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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이브 직후부터 쉬지 않고 4~5시간을 싸웠다. 가져 온 이터니움으로 CRF 카운트를 회복할 겸, 잠시 은신처를 찾아 재정비를 하고 있을 참이었다. 제미니아가 갑자기 양한솔의 이름을 부르자 당황한 듯한 말투의 대답이 들려왔다.


"에스퀘데 가주님에게 듣기를 너는 블루시프트의 견습이라고 들었어."


"네, 맞습니다. 지금은 이런 꼴이지만, 선배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요."


그 말을 듣은 제미니아는 싱긋 웃었다. 몸은 매우 지쳐 있었으나 그 미소로 양한솔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안해. 솔직히 처음에는 너를 견습이라고 마음 속으로 무시했었어. 다이브 해서 1시간을 버티지 못할 줄 알았지."


제미니아의 솔직한 말에 양한솔은 약간 충격을 받았지만, 뒤에 이어진 그녀의 말이 더 황당했다.


"혹시, 블루시프트의 일이 마무리 되면, 블루시프트의 정식 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레드시프트에 입단하지 않을래?"


"네에?!"


양한솔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갑작스러운 스카웃 제의라니, 기쁘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당황스러웠다.


"네가 싸우는 모습,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봐. 네 전투력은 결코 견습 기사 수준이 아니야."


그 말을 듣고 양한솔은 자신의 모습과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짚었다.


이상하리만치 많은 침식체,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스테이츠 오브 원의 기갑부대 정도는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제미니아가 있다고는 했지만, 그 무리를 뚫고 나온 자신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으며, CRF 카운터를 소모한 것을 제외하면 몸에 큰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네가 침식체를 처리할 때의 그 표정. 넌 침식체 하나 하나를 쓰러뜨릴 때마다 진심으로 애도하는 것처럼 보였어."


"우리 레드시프트에는 너 같이 좋은 사람은 없거든."


제미니아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던 돌무더기에서 일어나 양한솔의 곁으로 바짝 붙었다.


"그래서, 어때? 그렇게 해준다면 대신에라고 하긴 뭐하지만, 내가 책임지고 블루시프트의 일은 도와줄게!"


바짝 다가선 제미니아에게서 풍기는 여성의 향기에 양한솔은 정신이 아찔했다.


"……."


"어때? 원한다면 소원 한가지를 더 들어줄게, 어떤 것이든 괜찮아."


하지만,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왜?"


"제미니아 선배님이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제가 구하고, 그 발자취를 따르고 싶은 사람들은 블루시프트의 선배님들이에요."


양한솔은 단호하게 제미니아에게 말했고, 제미니아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다시 싱긋 웃었다.


"그래~? 그거 아쉽게 됐네, 블루시프트는 복 받았다~."


제미니아는 따분한 듯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는 걸어뒀던 망토를 입었다.


"그럼, 휴식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가볼까? 얼마 안 남았을거야."


"네, 제미니아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