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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지?"


정신을 차린 양한솔이 주위를 둘러보니 제미니아에 의해 던져진 공간은 함선에 부설된 천문대로 보였다. 일반적인 공간은 아니었으며, 열려있는 천문대로 이면세계의 빛이 퍼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공중에 유영하듯 떠 있는 코트와 검은 장검.

그 신비로운 광경을 잠시동안 넋 놓고 보던 양한솔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럴때가 아냐! 제미니아 선배를 도우러 가야해!'


하지만, 나가는 길이 보이지가 않았다.

이 곳이 함선의 내부라면, 어떠한 설비라던지, 통로라던지가 있을터인데 주변은 그저 새까만 어둠이었고, 천장에서 빛이 들어오는 이 공간 만이 마치 함선의 모든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가야 하는데……!"


"서두를 필요는 없네."


"!"


뒤에서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에 양한솔은 퍼뜩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돌리자 그 곳에는 훤칠한 미남이 서 있었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그 풍채는 무섭도록 완벽해 보였다.


"당신은……?"


양한솔은 경계하며 빨리 죽도를 꺼내들려고 했으나, 자신에게 아무 무기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정하게나, 이 곳은 현실의 공간이 아니야. 바깥의 시간과는 다르게 훨씬 느리게 흘러가지."


정체불명의 남자는 양한솔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서는 얼굴을 마주보고 섰다. 허나, 이 정도 몇발자국 떨어진 수준의 거리에 다가와서도 그의 얼굴이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래. 별의 인도자의 친구라고 해두지."


"별의 인도자의 친구라면, 조디악나이츠를 창립하신 분이신가요?"


"아니, 나는 조디악나이츠에는 관여하지 않았네. 자네들은 스스로 긍지를 만들어 지금까지 훌륭하게 지켜왔지."


"이 곳은 어디죠?"


"이 곳은 아르콘의 전당이네. 코핀 오브 네헤모트─Ⅱ의 관리자였던 검은 산양의 공간이지."


양한솔은 그의 입에서 익숙한듯 검은 산양의 얘기가 나오자 재빨리 물어봤다.


"검은 산양에 대해서 아시는 건가요? 제 꿈에 검은 산양이 나타나서 천문대를 찾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자네는 그의 지시대로 이 곳을 찾았지."


남자는 공중에서 유영하듯 떠 있는 무구들에게로 다가갔다.


"자네가 이 곳까지 다다른 것은 우연이 아니네. 자네는 검은 산양이라고 불리던 수호전대 아르콘의 전대장."


"'별의 인도자'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니까."


"검은 산양이 별의 인도자 라고요?"


"또 다른 이름은 '실패한 대적자'이기도 하지. 그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것에 실패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다른 세계로 이주하는 길을 택했네. 비록, 무구와 그 의지만을 남긴 채로 육체는 이미 소멸했지만."


"자네는 이미 그에게 선택받았고, 이 함선을 기동시킨 것으로 그 자격을 증명했네."


"모두를 지킬 힘과 자격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이 무구를 착용하게."


"하지만, 이 자격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된다면, 그대로 뒤를 돌아 어둠 속을 향해서 나아가도록 하게나. 선택은 자네의 자유야."


그 말을 마치고는 양한솔이 차마 질문할 틈도 없이 남자는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처음부터 마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남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직후, 양한솔은 거침없이 무구에 다가갔다.


"별의 인도자께서 저의 어떤 모습을 보시고 선택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당신이 원하는 것이 '모두를 지키는 것' 이라면."




"저는 '아르콘'이 되겠습니다."


+


양한솔의 무구 설명

구관리국 제 3 전대 '수호전대 아르콘'의 전대장이 사용하던 무구.

'별의 인도자'의 흑검이다.


각 별자리의 기사들에게 신뢰를 얻는다면, 별자리가 빛나며 무구의 힘이 증폭된다.

별자리 6개가 빛나면, 최고 수준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다.

처음부터 쌍둥이자리는 빛나고 있었으며, 양자리가 빛나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