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얀순이는 얀붕이를 불러냈어.


얀붕이는 부모님 일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얀순이를 만나러 갔지.


얀붕이는 얀순이의 잔뜩 빡쳐있는 표정을 보고 살짝 당황해서 조심스럽게


"얀순아, 오늘 무슨 일 있어?"


라고 묻자, 얀순이는


"김얀붕, 너 뭐하는 새끼야?"

"........뭐?"

"너 뭐하는 새끼냐고!"


당연히 얼굴을 보자마자 욕을 쳐먹었으니 얀붕이는 화가 났어. 

안그래도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슬픈데, 여친이라는게 자기한테 욕을 하니 기분 더럽겠지.


그래도 얀붕이는 꾹 참고 다시 물었지.


"너 갑자기 왜그래? 혹시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말해줘."

"뭐? 하, 어처구니가 없내! 계속 울다가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거야?"


얀붕이는 어느세 주먹을 꽉 쥐고 이빨을 꽉 물고 있었지만, 간신히 억누른 채 가만히 듣고만 있었어.


"잘 들어! 어릴때부터 자주 봤다는 이유로 내 애인이 되니까 기고만장해진 모양인데, 너는 그냥 내 심심풀이 도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야? 알겠어?"


감정이 사실상 결여된 얀순이가 자신의 말이 비수가 되어 얀붕이의 가슴을 후벼판다는것을 알리 없었지.


"대체 니가 나한테 바라는게 뭐야?"


속에서 튀어나오는 온간 욕을 최대한 압축하고 순화하여 내뱉은 한마디였어.


일단 진정시키자, 대화로 풀어보자고 얀붕이는 생각했지만 얀순이가 내뱉은 말은 그런 얀붕이의 기대를 처참히 깨뜨렸지.


"하아, 정말! 너희처럼 못사는 집 이때까지 누가 먹여살려 줬더니만, 고만운줄 알면 너는"


"뭐?"


순간 얀순이는 자신이 너무 심한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어. 


아무리 얀순이가 싸가지없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해도, 얼마 전에 부모님을 여의 애한테 패드립을 쳤다는 어마어마한 짓을 저질러버렸지.


얀순이가 정신을 차리고 얀붕이를 봤지만, 얀붕이의 눈에는 분노어린 살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어.


"아.....야.....얀붕아, 그....그런게 아니였어! 내가 하려던 말ㅇ...."


'짝'


뺨을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하늘을 갈랐어. 얀순이는 자신의 얼얼한 뺨에 손을 갖다대었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린 얀순이를 얀붕이는 노려보았어.


"난 널 좋아했었는데, 어릴때부터 같이 있어서 행복했는데,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넌 나를 소유물 이상 이하로도 보지 않았구나. 우리 부모님까지 꺼내서 나를 욕하는걸 보니, 이제 나는 쓸모없어졌구나."


"아.....아니야....아니야, 이건....잘못....실수해서...아니라고...아니..."


"뭐가 아니야..... 씨발 뭐가 아니냐고!"


얀순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희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그저 안절부절 못하며 같은말을 중얼거릴 뿐이었지.


"나도 지쳤어. 너랑 놀아주는것도, 니가 퍼붓는 헛소리를 받아주는것도, 니가 사고칠때마다 수습하는것도 씨발 질렸다고. 니 말대로 나는 꺼져줄테니까, 아니다, 내눈앞에서 살아져 이 개새끼야. 다시는 나타나지마"


한동안 얀순이를 노려보던 얀붕이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버렸어. 얼이 빠져있던 얀순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절규하며 얀붕이를 불렀지만, 대답없는 메아리만이 들려올 뿐이었지.




나머지는 내일 올라옵니다. 다음화에서 완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