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8823063?p=1      -     리메이크 (1)





지휘실에 갖힌 지휘관은 그녀들의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곱씹는다.


'엘더 브레인이 내 몸 속에?'


자신에겐 어떠한 변화도 없다. 거울을 봐도. 사진을 찍어 보아도. 그 모습은 그냥 그리폰의 유능한 지휘관이다.


'마인드맵 이상이군.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갑자기?'


1차적으로 생각할 만한 것은 그것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지휘관에게 그리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진 않았다.


"쾅!"


"철혈의 쓰레기. 당신이 그 안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죠."


스프링필드는 지휘관에게 폭언을 하던 도중, 눈에 거슬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그건 당신같은 쓰레기가 끼고 있을 물건이 아닙니다!!! 당장 벗으세요!!!"


쏜살같이 달려간 스프링필드는 지휘관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


"왜 이러는 거야! 스프링필드! 나라고! 네 지휘관이라고!"


이것은 지휘관과 그녀만의 소중한 추억이다.


그 추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스프링필드는 힘을 다해 그에게서 반지를 빼앗으려 했고,


그 추억을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지휘관은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 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싶어서 도착한 404부대원들이 지휘실 밖에 도착했고,


지휘실 안에서 드잡이질을 하던 지휘관과 눈이 마주쳤다.


UMP9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UMP45는 몸을 떨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HK416은 쓰레기를 본 표정을 짓는다. 416의 시선이 G11을 향한다.


G11은 그대로 주저앉아 달달달달 떨면서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어떻게 해보라고 눈빛을 보내려던 지휘관의 생각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장!!! 당장!!!! 벗으란 말입니다!!!"


스프링필드가 지휘관의 손을 꽉 잡았다.


인형의 완력은 인간 따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지휘관의 손가락이 부러지며, 그만큼 연약했던 철쪼가리도, 조각났다.


그들의 추억이.


울고 있는 WA2000을 진정시키고 지휘실로 온 캘리코는 한창 몸싸움이 일어났을 때, 돌아와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늦었다.


저 반지가 둘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임을 캘리코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영악한 쓰레기는 그것마저 없애 버렸다.


그러는 동안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젠 무언가를 할 때이다.


그녀는 WA2000과 같은 방에 정신줄을 놓아 버린 스프링필드를 데려다 주고 지휘실에 돌아왔다.







------------------------------------------------------







우리의 추억이 부서졌다.


눈물을 흘리며 조각을 맞추었다.


금이 간 반지 조각이 더욱이 형태를 잃어간다.


마침내 산산조각이 되어버렸다.


기억도. 마음도.


캘리코가 들어왔다.


이렇게까지 그 아이가 분노한 모습은 처음이다.


'퍼억!'


내 몸에 버틸 수 없는 충격이 가해진다.


'대체... 이게... 무슨.....'












아무것도 못한 채로 그녀들에게 고문을 받은지 사흘 째다.


지휘실이 열려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뭐라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한테 줄 건 없어. 당장 꺼지지 못해?"


어느새 많은 인형들이 손상을 받은 모양이다.


아직, 아직이다. 마인드맵은 정비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스프링필드가 저 멀리에서 뭔가를 들고 다가온다.


"배가 많이 고프신가봐요? 이거라도 드시겠어요?"


식판에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오물을 받아온 그녀는 내게 먹을 것을 권유했다.


그녀의 약지엔 반지가 없다. 발 밑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


"앉으세요."


강력한 완력. 강제로 식당 구석에 앉혀졌다.


그러자 옆에 FNC가 웃으며 다가왔다.


"지휘관님! 안녕하세요?"


"너...? 내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어?"


"네! 당연하죠! 그것보단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데, 한 번 들어 보세요!"


"FNC!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휘관님. S03구역. 기억나세요?"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저체온증 작전 구역이다.


....


FNC기종은 희소하지도 않으면서, 고성능을 내었기 때문에 저체온증 작전에서 혹사를 시킨 지휘관들이 몇몇 있었고,


그들은 헬리안 씨에 의해 즉결 처분당했다.


하지면 이 아이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말이 없으시네요."


"주피터 포는 기억나시나요?"


"기억해."


FNC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무슨 일이지..?


"그럼 직접 사지로 몰아 넣은 인형들도 기억하시겠군요?"


"무슨 말이야 그게?"


"저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주피터 포를 계속해서 더 빠르게, 더 빠르게 부숴야만 했어요."


"그건 네가 아니라...."


"하지만 항상 다섯 명이 편제 되었던 저의 제대는 항상 저만 복귀했어요."


"아니야..."


"아무리 노력해도, 저 멀리있는 주피터 포를 부수기 위해 죽을 만큼 뛰어도, 그 개같은 기계는 신입 인형분들을 무참히 찢어발겼어요."


"정신 차려... 그건..."


"나이 든 말투의 나강 씨, 아이돌이 되고 싶다던 P38씨, 지휘관과 운명적으로 만났다던 1911씨, 고양이같은 행동을 보이던 IDW씨...."


"제발... 내 말좀..."


"전부 죽었어요."


"내 말좀 들어줘..."


"이상이 그 구역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넌 그걸 경험하지 않았어. FNC."


"그렇죠. 하지만 그걸 경험한 FNC소체가 마인드맵이 다 지워지지 않은 상태로 저와 접속했어요. 지금은 제 더미가 되었죠."


"....백업본이 있으니까. 다음 정비 때에 의뢰 해볼게."


"그 더미가 가르쳐준 역겨운 얼굴이 지금 제 앞에 있어요."


"....뭐?"


FNC는 총을 들었다. 실탄을 어떻게 식당까지... 위험하다!


"죽이라고. 널 죽이라고 그 아이가 말하고 있어. 여기서 네 죄를 갚아. 죽어서.... 우리한테 사죄해!!!!"


"타타탕!"


빗나갔다. 아니, 빗맞추었다. 때 아닌 일방적 총격전. 스프링필드를 포함한 다른 인형들은 빙그레 웃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FNC는 발랄한 걸음으로 사냥감을 쫓는다.


나를 농락하는 중이다.


"전속력으로 뛰세요. 지휘관님. 저와는 다르게 인간은 목표를 달성할지도 모르잖아요?"


부속 창고에 황급히 숨었다.


"어디에 계신가요? 지휘관님? 꼭 꼭 숨으세요."


"머리카락부터 찢어줄테니."


상냥한 목소리에 사납게 뛰노는 분노가 느껴진다.


놓친 것일까? 놓아준 것일까? FNC의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휴우.. 대체 이게 무슨...."


안도감의 한숨. 내가 처형당한 미친놈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그게 대체 무슨...?


"안녕. 과거의 나."


"윽!....."


어둠속에서 404부대의 UMP45가 말을 걸었다.


"그래. 넌 내 죄책감이자 책임감이지. 인형 따위에게도 환각 같은게 있는 줄은 몰랐는걸?"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항상 난 과거로부터 도망쳐왔어. 이제 곧 진실을 알게 되겠지."

"흉터 없는 UMP45. 그러면 넌 왜 내 앞에 나타났을까?"


45는 내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적어도 FNC보다는 덜 위험할 것이다.


"왼손에 40의 머리를 든 채로 말이야."


"뭐...?"


"네가 뭐든, 나의 어떤 감정이든. 상관 없어. 환각 따위."

"근데 넌 그걸 들고 내 앞에 나타나선 안 되었어."

"내가 어떤 감정으로 40을 죽였는지. 적어도 넌 절대 몰라. 알았다면 그딴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알아? 우리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했고, 40은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어. 난 내 유일한 친구를 쏴야만 했어."


아니다, 이 녀석은 FNC보다도 더 위험하다.


"이리 내!"


그녀의 칼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내 왼손에 꽃혔다.


"으....으아아아아아악!!!!"


"40. 난 우리중 하나가 왜 죽어야 했는지 꼭 알아내고 말거야...."


혼잣말을 하며 그녀가 창고에서 나갔다. 내 손가락을 가지고서.


그 일이 일어난 첫째 날에 부러졌던 그 손가락.


이젠 반지가 있어도 소용없게 되어 버렸다.


내 마음은.........


점점......















머리가 아프다.... 마인드맵 과부하인가..?


환각에다 대고 칼질이라니. 416이 봤으면 박장대소를 했겠구나.


손에 웬 손가락이 있다.


"뭐야 이건."


이상한 일이 이 지휘부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게 그 단서인가...?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너무 아프다. 우선 쉬고 오는 것이 급선무다.


판단력은 흐려졌고, 그냥 손가락을 내동댕이 친 채로 부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45언니... 왔어...억? 그 피는 뭐야!"


"모르겠어.. 아까부터 마인드맵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서.. 나인. G11은 어때?"


"전혀 차도가 없어... 언니..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동생. UMP9이 말했듯. 어제 지휘실에서 우리 네 인형은 각자 제일 마주하기 싫은 것들을 보게 되었다.





"주인님. 벌써 쓰레기 버릴 시간이에요? 저리 가 있으면 되나요?"


"정신차려.... G11. 넌 이제 거기서 빠져나왔어. 지금은 404라고!"


"....416?? 거기 416이야?"


"그래! 이제 좀 정신이 드냐? 너 잠도 안자고 덜덜 떨고 있었어."


"416.... 럼주 남는거 있어...?"


"씨발.... 니가 그걸 어떻게 끊었는데.... 대체 그 씨발년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손가락은 회수해서 우유에 담가 놨다. 붙여질지는 모르겠다.


피를 철철 흘리며 지휘실로 오던 도중 RO635를 만났다.


"그 기계랑 같이 장렬히 산화한 줄 알았더니. 망령같이 이곳으로 찾아오셨군요. 예고르 대위."


예고르 대위는 사망했다고 지난 번에 보고를 받았다. RO는 예고르 대위에게 배신당해 죽었던 경험이 있는 인형이다.


이젠 익숙하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증상은 일정하다. 인형이 나를 보면 그 인형에게 제일 보고싶지 않은 자가 보인다.


"이번에야말로 숨통을 끊어 드리죠."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 인형을 3일 굶은 인간이 버텨 낼 리가.


포기했다.


"RO씨. 그래도 지휘관님께 인계하죠. 지휘관님이라면 그에게 합당한 벌을 내려 줄 거에요."


".....제가 경솔했네요. 스프링필드 씨에게 부탁해도 될까요? 저는... 아니 제가 할 게요."


"괜찮아요. RO씨. 제가 처분할게요."


"..... 감사합니다."


스프링필드가 다시 나를 지휘실에 처박았다.


"지휘관님을 죽게 만들 예정이군요. 엘더브레인. 인형들 각각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그런 기술력. 철혈이라면 가능하겠죠."


헌데도. 그녀는 그녀 자신도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손을 뻗는다. 그녀에게 닿을리 없는 손을.


당연히. 내동댕이 쳐졌다.


곧바로 지휘실의 문이 닫혔다.







---------------------------------------------








"......신이란 작자가 정말 있다면, 죽어서도 절대.... 절대 당신의 만행을 잊지 않을 겁니다."


피가 흘렀다. 손목을 물에 담갔다. 내 모든 피와 죄와 영혼이. 빠져나간다.


이 상황에서도 그녀들의 미소가 떠오른다.


"......."


"미안해..."


그 때, 지휘실의 창문을 누군가가 똑똑 두드렸다.








-------------------------------------------------------






그녀들의 머리가 맑아진다. 거미줄 같은 마인드맵에 거미줄이 치워지듯. 깨끗해졌다.


그것은 곧, 그녀들의 행동 또한 투명한 유리처럼 마주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의 손가락을, 우리의 추억을, 둘만의 추억을 부쉈다. 그를 내쳤다. 그의 애절한 얼굴을 보고도 역겨워하며 내동댕이쳤다.


밤낮없이 분노에 빠져 그를 폭행했다.


지휘관님께 총알을 갈겼다.


그의 가장 소중한 손가락을. 잘라버렸다.


착각에 빠져 그의 목을 그어, 죽여버릴 뻔했다.







달려간다. 그가 있는 장소로.


미쳐버릴 듯한 후회를 담고.


그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자해의 흔적. 욕실에 있는 핏물과 둥둥 떠다니는 엘더 브레인의 사체.


저건 엘더브레인 따위가 아니다. 알케미스트. 저주받을 인형의 짓이다.



".....지휘관님."


"........"


그는 떨고있다.


"죄송....죄송해요.... 지휘관님...."


가까이 다가간다.


"새 방법. 내 안의 엘더 브레인을 꺼낼 방법이구나.. 이제 죽여줘. 너희가 날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너희가 날 죽여준다면, 그걸로 편하게 눈 감을게."


"지휘관님.... 제발... 그런 말은 하지...."


"역시 아직이구나.... 여긴..... 그녀석의 말대로 아직 희망이 없어....."


그의 마음이 산산히 부서지는 소리.


스프링필드는 그 소리를 들었을까?


"이제 죽여줘! 제발! 제발! 난...."


난동을 피우는 지휘관.


그녀들의 죄악. 그 결과.


인형이 만들어낸 생지옥이다. 이젠 고작 인형 따위가 막을 수 없다.





https://arca.live/b/yandere/8800807?mode=best&p=2     -    (3)



-----------------------------------------------------









음..... 후회랑 동시에 자살쇼가 나오는걸로 썼다가, 3편이랑 연결이 안돼서 뒷부분은 조금 바꿨음.


알케가 살짝 왔다 가서 마음을 완전히 부숴버리고 가는 걸로.


G11 알콜중독만 내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냈고, 나머지 성격 같은거는 다 원래 소전 팬덤에 있던 거임.


원래는 이렇게 안 길었고, 내가 넣고싶은게 많아서 욕심부리다가 길어졌음.


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