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yandere/72493783?p=1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분명 도망치듯 학교에 빠져나왔고 집 앞에서 이모를 만나 쓰러지듯 잠든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러다 미약하게 들리는 진동에 살짝 잠에서 깼다. 방 밖에서는 이모가 누군가랑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지쳤음에도 시간상 통화의 주제가 나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챈 난 발걸음을 조심하여 문에 귀를 대었다.

 

“버린 거나 다름없긴 하잖아? 그동안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으면서.”

 

반말을 하는 걸 보니 선생님을 아닐 테고 그럼 엄마와 통화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늘 늘어지는 투로 말하는 누나가 지금처럼 날이 서고 딱딱하게 말한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랜 시간 같이 살아왔는데 이런 모습의 이모는 낯설고 약간... 무서웠다.

 

“잘 받았긴 했지. 누가 받았다고는 얘기한 적은 없잖아?”

 

다음은 내 귀를 의심했다. 엄마가 나에게 무언가를 보냈다? 여태껏 엄마에게 짧은 편지조차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럼 남아 있는 가능성은 이모가 중간에 빼돌렸다는 건데 그것만큼은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믿기 싫었다. 그러나 이모의 대화 내용은 이런 나의 믿음을 산산히 부서뜨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밖으로 뛰쳐나가 따질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어째서 엄마가 나에게 보낸 걸 빼돌렸냐고 묻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동안 진실이라 믿어왔던 것들이 이모의 사랑이 모두 한순간에 무너질 것만 같아서 무서워서.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던가. 잘 되길 빌게~”

 

통화가 마무리될 낌새가 보여 나는 곧바로 침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의 예상대로 통화는 끝나고 이모는 바로 방안으로 들어왔다.

 

실수로 이불을 덮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잠꼬대라고 넘어가지 않을까. 다행히 이모는 별 의심을 하지 않은 거 같았다.

 

“음... 약간 장난쳐도 깨지 않겠지?”

 

이걸 들은 순간까지 이모가 말한 장난이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심해 봐야 얼굴에 낙서하기 정도.

 

하지만 이모가 나에게 한 짓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짓이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에 부드럽고 도톰한 감촉이 느껴졌다. 거기까지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끝이 아니었다.

 

굳게 닫힌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는 혀의 감촉. 과연 이런 짓을 하는 게 내가 알던 이모가 맞을까?

 

사실은 이모인 척하는 괴물이 아닐까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내가 알던 이모는 그러지 않았다.

 

적당히 선을 넘을 거 같으면서도 넘지 않는 정도의 장난만 쳤는데 이건 장난이라는 범주를 훨씬 뛰어넘었다.

 

당장이라도 날 짓누르는 괴물을 밀치고 싶었다.

 

그런데 만약 밀친다면 그 뒤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사실 엄마는 진짜 나를 버린 게 맞았고 방금 통화는 다른 사람이랑 했던 거라면?

 

내가 밀어내서 이모와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면?

 

의지할 곳도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공부밖에 없는 외톨이가 된다면?

 

싫어.

 

다시 버려지는 건 싫어.

 

혼자는 무서워.

 

그래서 본능에 따라 입속을 침범하려던 혀를 이빨을 살짝 열어 받아들였다. 혹여라도 내가 깨어 있는 걸 들키지 않게.

 

약간의 통로가 열리는 게 무섭게 이모의 혀는 자기 영역이라고 표시라도 하는 것처럼 내 구강에 타액을 꼼꼼히 묻혔다.

 

지금이라도 구토가 몰려오는 걸 필사적으로 참으며 한시라도 빨리 이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나길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내 바람이 무색하게도 이모의 이기적이고 끔찍한 장난은 꽤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끝났다.

 

“음, 약간 아쉽긴 하지만, 더하면 깰 거 같고. 오늘 다운이가 고생 좀 많이 했으니까 이 정도로 봐줄까?”

 

이게 봐준 거란 이모의 말에 나는 더 두려워졌다. 앞으로는 어떤 더한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얽히고설켜 나를 공포란 늪으로 빨려 들어가게 했다.

 

무엇보다도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무것도 못 한다는 사실이 날 더 두렵게 만들었다.

 

*

 

이모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그날은 키스 이후로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저녁 시간이 되었음에도 날 깨우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그 뒤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체 소득 없이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은 어제와 별다를 게 없었다. 난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하고 이모를 깨우는 것까지는.

 

이모는 어제처럼 이불을 잡는 척하면서 날 또 침대로 끌어들였다. 아무것도 몰랐을 땐 그냥 실수로 날 잡은 거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모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우연이고 순수한 호의가 아니라 뒤틀리고 끔찍한 음심에서 비롯된 거라면.

 

“다운아, 이상하게 오늘은 많이 떠네?”

 

이모의 말에 난 순식간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멀쩡한데...”

 

최대한 평소처럼 대답하려고 했다. 그런데 몸은 말을 도통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의 떨림은 목소리에까지 이어졌다.

 

“역시 어제 언니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구나. 그럼 오늘 하루는 누나랑 같이 있을까?”

 

“어...?”

 

“어차피 휴가도 꽤 쌓여있고 요즘 일도 없어서 하루 더 휴가 낸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거든. 어때?”

 

그저께까지라면 헛소리하지 말고 일하러 가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도통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같이 있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두려움에 떨어 나약하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까보다 더 떠네?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안 되겠다. 누나가 학교에 전화할 테니까 같이 병원이라도 가자.”

 

침대에서 날 안은 채 그대로 일어난 이모.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모를 강하게 밀치고 말았다.

 

“아야!”

 

어정쩡한 자세에서 갑자기 밀쳐진 이모는 균형을 잃었고 날 그대로 놓쳤다. 덕분에 난 겨우 그녀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이모의 얼굴을 봐서는 안 됐다. 그랬더라면 그냥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이모의 헤실헤실 풀어진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제 봄비가 품었던 서늘함이 잠시나마 드리웠다.

 

그러나 곧 내가 봤던 이모의 표정이 환각인 것처럼 곧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표정의 변화를 보자 무작정 도망쳤다.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걸 알았다. 그저 실수한 거라며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의 일로 내가 알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워서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최악의 선택을 해버리고 말았다. 옷이나 신발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뛰어갔다.

 

이따금 사람들이 기이한 나의 행색에 의문스런 눈빛을 보냈지만, 모두 무시했다. 발바닥은 아스팔트에 짓이겨 피가 나고 있어도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교실까지 도착하고 나서야 거울에 비친 내 꼴사나운 모습을 보았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 범벅에 추레한 잠옷, 거기다 보기 흉해진 발까지.

 

이모와 잠깐이나마 떨어졌다는 안도감은 곧 나의 감각들을 되살렸다. 찢긴 발에는 아릿한 통증이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상태로 계속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통증을 참아가며 발을 씻어내고는 어떻게든 실내화를 신었다.

 

그리고 어제 두고 온 가방에 있던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서야 겨우 정상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혹여나 이모가 학교까지 쫓아올까 조마조마하며 정문을 계속 쳐다보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불안에 떨며 창밖을 보다가 가방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다.

 

역시나 휴대폰을 꺼내니 이모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지만, 곧바로 거절 버튼을 눌렀다.

 

거절 버튼을 누르니 여러 개의 알림이 눈에 보였다. 최신 건 모두 이모였지만, 나머지는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그 번호로 메시지도 와 있었다.

 

‘오해가 있는 거 같아, 다운아. 그러니까 제발 전화 한 번만 해주렴.’

 

엄마였다.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면 전화는 물론이고 그냥 번호를 차단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의심이 가고 두려웠다.

 

그래서 홀린 듯이 그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신호음은 한두 번이 끝이었다.

 

‘여보세요?! 다운이니?’

 

전화를 걸긴 걸었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침묵을 유지하다가 겨우 입을 뗄 수 있었다.

 

“도와주세요...”

 

*

 

담임 선생님께는 엄마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조퇴한다고 말씀드리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날 보는 선생님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지만, 우선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약속 장소인 학교 근처 카페에 가니 엄마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날 발견하자마자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어제처럼 날 껴안았다.

 

솔직히 여전히 엄마에 대한 거부감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제 저항할 기력도 없어 그저 가만히 있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잠시 후 겨우 진정한 엄마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자리에 앉았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치를 보며 상대를 힐끔힐끔 보기만 할 뿐.

 

먼저 말문을 튼 건 엄마였다.

 

“정말 미안해...”

 

그녀의 한 마디에는 깊은 후회와 진심이 담긴 게 느껴졌다.

 

“그때는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 널 이모에게 맡기고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널 버린 적도 하루라도 잊은 적이 없었어!”

 

“그럼 왜 한 번도 절 찾아오지 않았어요?”

 

정말 묻고 싶었다. 그토록 그리워하면서도 왜 날 보러 오지 않았는지.

 

“외국에 적응하고 자리를 잡느라 한국에 갈 틈이 없었어. 그래서 매달 편지를 부쳤는데!”

 

감정이 격앙됐는지 엄마는 테이블이 흔들릴 정도로 주먹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었다. 엄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 몇 년 동안 이모는 날 속인 게 되는 거니까.

 

원래대로라면 엄마의 말을 거짓말이라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엄마를 만날 생각조차 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내가 잠든 척한 사이에 일어난 일부터 오늘 아침 이모의 모습을 보자 이제 누굴 믿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자리를 다 잡았어. 그래서 널 데리러 한국에 잠깐 돌아온 거고. 그러니까 다운아, 엄마랑 같이 가자.”

 

어느새 엄마의 두 손은 내 손 위로 포개어 졌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까슬한 굳은살은 그동안 얼마나 숱한 고생을 겪었는지 짐작게 했다.

 

하지만 엄마의 제안을 수긍할 수는 없었다. 어리석다는 걸 알지만, 이모에게 사실을 듣고 싶었다.

 

그러곤 엄마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해줬으면 싶었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엄마는 나의 대답에 약간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모와 얘기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내 꼴을 본 엄마는 옷이나 신발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하고 빠져나왔다.

 

그렇게 작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안은 모든 게 난장판이었다.

 

현관에 있던 거울은 산산이 조각났고 거실 바닥엔 식기들이 처참하게 부서진 꼴로 나뒹굴고 있었다.

 

아침과는 180도 바뀐 집안의 모습을 보자 난 알았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늦었네?”

 

뒤에는 이모가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아무런 미동 없는 기괴한 표정. 마치 아침에 잠깐 보았던 서늘한 표정과 같았다.

 

“미안해. 다운이가 열심히 청소했는데 누나가 살짝 어질렀지 뭐야. 어서 들어가자.”

 

우왁스러운 힘으로 어깨를 잡힌 나는 이모의 손에 이끌려 그대로 집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극한의 공포를 느끼면 몸이 얼어붙는다는 건 사실이었다. 팔다리에 빨리 움직이라 명령을 내려도 이 녀석들은 도통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앉을 만한 곳이... 침대밖에 없네? 누나랑 침대 위에서 얘기 좀 할까?”

 

“아...”

 

거부권따위는 없었다. 내 의사는 들으려는 채도 안하고 침대 위로 나를 던지고는 도망가지 못하게 깔아뭉갰다.

 

“그래서 언니랑 어떤 얘기를 했어?”

 

처음 보는 이모의 모습이 너무나 두렵다. 그래서 시선을 피하고자 눈을 돌리자 이모는 내 얼굴을 잡고 자신을 향하도록 고정했다.

 

“누나가 말하면 똑바로 눈을 봐야지. 얼른 잘못했다고 해.”

 

공포에 질려 입을 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짝!

 

왼쪽 뺨에서 파열음과 함께 열기가 느껴졌다. 시야는 흰색 배경이 점멸하고 있었다.

 

“때려서 미안해. 아프지? 그런데 말이야 누나도 지금 엄청나게 아프다? 사랑스러운 우리 다운이가 갑자기 변해버려서 말이야.”

 

짝!

 

짝!

 

짝!

 

짝!

이모는 번갈아 가며 때리지 않았다.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왼쪽만 집중적으로 때렸다.

 

덕분에 입술을 빨리 터져 버렸고 입안에서는 비릿한 쇠 맛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 이상 맞다간 죽을 거 같았다. 그래서 단단히 닫힌 입을 안간힘을 써서 겨우 열 수 있었다.

 

“죄...송하...니다...”

 

“그래? 뭐가 죄송한데?”

 

“어... 마를 만..난”

 

짝!

 

“틀렸어. 다시.”

 

“이... 모.”

 

짝!

 

“이모가 아니라 뭐라고 부르라 했지?”

 

“누나....”

 

“응! 맞아~ 누나야 누나. 잘했어요 우리 다운이!”

 

아까의 악귀 같은 얼굴은 어디 가고 평소의 이모로 돌아왔다. 그 간격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누나라고 불렀으니까 벌주는 건 특별히 넘어가 줄게. 솔직히 언니랑 했을 얘기도 뻔해서 별로 듣고 싶지 않았거든~”

 

“그럼 다음 질문! 우리 다운이는 엄마랑 살고 싶어 누나랑 살고 싶어?”

 

“어....”

 

짝!

 

“생각 잘하는 게 좋을 거야 다운아~”

 

이모는 귓가까지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언니를 선택한다면 다운이는 누나랑 영원히 못 만나는 거야.”

 

말 한마디에 새어나오는 바람은 유혹하듯 귓바퀴를 간질였다.

 

“누나랑 놀이공원에서 종일 논 것도.”

 

“수영장에서 물장구쳤던 것도 ”

 

“밤새 영화 보다가 잠든 것도.”

 

“모두 사라지는 거야. 그래도 괜찮아?”

 

알고 있다. 여기서 이모를 선택한다는 건 최악의 선택지임을. 

 

하지만 통증과 귓가를 간지럽히는 쾌락이 한데 뒤섞여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만약 내 인생에서 이모가 빠진다면 뭐가 남지?

 

텅빈 껍데기뿐이다.

 

제대로 된 친구도 가족도 없는 내가 가진 거라곤 오직 이모뿐.

 

그래서 이모가 없는 나날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런 상상조차 무서웠다.

 

그리고 이모의 마지막 한 마디는 나에게 쐐기를 박았다.

 

“아참, 그리고 언니 따라가면 누나는 다운이 버릴 거다?”

 

어?

 

버려?

 

또 버려지는 거야?

 

그런 거 싫어. 

 

버려지기 싫어.

 

잘못했어요.

 

말 잘 들을게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착한 아이가 될게요.

 

사랑해주세요.

 

“그래서 대답은?”












"누나랑 살래여. 에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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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웃으면서 말했으니까 해피?엔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