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화로웠던 마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었던 한적한 시골이였다.

 

야만족들이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놈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태웠고 죽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마을 곳곳에 피로 쓰여져 있다.


"사랑해. -시르고-"


"시르고 씨발년아, 그만해!"


나는 잿더미 앞에서 소리질렀다.


돌을 들어 피로 쓰여진 글들을 향해 돌을 던지려는 그때.


"사... 살려줘..."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지? 어딨는거지?


난 아직도 타고 있는 잿더미를 맨손으로 걷어올렸다.


"살려...주세요."


어린아이가 잿더미 속에 파묻혀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잿더미를 치웠다.


잿더미를 치울 때 손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느낌을 무엇일까.

 

마지막 남은 잿더미를 치울 때 기분 나쁜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엄마."


잿더미는 불타 무너지는 집으로 부터 자신의 아이를 감싼 부모였다는 것을.


아이를 꺼냈을 때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살아서 우는 것일까 아니면 부모를 보고 우는 것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이를 업고 내가 나온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는 내가 미친년으로 부터 몸을 숨기기 위해 지은 작은 쉼터가 있다.


약간 좁고 불편하지만 식탁과 침대 난로 정도는 있다.

 

나는 서둘러 쉼터로 향했다.


하지만 난 이때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야만족은 자신이 약탈한 곳에 언제든지 있다는 것을.

 

.

 

.

 

.

 

.

 

"꼬마야, 이름이 뭐니?"


"..."


나는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휴우우-"


흠칫.


완전 답도 없는 상황이다.


아이는 깨어나자마자 날 야만족으로 착각하고 옆에 있던 칼로 날 베었다.


간신히 피해서 약간 베였지만 아이의 상처는 더 크게 벌어졌다.

 

가까히 가려고 하면 날을 세워 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대치하기 1시간째 아이는 지처 쓰러졌다.


아이가 쓰러진틈을 타 치료를 시작했다.


그렇게 2일이 되었다.


아이는 저번 처럼 발버둥치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안 모양이다.

 

난 아이에게 스프를 건냈다.


하지만 아이는 스프를 보지도 입도 대지도 않았다.

 

그저 생기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난 한숨을 내쉬며 밖에 나가 잠을 청했다.

 

누군가 계속 우리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버지로 부터 배운 감각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밤마다 쉼터 주변으로 함정을 파고 잠을 청했다.

 

누군가 접근해도 바로 처리 할 수 있으니까.

 

4일차 드디어 아이가 말을 꺼냈다.

 

"내 이름 나츠 베겐."

 

아이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떨림이 있었다.

 

나는 베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두려움은 이기고 말한 것이기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베겐은 놀라 흠칫거리며 몸을 떨었다.

 

다행히 또 흉기를 휘두르는 일은 없었다.

 

5일차.

 

베겐은 스프를 먹기 시작했다 약간이지만.


아무튼 먹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좋은 소식.

 

나랑 같은 공간에 있을 때 잠을 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일 벌레 때문에 힘들었는데 다행이다.

 

나는 베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아무 행동 없이 조용히 있었다.

 

"드디어 편하게 잘 수 있다!"

 

나는 신나 웃으면서 말했다.

 

이때 베겐은 약간 웃음을 보였다.


6일차.


누군가 함정을 건드렸다.


야생동물이라기에는 함정을 해체한 흔적이 보였다.

 

설마 하면서 함정을 수리하고 추가로 함정을 팠다.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오늘은 야간에 경비를 서야겠다.


7일차


드디어 베겐이 나에 대한 경계가 약간 풀린 듯 하다.


경비를 서고 들어오자 베겐은 내게 안겨왔다.


베겐을 보니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아마 밤새도록 운듯 했다.

 

베겐은 안은 채 말했다.


"버리지...말아주세요."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안 버릴거야. 안심해."


베겐은 내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가만히 그칠 때 가지 안아줬다.


8일차.


베겐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완전히 나은게 아닌지 약간 힘들어보였다.


"아저씨, 나 검술 알려줘."


베겐은 힘들게 걸어와 말했다.


"검술을 알려달라고?"


베겐은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텐데 괜찮겠어?"

"할 수 있어."


베겐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나도 잘은 모르는데 일단 기본만 알려줄게."


나는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알려줬다.


9일차.


내가 봤을 때 나베는 천재다.


아무리 내가 봐줬다고 해도 완전히 질 줄은 몰랐다.


"아저씨, 나 어때?"


베겐이 나무 목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나는 베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베은 마치 강아지처럼 얼굴을 비볐다.


나는 베겐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배우면 왕국군에도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실력이다.


전에 의뢰에서 만난 왕국 기사에게 맡기면 분명 검성이 될 것이다.


"베겐, 지금 나이가 몇이지?"


"지금 14살이요."


14살이면 아마 20살 때 검성이 되고도 남을 나이다.


"베겐. 오늘은 먼저 자렴. 이 아저씨는 어디 좀 갔다 오게."


"응! 아저씨 빨리 와!"


베겐은 손을 붕붕 흔들며 소리쳤다.


10일차.


"저기다! 저기에 있다!"


"좀 꺼져!"


뒤에서 야만인년들이 쫓아오고 있다.

 

베겐을 왕국 수도로 보내기 위해 희귀하다는 고다치 가죽을 얻으러 숲을 나오자마자 야만족들을 만났다.


놈들은 날 보자마자 입 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놈들에게서 벗어나려고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베었다.


하지만 이 미치광이년들은 팔이 잘려나가도 옆에 있던 동료가 쓰러져도 계속 달려들었다.


어느새 놈들에게 포위되었다.


무기는 박살났고 왼팔은 못 쓸 정도로 다쳤다.


"저건 내꺼야!"


"건들면 죽여버린다!"


놈들은 갑자기 자기들 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내꺼니 뭐니 거리면서 서로 주먹질을 했다.


나는 혼란한 틈을 타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모두 조용!!"


야만인들 사이로 누군가 함성을 질렀다.


"족, 족장님."


모두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야만인들 사이로 나온 족장은 서로 주먹질하는 자신의 부하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성인 남성보다 큰 키.


농부보다 각져있는 근육.


야만인들의 상징인 붉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


몸은 그렇다 쳐도 외모는 다른 야만인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다웠다.


야만인만 아니였다면 귀족분들한테서 무수히 많은 청혼장을 받았을 것이다.


족장은 한심한 자신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저 놈은 내 것이다. 끝까지 추격해서 잡아라. 만약 허튼짓 하면 늑대들의 밥으로 던져주지."


족장의 말에 모두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철퍽!


"뭐, 뭐야 이-"


콰직!


야만인들은 함정에 걸려 죽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기 않았다.


영문도 모른채 죽는 것보다 족장의 분노가 더 두려웠으니까.


쉼터에 다다랐을 때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남은 손으로 부러진 검을 들었다.


"오기만 해봐! 씨발!"


최후의 발악이였다.


"어이 거기, 여기 있는 년 죽이기 전에 빨리 그 무기 내려놔."


내가 뒤를 돌아봤을 땐 불타고 있는 쉼터와 베겐에 멱살을 잡고 있는 야만인이였다.


"그 얘를 놔줘!"


난 야만인에게 부러진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뒤에서 누군가 껴안아왔다.


"내 사랑 모르간. 아....드디어 잡았다!"


"시르고 이 개-"


콰앙!


시르고는 내 머리를 잡더니 바닥에 내려꽂았다.


콰앙! 콰앙! 콰앙!


"아저씨!!"


베겐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야만인에게 목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시르고는 모르간을 바닥에 쳐박기를 반복했다.


"난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할 수 있어 그런데."


시르고는 한 손으로 모르간을 들어 시선을 맞췄다.


"바람피우는 것 만큼은 용서할 수 없어. 알겠어 내 사랑?"


"..."


시르고는 엉망진창이 된 모르간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모르간은 정신을 잃은 듯 몸이 축 쳐졌다.


"이건 어떻게 할까요?"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부하처럼 보이는 야만인이 발버둥 치는 베겐을 들고 말했다.

시르고는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베겐은 발버둥치다 모르간을 보고 들고 있던 목검을 떨어뜨렸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베겐이 소리치자 야만인은 베겐을 불타는 쉼터를 향해 집어 던졌다.


"푸하-! 아...행복해, 우리 자기 가서 하던거 마저하자?"


시르고는 모르간을 껴안은 채 숲으로 들어갔다.


"아저씨...아저씨...시르고 이 씨발년...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꺼야!!"


베겐의 외침과 함께 쉼터는 완전히 무너졌다.

.

.

.

.

.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 날 이후 난 개처럼 목줄을 차고 시르고의 집에 갇혀있게 되었다.


"자기야 밥먹어야지?"


"네에 주인님!"


'씨발년.'


"아... 사랑스러워! 오늘도 할까? 해버릴까? 아니 하자!"


시르고는 쇠사슬로된 목줄을 끊어버리고 날 한 손으로 들어 침대로 던졌다.


'제발 누가 구해줘...'


나체 상태인 시르고가 천천히 기어온다.


마지막 남은 오른 팔 하나로 힘겹게 도망쳤다.


그런 나를 시르고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에헤헤, 모르간 모르간 모르가안!!"


꽈악!


"끄아악!!"


"사랑해..."


지옥이 펼쳐지는 순간이였다.


서걱!


"아저씨한테서 떨어져 씨발년아."













글을 못써서 죄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