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 이전의 기대치와 허상 -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2023년 06월 07일(수) 00:00
광주와 전남 시도민은 외국 여행이나 출장 때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다. 버스나 승용차로 대략 네 시간가량 소요되는 먼 거리이다. 광주와 전남 시도민은 이런 현실이 매우 불만스럽다.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중국, 일본, 동남아 여행 때만이라도 가까운 공항을 이용하기를 바란다.

그럼 왜 무안국제공항에는 국제선이 많지 않은가? 한마디로 승객이 적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승객이 많아 이익이 날 것 같으면 지역이 요구하지 않아도 해당 부서를 찾아가 노선 신설을 요구한다. 반면에 승객이 적어 이득이 날 것 같지 않으면 광주시나 전라남도가 아무리 애를 써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해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4만 6000명이었고, 광주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206만 명이었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소비자에게 광주공항이 무안공항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무안공항 선호론자들은 광주공항 국내선을 통합하고 무안 경유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상황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무안공항이 광주공항만큼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활성화의 키는 정부나 시도가 아니라 소비자와 항공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제선이 광주공항에 있을 때 광주공항은 분명히 대한민국의 서남권 공항이었다. 광주공항 이용자의 지역별 분포도가 광주 40%, 전북 30%, 전남 동부권 20%, 전남 서부권 10%였던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은 광주공항과 통합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서남권 공항이 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남 동부권 사람들은 무안공항보다는 김해공항을, 전북 지역 사람들은 무안공항보다는 청주공항이나 인천공항, 혹은 향후 건설될 새만금공항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에 있는 민간공항을 시 외곽으로 옮기는 경우는 항공 수요가 넘치는 데 지역 여건상 공항 확장이 어려운 경우이다. 인천공항이나 일본의 나리타 공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광주공항의 경우 승객이 넘치지 않았다. 2800m의 활주로는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을 운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물론 과거 광주국제공항에도 국제선이 많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활주로 때문이 아니라 승객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 전남, 전북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공항임에도 그랬다. 그러니 무안공항의 미래가 어떠할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승객 숫자가 많은 김해공항도 아직 미주나 유럽 노선이 없다. 한마디로 광주공항을 대체한 무안공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승객 감소와 이에 따른 국제선 축소, 그리고 불편함만 존재한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가까이에 공항이 있어야 하는데 광주나 전남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무안공항을 대한민국 허브 공항 운운하는 것은 연목구어의 논리라고 본다. 소비자의 심리를 철저히 외면한, 정치 구호성 정책과 허상의 결과물이다.

광주공항 이전 문제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또 하나 있다. 군 공항을 옮긴 후 공항 부지 250만평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이다. 아파트 건설은 한계에 도달했다. 첨단지구 개발 이래 지난 30여 년 동안 광주가 걸어온 길을 고려할 때 광주는 250만 평을 소화할 능력이 없다. 그린 스마트 국제 도시 운운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책상머리에서 만든 종이 한 장짜리 공상 소설에 불과하다. 광주 역사상 가장 큰 사업인데 너무나 주먹구구식이다.

군 공항 이전 특별법 시행령 초안에서 드러나듯 정부는 광주 군 공항 이전에 정부 재정을 투입할 의사가 별로 없다. 향후 조문 몇 개 바꾼다고 정부의 방침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필자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고려할 때 군 공항 유치 희망 지역의 출현은 시간 문제이며, 향후 진짜 중요한 문제는 경제성이라고 생각한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인 현 특별법 하에서 군 공항 이전 희망 지역이 나타난다고 해서 과연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에 나설 건설회사와 금융기관이 있을지 걱정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광주 민간 공항은 군 공항 이전이 완료되고 광주공항 부지 사용에 대한 확실한 방향과 로드맵이 만들어질 때까지 이전을 유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