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양상을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 지극히 개인적 생각이라 실제 분석과는 틀릴 수 있음.


1) 일제시대때 이미 고향을 떠나 남한 지역(특히 서울)에 정착해 살고 있던 경우. 대체적으로 보면 의사라든가 관리라든가 문학가, 교육자, 라든가 전문 직종 출신 아니면 사업가들이 해당될 듯. 그런데 이 경우는 실향민은 분명히 맞지만 '월남'했다고 보기는 힘들 듯. 일제시대까지는 분단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과 같이 이주해온 자식들도 해당될 듯. 이순재 옹도 출생지는 함북 회령이시지만 일제강점기때 어린 나이에 조부모가 사는 서울로 이주하신 케이스라 함.


2) 1945년~1949년 사이 소련군정과 북한정권의 탄압을 받고 월남한 경우. 지주라든가 중산층이라든가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든가 반공 성향이라든가 하는 공산당의 탄압 1순위인 사람들. 이 경우가 제일 많을 듯.


3) 중국, 일본 등 국외에서 살거나 활동하다가 (징용, 독립운동 등) 해방 후 귀국할때 공산화된 고향으로 가지 않고 인천항, 부산항 등을 통해 귀국해 그냥 남한에 정착한 경우.


4) 6.25때 인민군으로 징집되었다가 남한행을 선택한 반공포로 출신.


근데 위의 케이스들은 사실 다른 지역 출신(그러니까 국군이 잠시나마 수복한 적이 있는) 실향민들도 상당수 포함되는 사례들임.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다른 지역 출신 실향민들은 5번째 경우, 그러니까 1.4 후퇴때 국군과 유엔군과 함께 월남할 기회가 있었고 이 방법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사실 이 경우가 대부분일듯) 강계, 자성, 회령, 온성 같이 국군과 유엔군이 단 한번도 수복하지 못한 지역 사람들은 이때 국군과 함께 월남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


다만 아직은 찾아보지 못했지만 6.25 중에도 이 지역에서 누군가가 인민군의 눈을 피해 빠져나왔을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1/03/18/2001031870272.html


왜냐하면 2001년도 기사에 따르면 유명한 남로당계 정치인이었고 남북연석회의때 월북한 허헌의 딸 허근욱(1930~2017)의 경우 국군이 한창 북진할때 북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강계 시내에 갔다오겠다'라는 핑계로 나와 월남을 강행해 성공했기 때문. 그 말은 당시에 국군이 수복하지 못한 강계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의미가 아닌지? 다만 강계는 북한 정권의 임시수도였고 허근욱의 고향은 서울임. 아버지 허헌의 고향은 함경북도 명천이고. 월남(엄밀히 말하면 귀향이지만) 후 KBS 전문위원 등 방송인, 작가로 성공했다고 함.


허근욱 작가의 사례가 있으면 다른 사례도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혹시 그런 경우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 추가: 생각해보니 한가지 경우가 더 있네. 고향 자체는 국군이 한번도 수복하지 못한 지역 출신이지만 6.25 시점에서 이북 내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가 국군과 함께 월남한 경우. 작가 최인훈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고향은 함북 회령인데 6.25 시점에서는 원산에 살고 있었음. 그래서 국군과 함께 월남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