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시카리오 다시 정주행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봄. 멕시코가 70년대 이후 실제와 달리 석유만 믿고 무리하게 일을 벌이지 않아 외환위기 없이 건실하게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중산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하고 부정부패도 꽤 해결했다는 가정임.


1) 1인당 GDP는 대충 2만 달러 중후반 언저리 정도. 물론 위의 미국과 캐나다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높은 수준(마치 폴란드, 헝가리 등 비셰그라드 그룹 국가들이 유럽에서야 하위권 소득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나름 상위권이듯이), 특히 중남미에서는 소규모 섬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최고 수준임. 라틴아메리카에서 칠레와 함께 미국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유이한 국가가 될 수도.


2) 경제가 발전하고 시스템도 어느 정도 확충해서 빈부 격차는 꽤 줄었고 (현실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그래도 라틴아메리카 특성상 꽤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 봉급 등 공무원들에 대한 대접도 꽤 좋아져 부정부패도 많이 줄었다는 설정. 치안도 허구한날 사람 몇십명씩 죽어나고 폭탄 터지고 카르텔에게 돈 안바치면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지 모르는 현실보다는 훨씬 나을 듯.


3) 카르텔이 아예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 치안 좋은 선진국이라 해도 범죄 조직들이 기승을 부리기는 마련이니까. 특히 위에 미국이 있어서 마약 유통이 근절되지는 못할 것. 다만 현실처럼 나라를 아예 쥐락펴락하는 군벌 수준까지는 못갈 듯. 그냥 다른 나라처럼 경찰이나 검찰이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한 수준. 라틴아메리카라는 특성상 다른 선진국보다 이 범죄조직 문제가 심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충 지역 별로 서로 타협하는 수준(아마 이탈리아와 비슷한 정도?)이고 현실처럼 폭력수준이 장난 아니거나 준전시상태까지는 아닐 듯.


특히 중산층이 형성되고 아르바이트만 해도 대충 큰 걱정없이 먹고 살 수준이라면 젊은이들이 범죄 조직에 들어갈 메리트가 없으니까. 퇴역 군인들에 대한 대접만 확실히 확충되더라도 군 엘리트가 군대를 나와서 카르텔로 들어가는 사태는 안 벌어질 듯. 이 문제들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다 돈이 없어서 벌어지는 문제거든. 부정부패건 군인들이 갱단에 들어가는 이유던 간에.


4) 이렇게 되면 미국도 크게 수혜볼 수 있지 않을련지? 멕시코가 안정되고 꽤 사는 나라라면 국경 문제가 크게 해결될테니. 최소한 멕시코인의 불법 이민 문제는 적어도 7~80년대 이후에는 거의 없었을 듯. 미국 내에서 멕시코계 인구도 현실보다 많이 줄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멕시코에서도 대충 벌어먹고 중산층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으로 넘어올 유인이 없으니까. 그냥 현재 한국이나 서유럽에서 더 큰 성공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처럼 멕시코계 이민자 대부분이 합법으로 이민오는 고급 인력이 될 수도. 그래서 미국-캐나다 국경처럼 미국-멕시코 국경도 철조망이나 장벽 쌓을 필요 없이 대충 평화로운 상태일수도. 


다만 이건 중미 지역의 치안이 변수가 될텐데 멕시코 자체는 문제가 없더라도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미 지역의 시궁창같은 현실이 여기서도 그대로면 그 지역 사람들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불법이민올 개연성이 매우 높거든. 이건 지금 현실에서도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문제고. 요즘 라틴아메리카계 불법이민자들이 멕시코계보다는 중앙아메리카 출신들이 더 많다고 들었음. 아마 멕시코가 현실의 미국처럼 중미 지역 출신 불법이민자들로 몸살을 앓을 수도. 특히 멕시코 남부 지역. 그리고 미국이 최종목적지가 될 것이기 때문에 현실만큼은 아니더라도 캐나다 국경보다는 그래도 꽤 빡센 분위기일수도. 멕시코 내부적으로도 미국 입국에 실패한 불법이민자들이 멕시코 내부에 정착하면 이것도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겠음.


5) 4번 관련해서 설정을 추가하자면 중미계 불법이민자들이 멕시코 여권을 위조해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겠음. 만약 이 세계관에서 멕시코가 ESTA 프로그램에 가입한 상태라면 미국이 이를 빌미로 협정 취소를 위협할 수도 있고. 그래서 발등에 불떨어진 멕시코 정부가 더 불을 키고 멕시코 남부 국경을 틀어막으려 할 수 있을 듯. 실제로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로 넘어올때 입국심사가 꽤 빡세다고 들었는데 이 세계관에서는 거의 미국 입국심사 수준으로 빡세질 수도. 외모로는 구분이 안 갈테니 아무래도 사투리로 중미계 불법 이민자를 가려내려 들 수도 있을 듯. 이것 때문에 멕시코-과테말라 국경 지역 출신 멕시코인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례도 있을 듯. 


6) 미국-멕시코 국경변의 유명 도시들(악명높은 시우다드후아레스라든가 티후아나라든가)은 현실보다는 그래도 살기 꽤 좋을 듯. 도시가 제대로 발전한다면 미국과 비슷한 스카이라인이 될 수도. 그러니까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금 못사는 미국 대도시 분위기가 될 듯? 


7) 3년 전에 새로 들어선 AMLO 정부가 취소시킨 멕시코시티 신공항이 이 세계관에서는 진작에 개항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