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싱가포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도망가지 말레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동방의 진주 (진)

두 대양의 진주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두 대양의 진주 [2]: NUS 맛보기

두 대양의 진주 [M1]: 쿠알라룸푸르로의 북진

두 대양의 진주 [M2]: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차

두 대양의 진주 [M3]: 페낭으로 가는 길

두 대양의 진주 [M4]: 동방의 진주(진)에서의 설날


찬호박입니다. 

찬란한 페낭의 설날은 뒤로 하고 설날 다음 날은 '말레이시아의 음식 수도'라고도 불리는 페낭 지역의 현지식을 주로 찾는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페라나칸 양식을 구경하다못해 아예 페라나칸 양식 한복판에서 숙박까지 했던 참신한 기회는 뒤로 하고, 오늘은 해변 방면으로 이동해 봅니다. 



설날은 어제였지만 여전히 음력 설을 기념하는 붉은 등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페낭 화교 상공회의소 건물 옆을 지나가면



페낭에서 과연 보고 가려나 싶었던 말라카 해협이 제대로 보이는, 콘월리스 요새 바로 앞으로 오게 됩니다. 

식민지 도시들에서 요새들이 으레 그렇듯, 영국 느낌이 물씬 나는 콘월리스 요새는 페낭 항구를 지키기 위해서 조지타운 북동쪽 거의 끝에 위치해 있죠. 



요새 벽에 여전히 있는 대포들은 이 요새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체감하게 해 줍니다. 



바로 옆에는 현재도 말레이시아 해군 페낭 사령부(?)가 있습니다. 



개방만 되어 있었다면 들어갔겠지만 지금 내부 보수공사로 인해서 저날은 못 들어갔던 걸로... 나중에 센토사 편에서도 드러나지만 역사적인 장소 탐방하는 걸 꽤 좋아하는지라 매우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요새의 남동쪽 코너에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 지어졌던 빅토리아 시계탑이 있습니다. 저 시계탑의 존재로 인해서 여기가 다른 곳이 아니라 영국 식민지였다는 것이 확실히 체감되더군요. 



싱가포르에서 페낭으로 올라가는 로얄 캐리비언 크루즈선 종착지가 여기기도 해서, 현지인 친구의 말에 의하면 매일 한 척꼴로 크루즈선이 입항한다 합니다. 크루즈항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더군요. 



여기도 문화재 복원 사업에 은근히 진심인 것 같은게, 장기적으로는 저 바리케이드에 있다시피 식민지 시절 있었던 해자도 복원하려고 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홀로 콘월리스 요새 주변을 둘러보고 친구 가족 일행과 합류해서 같이 브런치를 먹으러 갑니다. 웨이팅이 길다는 맛집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자마자 자리가 생겼고 카야토스트를 찐 것부터 새우탕면과 완탕까지 다양하게 나눠 먹었는데, 싱가포르에 한 달 있으면서도 느낀 바였지만 진짜 당장 주방장을 찾아가서 레시피를 물어보고 싶을 정도의 맛이더군요. 심지어 가격표를 보고 싱가포르에서 식도락을 하는 게 얼마나 바가지를 쓰는 일인지도 깨달았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이 애매하게 비어 페낭의 해운대 격 해변인 바투 페링기로는 못 가고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서 가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조지타운 쪽 친구네 별장(?)에 잠시 진을 치러 갔습니다. 말라카 해협이 조금 더 잘 보이는군요. 



근경에 펼쳐진, 미국의 스프롤 현상을 연상케 하는 주택단지 너머로 조지타운 구시가지가 보입니다. 바로 앞 주택단지가 비교적 최근에 간척되어서 조성된 부지인데, 페낭은 홍콩 같은 곳과 비교하면 확실히 인구밀도도 낮고 여유로우면서 해안가 쪽 부동산을 더 확보하려고 간척을 하는 경향이 은근히 있다 하는군요. 



물론 깨알같은 도지챈 인증도 빠지면 섭하죠. 




페낭 섬에서 나가기 전 구시가지 내에서 마지막 행선지로, Chew Jetty (성주교)로 갑니다. 

이 Jetty라는 게, 초창기 화교들이 조지타운에 정착했을 적에, Pier 같은 곳에 모여 나름의 집성촌을 만든 거라 합니다. 조지타운에 이 Jetty가 나름 집성촌의 성격을 띠다 보니까 출신지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는데, Chew Jetty는 복건계 화교들이 모인 곳이군요. 쉽게 비유하면 약간 수상가옥 단지와 안동 하회마을을 적당히 섞어 놓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Chew Jetty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것까지 하회마을과 겹치는군요. 



이 '성주교'도 여전히 주민들이 사는 마을인데, 이렇게 기념품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거 보고 역시 관광지화가 되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구에서 150미터쯤 걸어가면 드디어 집들 대신 여기가 부두라는 곳을 보여 주는 판자들이 이어진 부분들이 보입니다. 당연히 바로 아래는 그대로 바닷물이죠. 



어찌 보면 수상 가옥들이 부두를 따라 바다 바깥으로 손가락 모양처럼 뻗어나가는 양상인 것 같습니다. 



북쪽 뷰입니다. 저 멀리 홍콩의 스타페리처럼 해협 건너편 본토와 페낭 섬을 이어주는 페낭 페리가 있군요. 



구도를 조금 바꿔 보면 저 멀리 컨테이너항까지 잘 잡히고 아주 정취가 있습니다. 



해협 건너편 버터워스입니다. 페낭과 연동되어서 산업 단지가 이것저것 들어선 게 보이는군요. 




조금 더 당겨봤습니다. 저 멀리 '페낭 센트럴'이라고 희미하게 써진 곳이 보이는데 (굴뚝 오른쪽), 페낭 페리가 아까 봤던 콘월리스 요새 근처와 저기를 이어줍니다. 사실상 같은 건물에 버터워스역이 있는데, KL에서 올라오는 열차의 종점이죠. 




여기도 곳곳에 이것저것 벽화가 그려져 있는게 특징적입니다. 3일간 페낭에 있으면서 본 유일한 한국어가 저기 적혀 있는 "안녕하세요 미녀 사랑해요"였는데, 시선강탈하는 수준이...



성주교에서 나오니 애매하게 출출한 감이 있어, 진짜 로컬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칠리 꽤 들어간) 매운 새우탕면과 함께 볶음면을 요기차 먹었는데, 먹으면서 주방장이 뭘 넣고 어떻게 조리하는지 실제로 구경했을 정도로 레시피가 궁금했던 맛이었습니다. 새우 껍질을 베이스로 소스를 만드는 걸 새우 비스크 소스라고 해서 꽤 고급으로 쳐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딱 그 맛을 탕면에 구현하면 이렇겠다 싶더군요. 길거리에 가깝다 보니까 위생 상태는 큰 기대할 필요는 없지만, 국내 도입이 굉장히 시급한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성주교에서 보이던 페낭 대교입니다. 원래는 본토까지 페리를 탈까 했는데 동선상 애매해지는 것도 있고 저 시간대 페낭 대교 교통상태가 꽤 괜찮았던지라, 페낭 대교로 건너가기로 합니다. 



36시간 정도 있었던 곳이지만 조지타운 구시가지와 그 음식만큼은 그리워질지 모르겠습니다. 



페낭 섬에서 더 가서 본토에 있는 친구네 본가 (진)으로 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습니다. 



저녁은 말레이시아 미식의 수도 페낭을 조금 더 현지인의 입장에서 맛본다는 생각으로 이 인근에 있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푸드코트를 방문했습니다. 




바로 옆 사당이 있어 한번 가봅니다. 여전히 음력 설 바이브가 남아 있군요. 



"로작"이라고 해서 일종의 과일 샐러드를 파는 가판대입니다. 



오이부터 망고까지 이것저것 섞고 저 춘장 비주얼의, 하지만 꽤 단맛을 내는 소스에 버무려서 만드는 일종의 과일 샐러드입니다. 




이외에도 꽤 많은 걸 먹었던 기억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군요. 바로 앞에 있는 건 화이트 커리 누들로, 인도식 카레를 말레이식으로 재해석한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섞으면 이런 비주얼이 나옵니다. 



설연휴라 그런지 문을 닫은 점포들이 꽤 있었는데, 그럼에도 열어놓은 곳들이 하나같이 매우 맛있던지라 아주 만족스러웠던 미식 탐방기였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잠시 동남아 지역에 꽤 많은 일본계 쇼핑몰 AEON을 들렀다 갑니다. 

쓰고 나니 여기가 Bukit Mertajam이라는 걸 누락한 것 같기는 한데, 그나마 관광객들이 찾는 페낭 섬과는 달리 여기는 진짜 내륙이라 관광객, 하다못해 외국인이 저뿐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부킷 메르타잠에 온 최초의 한국인이 제가 아닐까... 감히 의심해봅니다. 



다시 친구네 집으로 돌아와서 친구 가족과 함께 중국판 개콘(?), VOD에 있던 한국어 채널들 몇 가지를 잠깐 훑어본 다음 말레이시아 역사와 현재에 대해 나름 이야기를 하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수면을 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싱가포르로 돌아가는 여정까지 이번 답사기에 실을까 했는데, 분량조절 실패로 다음 답사기로 넘기도록 하죠. 

여기까지 봐 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답사기에서는 페낭부터 싱가포르까지, 그 험난한 '귀싱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