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90339552/436625242#c_436625242


이거 보고 써봄






1일차


평소 소심하던 여자친구에게 가볍게 포옹해보았다.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러워했지만 내 옷깃을 가볍게 쥐며 더 안아주길 바라는 듯 했다.


2일차


출근하기 전 아침밥을 치우는 여자친구에게 다가가 살며시 포옹했다. 놀랐는지 흠칫 등을 떨더니 이내 작고 연약한 몸을 내게 폭 기대며 기분 좋은 새끼 고양이마냥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3일차


아침밥을 싹 다 비우고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여자친구가 왜인지 일어서서 손만 꼼지락대고 옅은 숨소리만 연신 내뱉으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만 포옹하니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꼬물거리는 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며 연신 행복해하는 탄성을 작게 뱉어냈다. 사랑스러운 소동물 같아 5분 동안 안고 있었다.


4일차


오늘도 포옹해주었다. 오늘부턴 대담해진 여자친구가 포옹하는 동안 제 가슴을 내 가슴과 맞대며 부비거나 내 고간쪽에 밀착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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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차


오늘 자고 있는 여자친구를 굳이 깨우지 않고 출근했다. 


퇴근해주면 안아주려고 했는데 정얀진 팀장님이 업무가 많으니 늦게까지 일을 봐야할것 같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병적으로 의존심이 깊고 질투가 많아 빨리 복귀해야 할텐데.. 


야근을 끝내자마자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정 팀장님이 맥주 한잔 하자고 했다. 예의바르게 거절하려는데 진급 이야기를 꺼내며 이유 모를 압박을 줬다. 


정 팀장님은 회사내에서 회장의 가장 아끼는 손녀딸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어쩔수 없이 술을 마실수밖에 없었다. 


30분밖에 안 잡아놓겠다는 팀장님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나는 평소 퇴근 시간보다 4시간 더 늦게 퇴근했다. 오피스텔에 돌아가보니 불이 꺼져 있었고 어둑어둑했다. 여자친구가 그냥 자나 싶어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바라보니 충혈된 눈의 여자친구가 조용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늦었어.. 분명 7시에 온다고 했잖아요... 근데, 근데..."


"미안.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팀장님이 한 잔 하자고 해서..."


"팀장, 여자잖아."


차갑게 가라앉은 여자친구의 목소리에 놀라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살며시 포옹했다.


내 갑작스러운 포옹에 그녀는 놀란듯 했으나 천천히 고양되어가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나를 가녀린 두팔로 꽈악 안기 시작했다.


"내 냄새로 뒤덮을거야.. 내 냄새로..."



그녀는 섬뜩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한참동안 껴안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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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차


갑자기 정 팀장님과의 1박 2일 출장이 바로 다음주 월요일에 잡혔다. 부서 지시라고 하니 따를수밖에 없을것 같다. 여자친구에게 이 말을 전하니 크게 화내며 죽어도 안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여자친구에게 더 화를 내며  그럼 집에서 일하는 너가 내 인사고과를 챙겨줄거냐는 둥, 너가 내 괴로움을 아느냐는 둥 과한 말들을 해버렸다. 이렇게 화를 내고 일을 하려니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고, 많은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그만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밤새 회사에 있게 되었다. 내 휴대폰에 밤새 300통의 전화와 메세지가 오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포옹을 해주지 못한 날이었다.


16일차


회사에서 뜬 눈으로 업무를 끝내니 도무지 몸이 버티지 못해 병가를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경악할만한 양의 통화와 메시지를 보고 여자친구에게 연락하려 했으나 이만 방전되고 말았다. 서둘러 집에 가보니 집은 아침임에도 밤처럼 어두웠다. 그런데 내가 문을 열자마자 쿠당당탕 와장창 소리를 내며 누가 네발로 처절하게 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다.


마치 주인만이 오길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처럼 엉망이 된 몰골의 여자친구를 보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 사랑스럽던 얼굴과 하얗고 가늘던 팔에 상처가 여러개가 , 그것도 깊고 길게 나있었다.



"헤헤..  오빠, 오..오셨어요..? 저... 진짜 반성 많이 했어요오.. 오빠가 회사에서 항상 고생하시는걸 알면서도, 오빠가 고등학생때 살인자 자식이라고 괴롭힘 당하던 절 어떤 말을 들어가시면서까지 구해주셨는지 알면서도..! 저는 쓰레기같은 년이에요. 어제 확 죽어버리려고 했는데... 오빠가,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헤헤... 그래서 제가 저한테 벌을 줬어요. 오빠. 오빠가 저 배를 차고 목을 발로 짓누르셔도 괜찮아요.. 부디, 부디 그렇게 해주세요.. 대신.. 대신, 버리시지 말아주세요.. 제발.. 한번만 안아주세요... 오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충격받은 내 표정을 차마 지우지도 못한채..


말 없이 그녀를 안아줄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