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녀와 아이들 (7)

 

 

 

 

 

“오빠, 이거 봐!”


“싫어.”


“빨리 보란 말이야! 마법의 저글링 하는 거 보라고!”


크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마법의 구체로 저글링하는 걸 보여줬다.

 

오오, 제법이잖아-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손이 엇갈려 공을 놓치고 말았다.

 

“아, 놓쳤다.”


“뭐야 그게? 허접하긴.”


“아니거든!? 오빠는 마법도 못 쓰잖아, 부러워서 그런 거 다 알아!”


“하나도 안 부럽거든! 바보 똥멍청이를 누가 부러워 해?”

 

내 도발에 크리스가 얼굴을 붉히며 씩씩거렸다.


“뭐라고!?”


“시끄러! 그리고 에단, 너 잠깐 이쪽으로 와.”

 

엘리샤 누나가 날 불렀다. 나는 씩씩대는 크리스를 피해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왜 불렀어?”


“네 체질을 이용한 재미있는 재주를 고안해냈거든.”

 

그렇게 말하며 엘리샤 누나가 내게 무언가를 던졌다.

 

……이건 장갑인가? 하지만 내가 아는 장갑과 많이 달랐다.

 

요상하게 생긴 보석이 몇 개 붙어있었고, 구불구불한 선이 서로 엇갈려 연결된

 

장갑이었다. 일단 청소할 때 쓰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거 끼고 크리스 불러와.”


“어…….”


나는 목청 높여 크리스를 불렀다. 그리고 장갑을 꼈다.

 

“느낌이 어때?”


“좀 무거워. 이걸로 뭘 하면 되는 거야?”


“야, 크리스. 에단한테 마법을 쏴!”

 

“진짜? 오빠한테 한 방 날려도 돼!?”

“기, 기다려. 나한테 뭘 쏜다고?”


크리스가 씩 웃으며 나를 향해 투척 자세를 잡았다.

 

“받아라! 매직 로켓!”


“우, 우와아아앗!?”


이 멍청이가 뭐하는 짓이야!? 나는 얼른 팔을 들어 막았다.

 

콰앙-!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어, 으어어…….”


“실패인가……하지만 반응은 있었어. 마법의 위력이 대폭 약화됐다고.”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앉았다.

 

“제발 부탁인데 자세하게 설명 좀 해주고 실험하란 말이야!”


“네가 끼고 있는 건 마력 강제 반사 건틀렛 Mk.1이야.”

 

“이름 어려워. 그냥 반사 장갑이라고 부를게.”


“마음대로 해. 아무튼, 그 장갑은 너에게 가해진 마법을 반사하는 기능을 지녔어.”


마법 반사……!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원리는 간단해. 장갑이 너에게 날아온 마법을 흡수, 네 몸의 특성을 이용해

 

반대쪽 장갑으로 마법을 보내 상대방에게 되돌리는 거야.”

 

“설명이 너무 어려운데…….”


“그냥 반사시킨다는 것만 이해하면 됐어. 이론상 그 장갑을 낀 너는 마법에

 

한정해서 무적이나 다름없어. 뭐, 성공한다면 말이지.”

 

나는 장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대체 이런 장갑의 어디가 그리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하루 종일 장갑의 성능 테스트를 할 거야.”


“설마 방금 전처럼 마법을 맞아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오, 이해가 빠르잖아. 크리스! 오늘 마법 훈련은 이 녀석으로 해!”


“만세! 크흐흐, 각오하는 게 좋아, 오빠!”


“우……우와아아악!”

그 직후, 나는 하루 종일 얻어터졌다.

 

거의 쉬지도 않고 마법을 난사하는 크리스를 피해 달아나고, 맞아서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또 맞았다. 거의 학대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갈 무렵……드디어 크리스가 지쳤다.

 

“으하악, 너무 많이 써서 죽을 것 같아…….”

 

“흠……데이터가 꽤 모였어. 두 사람 다 수고했어.”


“이, 이제 끝난 거지……?”


“하나만 더. 크리스, 한 발만 더 쏴.”


또 하는 거냐! 나는 얼른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크오오오……! 이대로 가면 내가 먼저 죽겠어, 그러니 이 한 방으로 오빠를 죽인다!”


“너 이 자식,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라아아아!!”


크리스가 고함을 내지르며, 오늘 쏜 것 중 가장 큰 마법의 구체를 날렸다!


“집중해! 마법을 내보낸다는 감각을 익히는 거야!”


“그렇게 말해도-”

 

나는 왼팔을 뻗어 크리스의 마법을 흡수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몸을 거쳐- 오른쪽 팔로 이동하며 발사됐다.

 

퍼엉-!

 

발사된 구체가 지붕을 뚫고 하늘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으아아아아, 지붕이……! 너 어쩌자고 지붕을 날려버린 거야!?”


“내 잘못 아냐! 애초에 집에서 실험하라고 한 건 엘리샤 누나였잖아!”


“그렇긴 하지만 설마 지붕을 날려버릴 정도라곤 생각 못 했지!”


그나저나 방금 성공한 건가? 그렇게 강력한 마법을 받아냈는데도 내 몸엔 상처

 

하나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많이 공격당했는데도 몸이 욱씬거릴 뿐이었다.

 

“마법을 튕겨내지 못해도 네 몸이 마력을 흡수, 방출하면서 피해를 줄인 거야.”


“내 생각을 읽었어?”

“아니, 찍어 맞춘 거야.”

 

엘리샤 누나가 그렇게 말한 뒤, 내 장갑을 빼앗아갔다.

 

“흐음……아직 개선할 곳이 많네. 조금만 더 손보면 실전에서 쓸 수 있겠어.”

 

“내가 마법사랑 싸울 일이 있을까?”


“언젠간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튼 수고했어, 돌아가도 좋아.”


크리스가 만세를 외치며 집에서 뛰쳐나갔다.

 

그 때, 나는 문득 얼마 전에 생긴 궁금증을 풀고 싶어졌다.

 

“엘리샤 누나, 하나만 질문해도 돼?”

 

“뭔데.”


“누나는 왜 엄마랑 같이 일하는 거야?”


내 질문에 엘리샤 누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억울한 것 같기도 했고, 어딘지 모르게 좀 불편해보였다.

 

“아-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그 이유가 뭐냐니까?”


“내 연구 때문에. 내 전공은 호문쿨루스와 골렘 제작이거든? 근데 이게 마력 소모가

 

장난 아니란 말이지. 순수하게 모이는 마력만으론 감당이 안 돼.”

 

“엄마가 마력을 제공해주는 거야?”


“비슷해. 그리고 너희 엄마도…….”


엘리샤 누나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무슨 일이지?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자, 얼른 돌아가. 엄마가 걱정하시겠다.”


“알겠어, 그만 밀어…….”


나는 반쯤 쫓겨나듯 엘리샤 누나네 집에서 나왔다.

 

마지막에 뭐라고 말하려고 한 걸까? 

 

하지만 질문해봤자 대답하지 않을 테니, 여기서 어슬렁거려봤자 시간 낭비였다…….

 

 

 

 

 

 

 

 

*****

 

 

 

 

 

 

 

 

그로부터 나흘이 지났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됐기에, 우린 불을 피우고선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이불을 덮고 지냈다. 벌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당분간 마을에 내려가는 것도

 

힘들었다. 길이 눈에 덮여 어디가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어서였다.

 

“그러고 보니 형, 조만간 생일 아냐?”


“새으응이일-”


마렌드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생일이라……그런가, 조만간……나도.”

 

이 집의 절대적인 규칙 하나, 그건 바로 누구든 15살이 되면 독립한다는 것이었다.

 

제이크 형도 15살이 됐기에 집에서 나갔다.

 

그 이전에 살던 사람들, 얼굴도 본 적 없는 나의 형제자매들도 모두 15살이 되면

 

집을 떠났다고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엄마가 정한 규칙 같았다.

 

이제 나도 14살이다. 그리고 1년만 더 있으면, 여길 떠나야 한다.

 

이 녀석들을 두고 간다는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어?”


“돈?”


“아니, 그런 거 말고!”


“딱히 없어. 그냥 이대로 생활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 때, 엄마가 방에 들어왔다. 레토와 마렌드는 얼른 엄마한테 달려가 안겼다.

 

“엄마!”


“마으마아아…….”


“어머, 어머. 다들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지?”


“크리스랑 레이트는?”


내가 묻자 엄마가 곤란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알레샤네 집에 있어.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주기적으로 거기 가는데 대체 뭘까?

 

크리스야 그렇다쳐도 레이트는 딱히 갈 이유도 없는데 종종 거기 갔다.

 

뭔 일이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피하니, 더 묻기도 뭐했다.

 

“아참, 에단. 조만간 생일인데 뭘 가지고 싶니?”


“없어.”

 

정말로 없다. 애초에 난 욕심이 없는 편이라 물건엔 별 관심이 없었다.

 

“알겠어. 그래도 선물은 기대해도 좋단다.”

 

그래봤자 작년처럼 케이크나 맛있는 밥이겠지…….

 

싫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내 주제에 그런 걸 먹을 수 있다는데 감사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엄청 기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 에단? 잠깐 마을에 내려가서 심부름 좀 해주겠니?”

 

“눈이 많아서 다니기 힘든데…….”


“엄마가 마법을 걸어줄게. 그럼 헤매지 않고 금방 다녀올 수 있을 거란다.”


“알겠어.”


나는 엄마가 사오라고 한 물건의 목록을 확인한 후, 마을로 가는 길에 올랐다.

 

가는 길에 조그마한 토끼와 쥐 몇 마리가 내 앞을 서성거렸다.

 

“아, 이게 엄마가 쓴 마법인가? 동물도 부릴 줄 아는 구나…….”


나는 동물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서 몇 가지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갔다. 별로 대단한 심부름은 아니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갔다온 사이에 얼른 준비했어!”

 

집에 돌아오니 크리스와 레이트도 있었다. 다들 뭔가를 들고 현관에 서 있었다.

 

“뭐야, 너희들. 그 잠깐 간 사이에 준비한 거야?”


“급하게 준비한 거라 별 거 없어! 그러니까 기대하진 마.”


크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상자를 건넸다.

 

바로 포장을 풀어보니 웬 붉은색 끈이 있었다.

 

“뭔데 이거.”

 

“끈이야!”


“아니, 아는데 뭐에 쓰냐고.”


“어……머리에 차고 다니면 멋져!”


“바보냐, 너.”


그래도 선물이니까……나는 끈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어서 마렌드와 레토도 내게 선물을 줬다.

 

“이건……뱀의 허물인가?”


“내 보물 중 하나야. 엄청 희귀한 레페토리 스네이크의 허물이거든!”


“뭐에 쓰는데?”


“감상용?”

 

레토의 선물은……돌멩이네. 응, 돌멩이다.

 

“서으으은물.”


“고마워, 레토.”


“뭐야! 왜 레토한테는 고맙다고 하면서 우리한텐 안 하는데!”


“시끄러! 그나저나 레이트 넌?”


“나, 나는 준비한 게 없어서……대신 노래 불러줄게.”


그렇게 말한 뒤, 레이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원을 이뤄주세요, 나의 왕자님. 나의 소원을 이뤄주세요.’

 

소원의 노래라……레이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다.

 

‘당신의 소원을 말해주세요, 나의 공주님. 나는 그것이 듣고 싶어요.’

 

나는 눈을 감고 레이트의 노래를 즐겼다. 내 동생이지만 역시 노래 솜씨 하난 최고다.

 

“나는 마녀가 될 거야!”


“나,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나으으느는 푸웅뎅이가 대고 시퍼어…….”


“누가 너희 소원 물어봤어? 하여간…….”


그래도, 소원이 있다면.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나는, 이 생활이 영원히 계속됐으면 좋겠어.”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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