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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8824528          - 4_1학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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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8983842   - 4_2학년의 쉼표



"아. 썅."


입이 조금 험한 이 소녀의 이름은 이얀순이다. 부잣집 딸내미지만, 이전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행했다. 당한 게 아니라, 행했다.


처벌은 없었다. 전학사유도 서류상으로는 평범하게 이사를 하게 되어서라고 기록되었다.


피해학생은 얀순과 같은 부잣집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기엔 너무 평범한 집안이었고, 그래서 괴롭힘을 당했다.


헌데 피해자의 부모님은 허리를 연신 굽신거렸고, 얀순이 괴롭힌 녀석은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는 새삼스레 돈의 위력을 깨달았다.


'서민들은 돈이면 다 되는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얀순은 서민들에 대한 좋지 못한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


얀순의 조상들도 돈이면 다 된다는 마인드로 올라갔겠지만, 그녀가 알 바이겠는가.




얀순은 자신이 잘못했고, 미안하다는 감정은 없었지만, '좆같다.' 아니 '후회한다.' 정도의 감정은 있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서민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이것이 교문 앞에서 욕설을 뱉는 소녀에 대한 전말이다.


자신의 스쿨라이프가 좆됨을 느끼며, 얀순은 교장이 친히 안내해 주는 학교 시설들을 둘러봤다.


당연히 그녀의 마음에 드는 시설은 한 군데도 없다.


카페테리아도 없고 무슨 달동네 구멍가게가 있질 않나,


강당은 군데군데 참기름을 엎질렀는지 두어 번쯤 미끄러질 뻔했다.


얀순은 몸짓으로 교장 옆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아버지께 SOS를 보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쩌랴. 자업자득인 것을. 그리고 이것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안다. 머리 좋은 얀순은 금방 체념했다.


'그래도, 졸업 할 때까지 여기에 다니라고 하시진 않겠지.'


얀순은 희망을 가졌다.


실제로 저녁 시간에 부모님한테서 얼마간만 조용히 지내면서 참고 다니다가 다른 데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휴......'










".....이고, 취미는 피아노연주 입니다."


"그래. 모두 박수~!"


짝짝짝짝짝짝


"빈 자리 아무 데나 가서 앉으렴."


그녀는 창가의 한 자리를 택했다.


"자! 1교시 뭐냐? 전학생은 적당히 괴롭히고, 다음 수업 준비해. 반장? 인사하자."


이 학교는 별 거지같은 걸 시킨다는 생각을 하며, 교과서가 없으니 노트라도 꺼내 공부하는 척을 하기로......


"안녀어어엉? 와 필통 봐봐. 쥰내기여어. 얀순아 너 피아노 잘 쳐?"


친화력 좋은 여학생들이 그 새를 못 참고 괴롭히러 왔다.


한국형 바비인형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얀순의 외모.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시발.'


남학생들은 수군거리고 있다. 얼평이라도 하는가 보다.


'개 시-발.'


참을 인 세 개가 어쩌구저쩌구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남학생들이 이렇게 들이대는 것보단 낫긴 한 것인지, 얀순은 적당적당하게 대응했다.


"드르르륵"


'여긴 문도 병신같이 달려 있네. 저런 걸 미닫이라고 부르던가?'


"아 맞다 얀순아?"


얀순은 뜨끔했다.


"잠깐 교무실로 와봐. 가서 할 게 좀 있거든."


'깜짝아...'







"네.. 이따 쉬는 시간에 한번 둘러 볼 게요."


"아니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청소 시간에 가보렴. 어차피 특활 하는 애들은 청소시간에 자기 부실 청소하러 가니까. 하루만에 정하지 않아도 돼."


"네."


"그랭. 우리 반 가는 길 알지?"


"네. 안녕히 계세요."


"예의도 바르지. 잘 들어가~."


특별활동부에 참가해야 된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이 한 가지 이상은 무조건 해야 된다고 한다.


이미 수업이 시작한 시간이라 그런지, 복도에는 선생들이 휴대용 마이크로 떠드는 소리만 작게 울린다.


혼잣말로 욕해도 아무도 못 들을 것 같지만, 얀순은 얌전히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청소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좋으니까. 청소를 왜 학생들이 하는지는 이해가 안되지만.







당연히, 선생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학생들이 청소를 제대로 할 리는 없다.


얀순은 전학생을 무슨 신비동물 구경하는 듯한 표정을 하는 서민새끼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그나마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겠다는 판단을 했다.


연극부도 시끄럽고, 독서부는 사람이 다른 곳보다 오히려 많은 것 같다. 개같이 시끄럽다.


조용한 곳은 딱 한 곳이었다. 음악실이다.


음악 관련 특활이 하나쯤은 있을테니, 얀순은 사람이 많이 없으면 여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얀순도 음악에 관심이 있는 것도 후보가 된 이유 중에 하나이다.


"철컥 철컥!"


'잠겼나보네. 뭔 학교에 음악부가 없어?'


그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놀랐지만, 얀순은 문을 열고 나온 사람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앗. 아앗아아. 안녕하세엇.? 아. 안녕?"


쿠당탕탕하면서 문을 열어준 남학생이 얼빠진 얼굴로 맞이한다. 대강 보니, 안에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래. 다 귀찮아. 너로 정했다.'


"네. 여기 가입하려구요."


"진짜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절 구해주러 오셨군요."


얀순은 정신이 이상한 새끼라고 여겼다.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다른 부로 해야 할 것 같다.


"악기부는..... 음 일단, 나 혼자 있어."


이건 얀순의 마음에 든다. 여기 있어야 겠다. 다른 부는 정신병자가 둘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사람이 없어서... 사람좀 끌어모으려고 학예회에 나갈 준비중이야. 마침 청소는 내가 다 했으니까 대충 구경할래? 학예회 참가는 나 혼자 해도 되니깐 부담 안 가져도 돼."


나대는 남학생. 얀순은 불쾌지수가 올랐다.


"아뇨... 괜찮아요... 그럼 가볼게요."


"굳이 가서 청소를 하려고? 그냥 앉아만이라도 있어. 나는 청소도구 돌려 놓고 와야 돼서. 어차피 청소 검사하러 여기까진 안 오셔."


이 학생이 한 말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소리다.


"네."


"ㅋㅋㅋ 알았어. 그럼 부실 좀 잘 지켜줘."


'빨리가. 시발아.'








청소는 하기 싫지만, 얀순은 심심했다. 피아노를 한 번 살펴봤다.


관리상태는....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 피알못 새끼가 관리를 했나보다.


'그래도 뭐 치는 데는 영향이 없겠지? 선생도 안 온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놀던 얀순.


음악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부장인지 회장인지 하는 놈이 빨리도 돌아왔다.


"오오오오... 역시 취미로라도 제대로 배운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개변태 새끼. 시발, 아주 남의 신상정보가 좆대로 팔리는구나.'


얀순의 불쾌지수가 최고치를 찍었고, 기분이 나빠서 연주를 멈췄다.


전학 와서 한 말 몇마디를 벌써 듣보 학생들이 다 알고 있다는 사실에 얀순은 불쾌했다.


"나는 피아노같은 거는 여기서 처음 만져봤거든."


'아니 악기부의 장이란 새끼가?'


"여기도 그냥 담임쌤한테 허락 받고 하는 거고, 말만 악기부 회장이지 사실은 아무것도 몰라."


'유사 특활이란 소리네.'


"근데 너도 그 노래 아는구나? 나 그걸로 학예회 나갈려고 했는데?"


'뭐?'




"그거랑 스토리가 연결되게끔 같은 사람이 작곡한 곡으로 세곡 하려고 하거든."


얀순은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더 생겼다.


허나, 자신의 신상을 캐고 다닌 한남새끼에게 일침은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날카롭게 노려보며 남학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 근데, 몇학년이세요?"


"아. 아아아아아. 맞아. 미안. 어쩐지 계속 존댓말을 하더라니..."


'뭐래는거야 병신새끼가 진짜.'


"같은 반 김얀붕. 반 애들 이름은 아직 다 못외웠겠구나."


흐릿했던 인상이 기억났다. 얀순의 자리에서 제일 먼, 반대편 기둥 뒤 자리에 있는 녀석이다.


"아.. 기둥 뒷자리... 맞아? 내가 얼굴을 아직 다 몰라서."


"같은 반이라고만 했는데 그걸 다 알아보네? 머리 엄청 좋나보다."


'그래도 질 낮은 놈은 아니네. 좀 멍청한 놈이지.'


얀순의 머릿속에서 얀붕의 카스트는 '병신새끼'에서 몇명 없는 '멍청하지만 괜찮은 녀석'수준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그렇고, 얀순은 서민들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 거지,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는 성격이다.


얀붕은 칭찬을 했지만, 얀순은 대답이 없다. 분위기가 단숨에 뻘쭘해졌다.


'서비스 하나 해 준다.'


얀순은 피아노 덮개도 아직 덮지 않은 겸, 한 곡 더 연주하기로 했다.


왠지 이 녀석이 하겠다는 곡이 '이 곡'일 것 같다는 생각과,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같이 하면서.


"우와. 너도 얀붕순 작곡가님 팬이구나? 이거 가사 조금만 바꿔서 다른 곡이랑 연결점을 만들고 있거든."


"어. 그래?"


대답은 짧았지만, 이제 얀붕의 카스트는 '살짝 괜찮은 녀석'이다.


"그럼 다른...."


나머지 한 곡이 뭐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종례시간이 다 되어 종이 울렸다.


'종소리도 무슨 유치원 다니는 애새끼들 들을 것만 모아 놨네.'


오늘 하루 얀순의 입은 얌전했지만, 생각은 반대였다.








부활동은 방과후에 하던 말던 자율적이었다. 얀순은 모르겠지만, 이 학교는 야자를 강제시키는 분위기가 없는 학교라서 인기 좋은 학교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 갔지만, 얀순은 어제의 대화를 마저 하고 싶었다.


개노잼 학교에서 그나마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더군다나 작곡가 얀붕순은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얀순은 방과 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교실에서 말 걸었다가 애새끼들이 어떤 눈빛으로 쳐다볼지 상상만 해도 좆같..아니 짜증났다.


얀붕이란 놈은 눈치가 있는지 반에서 말은 안 걸었다. 얀순의 마음 속의 점수가 살짝 더 올랐다.







"그렇게 치면 안 돼."


"어.... 음.... '그렇게'가 뭐지?"


"여기를 밟고 쳐야지. 너 그냥 치는거 일부러 기본으로 하려고 의도하고 한 거 아니잖아."


"오오오오... 피아노도 조금씩 다른 소리가 나는구나, 나는 그냥 건반만 누르는 건 줄 알았는데."


"설마 페달이 장식이겠니."


얀순은 한심한 표정으로 가르쳐 주었지만, 생각보다는 괜찮다고 느끼고 있다.


그냥 건반만 순서대로 누르는 수준이었지만, 재능은 있는 것 같았다.


얀순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던지라, 어릴 적에 수준 높은 악기 연주 교육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걸로 먹고 살 정도의 수준은 안 되었고, 얀순이 먹고 살 일은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악보도 없이 안 틀리고 잘 하네? 외웠어?"


"악보는 어떻게 보는지 몰라서 유튜브 영상보고 따라서 연습했어. 곡 이름 뒤에 piano 검색하면 그 건반게임처럼 나오는거 있잖아. 어쩐지 소리가 비슷하게 안 난다 싶더라니."


페달의 기능만 대충 가르쳐줬는데, 얀붕은 알아서 잘 대강대강 밟아가며 친다.


"앗."


얀붕이 헛발질을 했다만, 그래도 저 멀티태스킹 능력은 꽤 잘 하는 수준이다.


"♪~"


연습할 때 노래 부르는 것도 같이 했는지 얀붕은 노래를 곁들어 연주했다.


'시작할 때부터 연습을 같이 했나보네. 그래서 페달도 금방 적응했구나.'


"나는 배울 때 비싸게 배웠는데, 고마운 줄 알아."


얀붕은 저녁까지 얀순에게 레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