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yandere/69980546?p=1


이소연은 인형들이 수두룩하게 담겨있는 봉지를 흘기눈을 뜬 채 바라봤다.


"첫날부터 학교도 째고 어딜 싸돌아다닌 거냐?"


하.. 씨 어떡하지?


지금 내 앞에는 화난 것 같은 있는 이소연이 있다.


자기 경고를 어긴 것을 들킨 건가?


아니 당연히 들킬 수 밖에 없나?


뭐라 변명해야되지? 


애초에 변명을 해도 먹힐혀나?


근데 내가 어딜 갔다 오든 자기랑 무슨 상관이지?


나는 대답을 고민했다.


수만가지 생각들이 교차할 때 이소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들어와. 아빠가 너 찾으신다."


"어어? 어."


머릿속에서 대답을 찼던 내 고민이 무색하게 이소연의 말투는 사뭇 친절했다.


괜찮은 건가..?


나는 앞장 서 걷는 이소연의 뒤를 쫓아 양아버지가 계신 방에 들어갔다.


"아빠. 이주호 데려왔어."


"수고했다. 수연아. 그만 가서 쉬어라."


그만 쉬라는 양아버지의 말에 이소연은 방을 나섰다.


"학교에서 전화왔었다. 니랑 같은 반 학생이 점심시간 끝나고 사라졌다고 말이다."


"...죄송합니다.."


"이주호!!"


역시 혼내실려는 건가..


하긴 첫날부터 학교를 째는 양아치짓을 했으니 혼나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새 친구를 사귀었나 보구나."


양아버지의 말투가 부드럽게 바뀌었다.


예상치 못한 양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당황했다.


"...네?"


"같은 반 학생이랑 같이 땡땡이쳤던 게 아니었니?"


"그.. 맞습니다."


"그럼 됐다. 새로 사귄 친구랑은 즐겁게 놀았니?"


양아버지는 내가 학교를 짼 사실에 화나있기보다는 오히려 새 친구를 사귀어서 기뻐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이상해 어째서 나를 혼내지 않는 것인지 물었다.


"...네. 그런데 절 혼내시지는 않는 건가요?"


양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땡땡이를 친 것은 혼나야 마땅하지. 하지만 항상 어둡고 친구가 없던 너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고 그 친구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 그게 더 기쁘구나."


아버지의 말에 나는 몹시 감격했다.


"아버지.."


"그래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음 하구나.. 아버지로써 걱정되기도 하고 땡땡이치는게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잘못된 일에는 경고를 받았다.


나는 다시는 양아버지께 실망 끼쳐드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대답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나의 대답에 아버지는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인형들이 수두룩하게 담긴 봉지를 보며 말했다.


"그럼 어서 가서 쉬어라. 밤늦게까지 친구랑 노느라 피곤할 텐데. 어여 가보거라."


마지막까지 양아버지의 따뜻한 배려에 나는 감동하며 방을 나가고 내 방으로 향했다.


나는 내 방에 들어오고 나서 책상 위에 한수아가 뽑아준 인형들이 담긴 봉지를 놓고, 바지 주머니에 있던 스티커 사진을 꺼내서 보았다.


지금 보니 나 너무 굳어 있었구나..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엔 신나서 각종 포즈를 잡고 있는 한수아와 딱딱하게 굳어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인형 옆에 놓았다.


"나도 한수아처럼 포즈 좀 잡아볼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를 뒤로하고 교복을 벗었다.


그리고 아침에 침대 위에 정갈하게 개어놨던 잠옷을 집었다. 


쾅!


그러자 갑자기 굉음을 내며 방문이 열렸다.


"아 씨! 깜짝이야!"


"...들어간다."


"이미 들어왔으면서 '들어간다'는 무슨."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이소연이었다.


"야 그래도 고등학생 남자애 방인데, 여자애가 막 들어오냐;;"


"뭐래~ 내가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는 거야~"


"그러냐? 내 방에 뭐 할게 있다고.. "


에휴. 저 지맘대로 하는 마인드.


이소연은 어렸을 때부터 저랬다. 


내가 자기보다 약한 것을 아니까 저러는 거다.


"으휴! 흙투성이에다가 먼지투성이인 거 봐라! 밤늦게 어딜 싸돌아 다닌 거야?"


이소연은 내가 벗어논 교복을 집어 들었다.


"니 여벌 교복 있으니까 더러워진 교복 빨래통에 갔다 논다?"


자기 마음대로이긴 해도 가만보면 심성은 참 착한 애다..


"그래주면 고맙지. 그럼 난 씻으러 간다."


"잠깐."


내가 방을 나서려하자 얼음장처럼 싸늘한 음성이 나를 멈춰 세웠다.


"..??"


"냄새가 나.."


냄새가 난단 말에 이소연 쪽을 돌아보자 이소연은 내 교복에 얼굴을 갖다 대 냄새를 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야 나겠지..?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근데 굳이 그걸 왜 맡아..?


"그래.. 돌아다니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이소연은 뭐라 작게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


이소연이 고개를 책상 쪽으로 돌리자 그녀는 순간 얼어붙은 것처럼 멈췄다.


이소연은 손가락으로 책상 위에 놓인 것을 가리켰다.


"야.. 저거 뭐냐..?"


이소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그제서야 내 실수를 깨달았다.


아 맞다.. 사진..


이소연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스티커 사진을 찢어버렸다.


"어.. 그.. 음.."


순간적으로 ㅈ됐음을 감지한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곧장 샤워실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순간 이소연의 표정을 봐버린 것이다.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에 생기를 잃은 눈.


그것은 예전에 그녀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른 여자애와 친해졌던 것을 들켰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근데 왜 도망치냐고?


그 뒤로 스파링이라는 명목하에 끌려가서 죽을 정도로 맞았거든.


갈비뼈 4대와 양쪽 팔에 금이 가고, 왼쪽 다리가 부러졌었지..


덕분에 병원 신세를 졌고.


그 사이에 무슨 소문이 돌았는지 겨우 친해졌던 애는 다른 애들과 합심해 나를 따돌렸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샤워실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문을 잠궜다.


"야.. 이것 좀 열어봐.. 별 말 안해."


그렇겠지 폭력을 쓰는데.


"야! 잠깐 진정 좀 해봐!"


"진정? 하하하! 난 지금 어느때보다도 차분한 상탠데?"


아니야.. 그건 차분한게 아니라고.


저벅 저벅


"... 포기했나?"


멀어져가는 이소연의 발소리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공포물이 따로 없네."


나는 샤워실에 온 본래의 목적을 상기하며 윗옷을 벗었다.


저벅 저벅


티셔츠를 벗자 다시 발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철컥


이윽고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찰카닥!


샤워실 문의 잠금장치가 풀렸다.


끼이익


경첩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이소연이 들어왔다.


"..."


이소연은 손에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저기.. 그 대화로 좀ㆍㆍㆍ"


쿠당탕!


내 말이 끝나기도 채 전에 이소연이 나를 덮쳤다.


이소연은 한 손으론 내 목을 조르고 한 손으론 젓가락을 내 눈 바로 위에 갖다 대 위협했다.


나는 내 목을 쥐고 있는 한소연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고 격하게 발버둥치며 다급하게 외쳤다.


"야! 좀 진정하고 이것 좀 놔줘!"


콰직!


그러자 이소연은 내 얼굴 바로 옆 바닥에 젓가락을 내리꽂았다.


"가만히 있어."


"컥.. 컥.."


그 차가운 말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감히.! 내 경고를 무시하고! 한수아 그년이랑 사이좋게 학교를 째?"


"..."


"심지어 밤늦게까지 놀다가 스티커 사진까지 찍어?"


이소연이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저 머리 바로 옆에 꽂힌 젓가락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겹쳐 공포심에 몸을 부르르 떨뿐이었다.


이소연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경고'했잖아. 위험한 년이라고.. 그러니까 그년이랑은 놀지 말라고.. 그년을 멀리하라고..! 근데 어째서..! 어째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내 목을 쥐고 있는 손아귀 힘이 더욱 쎄졌다.


"커헉 미.. 컥..안.."


한 층 더 숨쉬기가 괴로워졌다.


"...괴로워? 나도 괴로워.. 근데 니 잘못이잖아? 니가 내 말만 잘 지켰어도 이런 일은 없었잖아?"


이소연은 공포에 떨며 괴로워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미소 지으며 내 목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뺐다.


덕분에 숨쉬기가 편해졌다. 


진정이된 나는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나서 말했다.


"니 말, 무시해서 미안해. 근데ㆍㆍㆍ"


그리고 여태까지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넌 왜 옛날부터 내 친구관계를 '관리'하려는 거야? 넌 내 여친도 아니잖아..?"


"..."


나의 물음에 이소연의 표정이 또다시 굳어버렸다.


"그래.. (언젠가 되겠지만) '아직' 여친은 아니지.. 대신 가족이잖아?"


중간에 뭐라 중얼거린 것 같았지만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가족이라면 당연한 거잖아?"


이소연은 가족이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


심하다는 내 말에 이소연은 다시 목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내 가족으로서의 사랑을 원한다고 했었지?"


위기감을 느낀 나는 다급히 그녀에게 소리쳤다.


"야! 좀 진정해봐! 그리고 이것도 좀 놔주고!"


내가 뭐라 소리치든 그녀는 이미 귀를 닫은지 오래였다.


"지금 그 사랑 가득 찰 때까지 줄게.."


이소연은 갑자기 윗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야! 진정하라고!"


퍼억.


"어..?"


"..."


그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실수로 그녀의 얼굴을 쳐버렸다.


"미안.."


"..."


"야 괜찮아?"


"..."


이소연은 불안하게도 말이 없었다.


"야, 괜찮은 거지..?"


"흐흐햣! 흐흣하! 흐흐하!"


이소연은 갑자기 미친 듯이 웃었다.


그리고..


"니가 먼저 잘못한 거야."


퍼억!


"아! 아퍼!"


퍼억!


"야! 그ㅁㅏ.."


퍼억!


"멈ㅊ.."


퍼억!


퍼억!


퍼억!


.

.

.


퍼억.


이소연이 주먹질을 한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드디어 이소연의 폭력이 멈췄다.


계속되는 이소연의 폭력에 나는 아무것도 못한 채로 무력하게 맞기만 했다.


"끄어어.."


이소연은 피떡이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많이 아팠지? 이게 다 너가 잘못해서야. 내 말을 듣지 않는 너가 나쁜 거라고."


그녀는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윗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젠 사랑을 줄게."


그 순간


저벅 저벅


"주호야, 방에 없던데 아직 씻고 있는 거니?"


양아버지가 샤워실 앞에 들어섰다.


양아버지는 윗옷을 탈의한 채 피떡이 된 채로 누워 있는 나를 보았다.


"무.. 무슨..!"


그리고 그런 내 위에 올라타서 윗옷을 벗고 있는 자신의 딸을 보았다.


양아버지는 크게 호통쳤다.


"이소연! 너 뭐하는 짓이야!!"


"칫, 거의 다 됐는데."


양아버지가 호통치시는 것까지 보고 나는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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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쓰다가 일단 써봤어. 너무 급발진인가? 좀 아닌 것 같으면 수정하지 뭐.


오늘 회차는 '문신녀가 집착합니다'란 제목보다 '이복 남매가 집착합니다'가 더 잘 어울리는데.. 흠.. 

내가 필력이 딸려서 그래 너그럽게 봐주라.


언젠가 이소연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거야. 거기에서 □주호와의 첫만남과 가족의 정에서 사랑으로 바뀌는 이야기를 아마 풀 것 같아. 금방이 될 수 있고 언제가 될지는 몰?루


인물 생김새 묘사는 하려 할까 했는데 뭐랄까, 생김새는 각자의 상상력에 맞추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안 쓸려고. 그리고 내가 생김새 묘사를 잘 못해.


다음화는 바로 써보겠지만 글 쓰는데 거의 3~5시간 걸리기도 하고 지금 피곤한 상태라 내일 올라갈 수도 있어.


쨌든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