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평양을 관할하게 된 미군은 자기네들이 쉽게 손을 쓸 수 있는 평양시위원회((Pyongyang City Council)를 설치해 이쪽 사람들을 통해 평양을 통제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군에 협조할 북한 사람들을 찾는 게 급선무였죠.


먼저 평양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사람은 임정득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대단한 경력이 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평양에서 20여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가 퇴직하고 농사를 짓는 지극히 평범한 인텔리였습니다.

그는 정말 우연히 뽑혔는데, 임정득을 본 미군 장교가 '이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아니구나!' 라고 확신을 가져서 바로 미군 측으로 데려온 겁니다.


근데 또 그 감이 맞아떨어졌어요. 임정득은 미군 측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고, 자신이 아는 인맥들을 총동원해 평양시위원회의 각료를 맡을 사람들을 추천해 갑니다.

임정득과 미군의 눈에 들어 각료를 맡은 사람들의 이력은 이렇습니다.


부위원장 우제순: 배재학당 출신으로, 일본 츄오대학을 졸업하고 평양의 대규모 간장공장과 텅스텐 광산을 소유할 정도의 재력가. 

북한 정권 수립 이후엔 조만식의 조선민주당의 정치경제부장을 역임했으나 조만식 구금 이후엔 사임.


부위원장 오진환: 임정득의 20년지기 친구로 강릉 사람이었으나 만주에서 곡물사업을 하다가 광복 후 평양에 정착하여 조선민주당에 입당함.

그러나 조만식 구금 이후엔 공산주의자들의 타겟이 되어 쫓겨다니는 신세가 되고, 겨우 숨어다님.


재정부장 윤도성: 초기 북한에선 조선상업은행장을 맡을 정도로 자본가 계급의 대표를 자임했으나 이윽고 사임하고 구두공장 관리자로 좌천되었고, 여기에서도 성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쫓겨난 후엔 숨어 살음.


경찰부장 김영일: 일제 시절 200여마리의 양을 기르는 양 목장을 경영하여 상당한 부를 거머쥐었으나 광복 직후 북한 정권에게 몰수당했고, 역시 평양 집에 은둔하여 일하지 않고 숨어 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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