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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불타고 있었다.


적어도 한솔에게는 전부에 가까웠던 세상이 끊임없이 불타고, 사람들이 춤추고 있었다.


온 몸에 불꽃을 두르고 밝게 타오르는 그들은 한솔의 가족이었다.


"하하……."


모든 것이 너무도 공허하여 한솔은 매마른 입에 실소를 머금었다.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에 몸이 삐걱댔다. 아마도 천장이 무너져 깔린 것 같았다.


몸을 빼내려 했으나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 임을 깨달았다.


한솔은 그저 몸이 짓눌린 채로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는 일렁이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엔 없었다.


불빛 속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은 아니었다. 그들은 복면을 쓰고 두건을 깊게 눌러쓴 채 한 손으로 곳곳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카운터'라고 했던가, 그들은 불을 다루는 초능력자들이었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라고, 한솔은 머리 속으로 생각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생각도 있을리 없었다.


'양 가문의 사명을 잊지 말거라.'


라고, 눈 앞에서 폭발한 아버지는 항상 그에게 말씀하셨으나 머리를 부딪힌 탓인지 기억이 몽롱했다.


어떤 사명을 잊지 말아야 했던 것인지도, 지금으로서는 어떤 생각도 하기 귀찮았다.


두건을 쓴 무리 중 한 명이 한솔을 가리켰다.


밝은 불빛을 등진 그들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자신에게 다가온다.


고통의 소리와 함께 춤을 추던 이들은 바닥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내 차롄가.' 한솔은 생각보다 자신이 덤덤한 것에 더욱 놀랐다.


두건의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한솔의 머리채를 잡아서 얼굴을 확인했다.


"예, 발견했습니다."


한 손에 불덩이를 들고 한솔을 주시하는 그는 누군가와 얘기를 주고 받는 듯 했다.


"뒤탈이 없게 처리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마침내 자신의 짧은 인생을 끝내 줄 것이다.


한솔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직히 들린 음성에 다시 흐릿한 시야를 열었다.


"늦었구나, 미안하다."



자신의 앞에는 수많은 화마를 맞선 등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아름다운 대검이 한 자루.


"버고 소드 전개."


그것은 한솔의 흐릿한 시야로 보았을 때, 마치 맑은 밤 하늘에 펼쳐진 별빛의 무리 같았다.


섬광이 세상을 밝게 물들인 이후, 눈을 뜬 한솔의 앞에는 별빛의 사내가 있었다.


"조디악나이츠 블루시프트의 단장, ……슈발리에다."


"다시는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마."


"힘을 기르는 거다. 때가 올때까지."




-



한솔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은 바닥에 누워 있는 듯 했다. 눈에 무언가가 휩쓸고 간 듯 엉망이 된 천장이 비쳤다.


그리고, 울먹이는 소리.


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상처 투성이가 되어서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제미니아가 있었다.


"돌아……,왔어……. 정말 다행……,이야."


제미니아는 안도한 듯 옆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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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최종전 들어가기 전에 각 화 당 내용이 건너 뛰어진 부분 같은 걸 정리해서 올려볼게.


예를 들어 이면세계 코핀 오브 네헤모트Ⅱ 앞에서 싸우던 양한솔이 바로 피오네랑 리브를 구하러 나타난 것 같이 설명이 제대로 안 된 부분 같은 걸 간단히 설명식으로 정리할 예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