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매가 교단에 충성을 바치게 된 것은 흔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느 날 고향에 돌기 시작한 전염병에 의해 부모님과 친척들을 잃고, 단 둘이서

마을을 빠져나가 헤매던 도중 살아남기 위해 교단에 투신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오빠, 게일은 성기사가 되었고 동생인 시엘은 높은 신성력을 타고 태어난 덕분에

성녀 후보생으로 발탁되었다.


물론, 그 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게일은 피를 땀처럼 흘려가며 매우 고된 훈련을 받으며, 종종 위험천만한 임무에 투입되었다.

동생 시엘은 비록 폭력적인 삶에서 멀어졌으나 성녀로 임명받기 위한 교육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 고난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건 서로뿐이었다.


그리하여 몇 년 뒤, 두 사람이 막 성인이 됐을 무렵의 일이었다.

성녀 후보생으로서, 시엘은 최전선 정찰 부대에 들어가 실전에 몇 번 정도 투입되어야 했다.

실전 경험도 없는 사람은 마족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일은 그녀의 안전이 걱정됐지만, 한 달 전 즈음 나갔던 임무에서 얻은 부상 때문에 그녀를

따라갈 순 없었다. 시엘은 오빠에게 전부 괜찮을 거라고 말한 뒤 임무에 나섰다.


그리고 보름 뒤, 정찰 부대가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일은 부대장의 명령조차 어기고 시엘을 구하기 위해 홀로 전장으로 떠났다.

탈영에 명령 불복종, 붙잡히면 단순 징계로는 끝나지 않을 중죄였으나

동생의 위기 앞에서 나머진 아무래도 좋은 문제였다.


며칠이나 말을 타고 나아간 끝에, 마지막으로 정찰대가 발견된 유적에서 멈춘 게일.

그는 지하 유적에서 올라오는 강력한 마력의 잔향을 맡고 몸을 떤다.

터무니없이 강력한 마력을 가진 존재에게선 특유의 마향(魔香)이 난다.

이 정도의 냄새라면 필시 간부급 마족이 밑에 있다는 것.


그러나 게일에게 도망친다는 선택지 따윈 없었다.

그는 성큼성큼 지하 유적의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게일은 그곳에서 전투의 흔적을 발견한다.

또 이전에 함께 생활하고 싸웠던 전우들의 시체도 발견했다.


불안감에 그의 몸이 미친듯이 떨렸다.

그럼에도 게일은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도달한 유적의 최하층에선...교성만이 들렸다.

게일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 유적을 점거한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마왕군의 최고 간부 중 한 명인 서큐버스 퀸, 올리비에.

소문으로만 들었던 최고 간부.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난교를 벌이고 있었다.


'어머나, 새로운 남자가 왔잖아? 마침 얘들도 질렸는데 잘 됐네~'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외견과 달리, 그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압도적인 마력.

게일은 처음 만난 강적에게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괜찮아, 해치지 않을게...내 옆으로 와, 잔뜩 에뻐해 줄 테니까...'


'내 동생, 성녀 후보생. 어디 있지?'


'...아, 그 여자애? 글쎄...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히죽히죽 웃으며 도발하는 올리비에.

그러나 게일은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한다.


만약 죽었다면 그냥 죽었다고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는 서큐버스 퀸, 그리고 서큐버스들은 인간 여자를 납치해

동족으로 만드는 걸 좋아한다...


'듣고 싶어? 그럼 이리로 와,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게일은 무서우리만치 그녀에게서 호감을 느꼈다.

따로 마법을 쓰지 않았음에도 발휘되는 서큐버스의 매혹.

-아마 다른 성기사들은 거기 넘어가 전멸하고 만 것이리라.


'다시 묻는다. 내 동생...어디 있어?'


게일의 질문에 씨익 웃는 올리비에.


'가르쳐줄까?...지금쯤이면 서큐버스로서 다시 태어날-'


그의 이성은 거기서 끊어졌다.

감히, 감히 동생을 추잡한 괴물로 만들려고 하다니-


게일이 돌진하자 올리비에가 폭소하며 노예 성기사들을 보낸다.


'네 동료들이잖아? 죽일 수 있겠어?!'


-로버트, 조지, 알렉산더.

그곳에 있는 성기사들은 모두 그의 선배거나 동기, 후배였다.

한때 같이 밥을 먹고, 싸우고, 가족처럼 지낸 전우들.


스걱-! 게일의 롱소드가 조지의 목을 쳐냈다.


'어?'


'미안하다.'


서큐버스의 노예가 된 이상 풀어줄 방법 따윈 없다.

한 시라도 빨리 올리비에를 죽이고 시엘을 구해야한다.


게일은 망설이지 않고 동료였던 자들을 상대해 쓰러트렸다.

이제 막 성인이 됐다지만 성기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정예병.

이성을 잃어버린 노예들로선 상대할 수 없는 강적이었다.


그는 하나 둘씩 노예들을 쓰러트린 후, 피투성이가 된 검을

팔꿈치로 닦은 뒤 올리비에를 노려보았다.


'덤벼라, 이 더러운 창년아.'


'성기사치고 입이 참 험하네, 너.'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정색하는 올리비에.

그녀가 직접 왕좌에서 내려와 게일을 상대한다.


-과연 마왕군 최고 간부다운 전투력이었다.

서큐버스는 본래 전투에 특화된 종족은 아니지만, 

올리비에처럼 오래 살아남은 서큐버스의 마법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온갖 마법을 난사하며, 환각으로 그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게일은 처음 상대하는 강적 앞에서 몇 번이나 바닥을 구르고

뼈가 부러지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또 다시 일어섰다.


'내 동생...시엘을...돌려줘!'


'약해 빠진 주제에 더럽게 끈질기네~ 아하하하!!'


한계를 뛰어넘어, 본래 쓸 수 없었던 기적마저 사용하며 조금씩

전세를 뒤집기 시작한 게일.

올리비에는 고작해야 이제 막 정식 성기사가 된 풋내기가 이리도

강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이 녀석은 여기서 죽여야지, 이거 안 되겠는데.'


이제 겨우 성인이 된 성기사가 벌써 이렇게까지 강하다니.

만약 몇 년만 더 지나면, 마족들 전체에게 위협이 될 싹수다.


-전투는 몇 분이나 더 이어졌다.

여유만만하던 올리비에에게 점점 여유가 사라졌고, 게일은 이미

육체/정신적인 한계를 몇 번이고 뛰어넘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전투에서 재능을 폭발시킨다.

올리비에는 점점 게일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그만! 알겠어, 돌려줄 테니까 일단 멈춰!'


'닥쳐.'


마침내 올리비에의 마력이 다 했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추하게 목숨을 구걸한다.


'제, 제발...! 내가 잘못했으니까, 다신...다신 안 나타날 테니까...!'


'...너한테 베풀 자비 따윈 없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올리비에의 목을 쳐낸 게일.

그는 당장에라도 쓰러져 죽을 것만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의식을 붙잡고 앞으로 더 나아갔다.


마침내 '고치'안에 잠들어있는 시엘을 발견했다.

머리색이 달라졌고, 뿔과 날개, 꼬리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시엘이었다.


'돌아가자...시엘...집으로...'


끝끝내 동생을 구하는데 성공한 게일.

그는 겨우겨우 의식을 잃은 동생을 데리고 본부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잘못이란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탈영과 명령 불복종...게일은 본부에 돌아오자마자 감금되었다.

그리고 시엘은 서큐버스가 되었다는 이유로 '처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러려고 목숨을 건 게 아닌데-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말라 죽어가는 게일을 찾아온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그의 동기 성기사 토마스였다.


'시엘은 동쪽 구금실에 있어. 데리고 가.'


'하지만...너는...'


'협박당했다고 하지 뭐. 괜찮아, 앞으로 성기사로 있진 못할 테지만...

그래도 너라면 괜찮겠지. 잘 살아라, 이 무식한 자식아.'


전우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 게일.

그는 앞을 가로막는 동료들을 제압하고선 시엘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이걸로 그는 반역자가 되었다.

잡히면 무조건 사형. 앞으로 추격자들이 그를 쫓을 것이다.

그러나 동생을 잃은 채 살아갈 바엔, 차라리 반역자로 쫓기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게일은 시엘을 데리고 요새를 빠져나가는데 성공한다.


이윽고 몇 주의 시간이 더 흘러, 은신처에서 의식을 되찾은 시엘.

그녀는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고 경악한다.


우선 체형이 변했다. 가슴과 엉덩이가 커졌고, 허리는 더 잘록해졌으며,

본래도 아름다웠던 얼굴이 지금은 절세미인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워졌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변화는 머리에 난 작은 뿔과 등 뒤에 난 날개, 엉덩이 위로 솟아 오른 꼬리였다.


'오빠...나는...나는 이제...'


'괜찮아. 너는 너야,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서큐버스가 되었음에도 시엘은 이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서큐버스가 되는 의식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빼낸 덕분이리라.


그리하여 두 사람의 도피 생활이 시작되었다.

성기사들은 탈주법인 게일과 마족이 된 시엘을 추격해 올 터였다.


-그래도 두 사람은 나름대로 행복했다.

한참 떨어져 살다가 마침내 둘이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고, 둘이 같이 붙어다니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물론 밖에 함부로 돌아다닐 순 없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서라면

함께 산책도 할 수 있었다. 교회에 있던 시절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헤헤...오빠, 나 지금 너무 행복해...'


'...그건 좋은데, 너무 달라붙진 마.'


'왜애? 우린 남매잖아~ 남매끼리 이러는 게 뭐 어때서?'


서큐버스가 된 이후, 시엘의 성격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본래 얌전하고 수줍음 많았던 소녀였건만, 지금은 눈에 띄게 노출이 많은 옷을 입었고

오빠에게 스스럼없이 달라붙을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 되었다.

시엘 본인도 그 사실을 자각하곤 있었지만, 스스로를 자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이건, 시엘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오빠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가족으로서의 애정이 아닌, 이성으로서의 애정.

서큐버스로 변하는 과정에서, 시엘의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던 뒤틀린 욕망이

발현되어 더더욱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순수하게 가족으로서 사랑하던 마음마저 변질되어, 점점 오빠인 게일을

한 명의 '수컷'으로 인식하며 원하게 된다...


도피 생활이 길어질수록...그녀는 점점 변해갔다.

이제 더는 수줍음 많고 상냥했던 소녀는 없었다.


'오빠아...왜 자꾸 나랑 같이 안 자려고 해...?'


'같이 자려고 하면 자꾸 들러붙잖아, 그러면 안 돼 시엘.'


'오빠는 내가 싫어...? 역시...도망치려고 하는 거지...?'


어느새 시엘의 집착은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조금만 오빠인 게일과 떨어져도 패닉에 빠지고, 그가 없이는

잠도 잘 자지 못했다. 더해, 그를 범하고 싶다는 비정상적인 욕구가

점차 커져가는 걸 시엘 자신도 자각했다.


'...이대로면...위험해...'


동생의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게일은, 어떻게든

동생 시엘을 인간으로 되찾을 방법을 찾아나선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동생의 집착은 점점 심해져만 가는데...













같은 느낌의 근친 의존 얀데레 야설이 땡기는 밤이다

내일 일찍 일하러 나가니까 화장실 청소 하고 슬슬 자러 감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