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카스미]!"



나를 끌어안은 남자는 필사적으로 사랑을 외친다.



"나도... 나도 사랑해, [타케루]!"



헐떡이는 소리를 내면서 나는 남자의 등에 매달렸다. 


그러나 나의 이름은 [카스미]가 아니다. 이것은 게임, 어디까지나 [놀이]인 거야.



"윽... 이제 나온다!"


"싸줘! 당신의 아기씨를 안에 가득 내줘!"



남자는 그대로 나의 질안에 사정한 뒤 내 품안에 쓰러졌고, 그런 그의 머리를 나는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놀이]니까.



"기분 좋았어 [카스미]"


"나도, [타케루]..."



입을 맞추고 입안의 혀를 서로 얽으며 침대 속에서 여운을 즐긴다, 물론 둘 다 알몸인 채로.


이런 야수 같은 섹스는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어. 그래, 남편과는...



"그럼"


"아아, 또 연락할게"



일시적인 밀회의 시간을 보낸 우리들은 호텔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한다.


마지막에 [타케루]는 나에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그걸로 끝... 이 꿈에서 깨어난다.



나는 [카스미]에서 엔도 료지의 아내, [엔도 시오리]로 돌아왔다.



"다녀왔어"


"어서와 시오리, 오늘도 잔업 수고했고 밥 다 됐어"



집에 돌아가면 밤 11 시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사람 좋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양심의 가책이 나의 마음에 싹트지만, 남편이 알아서는 안돼.



"고마워, 먼저 씻을게"


"아아, 목욕물이라면 아까 받아놨어"



남편에게 들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재빨리 욕실에 들어갔다. 냄새는 안난다고 생각하지만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욕조에 잠기면서 몸에 키스 마크등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몸의 구석 구석까지 체크하고 그 후, 거울 앞에서도 제대로 확인을 했다.



"좋아, 완벽해"



몸을 정성스럽게 씻고 욕실을 나가니 속옷과 갈아입을 옷이 놓여 있었다.


남편의 상냥한 배려가 아내인 시오리로서 감사의 감정이 되어 흘러넘쳐 온다.



"일이 많이 힘든가 보네"


"응, 지금 성수기라서 그래"



준비된 식사를 먹으면서 나는 남편에게 미소지었다.


(나는 [시오리], 남편을 사랑하는 정숙한 여자, 아까의 [카스미]가 아니야)


그렇게 마음 속으로 타이르면서.



"그럼 난 먼저 들어가서 잘게, 잘자 시오리"


"네. 잘자요"



내가 다 먹은 것을 확인하자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이 침실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작게  한숨을 쉬었다.



"대체 무얼 하는거지, 나는..."



내가 [카스미]를 자처하며 바람 피운지 1 년. 상대 남자는 [타케루]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진짜 이름은 다르다. 


그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 거래처의 영업사원으로, 3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그리고 나의 남편 [엔도 료지]는 대기업 본사에 근무하며 월급도 많이 받았다. 거기에 성격도 온화하여 자상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정말로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엇하나 불만이 없고 밤의 궁합도 나쁘지 않아.



그러나 나는 [자극]을 원했다.


그 결과 자꾸 권유하는 그 남자의 꾐에 빠졌고, 처음에는 그저 하룻밤, 한 번의 불 장난으로 끝낼 생각이었던 것이 깊게 빠지게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남편과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



고민하는 나에게 그 남자는 어떤 암시를 걸었다.


자신과 밀회를 거듭하고 있는 여자는 엔도 료지의 아내 [시오리]가 아니라 평범하게 다른 여자인 [카스미]이며, 자신은 [카스미]의 연인 [타케루]라고.


그 말을 들은 처음에는 그렇게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바보 같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그에게 안기면 마음이 편해졌고, 그렇게 점차 죄책감에서 해방된 나는 쾌락의 포로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휴대폰이 울린다.


이 휴대폰은 그 남자가 내게 준 것으로 정확히는 [카스미]와 [타케루]의 연락수단이다.



[오늘 밤 8 시]



간결한 문장을 확인한 나도 짧게 답장한다.



[알았어요]



단지 이것 뿐.


누군가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장소는 지난번 만났을 때에 미리 정해 두었다.


모두 저 남자, [타케루]에게서 받은 지시대로, 내용은 간결하게.


나는 남편에게 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처럼.



[오늘도 잔업이야, 먼저 쉬어도 돼]



오늘밤은 밤 8 시의 약속이니까 귀가는 아마도 심야가 되겠지. 걱정을 끼치면 안되니까... 아냐,  사실은 무서웠어.


심야의 귀가는 내가 [카스미]에서 [시오리]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무서운 거야. 정확히는 그렇게 바람이 들통나는 것이...



[알았다]



보기 드물게 간결한 문장이다.


평소라면 [힘내!] 나 [무리하지 말아줘]라고 쓰여 있었을 텐데.



[미안해]



나는 다시 라인을 보냈지만 남편으로부터의 회신은 없었다.


조금 신경 쓰였지만 내 마음은 이미 [시오리]에서 [카스미]로 바뀌어 있었다.


그 이상 신경 쓰는 것은 멈추고 8 시에 약속의 호텔로, 그리고 3 시간의 밀회를 끝낸 우리들은 호텔 출구에서 평소의 의식, 그렇게 나는 [카스미]로부터 [시오리]로 돌아오기 위한 키스를...



"당신, 여기 있었군요" / "시오리..."



입술이 닿으려고 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어,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



[타케루]가 외친다. 그것은 내가 처음 듣는, 그 남자의 당황한 목소리였다.



"이걸로 세 번째군요. 저번에 말했을 텐데요,「다음은 없다」라고"


"아, 아니야! 오해야!"


"변명 따윈 필요 없습니다. 이미 흥신소의 보고서도 읽었으니까"



여자는 차갑게 말한 뒤 세워둔 택시에 탑승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시오리..."



망연해하는 나의 귀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결혼 후 처음으로 듣는 남편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여보..."



나의 말에 옆에 있던 [타케루]의 눈이 부릅떠진다.



"아, 이 이것은, 그..."



[타케루]는 남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각오해 두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한 뒤 남편은 사라져 갔다. 그 이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아...




다음날, 혼자 방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흥분한 친정 부모님이 들이 닥쳤고, 그대로 화가 난 아빠에게 얻어맞는 동안 엄마는 옆에 주저앉아서 계속 울었다. 



(어째서? 배신한 것은 [카스미]인데?)



억지로 친가에 잡혀 돌아간 나는 한 달 뒤 남편과 타케루의 부인이 보낸 위자료 청구서를 받았다.



([타케루]의 부인 뿐만이 아니라 남편까지? 어째서? 바람 피운 것은 [카스미]야?)



두 달 뒤 나는 [엔도]가 아니게 되었다.



(이혼? 어째서? 나쁜 것은 [카스미]야? 어째서?)



그리고 지금, 나는 침대에 구속되어 있다. 



오늘도 안 와, 부모님도, 남편도.



(그래, 내가 아직 [시오리]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 남자를, 그래! [타케루]를 불러줘! 빨리! 나를 되돌려 줘! 평소의 키스를 해달라구!! 그래, 그것은 [카스미]가 한 짓이야! 내가 아냐!"











어느 병실에서 오늘도 들리는 한 여성의 비명. 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 병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