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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거절한거니까.'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며 제미니아는 쌍둥이자리의 무구인 단검을 들었다.


단검의 폼멜에 달린 검은 구슬은 이럴때면 '또다른 자신'을 비춰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역대 쌍둥이자리의 기사들은 대대로 한가지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별에게 선택됨으로서 생기는 '또다른 자아', 즉 '이중성'과 끊임없이 육체의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제미니아경이 언제나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별의 인도자께서 내리신 시련입니다."


또 다른 그녀는 평소 물욕이 별로 없는 제미니아가 무언가를 원했을 때에 내면에서 꿈틀댄다.


마침내 제미니아가 원하던 것으로부터 거절당했을때, 그것은 눈을 뜬다.


제미니아는 무방비한 양한솔의 목덜미를 겨냥하여 칼을 들었다.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도 못 가지게 하겠어.'


정면만을 바라보며 걷는 양한솔은 볼 수 없었지만, 단검을 든 제미니아의 표정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소를 지었던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눈은 기괴하리만치 크게 떠서 보는 이들이 있었다면 공포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고, 입이 마치 길게 찢어진듯 괴상한 미소가 드리웠다.


상기된 볼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단검을 쥔 손을 크게 휘두르려 준비했다.


'네가 나빠……!'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는 어린 아이처럼, 가지고 싶었던 것에 대한 심술을 표출하듯이, 순식간에 또 다른 그녀에게 빼앗긴 제미니아의 육체는 양한솔에게 크게 단검을 내리쳤고,



"아니."


그녀 본인으로 인해 멈춰졌다.


"나는 한솔이를 부수지 않아."


"나는……. 도와주고 싶어……."


쌍둥이자리의 힘의 근원은 별에 선택되면서 생기는 '이중성'이다. 강한 힘을 주지만, 지금까지 그녀를 무리에서 고립시킨 사건의 계기이기도 하다.


에스퀘데가의 가주는 자신이 잠시나마 시련을 이겨낼 거라는 상황을 예상했었을까?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자신을 신뢰하고, 감사를 표하며, 올바른 길을 나아가려는 저 소년을 자신의 이중성에 오염시키고 싶지 않았다.


칼을 휘두르려는 또 다른 그녀와의 내적 다툼은 한참을 괴롭게 이어졌지만, 제미니아는 끝내 양한솔에게 단 하나의 상처도 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