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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아가 이끌어 도착한 천문대의 정체, 그것은 천장부에 천문대를 부설한 난파 되어있는 로스트 쉽이었다.


"코핀 오브 네헤모트…Ⅱ."


양한솔은 무의식적으로 함선의 외벽에 쓰여진 글자를 읊었다.


"이 로스트 쉽은 발견 직후부터 지금까지 조디악나이츠가 가진 어떠한 수단으로도 그 문을 열지 못했어."


이 함선에는 입구로 보이는 곳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함선의 정면부에 해치가 있기는 했지만, 해치에는 그것을 열기 위해 진행한 어떠한 작업의 흔적 만이 있을뿐이었다.


"여기가 꿈에서 찾으라고 했던 천문대……."


양한솔은 함선을 둘러보다 함선의 외벽에 손을 댔다.


"!"


순간 찌릿한 통증이 전신에 흘러 양한솔은 무릎을 꿇었다.


「전대장 권한 승인 요청. 자격 인증을 진행해주십시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양한솔의 입은 마치 누군가가 조종하는듯 무의식으로 하나의 단어를 말했다.


"검은 산양."


직후, 양한솔의 손이 닿았던 부분에서 부터 함선을 뒤덮듯이 푸른 빛이 퍼져 나갔다.


오랜 세월 방치됐던듯 먼지와 녹으로 뒤덮였던 함선의 활성화되며 방금 건조한 것처럼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코핀 오브 네헤모트─Ⅱ의 천장부에 위치한 순백의 천문대가 개방되어 이면세계의 신비로운 빛을 흡수했다.


「위대한 '아르콘'이시여, 함선의 재기동을 완료하였습니다.」


「코핀 오브 네헤모트에 치명적 결함이 발생하였습니다. 보조함인 본 함 코핀 오브 네헤모트─Ⅱ를 통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양한솔과 제미니아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벙찐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대……. 대단하네……."


"그, 러게요……."


"들어갈까요?"


제미니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함선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차였다.


"'레드시프트'의 지침을 듣지 못하셨나요? 쌍둥이자리의 기사님."


양한솔과 제미니아는 순간 등 뒤에 극도로 심한 소름이 돋아 고개를 돌릴 수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위압감이 둘을 짓눌렀다.


"……루크레시아."


간신히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는 성스러운 분위기조차 느껴지는 미인이 서 있었다.


다만, 그녀의 뒤에 밀집한 수많은 4종 침식체들이 속이 역겨워질 정도의 위압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간신히 버티고 선 둘은 무기를 꺼내들어 상대를 겨눴다.


"제미니아 선배님, 혹시 아는 분이신가요?"


제미니아의 옆 얼굴을 따라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할게. 저 여자는 '구원기사단'이라는 조직의 성녀라고 불리는 자야. '레드시프트'가 잃어버린 무구들을 회수하기 위해 협력한 단체이기도 하고."


"'동맹'의 정체를 그렇게 쉽게 발설하시는 건가요? 생긴 것과 같이 입이 무척 가벼운 분이시네요."


루크레시아가 조소하며 비꼬았지만, 제미니아는 그녀를 노려본 채 말을 이어 나갔다.


"도와주는 대가는 바로 이 함선 '천문대'를 활성화시키는 거였지. 자격이 없으면 열 수 없다고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거야."


"배신했다고 생각해도 이해할게. 하지만 나는 그들이 우릴 미행하는 줄은 몰랐어."


"아니요. 제미니아 선배님이 배신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아까도 저를 보호해주셨잖아요."


제미니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이 내면의 이중성과 싸우던 것을 양한솔은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등이 무방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미니아를 믿고 지금까지 앞서서 걸어왔던 것이다.


"지금은 눈 앞의 적을 격퇴해야 해요."


양한솔은 그렇게 말하며 죽도를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은 없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수많은 4종 침식체를 거느리고 있는 루크레시아와 자신의 격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미니아는 양한솔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고마워, 한솔아."


그리고 한솔을 향해 돌아서고는,


"컥! 선배, 무슨……!"


돌아서는 힘을 이용해 그를 함선 쪽으로 걷어 찼다.


"아팠다면 미안해. 한솔아."


루크레시아가 '동맹'의 배신자에게 지팡이를 겨누자, 등 뒤에 있던 4종 침식체─이터─들이 지축을 울리며 다가왔다.


제미니아가 걷어 찬 힘에 양한솔은 접근권한이 해제 된 함선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너를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다시 볼 수 있을진 모르겠네. ……안녕."