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Touchdown

[2] 캘리포니아 남부 (2): LA를 스치다

[3] 캘리포니아 남부 (3): LA 탈출...?

[4] 캘리포니아 남부 (4): LA 겉돌기

[5] 캘리포니아 남부 (5): Straight outta SoCal

[6] 샌프란시스코 만 (1): 스탠퍼드

[7] 샌프란시스코 만 (2):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8] 샌프란시스코 만 (3):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下

[9] 워싱턴 (1): 시애틀
[10] 워싱턴 (2): 레이니어 산


[11] 워싱턴 (3): 보잉의 근본을 찾아서


답사기를 쓰다 보니 벌써 서해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도시 규모에 비해 시애틀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다수의 미국 기업들 - 전전편 스타벅스부터 시작해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최근에 블리자드를 인수했죠), 코스트코, 보잉, 노드스트롬 등등 - 의 본사/시작지가 많은데, 항덕 된 사람으로서 빼놓을 수 없던 게 보잉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보잉이 20년쯤 전에 본사를 시카고로 옮겼지만 여전히 보잉의 가장 큰 생산 시설들은 여전히 시애틀 광역권에 있고, 보잉 덕택에 워싱턴 주가 미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은 상황을 유지 중이라 시애틀과 보잉은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최근에 보잉 787 생산 시설을 사우스캐롤라니아로 일부 옮긴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다들 아는 보잉 공장은 애버렛에 있기 때문에 시애틀을 출발해 북쪽 에버랫으로 향했습니다. 



The Spheres라고 해서 아마존 본사 건물의 일부. 도지챈에 계신 시애틀 주민의 말씀을 빌리면 여기 투어가 가능하다는데, 전 이날이 시애틀 마지막 날이라 깔끔하게 포기하고 그냥 지나가는 걸로... 



대충 이런 정경의 고속도로를 40km 정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오른쪽으로



이렇게 보잉의 생산 공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에버랫에 있는 보잉 시설에서는 747, 767, 777, 787 같은 광동체를 생산하기 때문에 747을 저 안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이 커야 하기 때문에 사이즈가 저렇다는 후문... 면적이 더 큰 건물은 많은데 저 건물이 여전히 부피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 합니다. 


참고로 여기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래쪽 보이는 공항이 페인 필드, 위쪽 거대한 사각형 건물이 위 사진 공장 되겠습니다. 저기 있는 카지노 프리웨이 통해서 에버렛에 진입중입니다. 



이렇게 보잉 747-8이랑 737 NG가 그려진 섹션도 지나면



이렇게 페인 필드 서쪽 Future of Flight 박물관에 내려줍니다. 페인 필드가 '보잉 비행기들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동네라 그런지, 시험비행 및 고객에게 인도를 기다리는 다수의 보잉 767기가 보이는군요. 



실제로 아까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투어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Future of Flight 좀 더 둘러보겠습니다. 



보잉의 가장 큰 야심작이자 747 킬러, 보잉 777X입니다. 원래는 재작년에 에미레이트에 초도기가 인도되었어야 하는데, 스케줄 지연과 코시국으로 인해 빨라야 내년에 초도기가 인도된다죠. 굉장히 큰 엔진과 더불어 접히는 윙팁이 특징적입니다. 



보잉 입장에서는 자사 기술의 집약체인 보잉 787을 자랑스레 여길 테니, 전시물 다수가 787과 그 기술을 중점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진은 두랄루민 (알루미늄 일종) 대신 탄소 복합 소재로 만든 787의 동체 일부고 



왼쪽은 787에 들어가는 GEnx 엔진 팬블레이드 (마찬가지로 탄소 복합소재), 오른쪽은 787 창문 샘플입니다. 787 타보신 분들이 꽤 되는 것 같은데 다른 여객기와 달리 787 창문은 위아래로 덮는게 아니라 아래쪽 원에서 밝기 조절이 가능하다더군요. 저야 이번에 LAX 들어올 때나 귀국할 때나 국적기 A380을 탔지만 기회가 되면 787도 꼭 한 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딱 이쯤까지 보고 공장 투어가 출발했는데, 내부 보안 및 안전상의 이유로 공장 내부 투어에선 모든 전자기기를 압수했는지라 공장 내부 사진은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공장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언론 보도자료 참고하셔야 할 듯합니다. 


대신 투어 끝나고 Future of Flight 박물관으로 돌아와서




옥상에서 페인 필드 왕창 찍고 왔습니다... 광동체 생산 시설이라 그런지 787이 진짜, 진짜 많지만 잘 찾아보면



미군용 767 (시기를 보아 아마 KC-46A Pegasus가 아닐까 추정합니다)도 있으며



초록색으로 랩핑된, 아직 도장이 안 된 777-300ER도 보이며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저 멀리 9라 쓰여 있는 푸른색 꼬리, 즉 777-9X 1호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 오기 며칠 전에 롤아웃되긴 했는데, 그때 737 맥스 문제로 보잉 전체가 시끄러웠던지라 777X 초도기 롤아웃은 보잉 직원들만 불러서 조용히 진행했던 걸로 압니다. 그때 공장 안에선 2호기가 조립 막바지에 있던데, 찍고 오지 못해 아쉽군요. 



완성되어 고객 인도를 기다리고 있던 보잉 787들을 뒤로 하며 에버렛 보잉 투어 끝. 여담으로 투어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분이 케냐출신 대학생이었는데, 한국에서 왔다 하니 바로 드라마 '상속자들'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급식 시절 나름 재미있게 봤던지라 차은상이랑 김탄 이야기 실컷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다시 같은 경로를 통해



시애틀로 돌아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초입에 있는 BBQ 샌드위치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날 해산물을 안 먹고 시애틀을 떠난 게 참 아쉽게 남습니다. 시애틀은 진짜 해안 도시 그 자체인데 말이죠)



이번엔 시애틀 남쪽 랜톤 (Renton)에 있는 보잉 필드로 이동합니다. 에버렛이랑 헷갈리면 안 되는 게, 에버렛에는 페인 필드와 더불어 보잉의 광동체 생산 시설과 "Future of Flight"가 있고, 랜톤에는 보잉 필드와 더불어 보잉의 협동체 (문제의 737 맥스 포함) 생산시설과 "Museum of Flight"가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두 군대가 시애틀 광역권 정반대편에 있는데다, 후자는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항공 박물관 느낌이니 참고하십시다... 




도착하자마자 내린 곳에서 보이는 군용기. 위에는 곧 미공군에 인도될, 767 기반의 KC-46A 3대, 아래에는 호주군으로 인도될, 737 기반의 P-8 포세이돈이 있군요. P-8 포세이돈의 경우엔 올해부터 대한민국 해군도 총 6대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되게 반갑더군요. 다만 군용기를 이렇게 아무나 찍을 수 있게 둬도 되나...?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들어가니 프로펠러기들 다수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다른 쪽 각도를 보니 제트기들과 순항 미사일도 다수 보이는군요. 



지금은 아래 자리를 위한 그늘막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 왕년에 마하 3까지 날았던 SR-71을 지나고



AGM-86 ALCM을 지나서 (핵탄두도 달 수 있는 무서운 순항미사일)



베트남전때부터 날아다녔으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현역인 팬텀옹을 지나갑니다. 



그 바로 옆에는 라이벌격인 MiG-21이 있고 (사진의 미그기는 북베트남군은 아니고 체코군 퇴역 기체입니다)



눈을 돌리면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MiG-15기가 있습니다. 킬 마크가 저리 많은 걸 보니 한국전에 참전한 기체 같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2차대전기 하늘을 수놓은 항공기들이 있는데, 여기는 스핏파이어가 있고



동유럽에서 대조국전쟁의 하늘을 수놓은 Yak-9가 있는 한편



A-10의 대선배이자 서부전선 미군의 마당쇠였던 P-47 썬더볼트가 있는가 하면



됭케르크부터 스몰렌스크까지, 루프트바페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있던 BF-109까지, 각 진영의 군용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나가기 전에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우주 전시도 준비되어 있는데, 이건 2009년 사용된 소유즈 TMA-19 착륙 캡슐 실물이라 합니다. 이외에도 실내 전시물이 많긴 했는데, Museum of Flight에서 실제로 건질 만한 건 대부분 실외에 있으니 그리 이동해봅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하고 한국전쟁 때에는 평양에 불바다를 선사한 B-29 슈퍼포트리스입니다. 



전세계에 몇 안 남은 콩코드 실물. 미국 서해안에서는 이게 유일한 콩코드라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어둡긴 하지만 대충 꽤나 좁은 동체가 나오는데, 여기 항공권 값이 현재 가치로 한화 1200만 원... 웬만한 퍼스트클래스 값이죠. 



보잉이 여기에 진심인 게 느껴지는 대목이, 저기 있는 보잉 787-8이 초도 시험기이며, 그 왼쪽 747은 무려 프로토타입입니다. 그리고 왼쪽으로 보면



(곧 대체될) 현용 에어포스원 전임 에어포스원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 보잉, 여기에선 진심이었군요. 무려 닉슨이 1972년 중국으로 갈 때 탔던 그 에어포스 원 되겠습니다. 



아까 787 테스트 기체는 멀리서 보고만 가기엔 섭하니 이렇게 GEnx까지 클로즈업 해주고



이렇게 안에도 들어가 줍니다. 마찬가지로 747 프로토타입도



이렇게 클로즈업 해준 다음



이렇게 내부까지 돌아보고 갑니다. 프로토타입 기체라 그런지, 아니면 전시물이라 그런지 좌석을 전부 그대로 설치하진 않았더군요. 



민항기 뒤로 군용기도 다수 보이는데, 영화 탑건에서 매버릭 기체로 유명한 F-14 톰캣을 지나



EA-6B 프라울러를 지나



해군 곡예비행단 블루 에인절스에서 날던 A-4 스카이호크를 보고



마지막으로 위에 있던 버진갤럭틱 스페이스쉽원으로 마무리. 최근에 브랜슨 회장님께서 우주에 다녀온 스페이스쉽투랑 비슷하게 100km 정도 고도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우주선이었습죠. 



???: 맥스가 있는데 왜 날지를 못하니... 

이대로 가긴 섭했는데, 박물관 건너편에 일련의 추락사고로 비행정지되어 인도되지 못하고 쌓여 가는 737 맥스들을 다수 보고 갑니다. 



다시 시애틀로 향하면서 King Street Station (암트랙 역)을 지나갑니다. 남쪽으로는 LA에서 Coast Starlight 열차가 올라오고 동쪽으로는 시카고에서 출발한 Empire Builder 열차가 여기에서 종착하는, 시애틀의 중앙역입죠. 원래는 여기를 통해서 철덕된 마음으로 시카고 가는 열차를 탈까 했으나 46시간이라는 게 생각보다 큰 장벽이었던 데다 한국에서 발권하려 하니 계속 문제가 뜨길래 포기. 대신 이번도 마찬가지로 시애틀 주민 @Mariners_Seattle 동지께서 친히 시카고까지 그리 가신 글이 있으니 참조. 



전전날과 달리 날씨가 이례적으로 좋았던지라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마지막으로 올라와서 퓨젯 사운드와 시애틀 항을 굽어봅니다. 코시국도 그렇고 향후 수 년간 이것저것 바쁠 예정인지라 한동안은 이날이 마지막이 될 미국 쪽 태평양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해질녘 근처에도 설산 포스를 풍기는 동네 뒷산 (높이 4392미터)



해가 늦게 지는 시택 공항. 가난한 학식은 이번에도 숙박비를 절감하기 위해 심야에 시애틀에서 출발해 다음날 새벽에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에 몸을 실으며 서해안을 떠나며 시애틀편 마무리. 


그렇게 "From Sea to Shining Sea" 중에서 'From Sea'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Shining Sea'를 향해 동진합니다. 여기에 원래는 올랜도랑 케이프커내버럴 쪽을 가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다음 행선지를 시카고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미국 서해안을 올라간 1-3부는 여기까지고, 시카고 답사를 중심으로 하는 4부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편 예고) 시카고 - 미국의 심장을 향한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