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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이런 걸로 다른 분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나요?"

"네, 물론이죠! 지금까지 은밀하게 움직일 때 써왔지만, 단 한 번도 이걸 보고 의심하신 분은 없어요."

후우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걸리지 않고 선생의 집에 가자는 세리나의 말에 넘어갔다. 후우카를 꼬득인 세리나는 후우카에게 잠입입무의 진수, 골판지 상자를 보여줬다. 슈퍼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오랜지 문양이 그려진 박스를 본 후우카는 골이 땡겼다.

"암만 봐도 눈에 확 띌 것 같은데요?"

"일단 안으로 들어와 보세요."

후우카는 믿저야 본전이란 생각에 눈 딱 감고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상자는 의외로 아늑했고, 두 사람이 들어갈만한 공간이 충분히 있었다.

".... 진짜로 아무도 신경을 안 쓰네요?"

그리고 후우카는 본인과 세리나가 박스를 뒤집어쓰고 다니는데, 아무도 상자가 움직이는 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 아무리 생각해도 세리나 씨... 선생님의 집을 너무 잘 찾아가는 것 같은데...."

골판지를 뒤집어쓰니 시야가 많이 제약되었지만, 세리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집을 찾아갔다. 슬슬 후우카는 세리나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졌다.

"?"

"쉿."

세리나는 선생님의 집에 거의 다 온 순간, 발을 멈추더니 후우카의 입에 손가락을 댔다.

"정말이지, 질리지도 않고 크로노스 보도부에서 또 왔네요. 이번엔 마이 씨인가요? 정말이지, 선생님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지 못하는 무례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선생님은 우리를 돌보시느라 바쁜데, 배려하지 못할 망정 자신의 돈과 출세를 위해 선생님의 소중한 정보를 팔아먹으려고 하다니."

후우카는 세리카가 가르킨 방향을 보았다. 골판지 상자를 살짝 들어서 보니 그림자 너머로 수풀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후우카는 그저 저 수풀 안에 누가 숨어 있는 건가 라고 짐작밖에 하지 못했다.

"호, 혹시 어제 제가 선생님의 집에 들어간 것도 들켰을까요?"

"아뇨, 어제는 아무도 오지 않았으니까 안심하세요."

세리나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더니 후우카에게 기다리고 말하곤 골판지 상자를 떠났다.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게 움직인 세리나는 수풀 안으로 들어갔다.

- 뚜득

세리나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면서 수풀이서 걸어나왔다.

"이제 나와도 좋아요."

"저... 크로노스 보도부 기자분은 어떻게..."

"제가 좋은 말로 타이르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순순히 돌아가셨어요."

후우카는 방금 전 분명 뭔가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슬슬 세리나가 무서웠기에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세리나는 비밀번호가 걸린 선생님의 대문을 매우 자연스럽게 따고 들어갔다.

"아얏!"

마침 선생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후우카가 해준 요리는 다 먹었고, 집에 후우카가 산 식자재가 남아있었기에 한번 후우카 흉내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요리는 해본 적이 거의 없던 선생은 칼을 서툴게 쓰다가 실수로 손가락을 베었다.

"선생님!? 이번에도 또 다치셨어요?"

선생의 비명을 들은 세리나가 골판지 상자를 집어 던지고선 부리나케 달려왔다. 선생은 세리나가 뜬금없이 자신의 집에 들어왔어도 전혀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했다.

"별거 아니야. 요리하다가 살짝 베었어."

"손가락을 베인 게 별거 아니라니요!? 상처에 나쁜 균들이 들어가면 감염이 생겨서 고름이 생기고 아프다고요. 선생님, 사람의 피부가 얼마나 뛰어난 보호막인지 아세요? 지금 선생님은 보호막을 잃었어요! 최악의 경우, 파상풍균 같은 세균이 들어갔다간 손가락을 잘라야 할 수도 있어요."

"너도 하나에와 비슷한 소리를 하는 구나."

선생은 고작 손가락을 베인 거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세리나를 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선생은 상처를 흐르는 물에 씻으려고 했지만, 세리나는 선생의 손을 잡고서는 언제나 들고 다니는 응급상자에서 도구를 꺼내 소독과 지혈을 끝냈다.

선생은 뜬금없이 들이닥친 세리나와 후우카를 보고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슬슬 선생도 상식을 넘어서는 키보토스의 여학생들에게 적응한듯 하다.

"자, 선생님. 선생님은 다치셨으니까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면 안 되요? 요리랑 설거지는 후우카 씨가 해드릴 테니까, 선생님은 자리에 앉아서 TV라도 보면서 안정을 취해주세요."

세리나의 요구에 선생님은 별 수 없이 순순히 따랐다. 후우카는 부엌에 가서 선생이 썰던 야채를 보았다. 후우카가 야채를 각을 딱 잡고 썰던 것과 다르게, 선생이 썬 야채는 모양이 비뚤비뚤했다.

"샬레가 일하기엔 좋아도 자기엔 너무 넓긴 하지."

선생은 식사를 끝낸 뒤에 어쩌다가 다시 선생의 집에 돌아오게 되었는지 설명하자 순순히 수긍했다. 본인도 샬레에서 며칠 먹고 자다가 건물이 너무 황량해서 공포를 느낀 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다른 사람의 눈에 띄면..."

"걱정 마세요 선생님. 오늘 선생님을 잠복취재하던 기자분은 돌아갔으니까요. 지금 이 집은 아무도 보지 않으니까 안전합니다."

세리나가 그리 말하자 선생은 대답하지 못하고 세리나와 후우카의 소망을 순순히 들어줬다.

"그러면 나는 이번에도 소파에서 잘 테니까 후우카는 저번처럼 침대에서 자렴... 세리나는... 돌아갈거지?"

"소파에서 잔 다고요? 안 돼요, 선생님!"

세리나는 또다시 불편하게 자려는 선생을 잡았다.

"소파는 침대와 다르게 자라고 있는 가구가 아니랍니다. 계속 소파에서 주무시면 목 디스크와 척추에 무리가 가고, 심해지면 디스크가 터진다고요! 아직 선생님은 젊으신데, 40대가 되기도 전에 허리와 목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이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아... 그건 싫어."

"그러니까 선생님은 얌전히 침대로 오세요."

세리나는 선생을 질질 끌고서는 선생을 침대에 끌고 갔다. 당연하게도 세리나의 근력은 선생의 척추를 맨손으로 접을 만큼 강인했기에 선생이 반항할 방법 따위는 없다. 후우카는 설마 선생과 세리나가 그렇고 저런 관계인 줄 알았기에 고개를 돌렸다.

"자 선생님. 지금 선생님에게 필요한 건, 모든 생각을 잊고 푹 자는 거에요. 숙면은 모든 건강의 시작이니까요."

세리나는 선생을 억지로 침대 위에 눕힌 뒤, 배개 자리에 올라갔다. 그다음에 세리나는 배개를 치우고 그 자리에 자신의 무릎을 올렸다.

"자자, 선생님. 무릎에서 떨어지기 싫으시면 좀 더 올라오세요."

세리나는 자연스럽게 선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은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편하니까 모르겠다 라면서 눈을 감았다.

"자, 이번에는 후우카 씨의 차례에요."

"저.... 저 말인가요?"

후우카는 쭈뻠쭈범 걸어오더니 선생의 머리에 무릎을 올리고, 세리나와 번갈아 가면서 무릎배개를 했다.

선생은 그 안락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선생이 눈을 뜨니 후우카와 세리나가 찾아온 일이 꿈이었던 것처럼, 식탁에 아침상이 차려진 거 외엔 세리나와 후우카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요즘 얘들은 우렁각시 흉내를 너무 좋아한단 말이야."

선생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아침 식사를 했다.

"흐음... 아직도 포기 안하셨군요?"

선생이 깨어나기 전, 선생이 어느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학생에게 선물받은 만년필을 챙겨온 세리나는 미소를 유지한 얼굴로 단번에 도청기를 만년필과 같이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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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생님의 만년필 쪽 신호가 끊겼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코타마는 신호가 끊겨 잡음만 들리는 헤드폰을 벗고서 고민을 했다. 지금까지 몇 번 선생님의 사생활을 도청하고자 몇 번 노력했지만, 전부 다 며칠 가지 않아서 신호가 끊겼다.

그리고 이번에 선생님에게 선물로 준 만년필에 달린 도청기도 별 소득을 건지지 못하고 파괴되었다.

"선생님 혼자서는 도청기를 파악할 리가 없습니다. 마치 선생님에게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가 붙어 있어서, 제 도청기를 족족 파악하고 파괴하는 것 같습니다."

코타마는 자신의 모든 도청 시도가 실패하자 수많은 가능성을 머리안에서 그려봤다. 그리고 코타마의 등 뒤에는 코타마의 모든 보안시설을 골판지 상자 하나만 믿고서 돌파한 세리나가 다가왔다.

"오토세 코타마 씨 맞으시죠?"

"이정도로 좁혀질 때까지 느끼지 못한 심장 박동과 발걸음 패턴, 그리고 음성 패턴은 단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붙은 수호천사는 실존했습니다."

코타마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목소리를 금방 알아듣고서, 모든 걸 체념했다. 코타마가 의자를 돌리니 평소 입던 구호기사단 교복을 입은 세리나가 오른쪽 눈에 장식용 안대를 차고서 코타마를 찾아왔다.

"당신이었습니다. 스미 세리나. 모든 도청기를 파괴한 건."

"코타마 씨, 작업에 열중하는 건 좋지만, 스트레칭은 자주 하고 있나요?"

"당신이 뭘 원하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저에겐 좋지 않겠지요."

"이걸 보세요, 코타마 씨의 목...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서 도청만 하느라 거북목이 되었잖아요? 자아~ 거북목이 더 심해지기 전에 물리치료 들어갑니다~"

세리나는 코타마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거북목아 사라져라~!"

두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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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지도넛! 아니, 주군! 이즈나는 주군을 천장에서 언제나 지켜보고 지키겠습니다!

"도모- 이즈나 상. 세리나 데스!"

두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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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옷을 갈아있고 있어! 선생님은 직접 만나서 볼 때 멋지지만, 역시 이렇게 멀리서 망원경으로 도촬... 아니 관찰할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앗, 선생님의 찌찌파티가!"

"안녕하세요, 노도카 씨."

"누, 누구!?"

"저는 척추의 요정이에요! 지금까지 노도카 씨가 선생님을 도촬하느라 정작 자신의 허리를 소중이 여기지 않았기에, 노도카 씨의 척추는 이미 보노보노에요!"

"!"

"이렇게나 자세가 구부정한데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노도카 씨는 지금까지 척추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요? 그러니 지금부터 허리를 펴 드리겠어요. 자자."

"허리."

"피세요."

두드득!

아무튼 이렇게 선생의 정신 건강과 프라이버시는 지켜졌다.

수많은 환자들은 구호기사단의 단장 미네는 병의 원인을 제거한답시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괴짜고, 세리나야 말로 진정한 수호천사 간호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리나는 미네의 진정한 후계자였다.

선생님의 정신건강을 치료하는 법?

선생님의 정신건강을 헤치는 근원을 제거한다!

절대로 선생님의 스토킹은 자신만의 특권이니 라이벌을 제거한다니 같은 이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