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최악이 있다.

 우리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아있을 때, 어떤 이들은 아프리카에 원치 않게 태어나 당장의 목숨이 위협받는 일이 있는 것처럼, 형용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해 아까운 목숨이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꼭 한번씩 듣게 되는 것이다.

 넌 이렇게 태어난 걸 고맙게 여겨라, 라고.


 실제로 난 내가 복받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정말이었다.


 비록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지만 그 원인은 집안의 가난이라거나, 나의 출생에 있지 않았기에 영화에서 일어나는 학대같은 건 전혀 있지 않았다. 거기에 내가 6~7살적 아버지는 지금의 어머니를 만나 혼인을 하게 되었고. 

 지금 말했으니 하는 말인데, 새어머니는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었다. 도저히 나만한 애가 둘이나 딸린 유부녀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치. 그녀의 두 딸의 외모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만치, 왜 내 아버지를 만났는가, 라는 의문이 샘솟을만치.

 아름다운 분이셨고, 그만한 지성이 있는 분이었다.


 여기까지 말했으니 알 수 있을 테지만 다시 확정해서 말하자면 우리 가족은 5명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의 두 딸과, 그리고 나.

 부유한 가정과 곱디 고운 어머니, 그리고 그만큼이나 예쁜 두 딸, 그리고 나.

 그 누가 봐도, 그 누구와 비교해봐도 아름답고, 화목한, 행복한 가정이 내 가정이었다.


 이러니, 

 내가 복받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을 리가 있겠나. 


 당장 뉴스만 봐도 오늘도 어느 가정이 죽어나가고 있는 판국이었다. 아프리카와 같은 막장인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었다.

 이 나라에서 그러했다. 

 원치 않게 부모의 책임 없는 쾌락 속에 태어나 고아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차라리 그게 다행이리만치 찢어지게 가난한 흙수저로 원치 않게 태어나 그 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채 매일 학대와 폭력, 폭언의 나날 속에 보내는 아이조차 있었다. 

 

 이런데,

 내가 복 받았다고, 잘 태어난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다.


 '씨발 새끼야, 일생 배곪지 않는 좋은 집안에 태어났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쳐받아 먹기만 할 것이지 뭔 불만을 그리 싸질러놓냐?'

 정신 나갔냐?


 가끔 나 혼자 중얼거리곤 하는 말이었다. 애당초 내 주변엔 이리 욕질을 할만한 사람들이 없었다.


 '...나를 제외하면 말이지.'


 내 주위가 얼마나 고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병신같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고.

 

 '인생은 상대적이다.'

 만일 내 주위가 당장 내일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곳이었다면,

 하다못해 흙수저로 가득차 인간취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곳이었다면,


 과연 나는 이렇게 매순간 숨막히지 않아도 되었을까.

 매순간 내가 한 가정의 티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차라리 지금 당장 내가 사라지는 게 이 가정의 화평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모를 일이었다. 경험해보지도, 주위에 그런 예를 본 적도 없었으니.


 그러니 이 머저리는,

 오늘도 이 하루 속에 그저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겠지.


*


 띠리리링~

 소리라는 게 멈춘 방 안에서 알람이 울렸다. 크고도 높게, 주위에 아무 소리도 없어서인지 그 소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유달리 뽐내고 있었다.


 "하."

 그에 옅게 숨을 내쉬었다. 알람에 깬 것은 아니었다. 그전부터 이미 깨어 있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루의 시작을 굳이 앞당기고 싶지 않았기도 했고.


 일어나 곧바로 방 옆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집안의 재력은 화장실 갯수로 알 수 있다고 하던가.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집에서도, 그리고 주변에서도 집집마다 개인당 화장실이 있었으니.

 

 ---!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대변기에 앉아 잠시 머리를 숙였다. 머릿속에 오늘의 일정이 스쳐 지나갔다. 어제와 같고, 내일과 같을 그런 일정이.

 

 뚝, 뚝!

 머리를 퍼뜩 들어올렸다. 너무 오래 생각했는지 세면대는 어느새 물이 가득하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


 언젠가 사왔던 바가지로 퍼 온몸에 퍼부었다. 찬물, 그것도 끝까지 돌린 찬물이 몸에 닿자 골이 울렸다. 정신을 차라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렇게 몸을 씻고서 교복을 입었다. 거기에 미리 쟁여놓은 가방 하나 짊어매면 준비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하아." 

 문앞에서 조그마하게 한숨 하나 내뱉었다.


 일어났을 때, 씻을 때, 그 모든 시간이 그저 시작을 준비하는 순간이라면 이 문을 열 때가 하루가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이 문을 열기가 꺼려졌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그렇다고 이대로 문닫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가만히 있고 싶다고 하루가 멈추는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내 의사따윈 중요한 것도 아니잖은가.


 그리 한참의 고민 끝에 문을 열면,

 "왁!" 하고 바로 앞에서 무언가가 그런 음성을 외치며 달려들고 있었다.


 "뭐야."

 "헤헿, 좋은 아침."


 크디 큰 눈을 곱게 접은 채, 여자는 내 품에 기대 볼을 비벼댔다. 떨어지려 해도 어느새 두팔은 내 등뒤로 향해 꽉 조인 건 덤이었다.


 "교복 빨았어?"

 "냄새나니까."

 "냄새 안나는데~"


  톡톡,하고 팔을 밀었다. 할 수 있는 만큼의 거부표시였다. 그 모습에 그녀는 샐쭉 웃으며 한번 꼭 껴앉고서야 떨어져 주었다.


 "아무튼 오빠, 빨리 내려와서 밥먹자!"


 여동생, 피를 안나눈 새어머니의 딸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살어린 중3. 매년 기념일마다 같은 학년뿐만 아니라 선후배에게 온갖 선물을 받아오며, 성적 또한 매번 전교 1등을 달리는데다 지금은 흥미를 잃은 듯 하지만 포스터나 사생대회에서 상을 받아오는 아이.

 참 자랑스런 우리 가족의 보물 중 하나였다.


 터벅, 터벅.

 따라가는 발걸음 소리가 길었다. 분명히 발을 꼼꼼히 닦아내고 양말을 신었을 텐데, 분명 방 밖을 나설때 실내화를 신었는데도, 꼭 빗가에 내딛는 것같은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여기 앉아!"


 2층 난관에 서면 여동생은 힘차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동시에 그 옆, 다른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고 미소짓고 있었다.

 [빨리 와]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누나였다. 피를 안나눈, 새어머니의 딸.

 나이는 나보다 한살 많은 고2로, 학교뿐만 아니라 연예인 소속사에서도 연락이 오는데다 고등학교를 정하기 전에는 특목고 입학을 권유받았던, 동생과 마찬가지로 항상 전교 1등을 차지하고, 차곡차곡 대학 입시를 하기에도 차고 넘치는 대회 수상 경력과, 취미로 하는 동아리에서조차 두각을 펼치고 있는 아이.

 참 자랑스런 우리 가족의 보물 중 하나였다.


 그래, 우리 가족의 보물.

 대학교수로서 우리를 항상 풍족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우리 아버지.

 마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고혹적인 우리 어머니.

 그 피를 물려받아 예쁘고 머리까지 좋은 누나와 동생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나.


 참

 복받은 가정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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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얀데레는 누나와 여동생[확정]

2.혐관납치초크난교섹스 판타지는 되도록이면 안나올 예정

3.일단 예상하는 장르는 개그 스릴러.

4.쓰는 이유: 쓰던 새끼가 연중때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