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채널

2-뉴페이스 그녀들.

 

 

"어이~잘있으신가 공대 오덕후들."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승민은 보안경을 벗고 문쪽을 바라보았다.예상대로 형준이 편의점 도시락 몇개를 들고

연구실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비록 화학공학과였지만 같은 공대생들이었기에 승민의 옆에 있던 동기들도

모두 형준과 친한 사이였다.

 

"뭐냐?그런 연구실과 안어울리는 복장을."

 

확실히 형준은 얼굴도 잘생겼고 키도 컸다.게다가 승민을 비롯한 여타의 공대생들과는 다르게 패셔너블하기 까

지 했다오늘 그는 딱 몸에 붙어 맵시입는 드레스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뭐하는 중이냐?금요일날 이렇게 날좋은데 연구실에서.."

 

"...이거 요새 내가 하고있는거 있어."

 

"흐음.."

 

형준은 승민의 앞에 있는 구조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그역시 승민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명석한 인물이었다.

록 행실이 천재답지 않다는것에 약간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거...항공기 동력구조 아니냐?"

 

".그건 그런데.내가 실험하는건 로켓이나 인공위성같은 모든 비행물체에 적용시키려는 거지."

 

"...하여간 기계애들이란."

 

"그러는 넌 요새 뭐 연구하는데?"

 

승민의 질문에 형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끝내주는걸 하고 계시지.약학쪽으로 진출하려고 지금 약품개발에 힘쓰고 계시다."

 

"약품?"

 

고개를 갸웃하는 승민은 무시한체로 형준은 들고있던 빵을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그아저나 이븐 훕애 들어온거 아고 있냐?"

 

"....입에 있는거 씹고 말해.무슨말인지 모르겠어."

 

형준은 입에 있는걸 꿀꺽 삼키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승민에게 속삭였다.

 

"이쁜후배가 들어왔다고."

 

"무슨소리냐?지금 2학기야.신입생들어오는 시즌이 아니잖아."

 

"누가 신입생이랬냐?한참 후배는 맞는데.우리 군대갔을때 들어왔다가 1년휴학하고 이번에 복학한 모양이야."

 

"..그래?"

 

대수롭지 않게 말한 승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동했다.공대에 여자후배라니...그것도 눈높은 형준이

이쁘다고 할정도라면 충분히 기대할만한 아이였다.

 

"그래 임마.지금 이 엉아가 혼자가서 보고 오려다가 친분을 생각해서 너한테만 귀뜸해 주는 거라니까."

 

"눈물나게 고맙다 임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승민은 살짝 실험용가운을 벗어버렸다.다른 동기들은 배가 고팠는지 형준이 사온 도시락을

입에 쑤셔넣기에 바쁘다그 모습을 살짝 지켜본 형준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야야~난 도시락 지겨우니까 승민이랑 식당가서 밥이나 먹어야 겠다."

 

"??"

 

의아해 하는 승민을 보며 형준은 한쪽눈을 찡긋 하더니 승민의 팔을 잡아끌고 나왔다.그리고는 이내 연구실 문을

닫고 승민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했다.

 

".지금 그 아이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거 같으니까.우리도 껴서 밥먹자."

 

"지금?"

 

"그럼임마 내일 먹냐."

 

너무 갑작스럽긴 했지만 요새들어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엄청나게 상승한 승민으로써는 싫지 않은 제안이었다.

마지못해 하면서도 형준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내려갔다점심치고는 약간 늦은 시간인지라 식당에는 학생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물론 여기 말고도 식당이 몇개 더 있어서 그런탓도 있겠지만.

 

"어디있더라?!저깄다 저기!"

 

형준이 가리킨 곳을 본 승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정말 여자였다.여자가 없기로 소문난 공대에 여자라니!

승민은 자신도 모르게 신이나서 자세히 그녀를 살펴보았다.

 

"...."

 

"..뭐랬냐.죽이지.가히 공대의 혁명이라 할수 있지않냐?게다가 두명이라고!"

 

"..그러고보니.."

 

한명은 너무나 청순하게 보이는 미녀였다.하늘하늘한 치마에 가디건을 입었을 뿐이지만 너무나 맵시있었다.

리고 새하얀 피부에 동그란 눈.포니테일로 올린 머리밑으로 가냘프게 보이는 목선마치 한때 정형화된 미인상처

럼 퍼지고 퍼졌던 인터넷 얼짱의 실현을 보는 기분이었다그리고 그녀옆에 앉아있는 또 한명의 여성.둘은 친구

처럼 보였지만 분위기는 전혀 틀렸다다른 한명역시 미인이었지만 왠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다딱 붙는 스

키니 진에 티셔츠.그리고 살짝 짧은 단발머리였다먼저말했던 여자가 선한 귀염상의 미인이라면그녀는 약간은

차가워 보이고 도도한 상의 미인이었다.

 

"자자.일단 밥부터 배식받자."

 

"어쩌려고?"

 

"어쩌긴 임마.같이가서 먹는거지."

 

그러고 보니 그녀들은 넓은 테이블위에서 둘만 식사를하고 있었다.포니테일을 한 여성은 연신 옆에 있는 친구에

게 조잘조잘 말을 하고 있었지만 도도한 그녀는 그저 간간히 고개만 끄덕여주며 앞에 펼쳐진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기.잠깐 앉아도..."

 

형준이 다가가서 말을 걸자 포니테일을 한 여자의 시선이 형준과 승민을 향한다.옆에 있는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

 

씨익웃으며 자리에 앉는 형준과는 달리 승민은 쭈뼛쭈뼛 어색하게 형준의 옆에 앉았다.

 

"사실...우리 공대 04학번인데...복학생들 이라면서?"

 

"어머.정말요안녕하세요 선배님저희 1년 휴학하고 복학했어요."

 

그녀가 싱그럽게 웃으며 형준과 승민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여유롭게 인사를 받는 형준과는 달리 승민도 덩달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그녀는 승민의 그런모습을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옆에 친구는?"

 

형준의 말에 책을 보고 있던 그녀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살짝 목례했다.약간은 귀찮다는 뉘앙스까지 있었기에

승민은 자신이 뻘쭘해지는것이 느껴졌다.

 

"너희들 이름이 뭐야?"



"..저는 이윤서라고 해요.그리고 얘는..."

 

"한채윤입니다."

 

이내 딱딱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서가 뻘쭘한듯 살짝 웃었고 형준도 따라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반갑네.난 04 박형준이야이쪽은....내 동기 우승민이고."

 

"..반가워."

 

여후배가 처음이기에 승민은 어색하게 말을 놓았다윤서는 생긴것처럼 엄청 싹싹한 성격인듯 웃으면서 다시한번

인사를 했다.

 

"잠깐만요...04학번 우승민선배?"

 

도도하게 말을 잘 하지 않던 채윤이 승민을 바라보았다.순간 승민을 비롯한 좌중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마..사이언스지에 논문실었던....그 선배에요?"

 

"....."

 

승민이 쑥스럽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너무 도도했던 그녀의 표정이 아까와는 살짝 바뀌어 있었다.

 

'..근데 얘네 이쁘긴 하다...'

 

채윤이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자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승민이었다.

 

"...정말 그 글 너무 잘읽었는데...영광이에요."

 

"..아니..대단한것도 아닌데.."

 

"대단치 않다뇨.공대생이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실었는데..."

 

형준은 약간은 묘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더니 바로 윤서에게 말을 걸었다.

 

"와 근데 난 너같이 이쁜 후배가 있는지도 몰랐네?이럴줄알았으면 군대를 빨리 가는건데."

 

"하하하.감사해요 선배님."

 

"근데 과가 어디야?학부는 공대인거는 다 알지만."

 

"...저는 정보공학이구요채윤이가 기계공학과."

 

"어엇!기계공학과?"

 

승민은 다시봤다는듯 채윤을 바라보았다.정보 공학이면 모를까...좀처럼 자신의 과에 여자가 오지 않는다는것을

알기에 놀란것이었다.더불어 같은과 후배가 없는 화학쪽의 형준은 약간은 실망한 뉘앙스였다.

 

"그럼 승민선배는 기계공학과시고...선배님은요?"

 

윤서의 질문에 형준은 힘없이 화학공학쪽이라고 말해주었다.하지만 워낙 노련한 그인지라 금새 윤서에게 계속 말

을 붙이며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반대로 채윤과 승민은 말없이 식사에 몰두할 뿐이었다.

 

"근데...그 논문.언제 쓰신거에요?"

 

"?"

 

입에 밥을 가득 밀어넣었던 승민은 갑작스런 채윤의 질문에 황급히 음식물을 식도로 밀어넣었다.그 모습이 보기

별로 였는지 채윤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그게..군대가기전 3학년때쯤에."

 

"그럼 그때 논문에 쓰셨던 신소재는 실제로 개발 된건가요?"

 

"..지금 항공기 쪽에 예비 실험을 하려고..."

 

자신있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 인데도 승민은 약간 버벅거리면서 대답했다.솔직히 채윤과 윤서정도의 후배는 커녕

여자후배 하나 없이 고학년까지 온 승민에게는 이 자리가 너무나 어색할수 밖에 없었다단 십여분 대화했을 뿐

인데도 둘의 성격이 무딘 승민에게도 파악 가능할 정도로 딱 보였다우선 연신 미소를 지으며 형준의 이야기에

장단을 맞춰주는 윤서는 성격이 활달하고 밝은 편인거 같았다.워낙 청순한 얼굴이 잘 웃기까지 하니 너무나 이뻐

보였다반면 자신이 궁금한것만 딱 질문하고는 이내 다시 입을 다무는 채윤은 짧게 커트된 머리처럼 도도한 성

격이었고사람과 어울리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아 보였다.

 

"니들 오늘 시간있으면 술이나 한잔할래?우리가 사줄게."

 

형준의 말에 승민과 채윤만이 움찔했다.

 

"아 저는 시간이 없..."

 

"!갈게요!저희 선배들이 사주는술 얻어먹어본적이 없어서...헤헤."

 

거절하려는 채윤의 말을 딱 자른 윤서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물론 채윤의 표정이 약간은 구겨지고 있는것을

승민은 느낄수 있었다형준은 능숙하게 윤서의 번호를 따내더니만 폴더를 닫았다.

 

"저희는 수업있어서...이만 갈게요.다섯시쯤 끝나는데 그때 연락드릴게요."

 

"그래~이따보자~"

 

윤서는 연신 웃으며 승민과 형준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는 식판을 들고 사라졌고,채윤역시 말없이 목례를 하더니

도도한 걸음걸이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봤냐.이 엉아의 능숙한 자리만들기 능력을?"

 

"..근데 나 끝나고 토익학원가야하는데.."

 

"이런 등신!토익이 중요해?너 공대들어와서 저런애들봤어?이 학교를 통틀어서도 눈에 띄는 여자애들아니냐."

 

"...그렇긴 하지만.."

 

멀리 그녀들의 날씬한 뒷모습이 보이자 승민은 갈등해야만했다.물론 자신도 그녀들과 술을 마시고 싶었다.하지만

돈내고 처음 가보는 학원을 빠지자니 좀 뭔가 찝찝했다.

 

'슬기나 누나가 화낼텐데...'

 

문득 허리춤에 손을 대고 불평하는 슬기나의 모습이 떠올랐다.안그래도 학원에 친구가 없는데 너까지 빠져?라는

대사가 머리속에 울렸지만 이내 점점 사라져가는 윤서의 웃는 얼굴을 보자 거짓말처럼 염려가 사라져버린다.

 

".갈꺼야 안갈꺼야?안가면 둘다 내꺼고."

 

"..갈게!"

 

승민의 다급한 대답에 형준이 씩 웃더니 승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렇게 나오셨어야지.그리고 채윤인가 저애꽤나 학구파인 모양인데?니 논문을 다알고.잘해봐봐"

 

"됐어.그냥 논문때문에 잠깐 관심을 보인거 뿐일거야."

 

"하긴...그건 그렇겠지."

 

"으윽!"

 

승민이 얼굴을 찡그리자 형준이 씩 웃더니 그의 팔을 잡아 끌었다.

 

"야야.일단 빨리가서 대충 연구실 시마이하고 내려오자.두시간 있으면 쟤들 수업끝난다."

 

 

 

 

 

 

-

어떻게 연구실에서 두시간이 흘렀는지 모를지경이다.다른 동기들에게는 토익학원에 간다고 하고 연구실을 나와

형준과 만난 승민은 학교앞에 호프집에서 꽤나 이른시간부터 둘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 문자왔는데 금방 온단다."

 

"..그냐.."

 

확실히 슬기나와 한번 술을 마신적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막 떨리지는 않았다.하지만...

 


'윤서라는애...굉장히 이쁘던데..성격도 밝고.'

 

내내 웃는 얼굴로 살갑게 굴었던 윤서의 하얀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뭐라 할수는 없지만 승민도 설레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넌 누가 더 땡기냐?둘중에 말이야."

 

형준이 술잔을 채워주며 은근하게 말을 걸었다.확실히 둘다 이쁘다하지만 자신이 말을 잘 못하니 어쩔수 없이

싹싹한 윤서에게 마음이 간다.슬기나와 있을때 편했던건 그녀의 밝은 성격때문이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는..."

 

형준이 피식웃더니 술잔을 비웠다가장 친한 친구인 그였다.그리고 승민은 왜 형준이 그런질문을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둘중에 니가 고른여자는 안 집적거리겠다는 무언의 의미였다.

 

"모르겠다."

 

"으이그.이런 등신.그래서 너 언제 총각딱지 뗄래?"

 

"시끄러워."

 

"그럼.윤서는 내가 작업해도 되는거지?"

 

"?"

 

"뭘 그렇게 놀래 임마.윤서 말이야.애가 밝아보이는게 맘에 들던데."

 

"..그래.."

 

애초에 그건 안돼!라고 말할 자신이 서지 않았다.안된다 한들 윤서가 자신에게 넘어오겠는가하는 생각에서 였다.

반면 형준은 키도 크고 잘생겼다.게다가 자신보다는 못하지만 머리도 좋았다.중학교때부터 쭈욱 같이 자란 친구

지만 왠지모르게 자존심이 상해서 승민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죄송해요.저희들 늦었죠?"

 

"~아냐.여기들 앉아."

 

승민이 입을 다문것과 동시에 윤서의 목소리가 들린다.그리고 뒤따라 나온 무표정한 얼굴의 채윤.

 

"자자 한잔씩들 받고~"

 

"~"

 

윤서는 밝게 웃으며 형준이 주는 술잔을 받았다채윤역시 약간은 떨떠름한 표정이긴 했지만 큰 불만은 없는듯

형준의 술잔을 받아 든다.

 

"근데 너희는 둘만 다니는거야?"

 

"...사실 저희 신입생일때는 선배오빠들 다 군대가 있었고,당시 동기들은 지금 군대에 있고...몇몇은 졸업

했거든요.복학하니까 저희 둘밖에 없더라구요."

 

윤서의 대답에 승민은 알거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이정도 비쥬얼을 갖춘 여학생이 둘이나 있는데다른

과도 아니고 공대에서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디어 설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근데.다들 남자친구있어?"

 

'이 자식 시작됐군.'

 

형준의 질문에 승민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예견되는듯 술잔을 털어넣었다.윤서는 형준의 질문에 약간 부끄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없어요."

 

"..채윤..이는?"

 

"없습니다."

 

채윤은 묵묵히 술만 마셨다.딱봐도 있기 싫은데 억지로 있는듯한 느낌에 형준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윤서에게 시선을 돌렸다.어차피 자기의 목표는 윤서라고 티를 내고있는것만 같이 보였다.

 

"선배들은요?"

 

"..난 지금 한 1년째 없어."

 

태연스럽게 말을 하는 형준을 보며 승민은 그의 탁월한 거짓말 능력에 속으로 혀를 내둘러야 했다.자기가 알기로

는 바로 며칠전까지만 해도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냈을 터인데... 사람이 거짓말을 할때는 신체의 변화가 일어

난다는 과학적인 가설을 보기좋게 무시하는 그였다.

 

"아 두분다 없으시구나."

 

윤서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없다는 말 안했는데..'

 

윤서가 보기에도 진짜 자신이 없어보이는 모양이다형준은 쉬지 않고 윤서에게 말을 건냈다.정말 여자를 웃기

게 하는데에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윤서는 계속 손뼉을 쳐가며 형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에이..술이나 마시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여성들과의 술자리가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천운이 닿아

슬기나라는 학원친구가 있으니까...라면서 위안을 하는 그였다.때마침 힘겹게 채윤이 입을 열었다.

 

"선배.멘사 회원이죠?"

 

"..?...시험본적은 있지만 회원은 아냐."

 

멘사란 아이큐가 150넘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집단이었다.승민도 교수의 권유로 시험을 본적이 있었고,역시나 합

격했지만 회원되기를 거부했다.솔직히 아이큐측정 자체를 승민은 별로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질문한 사람이 바로 도도하게 술만 기울이던 채윤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왜요?"

 

"그냥,머리좋은 거 티내려고 거들먹 거리는 집단인거 같아서.."

 

"저 거기 회원인데..."

 

"!!미안그게 그러니까 내말은 그게 아니고..."

 

"괜찮아요.술이나 마셔요."

 

'에휴.,..'

 

승민은 생각할수록 자신이 한심해 지는거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간만에 채윤이 말을 꺼냈는데 순식간에 자

신의 말이 채윤이 속한 집단을 바보취급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씨..간만에 대화가 열리나 했는데...바로 끊어버렸네..'

 

옆을 보니 윤서가 여전히 빙긋 웃으며 형준의 말을 듣고 있었다.까만 눈동자가 연신 반짝이며 그의 말에 집중하

는 모습.

 

'하기야..내가 여자라도 저자식은 좋을거야.잘생기고..말도 잘하고..'

 

반사적으로 술을 마시는 척 하며 앞에 있는 채윤을 바라보았다.그러고보니 네명이지만 윤서와 형준,그리고 자신

과 채윤으로 나뉘어져 술을 마시는 형국이 되어있다.덧붙여서 말하자면 테이블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바로

앞에서 채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것이다.

 


'근데...둘다 이쁘긴 이쁘다..'

 

근래 들어 이쁜여자들을 길거리에서 많이 봤었다.그래서 전역하고나서 얼마나 놀랐던가.그런데 최근에 만난 슬기

나를 비롯해서 윤서와 채윤은 그냥 길거리에서 보는 이쁜여자들 수준이 아니었다앞에 있는 채윤은 비록 살짝

차가운 표정이긴 했지만 꽤나 미인이었다윤서가 귀여운 미인이라면,그녀는 아마도 도도하고 섹시한 타입의 미

인일 것이다.

 

'뭐라고...한마디라도 해야해.이대로라면 평생 남자들과 술을 마실지도...물론 슬기나 누나 빼고..'

 

생각을 정리한 승민은 몇차례 헛기침을 했다.

 

"저기...근데 왜 남자친구 없는거야?"

 

"....?"

 

뜬금없는 질문에 채윤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게...충분히 있을거 같은데 없길래."

 

"..그냥...솔직히 눈이 높은편이라서요."

 

"..그렇구나.."

 

"선배는요?왜 없어요?"

 

"나는...."

 

보시다 싶이 여자 안꼬이게 행동하잖냐 라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무는 그였다.

 

"그냥...군대가기 전엔 워낙 남자만 있는 과에서 있었고,다녀오고 나니 취업준비에 뭐에...만날 시간이 없더라."

 

"그래도선배는 공대에서는 소문이 자자 하잖아요."

 

"?내가?"

 

기분탓일까.채윤의 도도한 표정이 왠지 한결 부드러워진것만 같았다.

 

".솔직히 기계공대쪽에서는 선배이름 유명해요."

 

"....그래?"

 

여자에게 칭찬을 듣는것은 왠지 어색해서 또 버릇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게다가 지금 선배가 연구하고 있는거..기계공학보다는 메카트로닉스 쪽에서 하는거잖아요."

 

"아 그렇긴하지.그치만 어떻게 보면 재료역학이나 유체역학으로 볼수도 있는거니까."

 

"...하긴 그말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나마 연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승민은 주절주절 이야기를 이어갈수 있었다.하지만 둘의 공대적인 대화를

들은 형준은 질렸다는듯 말을 꺼냈다.

 

"어이 거기둘.무슨 학술제 토론시간이냐.같이들 대화좀 끼자."

 

"..."

 

왠지 모범생들 대화같아서 승민은 조금 뻘쭘해 졌다그 사이에 술이 좀 들어갔는지 윤서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자자.뻘쭘하니까 게임이나 하자."

 

"게임?"

 

"~~좋아요!"

 

"전 별로..."

 

형준의 제안에 삼인삼색의 반응이 나온다게임을 해본적이 없어 의아해하는 승민과 환호하는 윤서.그리고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채윤의 반응이 바로 그것이었다.

 

"자자.쉬운거야.타이타닉 게임이라고.잘봐."

 

형준은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고는 그 위에 소주잔을 띄웠다거기까지 보고나자 승민도 어떤 게임인지 알거 같았

.한명씩 소주를 따라서 가라앉는 사람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소주 한잔에 꽉 채우면 가라앉겠네요.부피의 문제니까요."

 

채윤의 말이었다.

 

"한병에 360밀리라고 써있으니까...약 일곱잔 반이라고 했을때 48밀리리터 만큼 채우면 지는거겠군"

 

승민의 덧붙임이었다.

 

"....이봐..그냥들 게임만 하면 안되는거냐?"

 

형준의 말에 다들 가위바위보 태세로 들어섰다.게임의 특성상 먼저하면 유리했다.1주자가 콸콸따라서 아슬아슬

하게 맞춰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주자는 형준이었고그뒤가 승민,윤서,채윤의 순서였다.

 

"으흐흐.이 몸이 아주 아슬아슬하게 따라줄테니 기대하라구."

 

예상대로 형준은 아낌없이 콸콸 따랐다.

 

"아앗!너무해요!"

 

"치사한 자식.."

 

별 관심없어 보이던 채윤도 긴장한듯 소주가 따라지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아무래도 막번이다 보니 확률

이 높아서인 모양이었다.형준은 거의 소주잔의 10분의 9정도를 채우고 나서야 승민에게 잔을 내밀었다.

 

"선배니임~저 술약해요.조금만 따라주시면 안돼요?헤헷."

 

'..크윽!'

 

윤서가 애교를 부리자 승민의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결국 한두방울만 소주잔에 떨어졌을뿐이었다.

 

"~선배 최고!"

 

여자에 관해서는 거의 경험이 전무한 자신이 윤서의 애교를 이길리가 없다.결국 윤서는 채윤을 살짝 보더니 장난

기 있는 얼굴로 거의 가득 따라버린다.

 

자연스레 좌중의 시선이 채윤을 향했다.안한다고 하더니 걸리기는 싫은지 집중하는 모습에 왠지 귀엽다는 느낌이

들어 승민은 속으로 피식 하고 웃었다.

 

"어엇!"

 

워낙 윤서가 잔뜩 부어둔 통에 금새 소주잔이 가라앉고 말았다.

 

"~채윤이 걸렸어!"

 

자신의 친구가 옆에서 사늘하게 바라보는것을 모르는지 윤서가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채윤은 술을 그리 잘마시

는 편이 아닌지 잔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자자.빨리 마셔~못마시면 흑기사 부르고."

 

"흑기사요?"

 

형준의 말에 채윤이 되물었다.역시나 여성과 함께하는 음주문화에 익숙한 형준이 피식 웃었다.

 

"남자한명 지목하면 대신 마셔주고,대신 니가 그 남자 소원을 들어주는거지."

 

"..."

 

사람들과 어울리는것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술자리가 별로 내키지 않았던 그녀로써는 갈등할수 밖에 없었다.

우선은 술이 약한 자신은 맥주와 소주가 섞이면 바로취하는 체질이었기 때문에 흑기사를 부르고 싶었지만 소원이

라는 것이 걸렸다.평소 남자들의 저질적인 술자리문화가 딱 질색이었던 그녀로써는 고민하지 않을수 없었다.

 

',,,취해서 오바이트 하는것 보다 낫겠지.'

 

한참을 고민하던 채윤이 승민을 가리켰다

 

"??"

 

지목받은 승민이 당혹스러워한다.채윤으로써는 그나마 오늘 이야기를 했던 승민을 고른것이지만,가볍게 원샷할

줄 알았던 그녀가 자신을 지목하니 예상밖일수 밖에 없었다.

 

"자자 우승민.너 거부냐?아님 마실거냐?"

 

승민은 왠지 거부하면 안그래도 말안하는 그녀가 더 어색하게 말을 하지 않을것만 같아 마지못해 잔을 받아 들었

.

 

"~~선배 멋있다!"

 

윤서가 환호하자 승민은 괜히 그녀를 의식하며 벌컥벌컥 소맥을 들이켰다.관심이 있었던 여자후배가 그렇게 말하

니 안마실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자.이제 승민이 채윤이에게 뭐 부탁해."

 

"..뭘해야하지?"

 

이런거에는 영 잼병인 승민이 딱 부러지게 뭘 부탁할수 있을리 없다.채윤은 초조한지 승민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

승민은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형준을 바라보았다영 쑥맥인 자신의 친구를 잘 아는 그가 은근슬쩍 운을

띄웠다.

 

"자자.그럼 첫만남이니까 간단하게....핸드폰 번호 주기 어때?"

 

"핸드폰이요?"

 

채윤은 난처한듯 앞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사실 그녀는 자신을 보고 길거리에서 연락처를 요구

하는소위말해 헌팅을 당한적은 많았지만,그들에게 휴대폰번호를 가르쳐준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하지만 분위

기상 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승민이 넌 어때?"

 

"나야 뭐...그걸로 하지 뭐."

 

형준이 승민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정말 그는 승민과 채윤이 잘되도록 이어주려는 모양이었다그 말은 자신

이 윤서에게 접근하겠다는 무언의 약속과도 같아보였다.

 

"좋아요.가르쳐 드릴게요."

 

채윤은 승민에게 번호를 불러주기 시작했지만 곧 형준에 의해 저지되었다.

 

"에이~아니지그렇게 일방적으로 불러주면 의미가 없고 승민이 폰에 직접찍어줘봐."

 

"?..."

 

승민은 형준의 말에 의아해 하면서도 그녀에게 휴대폰을 내밀었고 채윤이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어주었다.

형준은 잽싸게 그 휴대폰을 낚아채더니만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우우우우웅...

 

테이블위에 두었던 그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그녀의 폰이 울린것을 확인한 형준이 씩 웃으며 승민의

휴대폰 폴더를 덮어 돌려주었다.

 

"이래야 둘다 전화번호가 남는거 아니겠어?"

 

형준은 은근슬쩍 승민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이 친구가 모든걸 알아서 해줄게 라는 눈빛을 본 승민은

조그맣게 한숨을 쉴수 밖에 없었다.

 

'눈물나게 고맙다 자식아....'

 

 

 

 

 

 

"히히..선배들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시간이 꽤나 흐르고...윤서는 조금 취한듯했다.형준은 그녀를 부축하듯 팔을 잡았고채윤은 말이 없었지만 그녀

도 꽤나 취기가 돈 듯 한 얼굴이었다.

 

".니가 채윤이 바래다 줘라.내가 윤서 바래다 줄게."

 

형준의 속삭임에 승민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아냐 임마.내가 무슨 욕정에 눈먼 짐승도 아니고...게다가 난 너처럼 혼자살진 않아."

 

하지만 승민은 형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시내에 널린게 모텔이었다.귀엽고 이쁜 윤서가 형준의 하룻밤 먹잇

감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이내 택시에 그녀를 태워보내는 형준을 본 승민은 안도감에

한숨을 쉬었다.

 

'근데 내가 왜 이렇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지?나랑 상관도 없는 아인데..'

 

확실히 윤서는 자신에게 조금도 감정이 있어보이지 않았다.오히려 형준과 재밌게 놀았던 그녀가 아닌가.

 

"!"

 

문득 채윤쪽을 돌아본 승민은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많이 취하지 않은줄 알았는데 그대로 테이블에 엎어져 버린

것이다.

 

"....이거 어떡하지?"

 

일단 술값은 잘사는 집 자제인 형준이 계산했지만,승민은 안절부절 못하고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채윤만을 바라

보다가 화급히 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새끼.뭐야 왜 전화해.-

 

".채윤이 술집에 엎어졌어.어떡하냐?"

 

-뭘 어떡해.그냥 니네 집에서 재워.-

 




"
?"

 

-자취는 뻘로 하냐.혹시 아냐?둘이 잘될지.끊는다.-

 

"...!"

 

승민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채윤의 고운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나쁘지는 않겠지.."

 

애써 위안하는 한숨이 푹 하고 나왔다.

 

 

 

 

 

"으으음..."

 

승민의 어깨에 걸쳐진 채윤이 알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승민은 죽을 지경이었다.일단 자세상 채윤의 허리

를 감싸안고 가야만 했고,술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을 훑고 있는것이 참을

수 없었다.

 

'마치 내가 술먹여서 집으로 데려가는거 같잖아...'

 

남자들의 시선은 뻔했다.아 저자식 골뱅이하나 엮어서 데려가는구나 하는 부러움과 시기가 섞인 눈빛.확실히 채

윤은 어둠속이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탓에 안봐도 미인상이라는 것이 짐작될만했다.게다가 그녀의 허리를 잡은

승민은 군살없이 쏙 들어간 그녀의 라인에 마음속깊이 감탄하고 있었다.

 

멀리 자신의 집앞에 가까이 있는 편의점이 보인다.이제 곧 집에 다온다는 생각에 승민은 더욱 힘을내어 그녀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

 

한참이나 용을 쓰던 승민의 눈망울이 커졌다.편의점앞에 있는 파라솔 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

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최가을!'

 

긴 머리를 위로 틀어올려 묶은 트레이닝 차림.그리고 귀여운얼굴을 하고 있지만 늘상 툴툴 거렸던 그여자....

자세히 보니 정말 주인집의 가을이었다.그리고 그녀 앞에는 그녀와 쏙 빼닮은 여자가 있었다쌍둥이는 아니지만

정말 기가 막히게 빼닮은 그녀의 언니인 최 봄이었다저번에 야동을 틀어놓은것을 가을에게 걸린 전적이 있는

승민이기에 고개를 푹 숙였다.지금 채윤이 옆에 있는 상황은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평소엔

야동을 즐기고 밤에는 술에취한 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공대생으로 오해받는것은 죽을만큼 싫었다.

 

'...백퍼센트 오해는 아니지만...'

 

승민은 편의점 방향으로 채윤과 자리를 바꿔 그녀를 부축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두 자매가 깔깔 거리며

떠들던 소리가 갑자기 뚝 멈춘다.아마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승민은 자라가 된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는 천천히 집을 향했다.

 

"아씨..썅것들...짜증나.대학생들이란..."

 

"언니.들리겠다."

 

".알게 뭐야."

 

승민은 봄이의 불만섞인 빈정거림을 들으며 더욱 고개를 숙였다.두 자매의 반응을 보아하니 자신인 줄은 모르는

모양이었다.어차피 골목을 돌아서 원룸으로 들어가면 아마 자신의 집에 사는 대학생인줄 모를 것이다.승민은

땀이 비오듯 했지만 걸음을 빨리걸어 황급히 둘의 곁을 지나가 버렸다.

 

'에휴...힘빠진 여자 부축하기는 정말 힘들구나.그래도 나쁘지는 않은데...감촉도 부드럽...?잠깐..'

 

아까와는 감촉이 다르다.분명 허리를 감싸고 왔는데 손에 가득 쥐어지는 이 육감은...

 

'뜨헉!'

 

승민은 자신의 손이 채윤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빨리 지나가려고 서두르다 보니 손이

본이 아니게 위치를 변경한 모양이었다.

 

'..크다..'

 

확실히 채윤의 가슴은 컸다.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오히려 짜릿하게 흥분도 된다.최근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급증

한 승민으로써는 정상적인 반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채윤이 깰까봐 승민은 다시 손을 내려 허리를 감싸

들고는 한손으로 철문을 열어제꼈다.

 

끼이이익.

 

언제나 이 원룸아파트의 현관소리는 듣기 싫었지만,오늘은 왠지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

 

'내 집에 첫 여자손님이구나.'

 

채윤을 침대에 눕히니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다채윤은 조금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다시 잠이 든건지 정신을 잃

은건지 몸을 돌려 누워버린다.

 

"하아...도대체 이 상황은 어찌 된거지."

 

처음만난 후배와 같은 방에 있다.게다가 너무나 도도했던 여학생이 술에 취해서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것도 아무렇게나 누워버린탓에 티셔츠가 살짝 올라가 그녀의 허리곡선과 배를 훤히 보여주고 있었다.

 

'날씬하다..가슴도 크던데...'

 

승민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시선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채윤의 온몸을 훑어 나갔다.술도 먹었

겠다여지 없이 신체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승민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이 아이는 후배야.그것도 대학 생활 몇년만에 처음생긴 여자후배...'

 

승민은 아예 욕구가 들지 않게 하려는듯 이불을 가져와 그녀의 몸을 덮어 버렸다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왠지

너무나 귀찮았다.솔직히 피곤하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승민은 불을 끄고는 바닥 구석에 이불을 펴고 누웠다이상한 일이다.여자와 술을 마신다는거,그리고 자신의 집

에 여자가 자고 있다는거...너무나 떨릴 일이다.하지만 계속해서 한숨이 나온다.

 

'저번하고 똑같은 상황이군.'

 

진짜 우습게도 슬기나의 집에서 자고 왔을때와 비슷했다.여자는 침대위에서 쎄근쎄근 골아 떨어져 있고,자신은

바닥 한구석에서 이불을 덮고 뒤척이고 있지 않은가.물론 저번에는 참을수 없어 자위를 했다는 점이 다른 점이겠

지만....

 

승민은 잠이나 자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오늘따라 왠지 달도 밝고 바람도 더 쌀쌀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3-여자후배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