔했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그럼 안도를 해야지 왜 화내는 걸까. 역시 신입이라 그런가.


“골드 쉽... 세간에서 통제 불가능한 지랄마라고 떠들던 이유가 있었어...! 젠장, 내 눈이 잘못 본 건가... 이딴 난폭하고 흉흉하기만 하고 고집 센 우마무스메를 육성하려는 생각도 하고 말이야. 다시 배워야겠어.”


하하, 다시 배워야하는 건 맞는 거 같군.


“트레이너...씨. 본인이 말해놓고 금방 잊으신 건가요.”


“아니, 잠깐만 선배로서 후배이자 신입인 이쪽 세계에 까막눈인 트레이너를 위해서 길라잡이도 머릿속에 똑똑히 박아줄 겸 교육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도대체 무슨 작당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거기서 거기인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였던 건가. 그저 여러 차례의 우연으로 세간에서 이름을 불러줄 뿐인 가짜였네.”


그리고 그 녀석의 한마디에, 이성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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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단편으로 쓰려고 했다가 쓰다보니 분량이 많아져서 2회 분량으로 나누게 되버렸다. 다음 편이 언제 올라올 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시간 날때마다 챈 들어와서 시간 죽이니까 아마 올라오는 건 금방일 수도 있겠네.


약간 고루시의 설정 파괴같은 게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부족한 거나 없는 거를 갑자기 뿅하고 만들어서 메꿀 수도 없으니 여기서 나는 만족한다. 얀붕이들한테는 어땠는지 궁금하네. 그리고 얀데레물 같은 거를 처음 써봐서 왠지 모르게 그냥 살짝 조신하게 바뀐 고루시와 잘 맞는 또레나의 이야기 같음... 얀을 첨가하는 게 어렵다 생각보다... 부족한 똥글 잘 읽어줘서 고마워고루시 아카콘 재미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