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아카데미, 수 많은 학생들이 오고 가는 복도 중간에 학생들은 자기네 그룹들끼리 모여 이 시간쯤엔 언제나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 지겹지도 않은지 아래와 같은 천박한 말로만 구애해 오는 여자에 비해 외모는 비교적 평범한 남자를 비웃듯이 쳐다보고 있다.



"아일린 그 아름다운 몸으로 나랑 황홀한 하룻밤을 함께 보내지 않겠어?"


그 순간, 쉭 하고 들리는 소리와 함께 귀가 아플만한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린다

 

짝!!!


소리와 함께 남자의 고개는 완전히 왼쪽으로 꺾였다


"..저질새끼"


완전히 혐오스러운 벌레를 보는 표정.


그녀는 다른 남은 한쪽 뺨을 때리려다 이내 다시 주먹을 꽉 쥐곤 팔을 내리며 방향을 틀어 여자기숙사로 걸어간다.




"아하하.."


그 뒷모습을 아련히 본 나는 어느때처럼, 맞은 뺨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걸어간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거리가 꽤 되는 남자기숙사로 걸어갔다.


한걸음씩 걸을때마다, 주변에서는 나를 비난과 경멸이 한대 섞인 발언과 욕설, 시선들뿐이였다.


아카데미의 평판이 떨어질대로 떨어졌구나, 털 안 난 짐승새끼, 태어나면 안 될 놈 등등등.


그나마 다행인건 성적은 상위권이기에 물리적으로 해하려는 학생들은 없었다.


중간중간에 교사진들도 더러운 벌레 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다.


이 시선들도 처음에야 어렵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렇게 정처없이 걷다가 마침내 도착한 기숙사내 내 방에 들어가 꽤나 호화로운 침대에 눕곤 한팔로 눈을 가려 생각에 잠긴다.



오늘도 그녀에게 제대로 미움 받고 있구나.



아일린과 나는 서로 사랑했던 사이..아니지 1회차 때의 그녀는 서로 사랑하고 혼인까지 약속한 사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나를 오물 그 이하로 보듯 대했고, 그럴때마다 내 마음은 1회차때의 아일린과 계속 겹쳐보여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것만 같았다.



나 또한 그녀에게 이짓거리를 하는게 정말 싫다 하지만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내는것과 그리고 미움 받아야할 것이 이번 회귀의 목표, 그래야 내가 세상에 없어져도 그녀는 나를 잊은채 행복만을 쫓을테니까.


그럼 왜 자꾸 말을 거는거냐고? 그거야 사랑하는 여자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서다. 

이 정도의 일탈 정돈 즐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심정



이 행위를 통하여 반드시 그녀에게 좋은 결말을 맞이하게 할 것이라는 마음가짐만이 나의 원동력이 됐다.





그 끝이 그녀의 옆이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있다 해도 말이다.






《+++++++++》




1회차때의 그녀는 어딜가나 보이는 마법을 배우지 못한 그저 이쁘장하기만 하고 순수했던 소녀였다.


항상 불량배에게 작업 걸리는게 일상인건 이상하지만..



길 가다가 우연히 그 상황을 목격한 나는 가만히 있지 못했고 내 몸에 난 피멍과 상처가 생겨나도 아무렇지 않듯 매번 불량배들을 쫓아내었다.


그러다가 불량배들이 꼬리 빠지게 도망치곤 평민 같아보이던 그녀는 어떻게 배운건진 몰라도 직접 초급 회복마법으로 내 몸을 치료해주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흔하디 흔한 공주와 기사라는 소설 속 이야기처럼 우리의 사이는 점차 가까워졌다.


그때, 1회차때의 그녀, 아일린과 나와 무엇이든 함께 하였다.


산책도 함께 하고, 밥도 함께 먹으며 씻을때도 함께 씻고, 좀 과한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내가 기쁠때도 슬플때도 항상 그녀는 내 옆에 있었다.


그렇게 내 일상엔 그녀는 항상 스며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없던 마법의 재능이 있었는지 하루하루 강해졌고 강해지고 싶은 이유가 다름 아닌 나 때문이란다.


다신 자신 때문에 다친걸 보고 싶지 않다며,


이렇게 아일린은 항상 나를 위해줬고 나중에 가선 나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그에 맞춰 나도 그녀에게 사랑을 전했고 끝내 나는 고백했으며 그녀는 아주 행복한 미소로 승낙해주어 우리 둘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끝으로 아카데미 졸업 후 혼인하자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 비극은 내 손등에 새겨지며 시작을 알렸다.




나는 한창 땀을 흘리며 수련장 내에서 검술 연습을 하던 중


밑도 끝도 없이 손등에 생겨난 용사의 인장이 발현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중 내가 용사로 간택 당했고 교회에선 마왕을 쓰러트리라는 신탁을 받았다.



항상 내게 붙어다니는 그녀에겐 너무 위험한 일인것 같아 졸업 후 아무도 없는 새벽에 조용히 아카데미 교문으로 짐을 챙겨 빠져나올 생각이었으나..


아일린, 그녀는 나의 행동을 이미 예상했듯 교문 앞 기둥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다가 저 멀리서 보이던 나랑 눈이 마주치곤 그 큰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그 모습이 무섭긴 커녕 너무 귀여워 서둘러 다가가 미안하다며 꼭 껴안아주곤 머리를 몇분 동안 쓰다듬었다.


품에 안겨 거부감이 없는걸 보니 그리 마음이 상한거 같진 않아 안심했다.




아일린은 천재적인 두뇌와 뛰어난 실전 능력으로 그 유명한 아카데미 내 마법 수석이라는 타이틀로 차기 마탑주라는 자리는 당상에 따놓은 상태였다.



안전하고 창창한 미래를 포기하고 위험천만한 생과 사가 수시로 오가는 이 여행을 꼭 같이 따라가야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품속에 있는 아일린은 


'그딴 자격 백번 줘도 버리고 널 따라갈거야..내가 있는 이상 너 혼자 절대 못 있게 하겠어. 다..다신 이러지 마'


라며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에 내게 짧게 입맞춤을 하며 눈가엔 이슬이 맺었으며 싱긋 웃는 그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반하고 말았다.



또 한번 반한 상대는 항상 나를 우선시 하였으며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준, 

내 인생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첫사랑이였다.




《++++++++++》



내가 용사가 됐더라도 우리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카데미란 제약이 없어져 더 끈적해졌다.


밤낮 가지리 않는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여행했고


위험천만한 일이 항상 우리를 쫓아다녔지만 동시에 기존 실력을 더욱 키우게 되었으며 실력이 우수한 동료 둘도 마침내 맞이하여 마왕을 토벌할 파티가 완성되었다.


옆에 곤히 자고 있는 그녀에 얼굴을 보물 다루듯 한번 쓰다듬고는 점점 이 여행의 끝이 눈 앞으로 다가왔음을 느꼈다.


수십일에 걸처 도착한 마왕성이 코앞이어도 우리 넷에겐 두려움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이란 단어 때문에 작전을 수십차례 되세우고 나 요한(용사) 아일린(마법사) 헤일로(힐러) 미하일(탱커) 이렇게 넷은 마왕성에 입구로 들어갔다.


마왕의 졸개들과 사천왕이라던 놈들을 처치하고 나서야 드디어 마왕을 목전에 두었다.



듣던대로 터무니없는 힘을 자랑하던 마왕과의 끈질긴 사투는 밤낮없이 이어지었고 그 끝내 사흘간의 전쟁은 종지부를 찍은듯 마왕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죽은 줄 알았던 마왕은 모든 힘을 짜내어 마지막 일격을 나에게 쏘았고 그것을 본 그녀는 옆에 있던 날 밀치며 날 대신해 그 일격을 정통으로 맞았다.




그녀는 심장이 있어야할 곳에 심장대신 커다란 구멍이 자리해버리고 말았다.


가끔 꿈에서 나오는 그 구멍에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녀의 생사가 결정된 것을 본 마왕은 웃음소리와 조롱 가득한 말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힐러는 열심히 그녀에게 회복마법을 걸었지만 힐러 또한 마왕과의 사투로 사흘간 쉬도 없이 마력을 쓴 탓에 당장의 응급처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가슴에 구멍이 뚫린거부터가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입은 많은 양의 피를 토했고 그 눈에선 한줄기 눈물만이 그녀의 뺨을 가로질렀다.

떨리는 손으론 어떤 표정이였을지 모를 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ㄱ..속 멋..ㅈㅣ..켜서..미..아ㄴ.."


그렇게 그녀는 눈을 감지도 못한채 내 곁을 떠났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유언이였다.




《++++++++++》




인생에서 이렇게나 울었던 적이 있었을까.


마왕의 소멸을 축하하는 의미의 축제도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들의 감사인사도 그 무엇도 필요치 않았다.



내가 한 것이라곤 몇날 몇일동안 날 대신해 죽은 그녀 생각을 하며 우는것 뿐


그딴걸 받아봤자 죽은 그녀가 다시 되돌아올 수 없으니까 그렇게 페인이 되면서 세상에 등을 돌리고 모든걸 내려놓으며 살아왔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동안 에일린의 무덤 앞에서 계속 소리를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내가 좀 더 강했다면, 내가 좀 더 신중했다면 그녀는 내 옆에 있었을지 않을까, 차라리 그 일격이 내게 명중했어야 됐는데..라고



그러곤 밤이 되자 그 꼴을 안쓰럽게 보던 여신은 울다 지쳐 묘지에서 잠든 나의 꿈 속에서 현현해 말해주었다.




'단 한번, 그녀를 처음 만난 그때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마치 나는 이 상황을 바래왔었던 것일까.


한치의 고민도 없이 무릎을 끓고는 머리를 아래에 처박으며 부탁했다.



내 모든걸 바칠테니 제발..제발 그녀를 다시 만나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2회차 인생이 시작됐다.








인생 첨 써보는 소설인데 너무 흔한 주제기도 해서

그나마 그럴 듯 하게 쓴듯..잼게 봐주셈.

댓글 상태 괜찮으면 더 써보겠음



2편: https://arca.live/b/yandere/92565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