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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색으로 장식된 데다가 무려 LED 기능까지 달린 아이돌 응원봉을 자랑스럽게 백팩에 매달고 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전용 머리띠를 풀지 않은 채로 그 여운을 만끽하고 있는 덩치 큰 사내 한 명.


 누가 봐도 전형적인 아이돌 오타쿠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밤 중이라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외모는 보는 사람을 순간 멈칫 하고 뒷걸음질까지 치게 만들 정도였다.


 근육 이라고는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이는 D자형 몸매에 어깨 위쪽으로는 그 비루한 몸뚱이에 비해서도 꽤나 살이 쪄 있는 터라 목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볼 살이 흘러 내릴 정도로 살집이 가득한 얼굴.


 게다가 이목구비가 서로 조화가 되지 않는 데다가 피부마저도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상태가 말이 아닌,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의 하찮고 비루한 외모.


 본능적인 거부감과 함께 동정심 마저 들 정도로 안쓰러운 외형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시선을 받기 힘든 '미소녀 아이돌 오타쿠' 라는 차림새는 상당히 부정적인 시너지를 아주 유감 없이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차라리 그 정도였다면 다행이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삼십 대 후반은 넘겼을 것 같은 노쇠한 나이대 덕분에 가히 '극혐 오타쿠 아저씨'라고 불려도 어지간하면 반박 수 없을 만큼 온갖 부정적이고 혐오스러운 요소는 모조리 갖춘, 부정적인 쪽으로는 특급 판정을 받기 충분한 부타야는 주변 시선 따위는 고려치 않고 야심한 밤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어차피 막차는 이미 놓쳤고 자가용 따위는 있을 리가 없는 부타야는 적당히 늦게 까지 영업하는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아침 첫 차를 기다리기로 하는데 그 때 어디선가 아주 미약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목소리가 들렸다고 간신히  인식할 정도였지만 워낙에 익숙한 목소리이기 때문이었을까, 부타야는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이 저절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설마...?'


 이런 곳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지만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들렸던 아리따운 목소리.


 부타야가 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니 그 예감은 설마 하는 느낌에서 점차 확신으로, 그리고 그 확신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부타야는 숨이 멎을 것만 같은 황홀감이 찾아왔다.


 "오늘 정말 수고하셨어요 카에데 씨. 시간도 좀 많이 늦었으니까 이제 돌아가는 걸로 할까요?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아직 취기도 오르지 않았는 걸요.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운데 2차라도 갈까요?"


 "2, 2차요...? 막차도 끊긴 시간이라 자제를 하시는 편이... 하하하..."


 선술집 뒷골목에서 웬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리따운 여성은 바로 부타야가 동경해 마지 않던 천사 같은 아이돌.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정말 혹시나 착각한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봐도 틀림이 없는 카에데의 모습. 애초에 카에데와 다른 비슷한 사람을 착각할 리도 없었고 말이다.


 '카, 카에데 양이 저기에...'


 실물이야 공연에 갈 수 있을 때마다 보러갔었지만 그래봐야 가장 싼 값의 좌석에서 간신히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 정도가 전부였던 부타야에게 이 정도로 가까이, 그리고 무대 위의 모습이 아니라 이런 사적인 모습의 카에데를 보고 있자니 부타야의 가슴은 쿵쿵 거리며 요동쳤고 그의 머리는 백지장 처럼 하얗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곳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천운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을 테니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말을 걸고 사인을 부탁한다거나 사진, 아니 어쩌면 악수와 포옹까지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부타야의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피어나기 시작했지만 부타야의 다리는 그 자리에서 떡하니 얼어 붙어 도저히 움직여지지가 않았던 것.


 부타야의 인생의 중요한 일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카에데의 팬이었기에 그는 어떻게 해서든 다리를 움직여 보려고 하지만 곧 그는 봐서는 안 될 장면을 보고야 만다.


 "내일은 스케줄이 없다지만 그래도 술은 자제 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카에데 씨...? 하하하..."


 "술... 술이라... 혹시 술은 술인데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취하게 만들 수 있는 술이 뭔지 아세요 프로듀서?"


 "어... 글쎄요? 그런 게 있나요...?"


 "프로듀서의 입술."


 쪽 하는 소리와 함께 프로듀서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는 카에데.


 후훗하고 웃음을 지었지만 카에데의 볼 역시 빨갛게 물들었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키스 세례에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더니 아주 허둥지둥 하며 뒷걸음질을 치는 프로듀서.


 "카, 카에데 씨?!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런 장난을..."


 "저는 장난으로 남에게, 그것도 남성 분에게 입을 맞추는 사람이 아닌걸요 프로듀서."


 "......!"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물러난 프로듀서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는 카에데.


 프로듀서는 침을 꿀꺽 삼켰지만 이번에는 뒤로 물러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이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카에데의 열성 팬 부타야.


 어떤 목적이든 간에 카에데가 남성과 단 둘이 데이트를 하고 있는 것 조차 충격에 휩싸일 만한 일이었는데 아예 서로 입을 맞추기까지 하는 모습을 봐버렸으니 부타야는 그 순간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망연자실하고 만다.


 카에데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인을 받든 같이 사진을 찍든 상관 없으니 다가가서 말이라도 한 번 붙여보겠다는 열망은 빠르게 산화되어 버렸고 완전히 얼어 붙어 움직이지 않던 그의 두 다리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가벼워져 있었다.


 각오만 한다면 미친 척 하고 훼방을 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였을까. 부타야는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을 뒤로 하고 그 골목을 빠져 나왔다.


 "후우..."


 그저 한숨을 깊게 내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부타야의 머리 속에는 수줍게 입을 맞추는 카에데의 모습이 쉴 새 없이 겹쳐지며 그를 어지럽혔고 그 입맞춤은 곧 진한 키스로, 그리고 서로의 옷을 한꺼풀씩 벗겨 가는 상상으로 쉴 새 없이 연결되어 갔다.


 카에데의 열성팬이었던 부타야에게 진하게 몰려오는 배신감.


 물론 타카가키 카에데라는 사람은 아이돌이기 이전에 한 명의 성인 여성이었고 그 누구와도 사랑의 속삭임을 나눌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있는 존재였지만 안타깝게도 부타야 같은 열성팬, 아니 극성팬 같은 경우에는 그런 당연하고 건전한 사실을 받아들일 만한 이성적인 사고회로가 망가져 있었기에 부타야는 카에데에게 우습지도 않은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카에데를 응원해왔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며 자신의 중요한 무언가가 부숴져 버린듯한 충격에 어디로 가는지도 본인조차 모르고 그저 터덜터덜 걷기만 하던 도중 시끄럽게 울려대는 그의 스마트폰.


 딱히 알람 소리 같은 게 들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 진동이 심상치 않아 반 쯤 혼이 나가 있는 부타야 조차도 바지 속에서 울리는 그 진동에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뭐야...?'


 격렬하게 진동하는 스마트폰 화면을 켜니 어떻게 된 일인지 그의 화면에는 웬 처음 보는 애플리케이션이 저절로 켜져서는 자기 혼자 멋대로 실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


 이런 때에 휴대폰 까지 말썽이냐고 욕지거리가 밀려 나오던 와중 아무 것도 없는 검은 화면에서 출력 되기 시작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폰트의 텍스트 몇 줄.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한심한 사람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도착.


 최면 어플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타야.]


 '뭐, 뭐라고...?'


 악성 프로그램에 휴대폰이 공격을 당한 건지, 아니면 해킹을 당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부타야의 심기를 상당히 거슬리게 하는 악질적인 문구. 마치 꾸며진 모습의 아이돌에게 불건전한 연정이나 품어대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아저씨인 자신을 일컫는 듯한 그 문구에 부타야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지만 이어져서 나오는 문구를 보고 그대로 얼어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악의 가득한 악질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쳐도 대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이 검은 화면에 출력 되는 게 가능한 건지 부타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부타야 한 명 만을 겨냥해 장난을 치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되는 일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 하고 얼어 붙어 버린 부타야.


 [당신의 최면 술사로서의 능력은 상대방이 얼마나 최면에 깊게 빠지고 거역할 수 없는 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리라는 최면 정도는 누구에게나, 이 화면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도 쉽게 통할 정도로 간단하지만 지금 당장 20층 짜리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리라는 최면은 당장 무슨 일을 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정신이 피폐해진 사람이 아닌 이상 어지간해서는 통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최면에 빠져들었다면 과연 그런 최면에 쉽게 저항할 수 있을지 어떨지...]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건가 싶어 일단은 계속 화면을 들여다 보던 부타야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로 한 쪽 다리를 올려 들고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설명은 이 정도로 충분할 걸로 생각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있을 최면술사로서의 행보에 건투를 빕니다.]


 모든 텍스트가 출력 되고 나자 저절로 꺼져버리는 어플.


 어플 이름 조차 달려 있지 않고 어플 썸네일은 그저 새까만 사각형일 뿐이었지만 그 어플은 신비함과 기괴함을 잔뜩 내뿜고 있었다.


 '설마 이게 진짜로 최면 어플 같은 거라면...'

 그럴 리가 있겠냐고 스스로도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까 본인이 직접 느꼈던 최면의 효과는 아직도 선명하게 몸에 남아 있었다.

 부타야는 본인이 미친 게 아닌 이상 이 어플은 단순한 장난용 어플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왔고 한참 동안이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던 그는 뭔가 결심이 선 듯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로 욱여 넣었다.



 ***

 그로부터 며칠 뒤,  뭔가 어색하면서도 찌릿찌릿한 기류가 흐르는 카에데와 프로듀서.

 둘은 간단하게 스케줄을 점검하는 등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회의실 문을 가볍게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온다.

 문이 열리고 이런 기획사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뚱뚱한 추남이 그 몸뚱이를 회의실 안으로 들이밀자 카에데는 살짝 놀란 눈치였지만 프로듀서는 전혀 놀라지 않고 그를 맞이한다.

 "아, 일찍 오셨군요."

 목에 걸고 있는 출입증이 아니었다면 왠지 가는 곳 마다 경비원이나 다른 직원의 제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추레한 몰골을 가진 남성은 바로 다름 아닌 부타야였다.

 "프로듀서 이 분은...?"

 "아, 이번에 새로 오신 트레이너 이십니다."

 "그, 그런가요...? 이 분께서...?"

 카에데는 사람을 외모 같은 외적인 부분으로 감히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런 카에데라고 해도 도저히 트레이너 같은 직업을 가졌다고는 보이지 않는 부타야의 외형.

 단순히 못생겼다거나, 아니 얼굴이 혐오스러울 정도로 추하고 몸뚱이에 살집만 가득하다고 해서 트레이너가 되지 말라는 법이야 없었지만 아무래도 첫 만남에는 누구나 그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었다.

 "이 쪽은 앞으로 부타야 씨께서 담당해주실 타카가키 카에데 씨입니다."

 "예. 그 명성은 익히 들어와서 잘 알고 있죠."

 뭔가 기분 나쁘고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카에데 쪽을 쳐다보는 부타야.

 그저 첫 만남에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그렇게 썩 어울리지는 않더라도 자신을 향해 웃음을 짓는 거라고 생각하며 그 미소에 고개를 꾸벅 숙여 화답하는 카에데는 순간적으로 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넘어갔다.

 "이번에 급하게 전담 트레이너가 바뀌게 되는 바람에... 두 분 모두에게 갑작스럽긴 하겠지만 아무쪼록 카에데 씨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트레이너 님."

 "예 그럼요. 제 개인적으로도 응원하는 분이니 최선을 다 해 카에데 씨를 지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며 목례를 하는 프로듀서를 따라 카에데도 부타야를 향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오늘 점심 식사 후에 바로 트레이닝에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네. 급작스러운 스케줄 요청에도 흔쾌이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카에데 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최선을 다 해야지요. 그러면 조금 이따 카에데 씨의 전용 트레이닝 룸으로 찾아가면 될까요?"

 "예.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아직 시간 여유가 많이 있으니 식사라도 편히 하고 오시죠."

 새로운 트레이너가 자신을 담당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여성 트레이너가 아닌 남성 이라는 점에 먼저 살짝 놀랐고 범상치 않은 트레이너의 외견에 두 번 놀란 카에데. 아니 좋게 말 해서 범상치 않은 외모를 지닌 것이지 카에데가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여성들이었다면 징그러운 외모의 소유자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후아..."

 회의실을 나오고 기획사 내의 식당으로 향하는 부타야는 무겁고 둔탁한 숨을 뿜어내고 있었다.

 '카에데가 내 눈 앞에...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이 어플 완전히 대박이로구만. 이것만 있으면 나는...!'

 어지간한 아르바이트 자리에도 고용되지 못 할 것 같은 부타야가 346 프로덕션 같은 대형 기획사의 청소부 같은 일용직도 아니고 무려 전담 트레이너로 고용될 수 있었던 건 전부 최면 어플의 위력 덕분이었다.

 워낙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서 채용부 직원들에게 최면을 거는 과정에서 약간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트레이너로, 그것도 카에데의 전담 트레이너로 들어오게 된 것 자체가 부타야에게는 엄청난 수확이나 마찬가지.

 '모든 걸 가능하게 해주지는 않지만 이것만 있으면 카에데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부타야는 점심 시간이 지난 후 카에데가 기다리고 있을 전용 트레이닝 룸으로 들어간다.

 "아, 안녕하세요 부타야 트레이너 님."

 "흡... 안녕하세요."

 부타야는 카에데가 그 고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숨을 헐떡 거렸다.

 "카에데 씨?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좀 있으니까 카에데 양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죠?"

 "아 그럼요...! 말씀은 편하게 놓으셔도 괜찮아요."

 "음... 카에데 양? 기본적인 아이돌로서의 트레이닝을 병행하겠지만 카에데 양이 지금 보다 더 뛰어난 아이돌이 될 수 있게 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트레이닝을 해 달라고 사전에 이야기가 됐는데 그 부분은 괜찮으시죠?"

 "네 그럼요. 이렇다 할 특기가 없어서 걱정이지만 지도해주시는 대로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쿨뷰티 미인 치고 굉장히 예의도 바르고 심지어 부타야에게도 불쾌하다거나 불편한 내색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카에데. 말 그대로 부타야의 환상 속에 있던 카에데의 모습과 거의 판박이인 모습에 그는 입맛까지 다시며 카에데를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기 바빴다.

 "기본적으로 카에데 양은 춤도 노래도 흠 잡을 곳이 없어요."

 "네...?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아 물론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부분은 단기간의 트레이닝이 아닌 꾸준한 트레이닝과 연습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이돌로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경쟁 상대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그런 부분에서 완벽함을 찾는 것 보다는 디테일한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다른 아이돌에게는 없는 카에데 양 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거나 새로운 것을 찾거나 하는 식으로 카에데 양 만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게 중요해요."

 별 볼일 없는 사내였지만 그래도 아이돌 오타쿠로서의 경력은 상당했기에 부타야는 제법 그럴듯한 말을 지껄이며 카에데의 환심을 샀고 어느새 카에데는 부타야가 적당히 지껄이고 있는 소리에 완전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일단 기본적인 트레이닝 부터 시작할까요?"

 "네. 열심히 할게요...!"

 "기본적으로 아이돌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인내심 이라고 할 수 있죠."

 "인내심...?"

 "이것 좀 봐보세요 카에데 양."

 부타야는 카에데에게 냅다 최면 어플을 들이댄다.

 "아이돌이라면 누가 발이나 겨드랑이를 간지럽힌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참고 넘길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카에데 양은 가능 한가요?"

 순간적으로 잠시 흐려지는 카에데의 초점.

 "글쎄요...? 간지럼을 그렇게 많이 타는 편은 아니긴 한데..."

 보통이었다면 아무리 순박하고 착한 카에데였다고 해도 그게 아이돌 트레이닝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냐고 혐오감이 섞인 시선으로 쳐다봤겠지만 성공적으로 최면에 걸린 카에데는 진지하게 자신이 간지럼에 취약했는지 아닌지 생각해 볼 뿐 부타야가 희롱 섞인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직접 한 번 시험해 볼까요? 양 팔을 들어서 만세 한 번 해보세요 카에데 양."

 "이, 이렇게 하면 될까요?"

 "으음... 조금만 더 번쩍. 네, 네 딱 좋습니다."

 양 팔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카에데. 얇은 반팔이 위로 스윽 말려 올라가면서 새하얀 허리 라인과 배꼽이 슬쩍 보이자 카에데는 부끄러웠는지 번쩍 들었던 팔을 살짝 내려 반팔이 배꼽은 가릴 수 있을 정도로 내려가게 했다.

 잠깐이긴 했지만 카에데의 하얀 속살이 눈 앞에 들어오자 그대로 주무르고 싶다는 욕망이 부타야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여기서 그런 실수를 범했다가는 모든 게 끝장이었다.

 여기 오기 전에 여러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직접 실험까지 해 본 결과 최면은 반드시 단계 별로 진행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거의 확실했다.

 만약 어설픈 최면에 걸린 상대에게 당장 엉덩이 구멍을 내밀고 암캐처럼 헥헥 대라는 식의 과도한 명령을 했다가는 그 상대가 이성이 돌아오고 정신을 차리며 스스로 최면을 풀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았고 차라리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경찰에 신고 당해 끌려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살짝 부끄러워 하며 고개를 돌리는 카에데를 확 끌어 안고 바닥에 넘어뜨려 덮치고 싶은 부타야였지만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어설프게 날려버릴 만큼 부타야는 바보가 아니었다.

 "후우... 자 한 번 테스트 해볼까요?"

 "네..."

 부타야는 카에데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겨드랑이 쪽에 손을 가져다댄다.

 소매가 짧은 반팔을 입고 있던 터라 훤히 들여다 보이는 카에데의 색이 침착 되지 않고 매끈하기만한 겨드랑이. 부타야는 손이 덜덜 떨리는 걸 최대한 숨기며 카에데의 겨드랑이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읏..."

 부타야의 두꺼운 손가락이 자신의 겨드랑이에 닿자 숨을 들이삼키는 카에데. 간지러운 것 보다는 마음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묘한 불쾌감이 문제였다. 트레이닝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신체 부위 중에서 상당히 은밀한 곳을 부타야 같은 남자에게 잠시 허락하는 꼴이 아닌가.

 거기에 부타야에게서 풍겨오는 그다지 좋지 않은 체취까지.

 나름대로 카에데를 만나기 위해 부타야는 때가 끼어 있는 손톱과 발톱도 정리하고 샤워는 물론이고 이발까지 하고 왔지만 한 평생 그의 몸에 각인되어 있던 냄새가 어디 그 정도로 쉽게 사라지겠는가.

부타야는 카에데의 겨드랑이를 문질문질 거리면서 더 깊은 곳까지 손을 집어 넣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지만 혹시라도 무리한 짓을 하려고 했다가 망쳐 버리면 두 번째 기회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간신히 자제를 하고 손을 거두는 데 성공한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하는 거야. 내가 스킨십을 해도 거부하지 않도록 천천히 세뇌 시키다 보면... 겨드랑이를 첫 날에 허락할 정도면 가슴이나 엉덩이도 분명히 가능할 거야. 그러다 보면 내 전용 육변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꿈이 아닐 지도 몰라...!'

 "겨드랑이 쪽은 꽤 둔감하시네요 카에데 양."

 "그런가요...?"

 카에데는 살짝 말려 올라간 상의를 정리하며 힘겹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겨드랑이는 문제 없고... 그 다음은 발을 확인해 볼까요?"

 "바, 발도 확인 해야 하나요...?"

 "네. 겨드랑이보다 보통 발 쪽이 더 취약하니까요. 훨씬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단 카에데의 반응으로 보건대 최면이 풀릴 위험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그저 남성에게 맨 발을 보여주려니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 뿐.

 "양말도... 벗어야 하겠죠?"

 "네 그럼요."

 부타야는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한껏 음흉한 표정을 한 채 혀로 입술을 날름 거리다가 황급히 그 표정을 숨기며 대답했다.

 새하얀 양말이 벗겨지며 모습을 드러내는 카에데의 발.

 매끈하기 짝이 없는 맨 발이 눈에 들어오자 손이 가만히 있지 못 할 정도로 부타야는 온 몸이 달아 오르는 느낌이었지만 간신히 참아 넘기며 헛기침을 토해냈다.

 "여기 앉아 보세요."

 부타야는 카에데를 벤치에 앉혀 놓고 본인은 땅바닥에 앉아 그녀의 발 구석구석을 본격적으로, 마치 눈으로 핥을 기세로 구석구석을 살피며 후덥지근하고 무거운 숨을 뱉어내 그 감상을 대신한다.

 보기 싫게 접힌 주름도 없고 각질이나 노랗게 올라오는 굳은 살조차 거의 없을 흠 잡을 곳이 없는 발.

 발가락 역시 모양이 틀어지거나 휘어지는 것 하나 없이 올곧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당장 카에데의 엄지 발가락을 입에 넣고 사탕처럼 빨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른 채 발바닥 움푹 패인 곳을 가볍게 검지 손가락으로 훑는 부타야. 그런데 겨드랑이 쪽과는 다르게 카에데는 온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제법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흐잇...!"

 확인을 위해 이번엔 더 깊고 강하게 훑고 지나가자 카에데는 까딱 잘못했다가는 자기 발을 들고 있는 부타야를 살짝 걷어 차버릴 뻔했다.

 "앗...! 죄, 죄송해요 트레이너 님..."

 "아니에요 괜찮아요. 발 쪽이 좀 민감한가 보네요 카에데 양은."

 "네에... 아이돌로서는 감점 요소일까요?"

 "이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쪽이지만... 뭐 꾸준히 트레이닝을 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카에데 양의 발이 좀 뭉쳐 있다는 사실 같은데."

 기본적으로 흉터도 주름도 없이 매끈하고 예쁜 발이긴 했지만 발바닥 쪽을 만져보니 카에데의 발은 군데군데가 조금 딱딱하게 뭉쳐 있었다. 춤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다는 증거였고 어차피 무대 위에서는 발등이나 발가락 정도면 모를까 딱히 발바닥이 보여질 일도 없었겠지만 부타야는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양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외모 관리야 모든 아이돌의 필수적인 요소지만 발에 크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그렇기에 예쁜 얼굴에 비해 흉한 발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팬들의 환상이 깨져버리는 겁니다."

 "그, 그럴 수가... 전혀 생각도 못 한 부분이었어요."

 "물론 카에데 양의 발은 흠 잡을 곳 없이 아름답지만 이렇게 근육이 뭉쳐 있는 대로 한 없이 놔두다가는 나중에 가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르죠.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앞서 일단 뭉쳐 있는 근육 먼저 좀 풀어보도록 할까요?"

 "아... 네! 부탁드립니다 트레이너 님."

 "그러면 저 매트 위에 엎드려서 누워 보겠어요?"

 부타야의 말대로 파란 매트리스 위에 살포시 몸을 눕히는 카에데.

 다리와 엉덩이에 딱 달라 붙어 있는 운동용 팬츠를 입은 카에데의 관능적인 하반신이 부타야의 눈에 들어왔다.

 전직 모델 답게 길쭉길쭉 하게 뻗어 있는 얇은 다리와 마른 몸매에 비하면 제법 통통하게 살집이 올라 있는 엉덩이까지.

 단순히 살집이 붙어 있는 게 아닌, 전혀 처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탄력 있게 부풀어 있는 엉덩이는 양 손으로 움켜쥐고 얼굴을 들이 박고 싶은 욕망을 잔뜩 뿜어내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당장 저 트레이닝복을 확 내려 버리거나 찢어 버리고 싶다는 저급한 욕망이 부타야의 마음 속에서 화산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충분한 최면과 세뇌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은 시기상조의 일.

 부타야는 온갖 욕망이 들끓기 시작하는 마음을 다스리며 수줍게 내밀고 있는 카에데의 발바닥에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가져다대서 꾸욱 하고 누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발바닥을 어루만지는 욕망을 뿜어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카에데의 발이 예쁜 그 모습에 비해 뭉쳐져 있는 건 사실이었고 부타야의 발 마사지는 의외로 제법 쓸만했기에 카에데는 발에서 느껴져 오는 시원한 쾌감에 습기 가득한 숨을 내쉬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원해요 트레이너 님..."

 뭉쳐 있는 곳을 지긋이 누를 때 마다 슬쩍 슬쩍 들리는 허리와 엉덩이. 부타야는 카에데의 눈치를 보더니 그녀의 발에 코를 닿기 일보 직전 까지 가까이 들이대며 콧구멍을 벌렁벌렁 거리기 시작했다.

 무취에 가까운 살 냄새 정도 뿐이 나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섞여 있는 달콤한 향기. 그 달콤한 향기를 흡입하니 어느새 부타야의 거근은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로 잔뜩 부풀어 올라 있었다.

 "하읏...! 앗 죄송합니다 방금 이상한 소리가...!"

 발바닥을 핥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고 다시 뭉쳐 있는 근육의 결을 따라 제법 강하게 힘을 줘서 누르니 카에데는 일순간 신음에 가까운 야릇한 소리를 흘렸는데 덕분에 부타야의 자지는 그 소리에 바지 속에서 더욱 요동을 치며 그의 이성까지 위협할 정도였다.

 "하하 괜찮아요 카에데 양."

 "시원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후우..."

 야릇한 그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기 위해 부타야는 한 번 더 뭉쳐 있는 곳을 강하게 눌렀지만 카에데는 아쉽게도 이제 부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의식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속옷이 쿠퍼액으로 젖어가는 게 느껴질 정도로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부타야의 자지. 그는 반쯤 이성을 놓은 채 찢어질 듯 부풀어 올라 있는 사타구니를 카에데의 새하얀 맨발에 가져다 대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

 "하아... 후우..."

 카에데의 등과 목 언저리까지 살짝 느껴지는 후텁지근하고 불결한 숨결. 그리고 발을 쿡쿡 찔러대는 딱딱한 무언가.

 그저 엄지 손가락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있는 거겠거니 싶었지만 설마 바지 속에서 딱딱하게 부풀어 있는 자지로 자신의 발을 눌러대고 있는 거라고는 카에데는 상상조차 하지 못 하고 있었을 것이다.

 부타야에게 이건 도박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다. 최면의 단계가 아직 확실하게 진행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짓을 했다가 카에데가 그대로 뒤를 돌아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손가락 보다 딱딱하고 성능 좋은 자지를 이용한 발 마사지라고 최면을 걸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 도박이었다.

 "으윽..."

 바로 그 순간 카에데의 뒤에서는 뭔가 습기 가득찬 신음을 목구멍 속에서 윽윽대며 삼켜 넘기는 소리와 뷰뷱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그리고  발바닥 쪽에서 뭔가 미세하게 느껴지는 찐득한 느낌.

 "카, 카에데 양? 저는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와야 겠습니다. 금방 돌아올테니까 쉬고 있어요."

 "아 그럴게요. 천천히 업무 보시고 오셔도 괜찮아요."

 아직 부풀어 있는 사타구니를 가리며 트레이닝 룸 밖을 나가는 부타야는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했고 카에데는 트레이닝 룸을 무겁게 감돌고 있는 찐득하면서도 강렬한 의문스러운 밤꽃 향기에 코를 킁킁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