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이 갈라지고 커다란 틈에서 괴물들이 쏟아져 나온 그 날

누군가는 그것을 천국의 문다른 누군가는 지구가 내린 벌이라 말했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우리의 삶에 스며든 그것을 우리는 게이트라고 부르고 있다.

 

 

*

 

 

… 따끔~”

 

그녀의 말을 뒤따르듯 등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

 

전보다 더 강해진 통증에 몸을 움츠렸지만그녀가 누르고 있는 탓에 앓는 소리만 뱉을 뿐이었다.

… 나 좀 아픈데…”

조금만 참아~”

 

지이이잉

 

야 진짜 아파!”

거의 끝났어.”

 

그녀는 아프면 손을 들라고 시키는 치과의사처럼 아무리 아프다 말해도 멈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저 두 눈을 질끈 감고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다.

 

끝났다.”

 

그녀의 말과 동시에 등에선 언제 아팠냐는 듯 통증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 이번엔 진짜 너무 아팠어.”

 

그녀는 잘 참았다며 엉덩이를 퐁퐁 두드렸다.

 

아이구잘 참았다~”

하지마…”

 

그녀는 나를 풀어주고 일어나 말했다.

이제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밝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벗어뒀던 상의를 입었다.

 

“…고맙다.”

에이… 큰일 났다다시 올게!”

“…그래

 

그녀는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 현관을 나섰다.

 

조금 이따가 봐!!”

 

그녀가 현관을 나섰다문이 닫히고 집안이 조용해졌다.

 

하아…”

 

유다연그녀는 내 오랜 친구다.

내가 태어나기 전 게이트가 열리고 세상이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그때 일상 속 숨어있던 영웅들이 세상을 구했고 지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능력자’ 라고 칭하며 각국에 자리를 잡아 사회체계를 다시 세웠다.

그런 상황에서도 괴물들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결국 인재가 부족했다.

게이트가 나타난 후 어느 날 갑자기 나이 90의 할머니가 괴력이 생기고 4살짜리 어린 아이가 입에서 물을 뿜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범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능력자로서 새로운 신분을 받았다.

 

그로부터 몇십 년 후 인구에 능력자가 다수인 세계에 도달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언제 어디서 능력이 생길지 모른다.

누군가는 숨이 멎고 나서 능력이 나타났고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능력을 사용했다.

별 볼 일 없는 능력자도 많아서 무능력자와 능력자의 신분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다면?

 

뛰어난 이들은 게이트에 들어가 능력을 이용해 괴물들을 때려잡고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지켜주고 D부터 S까지의 랭크를 부여받아 그에 따른 대우를 받고 살고 있다.

 

유다연그녀는 대한민국에 몇 없는 S급 능력자다.

 

그녀의 능력은 솔로몬의 72 악마를 다루는 능력이다.

 

굉장히 빌런에 가까운 이름이지만 능력을 사용하는 그녀가 정의로운 인물이기에 적절하게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나도 능력이 있다.

랭크가 없는 능력자… F급에 해당한다.

능력명조차 애매하다당기는 능력(?)

사실 어떤 능력인지 잘 모르겠다.

 

능력이 생기고 등에 문신이 생겼는데 심각하게 몸살을 겪었다.

그때 우연히 놀러 온 소꿉친구 다연이가 능력을 사용해 발작을 잠재워주었다.

 

뭐라더라… 배알이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 이후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다연이에게 부탁해 잠재웠다.

언젠가 참아보기도 했지만 길 한복판에서 정신을 잃은 후 참지 않기로 다연이와 약속했다.

 

그녀는 최근 S랭크를 달아 바쁜 몸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나를 위해 같이 살 집도 구해주고 생활비도 대주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언제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그녀도 남자친구도 사귀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다.

 

집안일을 해가며 그녀에게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지만그녀의 능력이라면 더욱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 할 때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S랭크를 달성한 기념으로 사고 싶은 것을 사라며 신용카드를 주었다.

S랭크 능력자만 만들 수 있는 그런 카드였다.

아직 그 카드를 사용한 적은 없어 돌려주려 했지만

 

그거 너 써!’

 

그녀의 단호한 말에 지갑에 보관만 하는 실정이다.

오늘은 장을 보기로 했다밥은 꼭 집에 와서 먹는 그녀를 위해 맛있는 저녁을 차려야겠다.

 

 

*

 

 

!’

 

키에에에에엑!‘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다.

누군가는 괴물에 당해 부서진 건물에 휩쓸렸고 누군가는 그런 그를 지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여기여기 누가 도와주세요!”

능력자능력자 없나요여기 사람이… 으아악!!”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죽은 사람을 붙잡고 우는 사람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교차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와중에 무너진 건물에 끼인 여학생이 있었다.

도망치는데 한창이었기에 그런 그녀를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아무나 도와주세요제발흐흑…”

 

F급인 나는 내 몸 하나 겨우 지키기도 어려웠다.

그렇지만… 나도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방향을 틀어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런 그녀는 달려오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도와달라 말했다.

 

여기에요여기!! 도와주세요!”

괜찮아요!? 잠깐 기다려봐요!”

 

그녀는 그저 엉엉 울며 도와달라고 반복했다.

흐윽 도와주세요… 흐아아앙…”

 

자세히 보니 잔해에 다리가 낀 것 같았다.

정신없이 울고 있는 그녀에게 소리쳐 말했다.

 

이거 들 테니까 다리 빼봐요!”

흐으… ?”

하나흐으으읍어서 나와요!”

 

그녀는 아프다며 엉엉 울며 잔해를 빠져나왔다.

감사합니다…”

걸을 수 있어요저쪽으로 도망쳐요!”

흐으… 걸을 수 있어요!”

 

그녀가 넘어질까 봐 조금 뒤에서 그녀를 따라갔다.

 

키에에에에에에엑!”

 

그때 가까운 곳에서 날카로운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괴물!!”

빨리 뛰어요!”

 

가까운 울음소리에 멈칫한 그녀를 밀며 어서 뛰라고 재촉했다.

 

!’

 

바로 그때 머리 위에서 굉음이 들렸다.

 

… 뛰어!!”

꺄아아아아악!”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

 

으악!”

 

건물이 무너지며 떨어진 잔해에 걸려 넘어진 나는 저 앞에 열심히 뛰어가는 그녀가 보였다.

 

!’

 

머리에 무언가 맞았다.

정신을 잃는 순간에도 나는 그녀라도 열심히 뛰어서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환자분… 환자분 괜찮으세요?”

…”

선생님얀붕 환자분 의식 회복했습니다!”

 

온몸이 뻐근했다눈을 조금 떠보니 밝은 빛이 눈을 향했다.

 

… 환자분제 말 들리십니까?”

… ?”

 

의사가 다가와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건 현장에 게이트가 발생해서 괴물이 나타났고 그 사건에 휩쓸렸다는 것

건물 잔해 속에서 운 좋게 틈에 걸쳐 살아났다는 것

내가 구해준 여학생도 다른 병원에 있다는 것

어떤 S급 능력자가 사건을 해결했다는 것

이것저것 물어본 의사는 좀 쉬라며 나를 두고 다른 환자에게 떠났다.

 

의사가 떠나고 난 후 어떤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

얀붕씨주사 맞으셔야 해요~”

…”

 

차가운 거즈로 쓱쓱 닦더니 주사를 꼽았다.

으윽…”

후후… 아파요?”

…”

 

간호사는 귀엽다는 듯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을 거에요…”

“…”

 

원래… 간호사가 쓰담쓰담도 해주나…?

그녀는 빠르게 주삿바늘을 하나 더 꼽았다.

이제… 평생 아플 일 없어…”

느에…?”

 

술에 취한 것처럼 눈앞이 핑핑 돌았다.

온몸에 힘이 풀리며 축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즈어… 이그…”

후후

 

그녀는 주사기를 하나 더 꼽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이그어…”

 

나는 쏟아지는 잠을 못 이기고 정신을 잃었다.

 

 

 

*

 

 

 

… 츄웁…’

 

깊게 가라앉았던 의식이 떠오르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츄웁… 하압… 츄릅…’

 

끈적끈적한 물소리가 귀를 막았다가 귀 주변을 맴돌기를 반복했다.

 

… 뭐지?

 

… 하아… 하아… 하읍…”

 

의식이 점점 선명해지며 소리의 정체를 깨달았다.

누군가 나의 귀를 쪽쪽 빨고 있었다.

 

츄릅…”

 

!”

 

소름 돋는 소리에 몸이 움츠러들고 소리를 내려고 했지만입에 무언가 단단하게 붙어 있었다.

눈가도 답답한 게 무언가 가리고 있었다.

 

!!! !!”

일어났네… 후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분명 아까 간호사가 놓은 주사를 맞고 정신을 잃었는데

 

… 얀붕아… 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해버렸어…”

하아… 드디어 너랑 하나가 되는 거야…”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숨을 몰아쉬며 나의 몸을 마구 주물렀다.

 

하읍… 맛있어…”

그녀는 나의 몸을 물고 빨며 간간이 신음을 내고 있었다.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끈적끈적한 신음에 흥분하여 내 물건이 커지고 말았다.

 

얀붕이도 흥분했네… 후후

 

어딘가 익숙한 달콤한 목소리에 누군가 스쳐 지나갔다.

이 목소리… 간호사…?

 

!’

 

굉음이 들렸다.

매우 급하게 바뀌는 상황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뭔가 하는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몸을 누르고 있던 압박감이 어딘가에 끌려가듯 사라졌다.

 

너 누구… !!”

 

으득뿌드득…’

 

!! 얀붕아!!”

 

뿌직빠직…’

 

얀부…”

 

콰직

 

마치 맹수가 고기를 씹어먹듯 으적으적 씹는 소리가 이어졌고 이내 잠잠해졌다.

그녀는 더는 아무 소리도 내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 확신했다.

 

터벅… 터벅…’

 

민감해진 귀가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내 옆에 멈춰 섰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공포심에 몸을 바들바들 떨며 할 수 있는 것은 한껏 예민해진 귀에 집중할 뿐이었다.

 

“…츄릅

으으읍!”

정체불명의 사람이 나의 귀를 핥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

 

그 사람은 조용히 나의 구속 구를 풀어주었다.

무서움에 떨고 있던 나는 잠자코 있었고 그는 마지막으로 안대를 풀어주었다.

밝은 빛에 눈이 따가웠지만 금세 적응했다.

 

얀붕아… 무서웠지?”

이 목소리는

다연이…?”

 

눈을 비벼 제대로 쳐다보니 정체불명의 사람은

다연아…”

 

다연이는 갑작스레 나를 폭 안아주며 말했다.

 

미안해 얀붕아… 내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아냐 도와줘서 고마워 다연아…”

 

괜찮으냐며 부산을 떠는 그녀는 계속 미안하다며 사과를 전해왔다.

 

진짜 괜찮아…”

헤헤 다행이다…”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왠지 위화감이 들었다.

나를 괴롭힌 여자는 누구였을까?

… 애타게 나를 부르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그녀에게 그것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알 수 없는 감이었다.

 

얀붕아 빨리 집에 가자!”

…”

 

그녀는 나를 잡고 한쪽 손에 능력을 사용했다.

그녀의 손에 책이 나타나더니 밝은 빛이 우리를 감싸고 사라지고 나니 우리는 순식간에 집 앞에 도착했다.

 

얀붕아 그러면 빨리 누워봐

나 괜찮은데…”

어서또 아프면 어쩌려고!”

 

그녀는 오늘 잠재운 발작이 등을 다치며 풀렸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따랐고 오늘따라 그녀는 평소보다 능력을 사용했고 나는 평소보다 훨씬 아픈 경험을 했지만그녀의 말을 믿었기에 참을 뿐이었다.

 

결국나는 그 날 누가 나를 납치했는지 어떻게 사라졌는지 아직도 물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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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는 사람을 당기는 능력임

다연이는 전세계 S급 능력자들 뺨치는 유능한 부하가 72명이나 있음


ㄹㅇ 더 묘사하고 싶었는데 못 쓰겠다 넘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