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3가지를 잃었다.


"미안...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수연아!"


한쪽의 눈과


"방금 부전대장님이 실종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친구를.


다시는 아무것도 잃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관리국을 떠날 때, 관리자를 잃어 무너지는 세계를 보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스승님?"


"아아. 오랜만이구나 제자야."

스승님이 돌아왔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을 땐 기쁘다. 라기 보단 이제 와서?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그들 몫까지 못내 살고 있던 나에겐 당연한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욕을 했다. 이제와 나타났냐고,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그땐 왜 그랬냐면서 욕을 했다. 아마 그녀의 변함없는 모습이 분에 받혀서 더 악을 썼는지 모른다. 한 쪽 눈과 심장을 도려낸 내 추레한 모습과는 다르게 여전히 늑대 약장을 두른 그녀가 빛나보여서 싫었다.


"사장님, 오늘 결재 올리겠습니다."


"아, 하나씨 수고하셨습니다. 책상 위에 두고 가보셔도 됩니다."


회사를 하나 차렸다. 이른바 테스크포스 민간군사시설이다. 관리국의 관리실패로 이면세계가 민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침식체라는 알고 싶지 않은것도. 워치라는 것을 지닌 사람이 있단것도.

정부는 관리국을 세우고 군인과 카운터들을 앞세워 침식체를 몰아내고 울타리를 쳤다. 이름뿐인 평화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아서. 전시에는 항상 모든 물자가 부족하다. 그게 사람일지라도 마찬가지 테스크포스가 생겨난건 필연일것이다.

한번 그들에게 패한 내가 다시금 전장에 설 자격이 있나 생각했지만. 역시 내가 있을 곳은 이 곳밖에 없다. 스승님은 무슨 생각이셨을까.


스승님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흔적도 없다. 그녀는 대채 무엇인가.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지만. 이 좁은 땅에서 아니, 그녀에겐 애초에 울타리가 필요없나.


"아ㅈ... 사장님?"


"시윤군 왜 그러나요?"


스승님이 데려온 아이다. 설명하기를 부모가 살해당했다고. 품이 넓은 소매 끝에 혈흔이 보였지만, 그녀를 감싼 혈향을 무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었다.


"슬슬 저도 일해도 되지 않을까요"


기특한 아이, 라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거부감이 든다. 아직이다. 스승님이 자취를 감추면서 그녀만이 할 수 있었던 A급 의뢰들이 모두 캔슬됐다. 물론 어마어마한 위약금이 따라 붙었다. 우린 용병따위가 아니다. 신용을 파는 회사이기 때문에 입맛대로 의뢰를 받았다 말았다. 할 수 없단 사실을 알았다. 또한 의뢰를 위해 준비해놨던 외주 용병들에게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갔다. 나름대로 잘 굴리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저 그녀에게 의지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아직, 무너지면 안된다.


"아니에요 시윤군, 아직 어린이 노동자를 요할만큼 회사 사정이 어렵지 않답니다."


거짓말을 했고, 그 날은 술이 무척 달았다.


날씨가 화창했다.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사무원 하나씨의 월급을 주지 못한지 두달째다. 정말 미안하게도 이직을 원한다는말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시윤군은 일을 시작했다. 스승님에게 배운 칼질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 바닥에서 칼로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을 알지만 아마 놓을 수 없는거겠지. 나 또한 그랬지만.

나도 일 하나를 마무리 하러 나왔다. 아마 이 일이 끝나면 하나씨 월급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 밀린월급은 힘들겠지만...


"어? 지금 보수를 받으러 왔다고?"


"예, 의원님 전에 약속하신 일금을 받으러 왔습니다."


눈 앞에 배불뚝이가 보인다. 뒤로는 시민 여러분들을 위해 일하는 ooo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있다. 그가 입이 크게 찢어져서 웃는다. 마치 욕망이란 단어를 현상화 해놓은 것 같았다.


"하하. 한참 웃었네"


"다 웃으셨으면 약속하신 보수를..."


"야, 뭐하냐 지금 돌아가신단다. 돌려보내 드려라."


남자는 뒤 쪽 보디가드에게 툭 말하고는 의자를 돌려 담배에 불을 당겼다.

뒤에 검은 정장 다섯이 저벅 다가온다. 그런건가. 아마 저 다섯은 카운터. 어떻게 카운터를 보디가드로 부리는지 그 자금은 둘째치고. 또 당한건가. 이 쯤 되면 내가 멍청한건지 저 치들이 배짱이 좋은건지 모르겠다.


"의원님. 혹시 소문 못들으셨나요."


보디가드들이 상황과 맞지 않는 말을 내뱉는 날 보며 얼어 붙었다.

의원은 뭔 소리냐는 듯 뒤 돌아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요새 유력 정치가, 사업가들이 한 두명씩 사라지고 있다는 그런 소문."


"하,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 그래그래, 지금 그 소문의 근원지를 없애려고 하고 있잖나?"


"붉은 마녀."


"글쎄요. 저는 의뢰를 수행할 땐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소문이 왜 났을까요."


조용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깨에 걸친 코트가 한번 펄럭, 옆에 제일 가까이 있던 보디가드의 목이 사라졌다.


"이런식으로."


한 발자국에 삶 하나가 스러진다. 남자들은 덤비기도, 도망가기도, 얼어붙어있기도 하지만. 결과는 모두 같았다.


"의뢰가 아닌 일을 할 때도 있거든"


"돈을 줄래, 목을 줄래"


의원에 아랫도리에선 지릿한 향이 올라왔고.

날씨는 더럽게 화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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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뭘 했을까 생각해 봤는데 역시 몸팔이 보단 청부업이지? 념글 바램대로 조금 피폐하게 써봤는데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뭐? 재미 없다고?

어쩔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