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9~2023.10.04

1편: 하와이행 비행기

2편: 코나

3편: 미국 50개주 최남단


(이번 편의 발자취)

전편까진 아직도 빅아일랜드에 도착한지 2일차 내에 찍은 사진들 위주로 답사기를 전개했는데, 이번편은 3일차로 넘어가면서 화산 국립공원을 구경하게 된 과정을 담을 예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sCCYv2adkM&ab_channel=ScenicRelaxation

이번편에는 참고자료(?)로 용암이 빵빵 터질때 어떤 느낌일지를 담은 영상을 갖고 와봤습니다만, 이번 답사기에서는 저의 운 이슈(?)로 인해 저렇게까지 시뻘겋게 흐르는 용암을 볼 순 없습니다... ㅠㅠ


푸날루우 해변에서 그 보기 쉽지 않은 바다거북도 실컷 보고(전편 참조), 드디어 하와이 섬(빅 아일랜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화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


미국 국립공원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저 NPS 마크 박힌 안내판.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마우나 로아(Mauna Loa)와 킬라우에아(Kīlauea)의 두 활화산이 주축인 국립공원인데, 마우나 로아는 4000m가 넘는 그 엄청난 높이 덕에 접근성이 떨어져 주로 등산가들이나 화산 전문가들이 찾는 산이고, 최근엔 그마저도 정상부의 폭발이 시작된 관계로 접근금지가 내려진 상태입니다만...

그래서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부분은 1000m대에 있는 킬라우에아의 화구를 한바퀴 도는 길(Crater Rim Drive)과 해안가에 있는 호오레이 코끼리 바위(Hōlei Sea Arch)까지 가는 길(Chain of Craters Road) 위주입니다.


우선은 동선 상 Chain of Craters Road가 메인도로에서 떨어져 있는 관계로 그쪽을 먼저 공략하기로.



바닷가 쪽으로 달리는 길 도중에 나온 한 작은(?) 분화구.

푸히마우(Puhimau) 분화구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시면 화산가스가 흘러나오고 있는게 눈에 보입니다.

이런 작은 분화구가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Chain of Craters Road를 따라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이 도로를 타다보면 점점 해발고도가 낮아지는게 체감이 되는데, 킬라우에아 분화구 근처의 해발 1000m 지점엔 바람이 적고 강수량이 좀 있는 모양인지 이렇게 원시림이 형성되어 있지만




바로 한 100m쯤 고도가 낮아지니 바람은 굉장히 거세지고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용암 대지가 나옵니다.

저 북쪽 방면으로 또 하나의 기생 화산(오름)이 생겨나고 있는 광경도 보이네요.





뭔가 한라산을 중간쯤 올랐을때 제주도가 내려다보이는 그 풍경 같지만, 하와이 맞습니다... ㅋㅋㅋ


뭔가 비슷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



약간 하산하니 언덕 위로 용암이 흘렀던 흔적이 꽤나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용암이 흘렀다가 그 상태 그대로 굳은지 얼마 안된듯한 이 곳.

여기선 간신히 서 있었을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기억이 있네요.


해발고도가 낮아지니 망망대해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저 멀리에서 해가 슬슬 져가니 빨리 이동하도록 합시다 ㅋㅋㅋ


Chain of Craters Road의 끝에 다다랐는데, 원래는 자동차 도로로 사용되다가 도보 전용으로 바뀐듯 합니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닷가를 따라 쭉 걸어가다보면...




오키나와에 있는 만좌모 비슷한 느낌의 코끼리 바위인 호올레이 바위(Hōlei Sea Arch)가 나옵니다.

보시다시피 파도가 굉장히 거세, 안 그래도 무른 현무암으로 구성된 바위인데 침식이 빨라 수십년 안엔 사라질 풍경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킬라우에아 산을 올려다본 모습. 킬라우에아도 1000m가 넘는 꽤 높은 산이지만, 빅 아일랜드에는 넘사벽 마우나 케아(4,207m), 마우나 로아(4,169m)산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산인걸 제외하면 딱히 산이라는 느낌조차 안 드는...


하와이에서의 노을은 언제 어디서 봐도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ㅎㅎ


저 멀리 동남쪽 해상에서 먹구름이 들이치는 것을 보니 다음 날은 비가 오거나 흐리겠군요... ㅠㅠ


뭔가 여기서 더 갈 수 있는 길이 보이길래 한번 이 길의 끝까지 가보기로.



저말곤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 ㅋㅋㅋ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랄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바람이 한 방향으로 너무 거세 어쩌다 야자수 군락이 생기기는 했는데, 다 한쪽으로 잎들이 기울어진 모습 ㅋㅋㅋㅋㅋ

 


이 너머로는 접근금지였는데, 아마도 여기서부터는 용암이 실제로 지나다니는 길인지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막아놓은 듯 합니다. 몰래 간다면 못 갈것도 없긴 하지만...

계속 새로 용암이 쌓이고 있는지 도로도 그에 맞춰 새로 올리고 있는 듯 합니다.



도로의 끝까지 갔다오니 완전히 져가는 이 날의 해.


이제 이 날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접어드는데, 그 도중에 잠시 킬라우에아 분화구를 들러보았습니다.


비록 용암의 분출은 제가 방문하기 2주 전에 어느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실제 활동하고 있는 분화구인 만큼 용암빛 한 줄기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가 본 거였는데, 사진에 찍힌 저 두 줄기의 빛이 전부입니다... ㅎ


저 붉은게 바로 분화구 바로 밑에 끓어오르고 있을 용암. 희미하긴 하지만 하얀 화산가스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게 보입니다.



조금 더 확대한 모습. 별빛마냥 확 반짝거리다가 다시 사그라들었다가를 반복하는 낌새였습니다.


(출처: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64176566)

제대로 용암이 분출하기 시작하면 이런 엄청난 광경을 구경할 수 있겠지만... 대자연의 한 찰나는 정말 운에 맡겨야 할듯 싶습니다... ㅠㅠ



참고로 하와이의 고산지역은 별 관찰에도 엄청나게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몽골에서 이보다 더 엄청난 밤하늘을 관찰한 저로써는 은하수가 잘 보이는것 자체보단 중위도에선 볼 수 없었던 별자리와 별의 각도 쪽이 더 인상깊었던것 같습니다.




추석 즈음이라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만월도 인상깊었던 이 날의 밤하늘.


숙소엔 당연히 해 지고 도착해 정확하게 주변이 어떤 곳인지 파악을 못한 채로 있었으나...

다음날 아침.




숙소가 이런 습기가 가득한 숲 한가운데 있는 것이었습니다.

습도 높은 우림지대로 들어온 것을 보아하니, 축축한 하와이 섬의 동부 힐로(Hilo)쪽에 더 가까워진 것이 좀 더 체감이 되던...

다만 숙소가 있던 곳의 고도가 꽤 높아, 이틀밤 자기엔 딱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였습니다.


다시 전날 못다 본 화산의 낮의 풍경을 담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재진입.




전날엔 깜깜해서 몰랐는데, 열풍이 나오는 화산의 증기공(Steam vents)들이 있더군요.

1000m가 넘는 고지대인지라, 살짝 바람불면 추울수도 있는 날씨여서 저 앞에서 한참 열풍 쐬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낮의 분화구의 모습.

확실히 노란색 유황과 화산가스가 분출되는 모습이 눈에 더 잘 담깁니다.


영상으로도 보시죠.



점점 구름이 몰려오고 있군요. 서둘러 다음 포인트로 이동해 봅시다.


그나저나 절벽 쪽에서도 화산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아 언젠가는 저 절벽도 무너지겠군요...


실제로 분화구 바로 옆에 있던 방문자 센터는 2018년의 대분출 이후로 안전상의 이유로 잠정 폐쇄된 상태입니다.


다음 포인트는 분화구가 더 잘 안보이는 포인트였지만, 대신 뒤에 펼쳐진 마우나 로아가 굉장히 거대합니다... ㅎ


그 앞으론 하와이 섬의 해안이 어렴풋이 보이던...



마우나 로아의 능선을 따라 형성된 오름들도 눈에 보입니다.


이 다음으로 좀 숲쪽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중생대스러운, 양치식물과 하와이 고유종의 천국이 펼쳐집니다.

이 숲길은...


한 동굴로 이어져 있는데...




바로 라바튜브(Lava tube)라고 부르는, 말 그대로 용암동굴로 이어져 있습니다.

물론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구간은 맨 처음 시작부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마지막 사진에서 보듯이 더 깊은 안쪽으로 이어져 있긴 하지만, 그건 제주도에 있는 만장굴처럼 안전과 동굴 내부 생태계의 보존을 위한 것인만큼 이 정도만 봐도 충분히 좋습니다 ㅎㅎ


용암동굴까지 보고 나오면 마우나 로아에 갈 것이 아닌 이상 화산 국립공원은 이걸로 어느정도는 다 본게 됩니다.

다음 편은 다시 일주도로를 따라 동쪽 힐로(Hilo)로 내려가 그곳을 구경하는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