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Touchdown

[2] 캘리포니아 남부 (2): LA를 스치다

[3] 캘리포니아 남부 (3): LA 탈출...?

[4] 캘리포니아 남부 (4): LA 겉돌기

[5] 캘리포니아 남부 (5): Straight outta SoCal

[6] 샌프란시스코 만 (1): 스탠퍼드

[7] 샌프란시스코 만 (2):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8] 샌프란시스코 만 (3):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下

[9] 워싱턴 (1): 시애틀
[10] 워싱턴 (2): 레이니어 산

[11] 워싱턴 (3): 보잉의 근본을 찾아서

[12] 시카고 - The Windy City

[13] 워싱턴 DC - 미합중국의 심장

[14] 보스턴 - 미합중국의 근본

[15] 뉴욕 - 세계의 심장 (1)

[16] 뉴욕 - 세계의 수도 (1)


[17] 뉴욕 - 세계의 수도 (2,  完)


귀국하는 여정과 간단한 에필로그를 빼면 장장 3주에 걸친 미국 전역 답사의 마지막 편입니다. 마지막 날까지 동선 같은 건 생각지 않기로 한 모양인지 오늘도 동선이 뒤죽박죽인데, 센트럴 파크부터 월 스트리트까지 맨해튼 곳곳을 휘저으며 여정의 끝자락을 장식하네요. 



일상적이기 그지없는 맨해튼 한복판의 거리.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기 그지없다며 별 의미없이 지나갔을 지 모르는 거리지만 지금은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새로워 보입니다. 



오늘도 마지막이 될 마천루들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마지막 날에도 어김없이 센트럴 파크에 왔습니다. 지난번엔 중턱에서 횡단만 했다면 이번엔 구겐하임 미술관쯤까지 그대로 센트럴 파크를 뚫고 올라갑니다. 



오늘도 연필 모양 마천루들을 뒤로 하며 북진합니다.



고인 물인데다 한여름이라 더 심한지 모르겠지만 수질은 센트럴파크 중턱에 있는 The Reservoir 아니면 진짜 안 좋습니다... 



전날 지나갔던 The Mall을 지나



영화 '스머프' 실사판에도 등장한 벨베데어 성을 지나



The Great Lawn이라 해서, 야구장 6개가 들어가는 개활지로 들어가니 Billionaire's Row 쪽 스카이라인이 잡힙니다. 



The Great Lawn 북쪽엔 마찬가지로 센트럴 파크 동서 너비 거의 전부에 걸쳐 있는 Central Park Reservoir라는 저수지가 나옵니다. 정식 명칭은 케네디 시절 영부인 이름을 따 재클린 K. 오나시스 저수지긴 한데, 아무래도 뉴요커다 보니까 그리 이름붙인 것 같더군요. 확실히 여긴 커서 그런지 수질이 나쁘단 인상은 없었는데, 인공호수라는 점 (사실 센트럴 파크 자체가 지극히 인공적인 환경)에서 '좀 많이 큰 석촌호수'가 연상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진짜 잠실 석촌호수 쪽 느낌이 물씬 납니다. 롯데월드타워랑 벚꽃이 없어서 그렇지... 



센트럴 파크 저수지 복동쪽 끝으로 나오면 꼭 아이스크림 그릇을 닮은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나타납니다. 뉴욕 곳곳에 이름 있는 미술관들이 많지만 꼭 가 봐야 하는 미술관/박물관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속칭 "The Met"), 자연사박물관, MoMA랑 구겐하임 정도를 꼽는데, 구겐하임을 제외한 나머지의 경우 2012년에 모두 간 적 있는데다 그나마 MoMA의 경우엔 2019년 6월부터 10월까지 보수공사 때문에 문을 닫았는지라 뉴욕에선 구겐하임만 가게 됐습니다. 

당연히 위상은 뉴욕의 본관에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전 솔직히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더 멋있... 크흠 


잡설은 이쯤하고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밖에서 봤을 때 아이스크림 그릇같이 생긴 곳이 다 화랑인데, 6층으로 올라갔다 경사로를 타고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구조입니다. 동선이 거의 정해져 있었단 기분이 들긴 했지만 뭐...


 

여담으로 분명 구겐하임에서 예술품 사진은 거의 200장은 찍어 온 것 같은데, 다 보여드리면 길어지니 대표작 몇개만 여기 두고 갑니다. 



귀국하고 나서 찾아보니 모든 뉴욕 여행책자에서 '르 펜 쿼티디앵'이라는 프랑스어 이름이 붙은, 유기농 베이커리를 꽤나 비중 있게 소개하더군요. 마침 아침도 안 먹었겠다, 점심을 해결하러 그리 가 보았습니다. 르 펜 쿼티디앵 자체는 뉴욕 광역권에만 거의 20개가 있고 도쿄 신주쿠와 홍콩에도 하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곳에 있으니 (물론 한국엔 없습니다) 굳이 저 위치를 갈 것까진 없으나, 저 점포 (E. 84th St. 보다 조금 북쪽, 1131 Madison Ave.에 있어 구겐하임과 가장 가깝습니다)가 미국 최초 지점이라 하니 의미가 있겠죠? 



이런 메뉴판에서 주문을 하시고 드시면 되는데



테이블 중간에 공용 잼이 있던 게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주문한게 무슨 샌드위치 개념이었던 것 같은데, 쇼콜라에 또 환장하는 사람인지라 쇼콜라를 도중에 추가해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거의 모든 것에 유기농을 사용한다고 광고하는 곳인지라 가격대가 확실히 싸진 않지만 맛은 확실히, 살면서 먹은 빵 중 최고였다고 단언할 정도였습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오찬이 르 펜 쿼티디앵이었던 것에 결코 실망하지 않은 1인입니다. 



5번가를 통해 내려가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을 지나고



센트럴 파크 남동쪽 코너에 있는지라 자주 지날 수밖에 없는 플라자 호텔 앞을 (또) 지나고



Billionaire's Row를 좀 더 가까이서 보며 본격적으로 5번가 답사에 나섭니다. 



어제 Top of the Rock에서 봤던 432 파크 애비뉴를 (거의) 바로 밑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낮에도 이리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던 점포들을 지나



50th St. 지하철역을 통해 WTC 방면으로 다시 내려갑니다. 



WTC 지하철역 자체가 9/11 테러로 인해 붕괴되었다 다시 지어졌는데, 다시 지어진 부분 (뉴욕 지하철 1호선 부분)의 승강장 벽에는 이렇게 미국 독립선언서랑 인권선언과 같은 역사적 문서에서 발췌한 글들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다시 WTC 환승센터를 통해 나와서



이젠 슬슬 반가워질 것 같은 1WTC 앞을 지나가는데, 오늘은 1WTC 보러 온 건 아니고 그 옆에



9/11 박물관을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1WTC 올라갔던 날에 같이 갔어도 되었겠지만 그러기엔 그때 시간이 좀 애매하게 남았던지라 부득이하게 이렇게 다시 내려오네요. 




(구) 1WTC를 지탱하던 기둥의 일부, 허드슨 강의 물이 지하로 쏟아져 들어오는 걸 막는 콘크리트 장벽까지 그 위치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죠. 



2001년 9월 11일 당시의 잔해/유적(?) 등 당시의 긴박한 재난 상황을 엿볼 수 있도록 잘 되어 있으니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 뉴욕 명소 곳곳의 표롤 패키지로 묶어 살 때 마지막 순간까지 USS 인트레피드 박물관 (헬스 키친 쪽)이랑 여기 중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새로이 타워가 올라갔음에도 지난날을 잊지 않고 이리 기억하는 미국의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던 여기를 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너진 1WTC, 2WTC 자리는 뭔가를 새로 짓기보단 이렇게 기념비를 남겼는데, 모서리에는 9/11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러모로 워싱턴 DC에 갔을 때 봤던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비가 생각나던 모습이었습니다. 



1WTC 근처에는 트리니티 교회가 있는데, 여기에 묻힌 가장 유명한 분들로는 10달러 지폐에도 있지만 뮤지컬 '해밀턴'으로 더더욱 유명해진 알렉산더 해밀턴 내외가 있습니다. 



여기에 해밀턴 본인 외에도 아들 필립 해밀턴, 허큘리스 멀리건 (뮤지컬 '해밀턴'에서 해밀턴의 동료로 등장), 최초의 증기선을 발명한 로버트 풀턴 등 많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데, 아무래도 해밀턴이 가장 유명한 경우라 그런지 동전도 많고 성조기도 많이 꽂혀 있더군요. 



황소상이 있다는 건 월 스트리트에 왔다는 이야기인인데, 아니나 다를까 황소상의 그곳을 만지면 재복이 따라온다는 미신을 다들 믿던 모양인지 북새통이더군요. 



일요일이라 문은 닫았지만, 월 스트리트 하면 또 NYSE죠. 



거의 바로 옆에는 조지 워싱턴의 동상과 함께 페더럴 홀이 있는데, 뉴욕이 미국의 수도이던 시절 미국 의회가 최초로 모인 곳이자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서 취임한 곳이죠. 워싱턴 DC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여기는 진짜 영락없는 파르테논 판박이... 




NYSE와 페더럴 홀이 있는 거리는 처음 들어섰던 때엔 간지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심히 좁습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보니 웬 미국 형님들의 길거리 농구장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온 이유는...



미국에서 최후의 만찬을 (비교적 소박하게) 즐기러 왔기 때문이죠. 토비 맥과이어가 나오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 스파이더맨이 배달 알바를 했던 곳, Joe's Pizza 되시겠습니다. 



피자 전체는 아마 정사각형 모양이었는데, 은근히 많이 탄 부분을 먹어서 그런지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스파이더맨이 다녀간 곳 정도의 의의가 있으니 그냥 지나가셔도 되고, 굳이 와서 드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후식으로 유명한 젤라또 집에서 마지막으로 맨해튼의 거리를 만끽합니다. 



북쪽으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미드타운, 남쪽으로는 1WTC가 장식하는 로어 맨해튼의 모습을 뒤로 하고, 거의 마지막으로 뉴욕 지하철을 타러 내려갑니다. 



한동안 이런 타임스 스퀘어 일대의 전경도 마지막이 되겠군요. 


맨해튼 한복판에서 JFK 공항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한 게, 여기서 펜 역까지는 무조건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는데, 거기서 그대로 지하철 A선을 종점 근처의 하워드 비치 역까지 타도 되지만, 롱아일랜드 방향으로 LIRR을 타서 자메이카 역까지 가는 안이 더 빠릅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JFK AirTrain이라는 경전철을 타야 하기 때문에, 철도로 JFK 공항에서 바로 맨해튼까지 가는 방법은 없는 셈이죠. 




펜 역에서 자메이카 역까지 LIRR을 타고 오면, JFK AirTrain 티켓을 다시 끊어야 하는 게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인천국제공항철도가 한 화물청사역쯤에서 끊겨서 화물청사역부터 인천공항 1, 2터미널까지 별도의 경전철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정도가 좋겠군요)을 타고 가야 하는 기분? 뉴욕이니 이미 지을 만한 곳이 다 개발되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이때만큼은 전철이 도심에서 공항까지 환승 없이 바로 가는 시애틀과 시카고가 새삼 부러워지던 참이었습니다. 



이렇게 표를 다시 끊고 JFK 방면 에어트레인을 타면



마침내 3주간 미국 여정의 끝을 장식하는 JFK 공항 도착. 대한항공은 A380을 뉴욕편에 넣는지라 JFK 1터미널에서 출발하던데, JFK AirTrain을 좀 더 타고 가면 JFK 5터미널이 나오는데, 여기가 구 TWA 터미널이었다가 최근에 TWA 호텔이라는 곳으로 새단장했습니다 - 팬암과 더불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TWA 컨셉이 살아있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는 편이었으면 거기서 1박해서 더 알찬 답사기를 써 봤을 텐데, 시간이 되게 애매하게 남았던지라 그러지 못했네요. 진짜 뉴욕에서 하루만 더 있었어도 전망대 하나 더 올라가고, 롱아일랜드 쪽 해변으로 내려가서 대서양까지 보고 올 수 있었을 텐데, Top of the Rock에서 뉴욕 야경을 못 잡았단 것과 더불어 참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대여정이 끝을 맺었습니다. 다음 편 귀국하는 길 포스팅 짧게 끝내고 답사기 중간중간에 예고했던 정보글 - 캘리포니아 남부 해변가 추천, 맨해튼의 전망대 등등 - 몇 개를 더 쓰는 정도로 미국 이야기는 정리하게 될 것 같네요. 

여기까지 함께해 주신 도지챈 여러분 모두 감사하고,한국으로 돌아가는 길과 후기까지 포함해서 다음 편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