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와 사귀게되어 영원히 사랑할 줄 알았지만 그건 단순히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애초에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헤어지자."


 "그래."


 심장 조각을 내뱉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간신히 내뱉은 헤어짐에 대한 질문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그녀는 답한다. 나와 그녀가 여태까지한 사랑은 무엇이고,  무슨 의미였는지 머리가 복잡하게 굴러간다.


 "잘있어."


 카페 밖에서 내리는 비는 내 심정을 표현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가리기 위해 밖에서 내리는 비를 뚫고 집으로 향한다.


 차갑게 내 몸에 떨어지는 비는 내 옷에 스며들어 내 심장의 무거운 짐만큼의 무게를 가지는 것만 같았다.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하면 내가 더 멍청해보이고, 나약해질것만 같아서 그러지도 못 하겠다.


 그녀와의 일들을 추억하며 얼마나 걸었을까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니지만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집 문을 열어 나를 반기는 향기는 그녀가 금방이라도 내게 인사를 할 것만 같았다.


 대체 왜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고 후회하는건지 미련하다. 그래도 몇 주간 지나고 보면 잊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눈물을 흘려 보기 흉해진 얼굴을 바라보니 다시 울컥해져서 눈물샘에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빨리 자야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를 추억하다 문득 지금 뭘하고 있을지 궁금증이 들었지만 그녀에게 문자를 보낼 자신도 생각도 없었기에 그녀의 프로필을 보기 위해 어두운 방안에서 밝은 폰을 켜 확인 해 보았다.


 '아, 궁금해하지 말 걸.'


 폰 속으로 보이는 그녀의 프로필 사진엔 그녀가 자주 말하던 회사 선배와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가슴 한 켠이 답답했다. 아주 얇고 날카로운 물건으로 가슴을 찔러 내보내고 싶었다. 


 그래, 잘된거야. 내 찼으니깐 괜찮겠지.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자기위로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별을 하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공부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는 무관하게 그녀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더 이상 그녀를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하지도 아파오지도 않았다.


 '역시 인생은 혼자 사는 거지.'


 나락에서 기어다니던 내 기분과 일상은 정상이되었고 몇년 동안 괴롭히던 변비가 뚫린 것 같이 편안해 졌다.




 [010-XXXX-XXXX]


 전 여친의 번호다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전화번호. 계속 연락처에 떠 잊기위해 저장해두지 않았지만 그 번호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잘... 지냈어?"


 "그럭저럭 무슨 일이야?"


 "오늘 저녁에 만날 수 있나 해서."


 그녀는 나와 헤어질때까지 쿨한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내게 매우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야근 있어."


 "늦게라도 좋으니깐."


 "피곤해서 안되."


 "전에는... 와줬잖아."


 그녀는 내가 예전과 똑같은 모습일거라고 생각했던과는 달라서 당황한 듯 하다.


 "예전이랑 지금이랑 어떻게 같냐, 다음에 만나자."


 "응, 이번주 주말에 괜찮아?"


 "어, 그땐 시간 괜찮을 거 같다."


 예전의 그녀라면 내가 만나러 가는 게 당연했고 오지 않는다면 하루동안 삐져있던 모습과는 달라졌다. 그 한 달 사이에 우리는 서로 달라졌다. 그게 너무나 웃겨 피식하고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안녕, 몸 좋아졌네."


 "어, 운동하니깐 근육이 좀 생기네."


 "한 번 만져봐도 되?"


 "무슨 용건으로 부른 건데?"


 그녀가 만나자고 한 이유를 아직 듣지 못 했기 때문에 이유를 듣고 빠르게 이 자리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아직... 나한테 마음 있어..?"


 "아니."


 "그러지 말고? 응?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나 간다."


 바닥을 향해 기어가는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카페에서 나왔다. 


 '전에는 천근을 짊어진 것처럼 나왔는데 지금은 너무 가볍네.'


 "응? 다시 한 번 생각해봐."


 "그냥 좀 가라 짜증나게 하지 말고."


 내가 사랑할때는 그렇게 하찮게 대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내 사랑을 갈구한다는 게 너무나 어이없고 웃음이 나오고 어이가 없다.


 "이따가 연학할게.."


 비에 젖은 고양이처럼 돌아가는 모습은 내 변화를 실감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전여친 : 집에 잘 들어갔어? 다음에 언제 만날까? 언제 시간되?]

 [전여친 : 무시하지 말고 응?]


 그녀는 내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왔다. 그게 너무나 싫어서 그녀의 모든 걸 차단시켜 이제 괜찮아지나 싶었다.


 "야, 네 전여친 좀 만나줘라 그렇게 좋아하던 놈이 이젠 연락 무시하고 있네."


 "하."


 친구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내게 해온 말이었다. 그 녀석과는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고 무시하게 되었다. 뭐, 친구도 한 번 정리하긴 했어야 했으니 잘된거겠지.


 "왜 이제 오는거야? 뭐하다 왔어? 응? 다른 여자 만난건 아니지?"


 "야근했다. 집 앞에서 비켜라."


 "으응.."


 그녀는 의외로 쉽게 물러갔다. 집으로 들어온 나는 계속되어 오는 정신공격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참고 참았던 화는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네가 왜 내 집에 들어와 있냐."


 "예전 비번이랑 같네. 일하느라 힘들었지? 먼저 씻을래?"


 "왜 들어왔냐고."


 "헤헤.."


 그녀는 내 집을 무단으로 들어오고는 그저 웃으면서 웃어 넘길뿐이었다. 그녀의 정신적인 공격에 난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헤어졌잖아! 나는 더 이상 너한테 아무 감정이 안 든다고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나를 그렇게 괴롭히고 싶어? 그래 의도대로해서 축하한다! 덕분에 화병으로 뒤질거 같으니깐 응? 이제 제발 가주면 안될까? 내가 이렇게 무릎 꿇고 사과할게!"


 그녀를 향해 분로를 하던 나는 분노하는 게 결국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느끼고 무릎 꿇고 사죄를 하기 시작했다.


 "흐...윽 미안해.....미안해..... 제발 한 번 만 더 기회를 줘 응? 내가 잘 할게 정말 잘 할게."


 그녀가 울먹이면서 하는 말의 신뢰는 바닥을 뚫고 들어가 마치, 방사능이 있는 음식이 맛있다는 말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가, 제발."


 "흐으읍..."


 그녀는 울먹거리며 조용히 집에서 나갔다. 전과 같은 통쾌한 감정보다는 답답한 감정밖에 없었다.




 


 음.. 나름 후회물이긴 한데 영 후회물이 아닌 거 같단 말이지... 후회물이면 보통 남주가 새로운 여친 만들고 떵떵거려야되는 데 그렇게 되면 칼빵엔딩이 뻔해서 그렇게 하긴 싫고.. 그래도 마지막에 확실히 엔딩 안 지은 이유가 님들 편하게 생각하시라고.... 여친 만들어서 떵떵 거리는게 좋은 사람은 그런 엔딩으로 다시 재결합을 원하는 사람은 재결합으로 근데 제가 생각하는 엔딩은 여주가 스스로를 세뇌해서 여친인 듯이 굴다가 그 세뇌가 풀려서 그 절망감으로 자살한다는 엔딩. 


 사실 저게 제가 제일 처음에 생각했던 엔딩이지만 쓰기에는 너무 힘들거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