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Touchdown

[2] 캘리포니아 남부 (2): LA를 스치다

[3] 캘리포니아 남부 (3): LA 탈출...?

[4] 캘리포니아 남부 (4): LA 겉돌기

[5] 캘리포니아 남부 (5): Straight outta SoCal

[6] 샌프란시스코 만 (1): 스탠퍼드

[7] 샌프란시스코 만 (2):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上)


[8] 샌프란시스코 만 (3):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


예기치 못하게 샌프란시스코 파트를 2개로 쪼개 쓰게 되었는데, 앞서 예고했듯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를 동서로 종단하는 여정입니다. 전날 잠깐 지나간 Embarcadero에서 빠르게 서진, 금문교까지 왕복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답사를 완성(?)합니다. 



화창하기 그지없는 7월의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변덕이 심하기로 유명하다는데 3일간은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음. 



다른 데 가기에 앞서 우선 시청 앞 지나감. 샌프란시스코 시청은 다른 데와 달리 무슨 주의사당 처럼 생겼고, 실제로 크기도 새크라멘토의 캘리포니아 주의사당만큼은 아니겠다만 웬만한 주의사당에 크게 밀리지 않음. 시청 앞을 UN 광장이라 부르는데, 이는 유엔의 시작을 알린 1945년 샌프란시스코 회담이 여기서 이루어졌기 때문.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회담과는 다름!) 



기둥에는 각 연도별로 유엔 가입국이 표시되어 있는데, 1991년에는 남북한과 구소련 구성국들, 독일이 가입했다고 표시. 가장 최근에는 2002년 스와질란드랑 동티모르는 있지만 2011년 남수단은 없음. 2027년까지 부건빌도 새로 추가될 테니 그때 같이 바꾸거나 아예 새로운 기둥을 올릴지도 모르겠음. 



웬만한 주의사당급 포스를 풍기는 샌프란시스코 시청사 클로즈업



시청도 봤겠다 어제 본 노면전차로 동쪽으로 이동, 어제 지나간 Embarcadero로 이동. Embarcadero란 단어는 스페인어 동사 'embarcar' (영어 embark와 같은 의미)에서 파생된, "embark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음.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과 샌프란시스코 항으로서 기능했던 역사로 보아 매우 합당한 이름임. 



1990년대까지 이 앞에 베이 브릿지와 금문교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있었는데, 보다시피 페리 빌딩과 나머지 도심을 단절시키는 문제도 큰데다 교통체증을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끌고 오는 문제가 컸음. 마침 1989년 지진 덕에 고가도로가 손상되기도 해서 1991년에 이 도로를 완전히 철거시키고 이후에 Embarcadero 일대 워터프론트를 전면 재개발해 지금의 모습이 됨. 사족으로 2019년까지 있었던 시애틀 시내의 Alaskan Way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는데, 이는 다음 편에서 다시 다룰 것. 

또 지난 편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전명운, 장인환 의사가 스티븐스 당시 통감부 외교 고문을 저격한 것이 저 건물 앞임. 스티븐스가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륙횡단 열차를 타야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대륙횡단 철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지 않아서 베이 건너편 오클랜드까지 다시 가서 열차를 타야 했음. 물론 미국 입장에선 굳이 기념할 일도 아닌데다 외교적 마찰을 불필요하게 빚을 이유도 없으니 하얼빈 역과 달리 여기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일말의 단서조차 찾아볼 수 없었슴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페리 빌딩에서 국제 여객선은 더 이상 들어오진 않으나 위처럼 샌프란시스코 만 곳곳으로 들어가는 페리는 여기서 여전히 출발해서 베이 곳곳을 연결해 줌. 원래는 저 중에서 금문교 이북 소살리토 (Sausalito) 까지 페리를 타고 올라갔다 금문교 걸어 내려오고 샌프란시스코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져서 소살리토는 포기. 



베이 쪽에서 본 페리 빌딩. 



페리 빌딩 내부에는 시장처럼 이렇게 상점이 많이 들어서 있는 구조. 먹어 볼 건 굉장히 많은데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 아르헨티나식 엠파나다 (Empanada)를 추천, 밀가루 반죽 안에 고기나 야채 넣고 구운 거. 사진에 있는 건 아마 소고기 들어간 것일 텐데, 튀겨진 샌드위치를 먹는 기분. 아무튼 그렇게 베이 바라보면서 엠파나다로 점심 해결하고



처음 샌프란시스코 들어오면서 지나온 베이 브릿지랑 저 멀리 세일즈포스 타워 한 번씩 더 보고 Embarcadero를 나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3일 모두 피어 39를 지나갔는데 막상 피어 39를 제대로 보는 건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샌프란시스코 시 관광센터가 이쪽인데다 '샌프란 관광'하면 여기가 사실상 중심지라 거의 무조건 이쪽을 지나가게 됨. 



피어 39에서 유명한 게 이 물개 떼인데, 여름인지라 대부분 알래스카 쪽에 있어 몇 마리 없음 - 대신 겨울에 오면 이 항구가 물개로 가득 차는 진풍경을 볼 수 있어 이 인근이 물개 보려는 사람들로 미어터짐. 



피어 39 근처 피어 45는 이렇게 퇴역 군함들로 해양박물관을 조성했는데, 앞에 있는 게 USS Pampanito (SS-383)으로, 2차대전때 참전한 발라오급 잠수함. 더 뒤에 있는 배 (+ 아래 짤) 는 전성기에는 3일에 한 척씩 찍어냈다는 리버티 쉽 (Liberty Ship) 중 하나인데, 노르망디 상륙작전 디데이 때 참가한 리버티 쉽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 있는 배라고 함. 



원래 같으면 버스 타고 금문교 바로 앞까지 가도 되지만, 판단 미스로 중간쯤에 잘못 내려 이후로 걸어가기로 함. 나중에 알아보니 그때 걸어간 길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트레일이었다는 후문. 위 사진은 내린 곳 근처에서 지나간 샌프란 감성 가득한 VW 마이크로버스.



금문교 건너가거나 구경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팁) 되도록 오후에 방문하자. 오후 1시쯤 모습인데 여전히 다리 절반을 구름이 감싸고 있음. 오전에는 해무 때문에 이 위치쯤에선 금문교가 안 보이므로 되도록 오후에 구경하거나 오후에 건너는 게 좋음. 다만 지금 이렇게 보면 되게 신비로운 느낌이 있어서 구름이 더 낀 오전의 운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존재. 



베이가 보이는 주택가와 마리나. 샌프란시스코답게 이 일대 집값은 천문학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음. 



해변 주택가가 끝날 때쯤 나오는 게 이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 (Palace of Fine Arts). 1915년 파나마-퍼시픽 엑스포 때 장소로 사용된 곳이고, 영화 '더 록'에 등장하는 곳이기도 함. 웅장한 로툰다와 별개로 되게 고요해서 같은 샌프란시스코 맞나 싶었던 곳. 

건물 자체는 심히 로마 같은 모습이 특징적인데, 암만 봐도 로툰다만큼은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로마 한복판에 잇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디테일이 잘 살아 있음. 샌프란 오시면 금문교만 보고 가지 마시고 근처 이것도 챙겨가심을 추천합니다. 



아까부터 한 시간쯤 더 지나서 금문교랑 그 뒤쪽 Marin Headland 방면 구름은 거의 다 걷힌 상태. 이제 신비주의는 모르겠고 우리가 모두 아는 그 금문교 모습이 등장. 지금부터 저 금문교 북단까지 도보로 왕복해 볼 예정. 



지금 금문교 남단 주변이 샌프란시스코 만이라는, 천혜의 항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지라 20세기 초까지는 The Presidio라고 해서 군사 시설이었습니다. 이따 금문교 다녀와서 태평양 연안 (서쪽 끝) 한 번 돌면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여기 꽤나 많은 미군이 주둔했더군요. 물론 지금은 그런 건 딱히 없고 Presidio 자체가 골든 게이트 파크랑 연결되어 있는 공원이니 만끽하시길. 



개인적으로 꼽아 본 금문교가 잘 나오는 포인트 (1). 크리시 필드 (Crissy Field) 동쪽 끝 옆 해변인데, 금문교 방면으로 별다른 건물이나 간섭 없이 온전히 금문교 모습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참고로 Crissy Field는 지금이야 잔디밭이었는데 1919년부터 1936년, 즉 항공 산업의 태동기 때에는 실제 비행장이었던 곳. 



이렇게 Presidio 일대가 예전엔 군사 시절이자 비행장이었음을 알려 주는 시설들을 지나



금문교가 잘 나오는 포인트 (2). 모래사장 대신 잔디밭 배경으로 해서 좀 더 산뜻한 느낌은 덤. 옆에 서퍼들도 지나가네요. 



이렇게 금문교 방면으로 언덕을 올라가고



남단 끝에 있는 금문교 전시 시설을 거치면



금문교 남단 도착. 지금부터 장장 편도 왕복 5,474 m 금문교 왕복 여정 시작하겠습니다. 금문교가 생긴 이후 원체 자살 명소로 유명해지다 보니까 동쪽으로는 저렇게 펜스를 쳤고, 서쪽 태평양 방면은 도보 통과가 안 되는 걸로 압니다. 



꽤 멀리서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보니 그 큰 시가지도 이렇게 작게 보이는군요. 



1번 타워를 통과하고 다리 중턱을 지나면



해풍을 이겨내면서 2번 타워를 지나며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났군요. 



지금까지 건너온 길을 돌아보며 다시 같은 길로 남하합니다. 



금문교에 횡단보도가 있을 리 없으니 금문교 아래를 통해 서쪽 태평양 방면으로 넘어가면



앞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봤던 것과 같이 광대한 태평양이 우리를 반깁니다. 



과거에 샌프란시스코 만을 지켰던 해안포대를 지나



태평양을 따라가는 오솔길에서 잠시 내려가면



금문교 잘 나오는 포인트 (3). 베이커 비치 (Baker Beach)라는 생각보다 한적한 해변이 나타납니다. 금문교뿐만 아니라 그 북서쪽 Marin Headlands까지 모두 볼 수 있으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포인트네요. 우리 모두가 익숙한 금문교를 보고 싶으시면 아까 포인트 1이나 2가 좋고,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모르는 포인트를 원하신다면 여기 베이커 비치 쪽으로 내려오시면 되겠습니다. 



좀 더 서쪽으로 가서 Land's End랑 풍차가 있는 태평양 연안 공원까지 가는 안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저녁에 있을 일을 놓쳐버리기 때문에 이만 동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저녁은 숙소 룸메이트가 전날 추천하고 간 저렴하면서 맛있는 스테이크 집을 찾았는데, 저 모든 게 팁까지 포함해 15불이었다는 사실. 샌프란시스코 물가를 감안하면 꽤나 가성비 넘치는 곳이었습죠. 



빠르게 저녁을 해결하고 향한 곳은 샌프란 시청 근처 SHN Orpheum Theater였는데, 특별할 거 없을 것 같은 극장에 다다른 이유는 뮤지컬 해밀턴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 직전까지 뮤지컬 해밀턴을 직관하려면 전미를 도는 투어 공연에 동선을 맞추거나 뉴욕 브로드웨이, 샌프란, 시카고 셋 중 한 군데에서 이렇게 보는 방법이 있었는데, 마음 같아선 브로드웨이에서 보려다 가장 싼 티켓이 300불부터 시작하는지라 단념했습니다.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선 100불 미만으로 오케스트라 근처 자리를 잡을 수 있다길래, 해밀턴 보러 미국 답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진심이었던 돚붕이 찬호박은 샌프란에서 보기로 했답니다. 



해밀턴을 끝으로 샌프란시스코 일정이 마무리되었는데, 이제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는 일만 남음. 숙소가 역세권인지라 BART를 타고 공항까지 갈까 했다 숙소에서 공항까지 직행하는 셔틀이 값이 비슷하게 나온지라 짐이 많던 돚붕이는 그대로 셔틀을 타기로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남족으로 내려가는 US-101 도로에서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은 다시금 구름으로 덮이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해밀턴을 본 직후에 폰 배터리가 나가서 사진은 없던 걸로... 


시애틀로 올라가는 비행기가 다음날 오전 8시였기 때문에 공항에서 밤을 새도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전날 밤 미리 체크인을 하려 했는데, 공항 직원들이 새벽 4시 이후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막았는지라 SFO 체크인 구역에서 꼬박 밤을 새우며 샌프란, 나아가 캘리포니아 답사를 마무리합니다. 


다음편 예고) 철야 이후 시애틀을 휘젓고 다닌 건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